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작별 인사는 미리 했잖아."
"작.. 별... 작별이... 라..."
"루카스..."
"그 할아버지?"
"루카스랑... 밥... 약속이 있었어..."
"그렇구나."
"... "
"잘 자, 아저씨."
천년의 세월 동안 태양처럼 이글대던 전사의 숨결이 꺼졌다. 전사의 영혼이 육신을 떠나며 그의 자아가 소멸함으로서 그가 악행과 선행을 저지르는 동안 느꼈던 자만, 노여움, 정복감, 죄책감, 슬픔, 분노, 행복은 모두 먼지가 되어 바스라진다. 브렌다는 전사의 주검을 들어올려 도시로 향한다.
"집에 가자, 아저씨."
랜달은 그날 밤 전사와 브렌다의 갑작스러운 돌발 행위를 의회에 알렸다. 다음날 의회는 도시의 모든 병사는 물론 예비역까지 동원하여 브렌다와 불패의 전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고, 랜달 역시 그중 하나였다. 랜달은 예비역들과 함께 설산을 조사하라는 의회의 말에 따라, 성문을 나서던 참이었다.
"이봐, 저거 브렌다 아니야?"
"지금 들고 있는게... 설마..."
랜달은 브렌다에게 달려가다, 그녀가 품에 안고 있는 주검을 보고 놀란다.
"여기, 도와줘요! 들것을, 환자를 당장 의원으로 옮겨요!"
"이미 돌아가셨어... 불패의 전사님이...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브렌다?"
전사의 주검이 들것에 실려 의원으로 향하는 걸 확인 한 뒤 랜달은 고개를 돌려 브렌다를 바라본다. 브렌다의 두 뺨에 흐르는 두 줄기의 눈물을 닦고
"불패의 전사는 매일 같이 모든 거리에, 모든 골목에, 모든 시장에서 우리를 돌봤다."
"그는 분수도 모르고 도전해 오는 나를 걱정할 정도로 백성들을 굽어 살폈다."
브렌다는 점차 자세를 낮추더니 무릎을 꿇고 손을 뻗는다.
"그리고 백성들을 해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절대로 지지 않는 마법을 풀었다."
"나약해진 자신이 나에게 죽임을 당해, 그 축복이자 저주인 마법으로 내가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아서."
"자, 불패의 전사의 백성들이여, 나를 처벌하라! 나의 오만방자함이 그의 죽음을 재촉했다, 나를 사형대에 올려라!"
브렌다가 처벌을 구걸한다, 죽음을 구걸한다.
"아저씨이이이이이이!!"
브렌다가 오열하며 땅을 내려치자 그를 알던 사람들이 그녀에게 다가가 안아준다.
"브렌다."
랜달이 그녀를 향해 입을 연다.
"결국 의회까지 가봐야할 일이겠지만, 불패의 전사님이 브렌다 너를 죽이거나, 사라지는 걸 원치 않으셨다면. 계속 삶을 살아가길 바라셨다면"
"우리도 전사님과 같은 마음이야. 잘 돌아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