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뜻밖의 편지를 받으시고 놀라시지 않으시길.
당신의 영웅적인 여정에 늘 감탄을 금치 못하던 자로서, 감히 몇 자 적어 올립니다.
금일, 저희 마왕군의 일원이며 사천왕 중 한 명이었던 동남방 해골 요새의 수호자,
‘죽염의 펠디르’가 운명을 달리하였기에, 이 소식을 정중히 전하고자 합니다.
펠디르는 비록 사천왕이라는 칭호를 받았으나...
방어 마법보다 입 냄새가 더 위협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며,
최근엔 고블린 경비병 두 명에게 장난삼아 얻어맞고 부상을 입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충직했고, 성실하며, 매일 아침 마왕성 청소를 도맡아 했으며,
사천왕 회의에서 간식 준비를 자청하는 등, 군단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습니다.
그의 사망 소식에, 심지어 마물들조차 조용히 3분간 침묵을 지키는 등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습니다.
사인은… 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만,
지난 전투에서 당신께서 휘두르신 ‘빛나는 평타 한 방’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당분간 추도 기간을 가지며 마왕군의 결속을 다지고자 합니다.
혹시 펠디르와의 개인적인 인연이나 마지막으로 전하고픈 말씀이 있으시다면,
유해는 아직 재로 남아 있으니, 바람에 흩날리기 전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