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산업시대(전열보병-참호전 사이) 제국의 사관학교 아카데미물
1. 제국 첩보국 높으신 분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라나 인간의 마음을 잘 이해못하는 전투기계 주인공
2. 제국 최고 공작가 중 하나에서 멸시 받으며 자라나 열등감에 가득찬 막내 4남
3. 제국 명문 군부 가문의 2군단장 손자
4. 벼락부자가 되었지만 졸부 취급받아서 서러운 아버지가 입지 쌓으라고 억지로 입학시켜서 온 부르주아 아들
100화까지 나오는 에피소드: 승마대회
숲 속 모의전투
제국 역사학 강의
외출하면서 선배들 연애편지 대신 전달
모의고사
연말무도회
네명의 좌충우돌 하하호호 싱그러운 학창생활
100화
"훈련 일정도 없는데 아침부터 대체 무슨 짓이야?"
"젠장. 쫄딱 젖었군."
비옷을 입은 채 비를 맞으며 수송차를 옮긴 훈련조교들은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위해 끊임없이 투덜거렸다.
그들이 기숙사로 다시 돌아왔을 때 기숙사에 남아있는 생도는 아무도 없었다.
"강당으로 이동한다. 따라와라."
"무슨 일입니까?"
"나도 모른다."
에른스트는 강당 앞을 지키고 선 경비대를 보고 흠칫 놀랐다.
그들은 무장한 채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강당을 지키는 게 아니라, 꼭 강당에서 외부로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 모였습니다."
훈련조교들이 자기 자리에 찾아가 서자, 훈육관이 재빨리 뛰어가 생도대장 가우스 슐츠 준장에게 보고한다.
"정숙."
이런 상황에서 항상 한 번의 일갈로 모든 생도를 침묵에 빠지게 하던 가우스는 어쩐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가 중앙에서 비키자, 그보다 무거운 걸음으로 교장 아르민 만하임 소장이 걸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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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타뉴 백작은 황제 폐하의 권위로 베르타뉴의 정당하고 적법한 주인이 되었고,
그는 현재 벨리앙이 왕국 직할령으로 소유하고 있는 베르타뉴의 영토를 돌려달라 요청했다."
벨리앙이 제국에게 무턱대고 영토를 반환해 줄 리가 없다.
"베르타뉴 백작은 그에게 권위를 빌려주시고 영토를 돌려주신 황제 폐하께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고,
황제 폐하는 이를 받아들이셨다."
이건 일종의 연극이다. 다들 알고 있다.
모든 건 황제 발터가 전쟁의 명분을 손에 넣기 위해 꾸민 일이다.
아르민은 공포에 질려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어린 생도들을 어두운 눈으로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현 시간부로 제국은 전시 태세에 돌입한다.
전시 상황이기에, 4학년 생도들은 지금 즉시 사관학교를 졸업, 임관하여..."
"말도 안돼!"
찢어질 듯한 비명이 무엄하게도 아르민의 말을 끊어버린다.
"루터 중위!"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럴 수는 없다고요!"
노만 루터 교관은 공포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울부짖었다.
다른 교관들이 그의 입을 틀어막으려 애썼으나 노만은 귀신이라도 들린 듯 안간힘을 썼다.
"아직 애들이란 말입니다! 이제 겨우 열일곱 살인데 어떻게...!"
노만은 사력을 다했으나, 결국 제압당해 입이 막힌 채 끌려갔다.
애초에 일개 교관이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르민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생도들을 바라본다.
"전쟁이 벌어졌고, 너희는 군인으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
책무. 이 어린 것들이 대체 무엇을 잘못했다고.
아르민은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면서도, 황립 사관학교의 교장으로서 말했다.
"황립 사관학교의 교장으로서, 현 시간부로 4학년 생도들을 졸업시키겠다.
너희들은 이제 제국군의 장교다."
아르민은 넋이 나간 생도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상처투성이인 오른손을 들어 경례했다.
"살아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미하닐 제국의 제 2차 정복 전쟁의 광기 어린 서두는, 그렇게 폭력적일 정도로 갑작스럽게 시작됐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전쟁이라니요!"
"나, 난 자퇴하겠어."
"자퇴? 명예도 모르나? 제국의 귀족으로서 주어진 책무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 싸워라!"
조용했던 강당은 어느새 아우성으로 가득 차 귀가 먹먹했다.
"지금은 전시 상황이고, 너희는 군인이다.
자퇴는 받아줄 수 없다. 지시를 따르도록."
선임교관 토마스 콜러 대위는 마치 녹슨 기계처럼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생도들은 졸업해 전장으로 향하는 게 아닌 이상,
살아서 사관학교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자."
"하르트만."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명령을 따르든가 반역자가 되든가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
"그래 맞는 말이야."
에른스트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이건 황제 발터가 꾸민 함정이다.
연루된 극히 소수의 인물들만이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건 일반적인 전쟁이 아니다.
선전포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자국민에게도 기습이나 다름없는 일방적인 침략을 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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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인사라도 드리고 싶은데."
"나도."
고요한 기숙사에 훈육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제 출발해야 한다! 빨리 나와라!"
훈육관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고, 조금 잠겨 있었다.
그들은 방을 나섰고, 마찬가지로 단촐한 짐을 챙긴 채 나오는 친구들을 마주쳤다.
"훈육관님, 우셨습니까?"
"안 울었다."
"씁, 아닌 것 같은데..."
"살아 돌아와라."
훈육관이 참담한 마음을 다 감추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경례한다.
그들이 빗속으로 떠나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훈육관은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차마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다.
"돌아가고 싶다."
누군가가 작게 중얼거린다.
수송차가 출발한다.
활짝 열린 정문을 지나 비에 젖은 풍경 너머로 사라지는 그들을 배웅해 주는 건,
사관학교 장교들의 경례뿐이었다.
"안 돼! 안 돼!"
수송차가 떠나고 얼마 뒤, 사람들이 허겁지겁 달려와 활짝 열린 사관학교의 정문으로 밀고 들어온다.
"뮐러의 아들은 자퇴할 겁니다! 여기 서신을 가져왔습니다!"
"내 아들! 내 아들은 어디 있는 겁니까!"
"..."
아르민은 그에게 몰려들어 아우성치는 사람들을 묵묵히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각 가문에서 뒤늦게 상황을 눈치채고 움직였으나, 이미 늦었다.
사람들도 우두커니 서서 비를 맞는 아르민과 장교들을 보고 상황을 깨닫기 시작한다.
"맙소사..."
"이건 말도 안 된다! 아무리 황제라 해도 이런 무도한 짓을 저지르다니!"
털썩.
"안 돼...신이시여, 제발..."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사내가 무릎 꿇고 신을 찾는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이익을 위해, 아들과 가문의 입지를 위해, 전쟁이 벌써 일어날 리가 없다 믿고
아들을 황립 사관학교에 입학시킨 올리버 짐만은 넋이 나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후: 죄다 죽어나가면서 구르는 숲 속 1차대전 참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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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사관학교면 당연히 전쟁에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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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사관학교면 당연히 전쟁에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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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시대 나라면 사관학교는 정말로 전쟁에 나서기보단 그냥 직위 하나 따고 그동안 인맥 쌓아서 나중에 써먹으려 드는 귀족가문들도 있었으니까. 대체로 후방이나 수도같은 데서 몇년 보급관 같은걸로 깔짝대며 근무했다가 소위, 중위 쯤에 은퇴해서 그냥 이름 앞에 다는 경력 한줄 정도로 써먹는 | 25.07.28 10:0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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