2002년 출간되었던 한국형 오컬트 장편소설 『귀매』가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로 개정 출간되었다.
오랫동안 오컬트 장르는 ‘악마’라는 존재가
종교적·문화적으로 폭넓게 자리잡은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만의 문화와 민족성을
오컬트에 접목시켜 흥행에 성공한
[곡성](2016), [사바하](2019), [파묘](2024) 등의 작품을 거치며
한국인의 정신세계에 잠재되어 있던 영적 본능이 깨어난 듯하다.
한국의 전통 신앙인 무속을 대대적으로 소설화한 장편 『귀매』는
‘K-오컬트’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한 바로 지금
독자들의 욕구를 완벽히 충족시켜줄 단 한 권의 소설이다.
『귀매』는 무속이 지금처럼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기는커녕
오히려 터부시되었던 2002년,
한국 고유의 종교로서 무속을 재정의하기 위해 발표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에 미신이라 탄압되며
우리의 기억에서 잊히고만
무속이 일본의 경우처럼 보전되었다면
얼마만큼의 문화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을지 『귀매』는 보여준다.
울창한 자연 한가운데서 문득 느껴지는
오싹함과 경외감이 뭉쳐 태어난 영적 존재인 ‘귀매’부터,
깊은 원념에 이끌려 인간을 해하려는 물귀신과 서낭신,
치명적인 힘을 지녔지만 어딘지 어리숙해 친근하게 여겨지는 도깨비,
인간을 수호하려는 인자한 성정의 당할머니신 등,
우리나라 고유의 다양한 귀신들이 지닌 신비롭고
매력적인 특성을 탄탄히 응집된 서사 구조 위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생생한 묘사와 함께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