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champion/yunara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champion/yunara/
[읽어보시기 전에 알려드립니다. 이 손상된 원고 조각들은 코신 상부 곶 복원 작업 도중 옛 유적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기록들의 보관 방식에 관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오늘 아자카나들이 지붕 위를 스치는 소리를 비 내리는 소리로 착각했다. 거처를 나선 나를 기다리는 녀석들은 도합 열셋이었다. 그중 대부분은 손쉽게 처리했지만, 두 녀석은 조금 더 애를 먹였다.
흉측한 입을 벌려 사원의 벽에 매달린 한 녀석. 녀석의 이빨은 에이온 에르나에 부서졌고, 나는 널브러진 잔해를 절벽 아래로 밀었다. 두 번째 녀석은 그림자처럼 물에서 솟아올라 그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둠을 꿰뚫었다. 공격해오자, 어둠이 사원의 빛을 삼켰다.
하지만 나는 어둠이 두렵지 않다.
오랜만에 겨룰 만한 상대를 만나 기분이 좋았다. 공격할 때마다 무기는 나의 모든 손짓에 빛을 드리웠고, 나는 녀석을 내쫓았다.
그러나 그것과 싸우느라 내 위치가 사원 입구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때까지 절대로 가까이 가지 않았던 곳이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 명상했다.
최근 아카나 활동이 훨씬 활발해진 이유가 그의 힘이 불안정한 자들을 끌어당겨서인지 걱정된다.
하루 일과에 순찰 한 바퀴를 추가했다.
이곳, 영혼의 세계에서는 자주 죽은 자들에 관한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런 말을 하면 날 비웃으시겠지만, 가장 많이 생각나는 분은 라오 사부님이다. 그분의 가르침은 드물긴 했어도 우리의 일상에 깊은 의미를 더했다. 완전히 이해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그 가르침들이 얼마나 소중하면서도 어기기 쉬운 것이었는지.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브히난 대사부님이 우리를 어엿한 수련생으로 키워냈을 때쯤, 라오 사부는 이미 전쟁 준비를 시작한 뒤였다.
사부는 타락한 자들을 상대로는 전혀 승산이 없다며, 그 추종자들 역시 비록 필멸의 존재지만 얕잡아보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애석하게도 그 경고를 도전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승리가 아닌 죽음을 맞이했지만.
자이 탈로. 사부님 역시 자신의 조언을 따랐다면 좋았을 텐데.
달빛 아래, 타락한 자의 하수인이 라오 사부의 뒤를 노리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림자 사이로 살며시 다가가 그자를 쓰러뜨렸다. 돌아서며 대견하다는 듯이 미소 짓던 라오 사부의 얼굴은 죽은 자의 옷에 새겨진 문양 앞에서 공포로 물들었다.
“이 피... 그녀가 우리를 뒤쫓을 것이다.”
사부는 내 장갑을 빼앗아 자신의 낡은 옷에 문질렀다. 그 눈빛은 도망치라는 신호였다.
바로 그때, 내 시야에 그녀가 들어왔다.
라오 사부는 그 불멸의 적에게 맞서보려 했지만 지체없이 속박당했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 보지 못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 서약들, 그중 특히 그림자의 권이 되어 지키기로 맹세했던 약속들을 되돌아보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부모님께서 나를 결사단에 맡기신 건 어릴 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서약들을 빠짐없이 외웠고, 아무런 의심 없이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현명한 사부님들이 전해준 가르침을 받들며, 비록 진정한 의도를 알지는 못하더라도 사부들의 본보기를 따르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전쟁 후 나는 원래 역할을 포기하고 다른 이에게 넘겨야만 했다.
나는 황혼의 사원을 수호하게 되었는데, 브히난 대사부의 작별 인사가 오래도록 나를 괴롭혔다. "널 따라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는 거의 없다. 이제 무엇을 솎아 낼지는 오롯이 네 판단에 좌우될 터이니, 네 심판을 나의 것과 같이 하거라.”
나는 그때 우리가 이 세상, 아니 다음 세상에서도 다시 만나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 그때의 말씀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일까, 아니면 그저 내가 들어야만 했던 말들일까?
어느 쪽이든 무슨 의미가 있으랴.
명상하지 않는 날들이 이제 희미하게 뒤섞여 간다.
주어진 훈련 시간이 영원하기에, 나는 에이온 에르나를 전투 외 용도로 사용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이제 그것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춤을 추고, 내 방들과 사원을 잇는 디딤돌로도 삼을 수 있다.
영혼의 물로 목욕한 이후 나는 더 빠르고 강해졌으며, 이 유물과 더욱 깊이 교감하게 된 것 같다. 무예 동작을 한 번 마치려면 원래 황혼의 기도문을 열여섯 번 읊조려야 했는데, 이제 열한 번이면 충분하다. 과연 물 때문인지 추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코신의 온천이 무척 그립다.
명상하는 도중에 환상이 보였다. 아니, 어쩌면 기억이었을지도.
우리는 다시 한번 부채 녀석과 그 추종자들을 쫓아 산을 오르며 숲을 지나고 있었다. 다르킨 녀석은 뒤쫓는 우리에게 분노하며 울부짖었고, 그 소리가 눈 덮인 봉우리들 사이로 메아리쳤다.
나는 에이온 에르나를 하늘로 던져, 검을 들고 덤벼들던 여자의 가슴팍에 꽂았다.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리는가 하더니 곧이어 단검이 내 귀를 스쳤다. 나는 자세를 돌려 그 둘의 목숨을 끊었다.
습격자들의 신원을 알아내려고 내려다봤을 땐... 이미 내가 있는 곳은 산 위가 아니었다.
나를 에워싼 사원의 벽들이 살아 꿈틀거렸다. 동료가 서 있던 자리에는 낯선 이의 모습이 보였다. 이방의 옷을 입은 자. 새로운 위협인가?
사원에는 모든 침입, 심지어 꿈까지 막아내는 결계가 둘러져 있다. 예언이었던 걸까? 아니면 길 잃은 악몽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믿음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내 신념이든 나 자신이든 마찬가지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