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여러분, 두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검은 외계인들의 침략 소식에도 불구하고
스틸라인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거라 다짐...!
*치직*
소년은 칠흑 같은 방 한 가운데에 시체처럼 앉아있었다.
딱딱한 나무의자에 널부러진 채
간신히 숨만 쉬고있는 노릇이었다.
방 안은 쥐죽은듯 고요했다.
콘스탄챠가 방 안에 들어왔음에도
그는 아무 반응도 보이질 않았다.
“좋은 밤입니다 주인님.
콘스탄챠, 인사드리겠습니다.
... 주인님? 어디 불편하신가요?
... 주인님!”
콘스탄챠의 말에 남자는 겨우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완전히 절망에 빠진 얼굴로 말이다.
그는 깊은 한 숨을 내쉬더니 그녀에게 물었다.
“콘스탄챠... 물어볼게 있어...”
“네... 말씀하세요.”
“내가... 너희들의 주인일 자격은 있는걸까...?”
“네...?”
“나는... 비겁하고 더러운 범죄자야...
아무 저항도 못하는 소녀를 강제로 범한...
빌어먹을 강1간범이라고...”
“네에?!”
콘스탄챠가 놀라며 소리쳤다.
“그럴리가 없어요! 어떻게... 어떻게...
주인님... 그럴리가 없어요.
주인님같은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답답하고 우유부단한 분이...!”
“...”
“마리대장님과 처음 할 때도
잘 안 서가지고 곤란에 처했던 주인님이 설마...!”
“...”
콘스탄챠의 말에 더욱 위축된 그는
몸을 더 움츠렸다.
“주인님, 주인님과 함께한 시간이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 누구보다도 주인님을 잘 알아요.
주인님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에요!”
“... 잘 안 서서?”
“그거 말고요!”
콘스탄챠가 잔뜩 열을 올리며 말했다.
“주인님은 제가 봐왔던 인간들 중
가장 착하고 또 내성적이신 분이세요.
항상 남을 생각하고 또 그걸 위해 필사적이신 분이
설마 그 가... 강... 무서운 짓을 벌이셨다니...
다른분들은 믿는다해도 전 못 믿어요.”
“콘스탄챠...”
그는 감격에 벅찬 나머지 콘스탄챠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따뜻하게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끔찍한 소리를 들으신 거예요?”
순간 그의 생각이 멈추었다.
그녀에게 내가 겪었던 모든 일들을
말해주어도 될까? 날 미쳤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허나 상관없었다. 어차피 루프는 또 돌테니까.
그는 그녀에게 최대한 간결하게
여태까지 겪었던 일들을 전부 설명해주었다.
콘스탄챠는 놀란 표정으로,
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 음... 음...”
“못 믿겠지?”
“네, 솔직히 외람된 말씀이지만
주인님께서 그... 악몽을 꾸신 건 아닌지...”
“악몽이든 아니든,
넌 날 강1간범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거지?”
“음... 신문에는 범인이 누구라고
적혀있지 않았잖아요.
주인님이 아닐수도 있는거에요.”
“그게 아니고서야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
이런 죄책감의 공간이 형성될리가 없잖아.”
“어,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수도 있죠!”
콘스탄챠가 황급히 설명을 시작했다.
“그... 강... 간 사건을 보고도
겁에 질린 나머지 못 본 척 한 것 때문에
그런 죄책감이 생긴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럴수도 있겠다만 그것만으로는
이 망할 루프를 설명하기엔
부족한것 같은데...”
“음... 혹시 그 바이오로이드랑 주인님이
정말 친밀한 관계였다거나...”
“바이오로이드랑 학생이...?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평범한 학생이 가지기엔 좀 어려운 관계인걸...”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마키나양의 설명대로라면
성폭력 범죄에 대한 기억은
바느질, 지퍼, 자물쇠등의
잠금장치류로 표현한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주인님의 말씀에 따르면
알비스양이 들고 온 물건이라곤
고작 권총 하나 뿐이었어요.
앞뒤가 안 맞지 않나요?”
“...”
“이런 상황에서 마키나양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잖아요.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는 한
주인님의 과거는 강1간범이 아닐거에요.”
띠이! 띠이! 띠이!
때마침 시계가 울리자 콘스탄챠는
손가락으로 그의 손목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시계! 마키나양이 말했던것 중에
시계도 있었잖아요!”
“아냐, 콘스탄챠.”
그가 시계를 풀면서 말했다.
“시계는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거야.
기억 안 나?”
“어... 아, 그랬었죠...”
그녀가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해하자
그는 시계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말이 옳았다.
마키나의 설명이 맞다면
알비스는 잠금장치를 소유한 채로
그를 찾아와야 맞는 것이었다.
하지만 알비스는 총기를 들고 그를 습격했다.
배신, 사기를 뜻하는 물건들을 가지고 왔다는 말이다.
하지만 알비스는 수 차례 강1간을 당했다고
닥터가 말해주었다.
배신, 사기와 강1간, 두 가지 사이에
어떠한 접점이 있는것일까?
...
*치직*
즐거움 가득한 곳 테마파크에서 즐겨요 ♬
폴라 카드로 모두 함께 웃어요
쥬시 후레쉬~♬ 후레쉬 민트~♬ 스피아 민트~♬
오~ 폴라 카드~!
좋은사람 만나면 함께 쓰고 싶어요
카드라면 폴라~♬ 폴라 카드!
*치직*
또다시 그 광고가 틀어지고
그는 결심한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인님... 아직도 그 생각에 빠져 계신가요?”
“음... 한 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네?”
그가 현관문 고리를 잡으면서 말했다.
“이대로 나가면 어떻게 되는거지?”
“네?”
그리고 문을 활짝 열더니 문밖으로 나갔다.
칠흑 처럼 어두운 공간이 그를 맞이했다.
그는 두려움없이 빠르게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3분 남았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두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검은 외계인들의 침략 소식에도 불구하고
스틸라인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거라 다짐...!
*치직*
그는 처음처럼 다시 낡은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럼 그렇지...”
그는 무릎을 탈탈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1간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들이 남아있었다.
그가 하지 않았다면 누가 강1간했는가?
마키나의 말대로 그녀는 왜 배신을 상징하는
총을 들고 있는것인가?
도대체 그녀와 그는 무슨 관계였던 것인가?
생각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나왔다.
이 생각의 매듭들을 풀 방법이 그에게는 없었다.
그에게는...
“좋은 밤입니다 주인니...”
“그래, 좋은 밤이야 콘스탄챠.
있지, 내가 한 3분동안 명상을 하려고 하거든?
조금만 기다려줄래?”
그리고는 TV앞에 무릎꿇고 앉아
TV에 머리를 갖다 대더니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마지막이야. 거의 다 왔어.
내가 죄를 지었다는 것까지는 알아냈어.
강1간은 아니지만 어떤 죄를 지었다는 것도 알고.
이제 네가 한 가지만 나를 도와주면 돼.
난 그녀와 무슨 일이 있었지?
그녀에게 난 무슨 죄를 지은거지?
난 도대체 무슨 과거를 가지고 있는거지?
제발. 내게 진실을 알려줘.”
...
TV는 아무 응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보았다.
그런 그를 보며 콘스탄챠가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명상이 잘... 안 되셨나봐요?”
“응, 콘스탄챠.”
그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저기...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네가 죄를 지었다고 쳐봐.
근데 그 죄를 용서받을 길이 안 보여.
그 죄로부터 벗어날 수도 없을 때에,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갑작스런 질문에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의 질문에 답변을 했다.
“받아들이... 겠죠?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자신의 일부였던 것처럼
온전히 받아들이겠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곤 감격한듯
그녀에게 달려들어 깊은 입맞춤을 선사했다.
그리곤 벌게진 얼굴을 한 그녀를 내버려두고
다시 TV 앞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나는... 내 죄를 받아들이겠어.
그게 무슨 죄건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어.
내게 알려줘.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를...”
TV는 잠시 동안 지지직거리더니
이내 화면으로 어떤 영상을 출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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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고*
다음 기억은 사람에 따라 다소 역겨울 수 있으니
비위가 약한 분들은 부디 읽는것을 삼가하시기 바랍니다.
한 아이가 등교를 거부한지 이 주가 지났어요.
아이의 부모가 물어보아도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죠.
아이는 두려웠던겁니다.
자신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사실을
그의 부모가 알게된다면 틀림없이
깊게 상심하실테니까요.
아이는 말없이 방안에 있었고
부모의 인내심이 다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는 강제로 아이를 떠밀었고
아이는 어쩔수 없이 등교길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학교는 그를 잊고있었습니다.
그는 그들에게 필요가 없었던거지요.
아이를 따돌리던 불량배들이 저기 있네요.
아이를 조롱하며 비웃기 시작했어요.
그는 혼자였어요. 늘 그러했듯이.
그러던 어느날, 변화가 찾아왔어요.
체육시간이 되어 체육관 창고에서 훌라후프를
가져올 일이 생겼거든요.
운동화가 사라져 맨발로 창고에 가던 아이는
창고 안에서 이상한 소음을 들었어요.
쥐라고 하기엔 묵직하고
곰이라하기엔 날렵한 소리에
살짝 겁이 났던 소년은
살짝 문을 열어 무엇이 있는지 확인했어요.
안에는 글쎄... 별거 없었어요.
그냥 사람 그림자만 보였을 뿐이었죠.
안도한 그는 문을 활짝 열었고
창고 안에 있는 어떤 소녀를 만나게 되었어요.
어떤 소녀
‘넌 누구니?’
소년이 물었어요.
소녀는 아무 말이 없자 소년은 다시 물었어요.
‘여기 사는거니? 여긴 아무것도 없어.
먹을것도, 씻을 곳도, 잘 곳... 은 있겠네.
매트리스라도 있으니까.’
그래도 소녀는 말이 없었어요.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죠.
그러자 아이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소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어요.
그리고 소녀의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아무 일도 아니라는듯 말을 건내기 시작했죠.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너 혼자니? 나도 그래. 나도 너랑 같아.
내 근처엔 아무도 안 오거든.
내가 이렇게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소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녀는 캭소리를 내며 후다닥 물러났어요.
‘... 다들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지.
다들 그래.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러는지.
... 아, 너 혹시 배는 안 고프니?’
소년이 주머니에서 잔뜩 구겨진 빵을 꺼냈어요.
‘오늘 급식으로 나온건데
난 별로 안 좋아하는거라서.
너 먹고싶으면 먹어.’
소녀는 경계심을 풀지 않고
조금씩 소년에게 다가갔어요.
그리고 확! 소년의 손에서 빵을 체갔죠.
그리곤 구석에 쳐박혀 빵에 코를 쳐박으며 먹자
소년은 미소를 지으며 벌러덩 뒤로 누웠어요.
‘아... 나도 너처럼 아무도 없는곳에 혼자 있고싶다.
나 괴롭히는 애들도 없고 방관하는 교사들도 없고
부모도 없고 다들 없는 곳에말야.
... 그래서 너 여기있는거야?
도망치고싶어서?’
소녀는 아무 말 없이 빵을 먹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이는 기쁜듯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너도 그렇구나! 이야, 정말 반가운걸?
있지, 너만 좋다면 자주 만나고싶은데 어때?
먹을것도 잔뜩 가져올게. 응? 만나도 돼?’
소녀는 무어라 웅얼거리긴 했으나
곧 밖에서 들려온 고함소리에
대화는 중단되고 말았어요.
소년은 화들짝 놀라더니
곧 창고 구석에 놓인 훌라후프를 몇 개 집고선
소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내곤 떠나갔어요.
‘미안! 할 일을 까먹고 있었네.
아, 내 이름은 민철이야!
잘 기억해둬! 또 보자!’
소년은 바삐 창고를 벗어났어요.
소녀는 그런 그를 보며 중얼거렸죠.
‘민...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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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
그는 다시 TV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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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내가 말했지.
이제 그만 괴롭혀! 난 바보가 아냐!
근데 그 녀석들은 뭘 했는지 알아?
막 푸하하 웃더니 다짜고짜 내 얼굴을
퍽! 하고 때렸지 뭐야?’
비좁은 창고 안에서
소년은 신이난 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고
소녀는 소년이 가져온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있었어요.
소녀는 소년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어보였지만
소년은 상관않고 계속해서 떠들어댔죠.
‘나도 자존심은 있었어.
내 밥에 침이나 뱉는 놈 멱살을 잡고
내동댕이 칠 생각이었지.
근데 그 녀석은 나보다 키가 10센티나 커가지고...
역으로 내가 내동댕이 쳐졌지...
다들 웃었어...
내가 넘어진 채 얻어맞는 모습을 보고.
뭐가 그렇게 웃긴거야?
난쟁이똥자루가 얻어맞는 광경이?
우스꽝스럽게 고꾸라진 모습이?
하아... 진짜 다 싫어. 전부 다!’
소년의 외침에 소녀는 깜짝 놀랐으나
그것도 잠시뿐, 다시 음식에 대한
무한한 흥미를 식히지 않았어요.
아이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너털 웃음을 띄며 말했죠.
‘먹어... 난 이제 음식만도 못한 존재구나...’
소년은 자신이 너무나도 비참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죠.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고요.
이젠 그런 취급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왠 이름 모를 소녀에게까지 그런 취급을 받자
소년은 자신의 처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리곤 자신의 한심한 모습에 절로 눈물이 나왔죠.
그러다 괜시리 부끄러워져
얼른 눈물을 닦는데 갑자기 소녀가 손바닥으로
소년의 머리를 토닥이면서 말했어요.
‘민... 철... 민철...’
소년은 가슴이 두근거리는것을 느꼈어요.
그러면서 소녀에게 괜히 큰소리를 쳤죠.
‘바, 바보야! 나 안 울어! 위로하지마!’
그러자 소녀는 즉시 머리를 토닥이는걸 중단했어요.
어이가 없어진 아이는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죠.
‘해줄거면... 안아주기라도 하든가...’
그 말을 들은 소녀는 바로
소년을 품에 안아주었어요.
생각보다 볼륨있는 소녀의 가슴에
소년의 얼굴은 홍당무보다도 더 붉어졌죠.
그러나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에 소년은
한 번도 느껴본적 없던 편안함을 만끽하게 되었어요.
어느덧 좋은 시간이 떠나가고 해가 저물 무렵
손목의 시계가 알람을 울리자
소년은 갈 채비를 하면서 소녀에게 부탁했어요.
‘언젠가 창고 밖을 나와서
저 멀리까지 떠나보자.
너나 나나 언제까지고 좁은 방 안에
갇혀있을 수만은 없잖아!
분명 우릴 기다리고있는 멋진 광경이 존재할거야!
나 혼자서라면 불가능 할 것 같지만...
왠지 너와 함께라면 할 수 있을것 같아!
어때? 나와 함께 떠나줄래?’
소녀는 두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소년은 가벼운 작별인사를 하며 집으로 돌아갔죠.
소녀는 그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가슴에 손을 올린 후 중얼거렸어요.
‘민... 철. 헤헤... 민철 민철.’
그런데 힘차게 뛰어가는 민철을
그를 괴롭히곤 하던 불량배들이 발견했어요.
‘민철 저 자식은 어디서 뛰쳐가는거야?’
‘행복해하는 모습 꼴도 보기 싫네.’
‘저기 뭐라도 숨겨놨나? 한 번 가보자.’
불량배들이 발을 옮겨 체육관 창고로 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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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머리가 팽팽돌았고 입 안이 빠르게 말랐다.
그는 자리를 박차 일어나고싶은 심정을 억누르고
다시 TV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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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한참을 뛰어가다가 문득
주머니속에 무언가가 있음을 깨달았어요.
잠시 멈춰서서 주머니속을 뒤져보니
소녀에게 주려고 한 달치 용돈을
탈탈 털어서 구매한 고구마 슈크림을 발견했죠.
아차싶던 소년은 서둘러 발길을 돌려
체육관으로 발길을 옮겼죠.
유통기한이 내일까지라서
겨우 반 값에 구매한건데
오늘이 지나면 쓸모가 없어져버리니까요.
부디 소녀의 배가 덜찼기를 빌면서
소년은 환하게 웃으며 뛰어갔어요.
어느새 도착한 체육관, 날은 이미 저물어
달이 뜨고 난 후였어요.
너무 늦은걸까? 소년은 생각했죠.
그냥 돌아갈까도 생각해보았지만
그래도 이왕 온 김에 건네주기라도 하자며
소년은 체육관 창고의 문을 밀려고 했어요.
그러나 안에서 들리는 커다란 신음소리에
소년의 몸은 순간 돌처럼 굳어졌어요.
그리고 점차 거세져가는 신음소리에
소년은 도망을 치고 싶었어요.
허나 그는 그러지 않았죠.
오히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조용히 창고의 문을 열어 안을 확인했죠.
그 안에는, 세상에.
소녀가 세 명의 불량배와 성교를 하고 있었어요.
한 명은 소녀의 입으로 즐기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소녀에게 박으면서
그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쳐박고 있었고
나머지 한 명은 뒤에서 손장난을 하고 있었어요.
소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불량배의 성기를 억지로 빨고 있었고
소녀의 몸에 달라붙은 불량배들은
잔뜩 흥분한 채 몸을 앞뒤로 흔들었어요.
소년은 생각했죠.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소년은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었어요.
아주 뒤틀어서 떨어져 나갈정도로 아프게 꼬집었죠.
하지만 꿈은 깨어나지 않았어요.
이게 현실이었어요, 민철.
--------------------------------------------
민철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TV에서 떨어졌다.
허나 TV는 계속해서 영상을 틀어주었다.
--------------------------------------------
소년은 근처에 숨어있었어요.
몇 시간이 지나고
거사를 치른 불량배들이
창고에서 나와 떠들어 댔어요.
‘내가 뭐랬어?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의 명령에 복종한다니까?’
‘민철 녀석, 여태 지 혼자만 즐기고 있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배아프단 말이지?’
‘우리의 애정어린 관심이 모잘랐나봐.
내일부터 제대로 손봐주자고!’
그렇게 불량배 세 명이 떠나가자
이번엔 소년이 창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창고 안은 비릿한 오징어 냄새로 가득했죠.
소년은 곧 소녀를 발견했어요.
하얀 액체로 범벅이 된 그녀를.
소년이 나지막히 말했어요.
‘괜찮아...?’
‘...’
‘나... 나 어떻게 해야하지...?’
‘...’
‘미안해.. 미안해...
나... 나 너무 무서워서...
걔들이 너무 무서워서... 그래서...’
‘... 민철.’
‘으, 응?’
‘민철... 민... 철.’
‘그... 미안...’
‘민처얼...’
‘으으... 미안해!!!’
그리고 소년은 그 길로 떠나고 말았어요.
소년은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을 이끌고
달음박질을 쳤어요.
세상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억울하고 슬프고
자신에게 화가 났고 폭발해버릴것 같았죠.
세상이 그를 싫어하는것 같았어요.
세상 모든 것들이 그를 비웃는것 같았죠.
소년은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집으로 뛰쳐갔어요.
집에 늦게 도착한 소년을 혼내는 부모도 무시하고
그는 방 안으로 숨어들었어요.
문도 걸어 잠그고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부모도 외면한 채
그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썼어요.
그리고...
아이가 등교를 거부한지 이 주가 지났어요.
아이의 부모가 물어보아도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죠.
아이는 분노했던겁니다.
무력한 자신에, 세상에, 모든것에.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세상으로부터
잊혀지고싶었어요.
허나 세상은 그러하지 않았답니다.
어느 날 양복입은 아저씨들이
소년을 찾아왔어요.
그것도 알비스와 함께말이죠.
그녀의 꼴은 말이 아니었어요.
맨발에 상처투성이, 여기저기 찢겨진 옷,
몸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멍들까지.
허나 그녀는 그런 모습에도 웃고 있었어요.
양복쟁이들이 말하길,
자신들의 회사에 도난사고가 발생했고
알비스 한 기가 사라지는 일이 있었으며
몇 일에 걸쳐 그녀를 추적했고,
마침내 발견한 알비스는 이곳 저곳이 손상된 채
누군가를 찾아 방황하고 있었다고.
정확히 민철이라는 이름을 부르던데
혹시 네가 이 알비스를 훔친 장본인이냐고.
만약 맞다면 회사 제품에 손상을 가한 죄로
막대한 손해배상을 치를 거라고 말했어요.
너무나도 사나운 기세에 소년은
절로 겁에 질리고 말았죠.
그런 소년에게 소녀가 다가왔어요.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민철... 민철... 가자...’
양복쟁이들이 그 모습을 보곤 소년을 몰아붙혔어요.
알비스를 손상시킨게 네놈이 맞냐고.
계속되는 추궁에 소년은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소리쳤어요.
‘난... 몰라요! 이런 애 몰라요!
내 탓이 아니에요! 난 모른다구요!!’
소녀는 충격에 휩싸인 눈빛으로
그녀를 이끄는 양복쟁이들의 손길에 끌려 나갔어요.
소년은 떠나가는 그들을 보고 중얼거렸죠.
“아냐... 아냐... 이게 아닌데...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또 다시...
... 무서워. 차라리 다 잊고싶어...”
소년의 귓가로 TV 소리가 스며들어왔어요.
즐거움 가득한 곳 테마파크에서 즐겨요 ♬
폴라 카드로 모두 함께 웃어요
쥬시 후레쉬~♬ 후레쉬 민트~♬ 스피아 민트~♬
오~ 폴라 카드~!
좋은사람 만나면 함께 쓰고 싶어요
카드라면 폴라~♬ 폴라 카드!
*치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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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의 흥분이 한 순간에 날아가듯
그의 속이 공허해졌다.
도저히 믿을수 없는 현실에 그는
한 줄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설마... 설마... 말도 안돼...”
좌절한 그를 맞이하듯 현관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허나 그 뒤에 있는 이는 콘스탄챠가 아니었다.
알비스가 낡은 옷차림으로
작은 권총을 든 채 가만히 서있었다.
“난... 난...”
그는 충격에 빠졌다. 자신에게 닥친 현실이
너무나도 버거운 것처럼 보였다.
알비스는 총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예전처럼 금방 쏘지는 않았다.
그녀는 듣고싶은것 같았다.
그가 하려는 얘기를 듣고싶은것 같았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너만 고통받고...”
알비스는 슬픈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더 용감했더라면... 더 솔직했더라면...
네가 그런 꼴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알비스는 그의 사과를 듣고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꿰매진 눈 틈 사이로 눈물을 흘렸다.
너무나도 긴 시간이 흘렀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진작에 했어야 했을 사과를 너무 늦은 시간에,
늦은 상황에 하고 만 소년,
그를 향해 알비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 민... 철?”
소년은 눈물을 흘리며 환하게 웃었다.
“응, 나 민철이야. 기억해?”
알비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민... 철? 민...철 민철... 민철민철”
“응, 민철이야 알비스. 나 민철이ㅇ...”
“민철? 민철? 민철? 민철?”
“알비... 스?”
알비스는 고장난것처럼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민철?”
“...”
그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쯤
알비스의 총 든 손이 그녀의 머리로 향하기 시작했다.
“알비스...? 알비스? 안돼!!!”
그리고 그가 말릴 틈도 없이
알비스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알비스의 뇌수가 반대편 벽을 향해 뿌려졌다.
사령관이 달려갔을 때 쯤
그의 귓가로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3분이 지났습니다.
소년은 비명을 질렀다.
손톱으로 미친듯이 얼굴을 긁으며
구역질을 하듯 울부짖고 있었다.
그는 너무나도 잔인한 꿈을 꾸었다.
혹은 비참한 현실을 경험했거나.
“콘스탄챠... 마키나... 누가... 누가 나 좀 살려줘...
제발 나 좀... 살려줘...”
대답 없는 방 한 가운데에서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땅에 쳐박곤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계속해서 흘렸다.
3분이 지나고, 4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났다.
방 안으로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콘스탄챠도 알비스도 어느 누구도.
차라리 누군가가 끝이라도 내줬으면 좋으련만
그는 살아서 고통을 받는길을 걸어야만했다.
“... 마키나?”
그가 속이 뒤틀리는 듯한 심정으로
TV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이만하면 됐잖아... 시뮬레이션을 종료시켜!”
허나 TV는 작동하지 않았다.
검은 화면만을 띄운 채 조용히 있었다.
그러자 그가 TV를 붙잡고 거칠게 흔들며 소리쳤다.
“이 개같은 새끼야 정지시키라고!!
이만하면 됐잖아!
난 잊어먹었던 죄를 기억해냈어!
다 알았다고!!!
이제 나 좀 꺼내줘... 이 정도면 됐잖아...
여기서 뭘... 뭘 더 해야하는데...?
내가 뭘 더 해야 이 개같은 장소를
벗어날 수 있는거냐고!!!”
그가 앉아있었던 나무의자를 들어올려
TV를 향해 내려치기 시작했다.
허나 부서지도록 내려친 기세에도
TV는 조금의 흠집조차 나질 않자
그는 지쳤는지 TV 앞에
무릎꿇고 앉아 거친 숨을 골랐다.
“내게 뭘 원하는거야...
내가 뭘 하길 원하는 거냐고...
반성이야? 자책이야? ㅆㅂ 자해라도 할까?
도대체... 도대체 뭘 어쩌라고...”
*치직*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TV에 신호가 들어왔다.
정말 멀리 돌아가는 길이었어.
정말 정말 아득할 정도로 멀리 돌아가는 길이었어...
*치직*
♫에이디아 난 믿어, 내가 널 망쳐버렸다고♬
에이디아 난 알아, 내가 널 실망시켰다고♪
난 지켜보고 있어,
우리가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알기 위해♬
♪ 에이디아 난 생각해, 우린 잘 풀어낼 수 있다고
하지만 난 알아 너의 기분을 바꿀 순 없겠지 ♫
난 너를 불행 안에 두고 떠났으니♪
*치직*
- 자, 내 목을 베어라! 패배는 검사의 수치이니!
- 아니... 널 죽이진 않겠어.
- 뭣이...!
- 널 죽인다고 그녀가 살아날까...?
겨우 네깟놈의 목숨하나 날린다고...?
아니, 그럴리가 없겠지.
그녀는 이미 죽었는데.
*치직*
시간의 흐름은 불가항력, 우리가 어찌할 수 없겠지요.
그 시간 속에서 우리가 벌인 수많은 죄악들,
그림을 지우듯 지우개로 지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영원토록 용서받을 길이 없다면...
당신은 어쩌시겠어요...?
*치직*
시간이 멈춘것처럼 그 또한 멈춰버렸다.
입안이 바싹 마르고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영원토록 용서받을 길이 없다면
당신은 어쩌시겠어요...?‘
... 어쩐지 익숙한 질문이었다.
그에대한 답도 이미 예전에 들은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권총을 든 알비스가
가만히 서서 그를 지켜보고있었다.
그는 무릎을 탁탁 털며 천천히 일어섰다.
참 긴 시간이었다. 참으로 고통스런 시간들이었다.
수많은 시간을 겪으며,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며
지금 이 순간이 만들어졌다.
그는 답을 찾았다.
‘알비스?’
그가 부드럽게, 허나 힘을 주어 말했다.
“정말 미안해.
그들이 네게 몹쓸짓을 하게 내벼려둬서.
겁에 질린 채 너를 버리고 도망쳐서.
너를... 너를 혼자 남겨두어서.
아무리 용서를 빌어도, 고통스러워해도
너는 용서해주지 않겠지.
이미 너무 늦고 말았으니까.”
그가 천천히 알비스에게 다가갔다.
알비스는 물러서지 않고
가만히 서서 그를 지켜보았다.
“너는 죽었어.
그들이 데려가서 폐기 시켰겠지.
그걸로 내 죄를 용서받을 길이 사라지고 만거야.
영원히.
하지만 그걸로 끝난것은 아니겠지.
난 아직도 살아있으니까.
이제 어찌해야할까?
너에 대한 죄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내 마음,
둘은 내가 죽을 때까지 함께 할 텐데.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텐데...
글쎄... 그에 대한 내 답은...”
사령관이 알비스가 권총을 들고있는 손을
천천히 들어올려 자신의 이마에 갔다댔다.
“사라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품고 가겠어.
너에 대한 기억, 의식, 죄책감, 생각 전부 다.
네게 저지른 짓들을 결코 망각하지 않을게.
살아 숨쉬는 한 내 죄들을 속죄하며 살아갈게.
널 절대로 잊지 않을게.”
알비스의 꿰매진 눈 사이로
눈물 한 줄기가 흘러 나왔다.
그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미안해, 알비스.
날 내 죄와 함께 묻어줘.”
타앙!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그는 딱딱한 나무의자에
널부러진 채 숨이 끊어졌다.
그렇게 소년은 칠흑 같은 방 한 가운데에
시체처럼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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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귓가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3분이 지났습니다... 사령관님.”
그는 어느 기계의 포드 안에 누워있었다.
마키나가 손을 그에게 뻗으며 말했다.
“그 속에서 답을 찾으셨나요?”
그는 손으로 눈가를 닦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너였구나. 내게 신호를 보내준 이가.
TV로 힌트를 준 사람도 너지?”
“그저 훈수를 조금 두었을 뿐입니다.”
마키나가 후후 웃으며 말했다.
“여기 모니터를 통해 모두 지켜보고 있었지요.”
“전부...?”
“전부 다요.”
마키나가 손에 힘을주어 그를 일으키더니
그를 힘껏 끌어안아 주었다.
“많이 힘드셨죠? 죄송해요.
너무 가혹한 시련을 안겨드리고 말았네요.”
“아냐, 마키나. 오히려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그 역시 마키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너와 저 기계가 아니었으면
난 평생 잊어선 안될 기억을 망각한 채 살아갔을거야.
고마워. 내가 죄와 함께 살아가게 해줘서.”
마키나는 그를 풀어주며 웃어보였다.
“후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드려요.”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마키나가 깜빡했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 그렇지. 사령관님?
이번건 제가 드리는 개인적인 선물이에요.
부디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그와 동시에 손에 든 리모콘을 눌러
방 문을 열었다.
그 뒤에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자
그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사령관님!”
바로 알비스였다.
눈이 철사로 꿰이지 않은,
권총을 들고있지도 않은 현실의 알비스였다.
“사령관님! 마키나가 불러서 왔어!
막 파견 갔다와서 알비스 진짜진짜 피곤한데
알비스 사령관님 진짜진짜 좋아하니까...
응? 왜 그래, 사령관님?”
사령관이 알비스에게 다가가
그녀를 조심히 끌어 안았다.
그러면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흘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있지... 알비스?”
“응! 알비스 여기있어!”
“나중에... 언젠가 이곳을 떠나서
저 멀리까지 가보지 않을래?
멋있는 것도 많을거고...
이쁘고 신기한 것들도 많을거야...
언제라도 좋으니까... 가보지 않을래...?”
알비스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답을 내놓았다.
“음... 싫어!”
“싫어...? 왜?”
알비스가 사령관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멀리 가서... 만약 못 돌아오면 어떡해?
알비스 사령관님이랑 같이 있구싶긴 한데...
길 잃어서 못 돌아오면
알비스 언니들이랑 다시 못 만나잖아...”
그 말에 사령관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기억하면 되지.
가면서 특이한 산이나 바위도 보고,
가끔 왔던 길들을 돌아보기도 하고,
높은 곳에서 익숙한 길을 찾으면 되잖아.
그럼 잊지 않을 수 있을거야. 분명히.
그러니까... 같이 가자... 응?”
그 말에 알비스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응! 그럼 알비스 같이 갈래!
사령관님이랑 같이 갈게!”
민철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알비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알비스는 신이나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문 밖을 나섰다.
민철의 사과는 너무 늦고 말았지만
적어도 지금을 살아갈 수는 있었다.
후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리라,
마키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길고 길었던 글을 마친다.
/>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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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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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8.07 09: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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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게임 철학적이어서 조금 어렵죠 ㅋㅋㅋ | 22.08.07 1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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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8.07 09: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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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배드엔딩으로 갈 생각이었지만... 너무 찝찝할 것 같아서 바꿨습니다 ㅎㅎ | 22.08.07 22:3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