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말 수가 많이 없는 사람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일을 할 때에 사적인 대화를 건네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이 사람은 내 앞에서 한 번도 그래본적이 없다.
심지어 먼저 말거는건 인사나 일을 도와줬을 때 뿐이고 말이다.
샬레의 당번으로서 언제 한번 집무실의 방문했을 때에도 그랬다.
"소라사키. 도와줘서 고마워."
"..해야할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감사를 전하는건 당연한거니 받아둬"
그런 형식적인 감사를 건네고, 그대로 뒤로 돌아선 자기 할 일을 하러가는데
그 말을 하는 도중에도 아무도 표정도 없었던걸 생각하면 목각인형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어두운 분위기라던가,
어딘가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저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느낌이 강한거니까
그런 편이 솔직히 나에게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도 난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건지
무의식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버렸다.
"음 무슨 일이지?"
"응? ....아?!"
선생님이 날 부르면서 용건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왜 그런지 몰랐는데
내 왼쪽 날개가 제멋대로 그 사람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을 때 나는 놀라고 말았다.
속으로는 선생님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길 바랬긴한데 이렇게 원한건 아니었어
그래서 난 그 사람의 어깨에 얹어진 날개를 서둘러 치우고는 사과를 건넸다.
"미, 미안 이럴려던건 아니었어..."
"..괜찮아. 혹시 필요한건?"
"어, 없어."
"그런가.."
그랬더니 선생님은 내 얼굴을 잠깐동안 쳐다보더니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곧 이어선 근처에 있던 서랍장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고는 자리를 옮기자고 했는데
"그럼 잠깐 이야기를 하도록할까."
"..여기서 해도 괜찮지 않아?"
"다른 사람이 올 수도 있으니까, 너에게도 들어보고 싶은 말이 있어"
그 사람이 그런 말을 내게하는건 처음일지 모르겠다.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라니 도대체 그게 뭔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의 뜻은 작은 방에 들어서고, 선생님이 건네준 서류에서 알 수 있었다.
"...이건"
"응. 부탁할게"
"...듣고 싶은 말이 교원 평가였어?"
뭐 이런 일이라고는 생각하긴 했는데, 내심 기대했던 내가 너무 바보같아졌다.
그런데 이상했다. 선생님은 이런거 딱히 안해도 되는걸로 아는데 말이다.
"총학생회에서 하라고 시킨걸까?"
그래서 나는 물었다. 교사는 선생님 빼고는 없고
딱히 이 사람이 이런걸 할 거 같은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내 예상은 빗나간건지 그는 차분히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대답했다.
"그건 아니야. 다른 아이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을뿐이니까"
"....의, 의외네"
"그런 말 자주 들어."
그러니까 선생님은 우리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이 설문지를 만들었다는건데
어째서인지 이해가 되는 듯 싶었다.
워낙 선생님은 타인에게 말을 거는 횟수가 적을 뿐더러
'나를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을 하는 그를 나는 떠올릴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이런 방법이 선생님답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난 선생님이 건네준 그 설문지를 체크하기 시작했는데
"....'해당 교사는 친절하다고 생각합니까?'...이 문항 선생님이 쓴거야? "
"이상한가?"
"아니...그런건 아니야."
어느 한 문항을 보고는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선생님이 친절한가? 업무 이외엔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고 일에 전념하긴한데
그렇다고 해서 질문을 건네면 대답을 안해주는건 아니기에
나는 그 문항에 점수를 매기기 좀 어려웠다.
'나도 비슷해서인지 1점을 주는게 어려워..'
거기다가 그 점은 나도 그런 적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1점과 5점에 중간인 3점을 체크하고선 다음 문항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기서 나는 몰랐다.
[학생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까?]
[학생들의 고충을 들어주려 노력합니까?]
[칭찬-격려를 잘 해준다고 생각합니까?]
선생님의 교원평가가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어버렸으니까
그 설문지에 있던 문항들은 형식적이지만, 그렇기에 너무나도 점수를 매기기 어려웠다.
내가 그 사람에게 점수를 매기면, 나도 점수가 매겨지는거니까
'...나 선생님이랑 비슷한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그 시간은 그런 생각을 갖기에 충분했다.
나도 다정한 적이 없었으면서 난 이 사람에게 아까 그런 생각을 했었구나.
그래서인지 선생님에게 난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설문지에 모든 문항을 체크하게되고, 난 선생님에게 그 서류를 건네주었고
"....음"
받은 설문지를 하나하나 집중하며 살펴보던 그 사람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내지었다.
"...시험지에 일자찍기를 하는 아이는 봤어도
설문지에 이런걸 하는 사람은 거의 못봤는데 말이지"
"..어, 어쩔 수 없었어."
그야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전부 3점에 체크했으니까 말이다.
깊히 생각해서 체크한 문항들이 지금 보니 위에서 아래로 쭉 그어버린 모양이 된 걸 봤을 땐
그 설문지를 줘야하나 생각을 하기도 했다. 너무 성의 없이 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괜찮아. 나는 알고 있어."
하지만 선생님은 내가 그런 짓을 할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주었고
"보통 이런 평가를 실시할 땐 대충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잘 보이니까
성의없이 하는 사람은 주관식 문항에 글자를 적지 않아."
"그, 그래..?"
마지막 '교사에게 바라는 점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라는 문항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평소에도 그렇게 웃어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선생님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교원 평가가 끝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선생님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는데
"혹시 시간있으면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지 않을래?"
나는 그 모습에 조금 놀라였다.
평소엔 그런 권유를 할 일이 없을거라 생각한 그 사람에게 그 말이 나오다니 말이다.
"..어. 괜찮긴한데 일 남아있지 않아 선생님?"
"얼마 남지 않았고, 그건 돌아와서 해결하면 되니까
이건 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거니 '히나'가 민폐라면 거절해도 돼"
"....! 갈래."
그 사람의 권유를 받게된 나는 그를 뒤따라가게 되는데
그렇게 같이 바람이 쐴 때에도 여전히 선생님의 말 수는 적었지만
며칠 전보다는 조금 다정한 분위기가 그 사람을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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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교원평가를 실시했던 날에 늦은밤
선생은 집무실에서 히나가 건네주었던 설문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 본 교사에게 바라는 점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
[욕심이겠지만, 칭찬을 받고싶어. 그리고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마지막 문항에 남겨진 히나의 메세지를 보며 여러 생각에 잠기게되는데
'....그랬던걸까. 내가 말을 걸면 민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정말 이걸 원하는걸까?
하지만 갑자기 바뀌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나도 칭찬해주고는 싶은데 이런 아저씨가 그랬다간 징그럽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다 책상에 머리를 박고는 솔직하기가 어려운 자신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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