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을 맡은 허정무.
2002년 뽕맞아서 히딩크 찬양이 심하다 못해 온갖 왜곡과 낭설 등이 나타났었는데,
그 중 하나는 '히딩크가 축협의 간섭을 물리치고 무명의 박지성을 직접 발굴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경기 기록만 찾아봐도 이미 박지성은 히딩크 이전 감독이었던 허정무의 눈에 들어
2000년 올림픽과 아시안컵에서 과감히 주전으로 기용했다.
히딩크의 업적은 박지성을 윙포워드로 개량시킨 것.
그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건 허정무다.
또한 국가대표 레전드 윙백 중 1명인 이영표 역시 허정무가 2000년도에 직접 발탁해 주전으로 안착시켰다.
그 당시 야박하고 거친 카리스마형 구식 감독이었지만 선수의 잠재력만큼은 누구보다 확실히 알아본 감독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카리스마는 여전히 갖췄지만 구식적인 마인드가 상당수 빠져나간 허정무는 2008년 다시 국가대표팀을 맡았고, '세대 교체'를 착실히 진행한다.
약 8년간 대한민국의 빌드업을 책임진 '기성용'을 국대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은
2002년 세대의 은퇴 이후의 국대의 호흡기를 달아준 업적이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기성용은 2008년 올림픽 때 이미 데뷔하긴 했다.
그러나 그 당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반면,
허정무는 얼마 안 되서 기성용을 주전으로 기용하면서도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파트너, '김정우'를 발탁해 붙여주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상암동 미친 개, '이청용'을 발탁해
박지성-기성용-김정우-이청용 이라는
단단하고 밸런스 좋은 미드필더 라인을 형성했다.
또한 전임 감독 '핌 베어벡'이 남긴 4백 시스템을 토대로
이영표-조용형-이정수-차두리라는 수비 조합을 만든다.
(물론 이 때 수비진의 약점은 차두리와 오범석이 뛰는 우측면인지라 시도때도 없이 공략당했다.)
김보경, 김신욱, 이근호 등 질 좋은 국내파 자원 역시 허정무가 최초로 발탁해 잘 써먹었고,
김주영이라는 걸출한 수비수 또한 허정무가 포지션 변경을 종용해 이뤄낸 결과물이다.
아시아 예선을 무패로 통과하고, 원정 16강을 달성하는 등 성과를 냈음에도,
4강 뽕이 안 빠진 시청자들은 '2002년 멤버 덕분이다', '선수빨이다'라며 비하했지만
이런 말하면 축알못 인증이다.
정작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발탁된 23명의 선수 중 2002년 멤버는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차두리, 안정환, 이운재 단 6명이며,
이마저도 전성기 나이인 박지성과 이영표에 풀백으로 포변한 차두리만이 주전이었고, 김남일은 기성용의 백업 자원으로 간간히 기용되었을 뿐,
안정환과 이운재는 출전하지 않았다.
반면 기성용, 이청용 같은 신인은 물론 조용형, 이정수, 김정우, 정성룡 등의 주전 선수들은 2010년에 월드컵에 데뷔했다.
2015년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갓틸리케 소리가 울려퍼질 때도
허정무는 미드필더들이 너무 겉멋들게 플레이한다고 지적했고,
슈틸리케호가 제대로 폭망하면서 그의 날카로운 안목을 알 수 있다.
다만 전남이나 인천에서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사람은 유망주 보는 눈은 좋으나, 클럽 이끌기엔 육성 능력이 좋지 않아 육성보다는 운영이 주가 되는 국가대표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명과 암은 있을지언정,
2002년 이후 제 2의 전성기를 만든 감독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축구팬들에겐 누구보다 찰진 "슈ㅡ웃!!" 해설로 사랑받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