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에 갑작스럽게 발표와 함께 바로 등장한 탱고 게임웍스의 신작게임, 하이파이 러쉬를 노멀 난이도로 클리어했습니다.
하이파이 러쉬의 컨셉은 리듬 + 액션으로,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비트매니아같은 리듬액션과 데빌 메이 크라이로 대표되는 스타일리쉬 액션 시스템을 조합한 게임입니다.
대작게임에 목마른 타이밍에 갑자기 나와준 게임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깜짝놀라기도 했고 기대를 품고 구입, 혹은 게임 패스를 통해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저도 등록 당일에 바로 게임패스로 게임을 시작했으니까요.
이미 하시는 분보다는 아직 안하신 분, 할까말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 번 읽어볼만한 글이 될 것 같아 엑겜게에 올려봅니다.
하이파이 러쉬의 선배님들
일단 들어가기에 앞서서 게임의 컨셉인 리듬+액션의 기반이 되는 선배들을 한번 되짚어 보겠습니다. 잡정보에 가까우니 쓸데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큰 단락 하나 넘어가서 리뷰 항목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비트매니아가 불러온 리듬 액션 시대
비트매니아는 코나미가 만든 본격적인 리듬액션 게임 붐의 시발점으로, 음악에 맞춰 키노트가 상단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아래쪽의 타이밍 벨트에 맞춰 해당 노트에 맞는 버튼을 눌러주면 되는 간단한 조작성과 원래부터 게임음악에서 알아주던 코나미의 시너지로 큰 흥행에 성공하게 됩니다. 게임의 배경에서 흐르며 극의 분위기를 올리는 역할을 담당하여 BGM(요즘은 브금이라고 읽더군요 ㅋㅋ)이라고 통칭되던 게임의 사운드트랙을 게임의 주역으로 끌어올린 이 새로운 시도는 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린 혁신적 게임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당시까지 저평가되어있던 게임음악의 작곡가들이 진짜 팝음악으로 뻗어나가게 되는 계기를 열게 된 등 여러가지 의의를 가진 작품입니다. 국내에도 EZ2DJ나 DJMAX를 비롯해서 다양한 유사작품을 만들었다가 후에 법정공방을 벌이며 고생하기도 했고요... 코나미는 비트매니아의 흥행에 힘입어 기타프릭스, 드럼매니아 등 다른 악기를 사용하는 게임을 만들었으며 특허를 피하기 위해 리듬에 맞춰 악기를 연주한다는 기본 룰은 비슷하지만 다른 인터페이스 형식을 가진 리듬액션 게임이 수없이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타루맨과 스페이스 채널5, 응원단 시리즈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좌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우 태고의 달인
이후 본격적인 리듬 액션 게임은 모두 비트매니아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본격적인 장르가 리듬액션이 아니더라도 각종 게임에 미니게임으로 리듬액션이 들어있는 경우가 수두룩하지요.
하이파이 러쉬에는 비트매니아 형식의 수직형 노트낙하 방식은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태고의 달인 수평 노트, 버튼 축소 형식, 스페이스 채널5의 리듬 암기 따라하기 형식 등이 차용되었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 스타일리쉬 액션의 시작
캡콤에서 PS2로 내놓은 데빌 메이 크라이는 원래 바이오해저드 신작의 기획에서 파생된 게임으로, 기획초기와 실제 나온 게임이 거의 관계는 없지만 어쨌거나 액션 명가 캡콤의 명성에 어울리는 게임으로 현재도 이름이 높습니다. 이 게임이 나왔던 당시에는 단순히 '잘만들었다'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충격받은 사람들이 속출했던 게임입니다. 단순히 적을 때리는 것을 넘어 각종 연속기와 기술을 조합하며 멋드러진 액션을 완성해 높은 점수를 추구하는, 통칭 스타일리쉬 액션은 게임이 추구해야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 받았고 이후 나온 수많은 액션 게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탱고 게임웍스도 캡콤 출신 제작자들이 설립한 회사이다보니 하이파이 러쉬의 경우에도 리듬 부분을 제외하면 액션의 상당부분의 큰 틀은 데빌 메이 크라이의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사격은 없지만요. 연속기를 사서 캐릭터를 강화한다거나, 각 스테이지 클리어 후 정산하는 방식까지도 흡사하지요.
젯 셋 라디오, 셀렌더링의 교과서
세가에서 드림캐스트로 내놓은 셀렌더링 기반의 스타일리쉬 스케이트 액션 게임인 젯셋라디오는 여러의미로 게임업계에 새로운 방향성 하나를 세운 게임입니다. 셀쉐이딩 기법을 통해서 3D그래픽으로 애니메이션처럼 보이도록 그려낸 본격적인 첫 게임으로, 기술적으로 애니메이션적인 캐릭터, 배경의 묘사 방식에서 선구자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구 엑스박스로 발매된 젯셋라디오 퓨쳐의 개선된 모습은 오랫동안 사실상 이 장르의 교과서처럼 자리잡았습니다.
좌 하이파이 러쉬, 우 젯 셋 라디오
하이파이 러쉬의 비주얼적인 부분은 젯셋라디오의 그것을 그대로 계승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젯셋라디오를 해보신 분이라면 특히 처음 도시 전경이 보일 때 그 색감만으로도 젯셋라디오를 떠올린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각종 힙합과 테크노, 하우스 뮤직으로 채워진 화려한 사운드 트랙과 이동하며 다가오는 포인트에 리드미컬하게 스프레이로 그래피티를 그리는 액션, 돈에 미친 기업이 지배하는 도시에서 억압에 저항하는 컨셉도 직접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장르적으로의 영향은 있지않을까 추측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P.N03가 있었다
인지도가 낮은 작품이라 잘 모르실 분이 많으신 타이틀이지만 캡콤 시절에 현 탱고 게임웍스의 사장인 미카미 신지가 만든 게임 중에 PN03(프로덕트 넘버 쓰리라고 읽습니다)이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하이파이 러쉬의 개념적인 선배라고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뮤직플레이어를 켜고 이어폰을 귀에 꼽은 채로 전투에 임하는 바네사가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모습은 하이파이 러쉬의 주인공 차이 모습과 겹쳐보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당시 워낙에 게임을 다작하던 캡콤의 분위기상 급하게 만들어야 했던 게임이라 실제 게임은 일부 구간에서 리듬액션적인 부분을 차용했을 뿐, 실제 게임은 상당히 단조로운 숨었다 총쏘고를 반복하는 아쉬운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그 단조로운 회백색 건물 내부가 이 게임의 개성이 되어버린지라 무조건 나쁘다고 하긴 어렵습니다만...)
하이파이 러쉬의 기본적인 게임 자체 컨셉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리듬+액션, 흥미로운 짬뽕의 완성
쓸데없는 소리가 너무 길었던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애니메이션급의 그래픽
솔직히 말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한눈에 들어오는 놀라운 그래픽의 수준이었습니다. 직접 플레이하지 않고 지나가며 보았다면 애니메이션으로 착각할법한 수준의 놀라운 애니메이션적인 그래픽에 와...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물론 같은 언리얼 엔진으로 극한의 애니메이션 퀄리티를 지향한 아크시스템웍스의 길티기어 시리즈도 있습니다만, 그 쪽은 캐릭터 둘과 제한된 배경이 메인인 격투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게임의 성취는 결코 비교될 게임이 있다고 폄하할 성질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셀렌더링 게임이 색조합을 잘못해서 유치해보일 수 있는데, 총천연색의 컬러를 도배하면서도 유치해보이지 않는 조합을 이룬 아트웍도 높이 평가할만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그래픽적으로 흠잡을 부분은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이 살짝 서양쪽 코믹스풍이 강한편이라 취향에 안맞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정도면 크게 취향탈 정도는 아닐 것 같습니다.
단순 유쾌한 스토리
스토리적으로는 뭐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도시를 지배하는 악한 기업수장을 때려잡는 컨셉은 오래된 클리쉐입니다. 하지만 클리쉐라고 불리우는 소재는 그만큼 쉽게 공감대를 얻는 보증수표라고도 할 수 있죠. 애니메이션 풍의 그래픽과 단순한 스토리로 시종일관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가진 것도 능력도 미천한 주인공이 도시를 구하는 고전적이지만 인기있는 개천에서 용나는 이야기입니다. 그 덕에 작품 내에서 스토리에서 특별히 스트레스 받을 부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아무 생각이 없는 주인공 차이는 이야기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주도하지 못하고 그냥 상황에따라 동료가 가라는 곳에 가서 깽판치는 이상한 구도처럼 묘사 됩니다. 마지막 스테이지의 감동적인 이벤트를 위해서 무력한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알겠지만...솔직히 너무 과도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꼭 무력해야 그걸 딛고 이겨내는 구도가 생기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죠.
진부하지만 재미있는 동료들
좌 트레일러에 나왔던 동료들, 우 역시 트레일러에 등장한 적 보스들
게임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캐릭터 구성에 있어서 신선함을 찾기는 좀 어렵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차이가 좀 과도할정도로 단순해서 색이 약하다는 점을 제외한 캐릭터들은 뻔하면서도 정석적인 포지션의 캐릭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만큼 기대되는 포지션을 충실하게 채워줍니다. 반전없이 포지션을 지켜주는 캐릭터들의 신뢰감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정감을 줍니다. 실로 오랜만에 누가 배반하지 않을까, 반전스토리 언제 터지나 걱정 안하면서 게임 했던 것 같습니다.ㅋㅋㅋ 그리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고양이 로봇 808의 존재입니다. ㅋㅋㅋ
반면에 악역들은 솔직히 너무 단순해서 좀 김이 빠지는 감이 있습니다. 패러디 요소나 개그 요소들은 좋았지만 각 스테이지의 보스인 점을 제외하면 인상이 좀 약합니다. 어떤 보스캐는 '아 맞다 이 캐릭터도 이름 나왔었지...'라고 할 정도로 인상이 약했었습니다. 그래도 보스전의 연출은 좋기 때문에 보는 재미는 확실히 제공해줍니다.
흥겨운 음악
기본적으로 리듬에 맞춰 모든 액션을 수행해야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그만큼 음악의 중요도가 높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외부 라이센스 음악과 베데스다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곡들이 수록되어있습니다. 대체로 흥겹고 비트가 꽤 강한곡이 많아서 음악에 맞춰 액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습니다. 장르도 꽤 다양하게 포진해있고 최근 스트리밍 방송을 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방송 제한이 걸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저작권에 걸리는 곡 대신 자사에서 만든곡을 재생하는 기능도 있는 등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납니다.
하지만 게임이 아무래도 적이 다수 등장하는 복잡한 액션 게임이고, 음악에 맞춰 조작해야하기에 적합한 속도라는 것이 있어서 그런지 특정 속도 근처 곡들이 많아서 저처럼 음악적으로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은 곡 분위기가 크게 다른 곡이 아니면 음악이 바뀌었나? 수준의 미지근한 느낌을 받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제 경우엔 곡이 바뀌었다는 것을 곡이 바뀔 때 왼쪽에 뜨는 사운드트랙정보를 보고 눈치챈 경우도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젯셋라디오라는 아직까지 회자되는 걸작과 비교하는 것은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젯셋라디오는 정말 개성넘치는 트랙이 너무나 많다보니 곡이 바뀌면 팍팍티가나는 것에 비해서는 좀 아쉬운 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젯셋라디오는 기본적으로 리듬액션이 아니라서 음악의 속도가 게임 조작과 별개라서 자유로워 누릴 수 있는 호사이니 어쩔 수 없는 차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처럼 음감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라면 문제될게 없는 부분일 수도 있구요.
시스템...조합의 부작용
하이파이 러쉬의 기본적인 시스템은 매우 총실하고 잘 갖춰져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잘 만든 게임들 시스템의 토대 위에 설계되었기 때문에 기본 구조의 튼튼함은 어디내놔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단지 이 파트에서 제가 느낀 이 게임의 아쉬움(음감 부족한 사람이 느끼게되는 문제점)을 좀 토로해볼까 합니다.
이 게임도 여타 게임과 유사하게 기본적으로 흔히 이동파트로 부르는 액션 어드벤쳐 파트와 전투 파트로 나뉩니다.
액션 어드벤쳐 파트는 복잡한 퍼즐없이 빠르고 시원시원하게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대부분이라 퍼즐이 많은 최근 액션 어드벤쳐류 게임들에 질리신 분들은 호재로 받아들이실만 합니다. 스테이지에 배치된 나사빠진 대사를 해대는 엑스트라 로봇들의 대사를 보는 재미도 있구요. 거기에 클리어 후에 동료들과 다시 와야 진입할 수 있는 다회차 요소도 매 스테이지 별로 준비되어있어 재차 즐길 때 1회차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해놓은 부분도 충실합니다. 플랫폼 점프액션이 필요한 부분이 약간 있긴 하지만 부조리하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은 없습니다. 플랫폼에서 떨어져도 목적지 근처였다면 목적지 위에 올려주는 배려조차 있습니다. 액션에 약한 저도 별고생 없이 깼으니 점프 액션에 약한 분들도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게임의 가장 큰 호불호를 가르는 부분은 전투파트를 이루는 다수의 시스템 조합에 있습니다. 이 게임이 추구하는 리듬에 맞춰 액션을 진행해야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은 리듬감이 약한 사람에게 커다락 장벽이 됩니다.
잠시 또 잡설에 가깝지만 살펴보자면...
비단 이 게임이나 리듬액션 게임이 아니더라도 액션 게임에서 연속기(통칭 콤보)를 리듬에 맞춰 입력하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파이널 파이트의 와리가리 떄도 있던... 격투게임의 각종 연속기도 리듬에 맞춰야 기술이 이어지는 것은 거의 상식 수준으로 정착된 개념입니다.
그럼 리듬액션 게임과 그냥 액션 게임의 가장 큰 차이는 어디서 나올까요. 기본적으로 '음악에 맞춰서 콤보를 연계한다'는 지점입니다. 비트매니아, EZ2DJ, DJMAX, 락밴드, 미쿠 프로젝트 디바 등 수 많은 리듬 액션 게임이 화면에 눌러야할 타이밍을 표시하는 노트가 나오지만 노트는 음악에 맞춰 표시를 해주는 요소이기에 음악의 리듬과 무관한 조작을 위한 노트를 출력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DDR같이 댄스 장르를 포함해서 퍼포먼스를 위한 노트가 있는 게임도 얼마든지 있긴 합니다만 이 경우 리듬액션 그 자체가 아닌 살짝 다른 영역이니 일단 제외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반면에 일반적인 액션은 배경음악이 게임의 표현영역의 일부이되 어디까지나 기본적으로는 액션과 분리되어있습니다. 콤보가 있는 게임 대부분은 내가 누르는 공격 시작점을 기점으로 타이밍을 잡아서 콤보의 리듬이 시작됩니다. 배경음악의 리듬과는 무관하게 내가 타이밍맞게 누르기만하면 공격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두 장르는 같은 목표를 다른 형태로 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이 두 요소는 충분한 조합이 가능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퓨전 장르 게임도 의외로 꽤 많이 있습니다. 가볍게는 쿠키런을 비롯한 런너 류 게임은 간단한 형태의 리듬게임처럼 스테이지 구성요소가 많으며, 얼마 전 나왔던 메탈-헬싱어처럼 1인칭 슈터 장르임에도 리듬에 맞춰 공격함으로서 여러 인센티브 혹은 리듬을 벗어났을 때의 디메리트를 통해 리듬에 맞춰 진행을 해야하도록 하는 퓨전 게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여러 장르를 복합화하면 시스템이 복잡해진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정도가 뭐가 복잡하냐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안을 똑같이 받아들일 수 없는 능력차이가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제작진도 그걸 알고 있어서 중간에 튜토리얼 로봇에게 설명을 듣던 차이가 생각할게 너무 많은 것 아냐?라고 반문하는 대사를 넣었을 정도입니다.
일단 분명히 해두고 싶은 부분은... 제가 실망한 부분은 시스템의 복잡성으로 인해 올라간 조작성 문제는 게임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이파이 러쉬는 배경에 흐르는 음악의 리듬에 맞춰서 액션을 사용해야 콤보가 이어지고 고득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불만을 가지는 가장 큰 부분은 높은 랭크를 받기 위한 부분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직접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는데 에로사항이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 점은 이해하시고 내용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리듬관련 빼고 전투 시스템이 단순한 게임이라면 별 문제 안되겠지만... 약공격, 강공격, 점프, 회피, 패링을 실시간으로 조합해서 써야하는 게임에서 이 버튼들을 누를 때 타이밍까지 봐야하는 겁니다. 게다가 적에 따라서는 특정 동료를 소환해서 방어장비를 깨줘야 합니다.
다른 게임들이 특정 액션을 위한 타이밍을 한 번 익히면 그것을 언제든 내가 공격버튼을 누르는 시점부터 숙지된 타이밍으로 연계할 수 있지만(물론 저같은 액션능력 떨어지는 사람은 그것도 맘대로 안나가긴 합니다만 ㅋㅋ), 이 게임은 배경음악의 리듬에 맞춰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차이가 있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게임 중간중간에 리듬액션 QTE가 꽤 섞여있는데, 방금까지 버튼 연타로 적을 패는 액션을 하다가 갑자기 리듬액션으로 전환되면 흥분상태라 감이 안올 때가 많습니다. (정신적으로 모드 전환이 잘 안된다고 하면 좋을까요) 제가 특히 당황한 것은 패링을 해야하는 레이저나 보스전의 QTE인데, 이 경우 방식이 스페이스채널5의 액션 박자 암기 후 따라하기 입니다. 물론 이 게임은 본격 리듬 액션게임은 아니니 눌러야할 버튼 순서도 위에 표시되고 스페이스채널5처럼 다수의 키를 요구하지도 않습니다(패링과 회피만 씁니다). 하지만 제 머리속의 모드가 전환되지 않으니 이게 잘 되질 않는 것이죠.
결국 리듬을 쉽게 감지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리듬을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사람이라면 버튼 누를 타이밍을 음악 리듬에 맞춰 누르면 되는 간단한 차이입니다. 이게 되는 사람에게는 이 게임은 여타 게임의 액션 조작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적도 이 음악 리듬에 맞춰 공격하기 때문에 리듬감이 좋은 사람이라면 엇박없이 정박에 맞춰서만 조작하면 되는 이 게임이 여타 액션게임보다 더 쉽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리듬이 자연스럽게 체득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전투 내내 적과 나의 관계를 보며 피해야하나 패링해야하나 점프해야하나 고민하면서, 버튼을 누르는 모든 순간에 신경을 세우고 리듬을 잡기위해 안간힘 써야 합니다. 공격 중 나오는 효과음에 묻혀서 리듬을 놓치면 바로 다음 액션에 미스 뜨는거죠. 아래에 리듬타이밍바를 띄울 수 있지만, 전투상황을 보지 않고 이걸 보면서 타이밍을 맞추려면 자동전투를 켜는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타이밍을 틀린다고 그냥 공격이 아예 안나가는 구조는 아닙니다. 타이밍을 어긋나게 눌러도 기본 공격은 나갑니다. 타이밍에 안맞게 눌러도 콤보가 끊기고 저스트 타이밍 퍼센테이지가 깎일 뿐 음악의 리듬에 맞춰 공격이 나가긴 합니다. 공격 나가는데 뭐가 문제냐?하실 수도 있는데, 기술이나 저스트 타이밍액션은 리듬을 놓치면 제대로 나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전투에서 리듬에서 벗어나 키를 누르면 점수 집계시에 저스트 타이밍 퍼센테이지로 랭크가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다는 거냐?
뭔가 시스템 관련으로 안좋은 이야기를 잔뜩 한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고해서 이 게임이 똥망게임이고 못할 게임이냐? 절대 그런건 아닙니다. 리듬감이 받침 안되는 사람의 푸념 같은 것이죠. 저에게 이 시스템의 호불호를 묻는다면 변함없이 불호에 해당합니다만, 그것은 제 주관적인 관점이니까요.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하고 있는 것이 지표로 드러나고 있고, 저처럼 특출나게 음감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가 안되는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랭크관련 요소들을 다 무시하고 클리어를 목표로 하는 거라면, 깨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노멀난이도를 기본 조작으로 클리어했으니까요. 랭크는 대체로 평균B입니다만...클리어는 큰 무리 없이 했습니다. 물론 저랭크가 나오는 것을 아마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점이 좌절스럽습니다만... 뭐 안되는걸 집착해서 뭐가 되겠습니까.
제작진도 시스템의 복잡성을 충분히 인지해서 조작계 간단화를 위한 배려를 충분히 준비해뒀습니다. 액션 버튼들 중 하나만 리듬에 맞게 계속해서 누르면 전투 액션이 자동으로 나가는 자동전투 시스템(물론 적이 많이 나오는 혼돈스런 상황이 많은지라 시스템이 판단하는 자동액션만 믿으면 원거리 공격 등에 당하곤 하니 아래 리듬바만 보진 마시길), 중간중간 나오는 리듬액션에서 버튼을 X하나만 나오게 해주는 리듬액션 단순화 옵션이 제공됩니다. 음감 딸리는 저조차도 클리어 후에 이 기능 적용해보고 너무 쉽게 S등급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이 보조 시스템은 하드 이상난이도에서는 작동하지 않으니 제대로 도전을 하려면 이 시스템에 의지할 수 없겠지만요.
만약 이 게임을 할까 말까 주저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일단 한 번 쯤 해보셔서 손해볼만한 게임은 아니라고 딱잘라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화려한 애니메이션풍 그래픽과 스피드감 있는 전개, 한국어화도 잘 되어있고, 패러디 요소들과 개그스러운 전개도 볼거리입니다. 신선한 스토리나 강렬한 반전을 기대할만한 게임은 전혀 아니지만, 그런걸 원한다면 이 게임을 택하진 않으시겠죠. 오랜만에 나온 AA급 재미있는 액션 게임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저처럼 시스템 일부에 불호를 느끼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걸 보완할 시스템도 갖춰져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렴하게 나와서 부담이 없습니다. 스팀 판매가 3.4만원이고, 엑박 게임패스를 쓰신다면 현재 마소 산하에 들어간 베데스다 게임이라 발매일에 게임패스로 풀려 무료로 플레이 가능하기도 하구요.
뭔가 주절주절 많이 떠들긴 했는데 주로 푸념이 가득한 것 같군요. 이상 하이파이 러쉬 노멀 클리어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39.7.***.***
리뷰 잘봤습니다 ㅎㅎ 겜게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리뷰네요.
1.220.***.***
훌륭한 리뷰입니다. 장단점에 대해서 가급적 주관적인 아쉬움을 대다수의 단점이 아닌 취향 또는 음감의 적응도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점으로 잘 정리해주셨고 왜 불호인지 그 이유또한 나름 명확해서 설득력도 높네요. 가장 공감된 건 딱 보는 순간 전혀 다른 게임(스타일이건 게임을 풀어가는 시스템이건)인 젯셋을 저도 떠올렸다는 것입니다. 하위호환에서 아마 음원들 때문에 안되겠지라고 하면서 내심 기대했던 작품이기도 했구요. 지금도 PS1부터 지금의 현세대기 까지 콘솔에서 즐긴 게임 중 가장 오랜시간 플레이한 게임은 아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이었습니다. 저도 아주 즐겁게 플레이했고 후반부로 가면서 콤보들을 전부 언락하니 어지간한 연타버튼에 대한 콤보버튼이 대응이 되니 더 스타일리쉬해지는 맛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박치들을 위한 다다다다 공격도 있으니까요. 2회차를 해도 막힌 요소들이 억지스럽지 않고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켜서 2회차까지는 딱 재밌게 신선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42.126.***.***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 자기 생각을 글로 묵직하고 깊이있게 풀어낼 줄 아는 분들 보면 참 멋있고 감탄스러워요. 글 잘 봤습니다.
128.134.***.***
와우.. 정성이 아주 대단하십니다. 일단 추천 박고 읽겠습니다.
121.161.***.***
125.137.***.***
128.134.***.***
와우.. 정성이 아주 대단하십니다. 일단 추천 박고 읽겠습니다.
39.7.***.***
리뷰 잘봤습니다 ㅎㅎ 겜게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리뷰네요.
59.25.***.***
45.112.***.***
142.126.***.***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 자기 생각을 글로 묵직하고 깊이있게 풀어낼 줄 아는 분들 보면 참 멋있고 감탄스러워요. 글 잘 봤습니다.
1.220.***.***
훌륭한 리뷰입니다. 장단점에 대해서 가급적 주관적인 아쉬움을 대다수의 단점이 아닌 취향 또는 음감의 적응도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점으로 잘 정리해주셨고 왜 불호인지 그 이유또한 나름 명확해서 설득력도 높네요. 가장 공감된 건 딱 보는 순간 전혀 다른 게임(스타일이건 게임을 풀어가는 시스템이건)인 젯셋을 저도 떠올렸다는 것입니다. 하위호환에서 아마 음원들 때문에 안되겠지라고 하면서 내심 기대했던 작품이기도 했구요. 지금도 PS1부터 지금의 현세대기 까지 콘솔에서 즐긴 게임 중 가장 오랜시간 플레이한 게임은 아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이었습니다. 저도 아주 즐겁게 플레이했고 후반부로 가면서 콤보들을 전부 언락하니 어지간한 연타버튼에 대한 콤보버튼이 대응이 되니 더 스타일리쉬해지는 맛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박치들을 위한 다다다다 공격도 있으니까요. 2회차를 해도 막힌 요소들이 억지스럽지 않고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켜서 2회차까지는 딱 재밌게 신선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