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끝, 마을 입구 근처에서 성녀는 무릎 꿇은 마물을 향해 조용히 축복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빛 마력이 무너져가는 생명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나는 무심코 물었다.
"저 마물에게 자비를 베푸는 겁니까?"
성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져가는 빛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모든 존재는 창조주 아래 평등하니까요. 비록 타락했어도, 한때는 순수한 생명이었을 테니."
그 대답은 너무도 고결해서, 나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돌아가는 길, 그녀는 평소처럼 책을 펼쳤다.
언제나처럼 경전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또다시 물었다.
"그 책, 지난번에도 봤던 것 같은데요. <그 사람의 손길>이었죠?"
그녀는 살짝 웃으며, 책장을 넘겼다.
"네. 지금은 5회차예요."
"...그렇게까지 탐독할 만큼 대단한 이야기인가 보죠?"
성녀는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끝을 맑게 흘렸다.
"용사님이 나오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거든요."
"...제가요?"
"네. 전투 후, 피로에 젖은 목소리로 성녀를 부르며—"
그녀는 그 부분을 꾹 눌러 읽더니, 조용히 책장을 덮고 내 쪽을 바라봤다.
"그래서 오늘 밤엔, 6회차를 시작하려고요."
...순간, 나는 검을 놓칠 뻔했다.
신의 이름으로 맹세하건대, 나는 분명 경전을 읽는 줄 알았다.
TRPG할때 진짜 좋은데?
(IP보기클릭)182.31.***.***
(IP보기클릭)115.143.***.***
아니 이거 프리버전이야 | 25.07.20 22:44 | | |
(IP보기클릭)211.118.***.***
너가 GM해봐 했더니 잘해줌 재밌더라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