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XXX년 xx월 xx일
실험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이 하샤신들이 망가져 가는 것이 좋은 것 같았다.
다른 연구원들은 이 실험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빛의 뜻을 따르는 우리들에게 아케루스의 가호가 있다면서.
TV에 나오는 암흑 날개를 파멸시킨 영웅들을 보라면서. 그들은 축복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는 것이라면서.
아마 그 아케루스의 가호가 있다면 이 실험은 원하는 대로 풀릴 지도 모르겠지. 물론 아주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난 소용이 없겠지만.
2XXX년 xx월 xx일
폭주하는 하샤신들의 두뇌를 분석했다.
아무래도 이 개량 약물은 사람의 두뇌에 커다란 자극을 줘서 무언가 감정과 관련된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실험을 진행한 하샤신 2호는
당장이라도 모두 없애버리겠다 하면서 길길이 날뛰었다. 아마 여기서 추가로 시큐리티 포스의 대원을 본 딴 모형을 보면 결과가 나올 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그들이 원하는 실험결과를 뽑아내기엔 무리겠지만, 이 결과물들은 뭔가 흥미를 가져다 주기엔 충분했다.
2XXX년 xx월 xx일
몇몇 연구원에게 부탁해서 특별히 이 "망할" 하샤신들을 내 실험쥐로 진행했다.
감히 내 앞에서 대놓고 바람을 펴? 내가 뭐가 마음에 안들어서?
지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이들이 고통에 몸부림 쳐서 죽어가는 것이 중요할 뿐. 뭐, 이 둘이 감옥에서도 꽁냥대는 건 정말이지 꼴도보기가 싫었지만.
아, 어느 기업의 직원들에게 협력을 받아와서 연구 장비를 그 쪽 회사 것을 쓰기로 했다. 그 사람들도 사연이 있어서 협력 구하기엔 어렵진 않았다. 뭐, 아주 비밀리에 진행된 연구인지라 그 쪽 경영진은 꿈에도 몰랐을테지만.
2XXX년 xx월 xx일
어느 실험은 실패지만, 어느 실험은 성공이였다.
솔직히 좀 수상했다. 너무 수상할 정도로 실험이 잘 풀렸다. 정말로 대의명분이 있어서 그런가?
사실 세뇌약은 애초에 기대도 안했다. 그렇지만 그 기업에서 만든 저 분석장치는 꽤나 흥미로운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뭐, 이 분석장치는 인간이 아케루스를 따르는지 아트몬을 따르는지 보여줄 뿐, 그 외의 정령과 관련된 분석은 안되는 것 같았다.
아, 문제의 세뇌약도 잘만 쓰면 좋을 것 같았다. 예를 들면 뒷세계에 풀어버린다든가 아니면 암살용으로 써먹는다던가. 자백제도 잘만 쓰는 시큐리티 포스인데 이 세뇌약도 언젠가 써먹을 날이 오겠지. 폐기처분? 꿈도 꾸지 말라고 그래.
".......하아..... 빌어먹을...."
"우려는 했는데 이걸 진짜로 하다니.... 알베르님한테 얘네 실험 한두가지만 한게 아니라고 얘기 해야하나"
체포된 한 연구원한테서 압수한 일기장을 본 사일런스는 여러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알베르가 세뇌약 제조 시설을 파괴하고 있다곤 하지만 이 기록을 포함한 여러 데이터들은 사일런스의 멘탈을 공격하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이런 위험한 일은 마린에게도 영향이 갔었다. 그녀는 완전히 질려하는 듯한 표정으로 총대장실에 직접 찾아와서 시리우스 총대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빠, 짐작가? 난 이럴거 같아서 애초부터 자백제와 관련된 자료를 모조리 폐기처분 해야하지 않나 고민하곤 했었지. 자백제는 말레우스 일당이 만들었어. 예전에 암흑 날개의 전직 용자들에게 말레우스 일당이 자백제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안티아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 오빠는 그때 현장에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마린...."
"그리고 제발 날 함부로 우주 본부에 불러서 일 좀 시키지마. 거기다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내게 자백제 일을 맡긴거야. 말했잖아, 난 제발 그 끔찍한 광경을 두번 다시 보기 싫다고."
"미안해...... 너무 충격적이여서...."
"한두번이 아니야. 이번까지 합치면 5번째라고. 잘 생각해, 내가 정말로 걱정된다면 뭘 해야할지 말이야. 이러다 사람 망가지겠네."
"하아....."
정신력이 제대로 갉아먹힌 마린은 열받았는지 총대장실을 그대로 문을 쾅 닫은채 나가버렸고, 그런 마린을 본 시리우스 총대장도 여러 감정이 들었는지 멍하니 문만 바라볼 뿐이였다.
총대장실을 나온 마린은 사일런스가 있을 사무실에 찾아가서 그 사일런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일런스, 미안해. 나도 강단이 없긴 없나봐. 총대장 오빠가 자백제를 쓴다고 결정 내렸을때 거기서 뜯어 말렸어야 했나봐. 그 자백제의 부작용과 악용 가능성,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괜찮아. 너무 민감한 문제이기도 했고 정신없어서 판단이 잘 안갔겠지. 일단 수습부터 해야하지 않겠어?"
"그 통화 기록은.... 아마 그 연구실 쪽이겠지."
"잘 들어봐. 얘네 제대로 일을 저지르려는 모양이야. 빌어먹을... 모조리 저세상으로 보내버려야하나..."
아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직접 정령의 기운을 집어넣어야 하겠지. 어디보자.... 강한 힘이 필요할텐데... 그 무녀들인가 뭔가를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이 것은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범죄 예방을 위해서니까 그녀도 충분히 따를것이다.
"누군가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사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번질꺼야. 특히 그 쪽 친구들에게 말이지."
"으..... 사일런스...."
"괜찮아. 우리에게 맡겨, 너도 잘못되면 안되잖아. 지금은 푹 쉬어. 나중에 내가 총대장님께 이야기해볼께, 마즈라위 선배도 이번 일 때문에 총대장님에게 할 말이 있으신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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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언제고 섭리(nature)와 싸울 수만은 없어, 존. 변화와 싸울 순 없고, 중력을 이길 수도 없어.
우린 어떤 것과도 싸울 수 없어. 내 평생, 내가 한 모든 일들은 온통 싸움뿐이었어.
-더치 반 더 린드, 레드 데드 리뎀션 중.
"안녕 마리아, 오늘은 잘 지냈어?"
"어머, 알리시. 여기서 널 다 만나네? 응. 오늘도 하루는 평화롭지."
리나 시티의 알콩달콩한 커플, 마리아와 알리시는 오늘도 서로 리나 시티의 광장에서 사랑을 나누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느날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 한눈에 반하면서 만나는 횟수가 서로 늘어나더니 어느샌가 사이가 많이 가까워져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연인으로 발전해 나갔다고 한다.
사귄지 몇개월이 지난 지금, 이제는 서로 동거를 하면서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된 두 사람은 서로 밥도 해주고 같이 잠을 자는 등 닭살 돋을 것만 같을지도 모르는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아.... 재료는 이정도면 충분하고.... 이제 집에 가서 저녁을 해야지... 하이고 근데..."
"괜찮겠지? 집에 올때 아무도 없었음 좋겠는데."
일이 있는지 어디론가 가서 늦게 올 예정인 마리아를 배웅한 채 마트에서 사온 재료들을 들고 집에 가고 있는 알리시는 혹시나 집에 다른 사람이 와 있진 않았을까 약간의 걱정을 한 채 집으로 향했다.
촉이 좋은 편인 알리시의 예상은 전혀 틀리지 않았을까, 리나 시티에서 자신의 주택에 도착한 그는 역시나 미리 와있는 누군가를 보면서 속으로 한숨을 내쉰채 들고 온 짐을 풀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아무... 에휴 그럼 그렇지. 기대 1도 안했다... 시장 봐왔어요. 요거 좀 냉장고에 넣어줄래요? 저 방에 좀... 으갸갸갸갹 이 엑스퓨어리좀 데리고 가줘봐요. 나 무섭다고요..."
"어 왔어? 으어어어어 힘들어 죽겠어.... 뭘 사왔으려나.... 계란에 돼지고기에... 좋아. 오늘 할 건 꺼내놓고 나머진 넣어둘께. 아니, 넌 얘하고 같이 지낸지 이제 일주일정도 됐을텐데 아직도 무서워하냐? 릴리 배려도 좀 해줘라."
"아니 내가 어떻게 얘 배려를 해요!!! 가끔 얘가 깔아뭉갤때 허리나갈거 같단 말이에요.... 그나저나 나나씨, 당신 언제 온거에요? 그리고, 당신도 이 집에 같이 살 줄은 몰랐는데."
"방금왔어. 우주 본부 일이 금방 끝나서, 근데 너도 벌써왔네. 이제 오후 5시인데 벌써 집에 오다니."
'대회 광탈해서 그냥 집에 갔습니다. 진짜 트럭도 적당히 맞아야지....' "아 뭐 예 그런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그 낫좀 치우고(중요) 얘기하면 안됩니까? 아니 제발 왜 절 저세상으로 보내려고 하는데요!!!"
"헛소리 집어치우고 옷이나 갈아입어, 빨래하게. 참내 뭘 했길래 그렇게 더러워진거야?"
알리시가 봐온 재료를 꺼내면서 오늘 저녁할 요리를 준비하는 나나, 어쨋든 알리시가 영 달갑진 않은지 살벌한 분위기에다가 낫을 들면서 자신을 노려보는 그녀를 보는 알리시는 이번에도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저녁은 많이 특별한 메뉴인지 한시간 넘게 조리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거실로 온 나나는 알리시와 또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 언니한테 말 하는 게 많이 달라졌더라? 아주 오글거려 죽겠어?"
"림이와 청월이 부부, 브레이크 형과 많이 만나다 보니까 어쩔수 없나봐요. 저도 마리아 누나가 사랑스.... 으와오랑로아아아!@$%!@#%!%!@#!@#"
"뭐요? 에스트렐라 언니 쪽은 그렇게 닭살돋진 않았을텐데? 하림쪽은 대충 넘어간다 쳐도... 야, 근데 리나 시티 닭살 커플하면 하나 더 있지 않냐? 아주 대표적인 닭살 커플로 악명높은 그쪽 말이야."
"으아아아악! 몰라요!! 모른단 말이에요!!! 그리고 전 저세상까지 갔다올 용기가 없... 안된다!!!! 릴리야 오지마!!!!"
"푸하하하핫!! 얘는 놀려먹는 맛이 있단 말이지. 정신 차리고 일어나셔, 수육 다됐다. 아니, 그것도 하나 버티지 못하고 빌빌댈꺼면 프로 듀얼리스트 일정은 감당 가능하긴 한거야?"
시간이 지나고 저녁먹을 시간이 다 되자 나나는 알리시를 불러서 식사 하자고 부추겼다. 아무래도 오늘의 저녁은 나나가 직접 한 모양. 먹음직스러운 수육과 김치를 포함한 여러 반찬들을 나나가 꺼내는 동안 릴리에게 당한 알리시는 뻐근한 몸으로 어찌저찌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고.
"아니, 이보쇼 오뚝이 3분 알리시씨. 언니 상대로 어떻게 3분만에 꼬신거야? 무슨 마음의 변화라도 쓴거야? 언니 다른 사람 만나는거 많이 어려워하는데. 완전히 사람이 달라졌어, 이러다가 3분만에 애도 생기는지 모르겠어."
"아 뭔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까! 제발 제 미래좀 살려주십쇼.... 이제 한참 얘기나눌 사이입니다. 동거 시작한지도 얼마 안되었고. 여기 주택가가 꽤나 비싼편인데 잘 구해서 다행이에요. 어찌저찌 집세 벌어야지..."
"안먹냐? 숟가락도 안들고 있던데?"
"아 먹어야지... 오벨 사장님이 손 좀 써줘서 싸게 하긴 했는데.... 어 그러고보니 마리아 누나 올 시간이네? 진짜 수육이 엄청 오래 걸리긴 한가보다..."
시간이 되자 마리아가 집에 오면서 먼저 밥을 먹고 있던 나나와 알리시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최근에 일이 있기도 했고, 또 오벨 사장이 마리아에게 동거할 집을 구하는 대신 조건을 걸기도 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해맑은 모습을 보이는 나나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드는 마리아이기도 했다.
"어, 마리아 왔구나. 저녁은 먹었어?"
"언니, 언제왔대? 밥은."
"따로 먹었어. 너네끼리 먹어, 와 근데 이거 나나 니가 한거야? 애가 요리를 꽤 한단 말이지. 의외야, 노래도 잘 부르더니만..."
"그러게. 방에 먼저 들어가있어, 많이 힘들거 아니야."
자신의 개인적인 방에 들어간 마리아는 오늘 좀 힘들었는지 그대로 침대에 뻗어버린채 드러누었다고 한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릴리를 간단하게 쓰다듬어준 마리아는 알리시와 동거를 할 무렵에 일어났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집은 여기가 좋겠군.... 마리아,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집 구해주는건 내가 해줄텐데 대신 조건은 기억하고 있지?'
'네. 알고 있어요.'
'나나, 정확하게는 카리나는 너한테 남은 마지막 혈육이니까. 아마 니가 살아가야만 하는 유일한 이유일지도 모르지, 아무리 나나가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가 겪었던 인생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어. 너희에게는 악몽일테고. 거기에다가 나나는.... 사실상 너한테....'
'맞아요. 전 그 아이를 질투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각오는 되어있어요.'
'벨의 연락처는 여기야.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일지라도, 니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더라도, 마리아 너한테는 꼭 필요할거라고 판단이 들어서 난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
"내 옛날 이야기... 행복해지고 싶어서 뭐든지 했던 이야기.... 예전의 나는...."
"난 아무런 힘이 없지만... 그래도 내 몸에는 정령의 피가 약간이나마 섞여있다고 했지...."
오벨 사장이 알리시와 마리아의 동거를 도와주는 대신에 걸었던 조건 두가지, 첫번째는 나나도 데리고 가서 같이 살 것. 그녀 혼자 외롭게 둘 수는 없다 판단한 오벨이 내린 결정이였다. 그리고 두번째, 과거의 마리아와 마주해볼 것. 정령계 어딘가에 있는 곳에서 추억과 관련된 이야기를 쫓아서 한번 과거의 자신과 마주해보라는 오벨 사장의 제안이였다. 뭐, 그 곳이 정확하게 어딘지는 잘 몰라서 마녀 벨의 도움을 받긴 해야하겠지만.
그리고 그 외에도 마리아는 에스트렐라의 권유로 인해 리나 시티에 있는 버려진 초등학교에 있는 의문의 연구실과 관련된 이야기를 맞이해보기도 했었다.(이후에 밝혀지겠지만, 스트 입장에선 의도치않게 마리아를 쌩으로 고생시킨거 같은지 약간의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당신.... 당신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길래 나나와 나를...."
"인격을 복제한 AI가 하나 더 있었을줄은 몰랐는데, 거짓과 기만 투성이인 당신이 대체 왜 나한테 그런 말을...."
'니 여동생, 꽤나 재미있는 아이더라. 귀여운 외모에 그런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넌 어떻게 무슨 생각으로 그런 아이에게 못되게 굴 생각을 했어? 게다가 걔를....'
'아... 안돼.... 아니야!!! 아니라고!!!!'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잘 해봐. 영원히 잊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남은 니 여동생이잖아? 지키고 싶다며? 못할것도 없지.'
'당신......'
"그래, 뭐가 진짜이고 뭐가 가짜인지는 잘 몰라. 하지만 그 이야기 자체는 진심이 담겨있을지도..... 그 기만.... 나도 넘어설테니까...."
긴 회상을 마친 마리아는 나중에 있을 일을 위해 천천히 준비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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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뜻에 반한다면, 그 말로는 오직 죽음뿐.
죄없는 자만이 살아남을 지어다
-세이크리아 사제, 로스트아크 소울이터 소개 영상 마지막에.
대충 대원들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세뇌약과 관련된 시설을 파괴했다는 일이 일어나고 난 다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다른 대원들과는 다르게 이 작전에 참여했던 김철수는 조금 언짢은 듯한 모양새였다. 자신도 연구실을 습격해서 이 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문제의 실험에 참여한 연구원들도 똑같이 교도소에 집어넣는 등 쏠쏠한 활약을 했다곤 하지만, 자신에게 대적하는 어느 연구원이 남긴 말과 그 연구실 안에서 봤던 자신과 관련된 데이터들, 무엇보다 김철수를 심란하게 만드는건 요즘따라 자신에게 둘도 없는 소중한 정령인 후우리가 통 연락이 없다는 것이였다.
몇몇 정령들처럼 자신의 힘이나 기운, 아니면 아예 영혼 자체를 누군가의 마음 속에 깃들어 사실상 수호령과 같은 느낌으로 자신이 찜한 사람과 같이 싸워나가거나 그 사람이 정령의 힘을 이용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즉, 김철수도 이런 케이스에 속해 있어서 (그 정령이 원한다면)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니면 무슨 일이 생겼는지 대충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보는건 또 다른 느낌이였을까, 최근부터 보이지 않는 후우리가 걱정되는 그였다.
'아니... 너는..... 역시 맞았군, 이런 케이스가 없진 않았지. 그러나 두 정령의 힘이 느껴지는건 처음이군. 너도 우리와 뜻을 함께했다면 분명히 엄청난 실험 결과가 나왔을터... 네놈이 암흑 날개의 장로에게 영향을 크게 받은게 실망스러울 지경이야. 말투 보면 한번에 알 수 있지.'
'이상한 소리는 접어둬. 난 다른건 몰라도 적어도 너희같은 사람들, 정확하게는 빛의 뜻인지 뭔지를 따를 생각은 없으니까. 적어도 이 이상한 실험이 아케루스를 위해선지 뭔지라면 말이야.'
'이건... 잘못된게 아닙니다! 대의를 위해서란 말입니다! 당신 시큐리티 포스도 이해하시지 않습니까! 더이상 악에 의해 희생되는 사람은 없어야 합니다! 하, 이 것들이요? 제 동생을 위협하고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악한 하샤신에게 내리는 응당한 처벌일 뿐입니다. 암흑 날개의 완전한 파멸, 당신도 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미안해, 난 좀 생각이 달라서 이해가 잘 안되서. 아니, 니 사정은 잘 알겠어. 그러나 그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을꺼란 생각은 안해본거야? 아 맞다, 그리고 그거 대의를 위해서 맞아? 너도 사정이 있는거 같은데, 거기 죽기 일보직전의 하샤신 보니까 너도 나처럼 아주 개인적인 이유가 있는거 같은데 말이지.'
'당신도 저희와 다를바가 없습니다. 악을 쓰러뜨리고, 선을 위해서. 어둠의 신은 패배하고 빛의 신은 언제나 승리합니다. 저희는 그 것을 위할 뿐, 결코 이 실험은 실패할 수가 없습니다. 빛을 따르는 자에게 원하는 일만이 일어나기를!'
'쳇, 암흑 날개의 잔당들이 시큐리티 포스에 협력하는 꼬라지라니, 그 에우로페도 그렇고. 그 미캉코를 배반한 자도 그렇고... 그 놈들은 모두 비참하게 끝날 거라는 것은 저명한 사실이거늘... 그 사실에 저항하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아케루스님을 결코 의심하지 말도록, 네놈들은 결코 구원받을 수 없을 것이다!'
'어 싫어. 나도 걔네도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데, 건들면 가만 안둘.... 하아... 계속 싸워나...'
연구실에서 일어났던 여러 연구원들과의 대화에서도 나왔듯이 김철수는 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연이은 싸움과 시련으로 인해선지 몸과 마음이 갈려나가고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 가혹한 그는 타인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지만 어째선지 운명이 그를 가만히 놔두려고 하지 않는지 그는 오랜시간에 걸쳐서 여기저기 다치고 오거나 아니면 어디 신체 한부분이 망가지려 하거나 하는 등 갖은 고생을 다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와는 다르게 어딘가 심상치않는 모습으로 시큐리티 포스의 우주 본부에 있던 그였다. 원래도 차가운 느낌이였다지만, 지금은 유독 말이 없어지고 성격이 많이 얼어붙은 모습이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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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하나 망가지는건 순식간이지. 잘 알고 있다
-요네, 이동 대사 중.
어딘가에 있을 법한 어느 미지의 장소, 이 곳에서는 저세상 사람이 된 애프터라이프의 일곱 어쩌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사실 플루토스가 만든 인조인간이여서 빠진 페르세포네, 지옥에 쳐박아두는 것 보단 이승에 남겨서 큰 책임을 지는게 되버린 마카리아 등 일부 인원들이 빠진 상태였지만.
"칫, 그 누구보다 광적으로 받드는 사람이 저렇게 역변할 줄이야. 아주 에스트렐라가 좋은가봐?"
"모르지 나야. 사연 많은 사람인걸. 나도 죽다 다시 살아나보니까 알겠더라. 그냥 죽는게 더 나은거 같은데."
"쳇, 페르세포네도 그렇고 벨도 그렇고 저기 사도들도 그렇고 인공생명체를 만드는건 어림도 없구만. 으아아아아!!! 당장 이승에서 저 망할 인간 저세상으로 보내고 싶은데!!!"
"냅둬,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지. 도대체 그 에스트렐라가 무슨 바람이 났는지 저 인간을 죽게 내버려두지 않고 사후세계에서 꺼냈는지...."
"아 뭐, 우리 신의 세 심장과 일곱 눈에 맞서 싸우던 어느 여인의 영향을 받은거 같다는 생각만이 할 수 있겠지. 어딘가의 공허한 곳에서 지루하게 지내는 그 여인 말이야."
"우리는 산 자를 해칠 수 없다. 그러면 우리는 이 세상을 지켜 보는 수 밖에...."
"디스님, 스틱스님.... 그래도 꼴도 보기 싫단 말이야!"
그 누구보다 아트몬에게 열정적이였던 마카리아를 생각하며 기가 찰 노릇이던 세라피스는 애프터라이프 시절에서도 종종 대립했었던 그녀를 떠올리면서 지상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마카리아를 어이없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아... 오늘따라 어둠의 축복이 그리워질 줄이야.... 하지만 그 축복은 두번 다시 볼 수 없겠지. 아트몬님은 지옥 끝에 유폐되었으니."
"처음 아트몬님을 만났을때가 그립군. 그 분을 직접 만났을 줄이야.... 난 아트몬의 가호를 받으면서 많은 실험을 진행했지. 아아... 가장 큰 실패작이였던 마녀 벨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실험체일 줄이야...."
"플루토스님, 거 참 과거에 너무 심취하신다.... 세라피스, 너 애프터라이프 창립 멤버였지? 난 좀 늦게들어왔으니까. 너 어떻게 들어왔냐? 나야 뭐 아트몬님의 가호를 받아서 시큐리티 포스를 우롱하는게 좋아서 들어왔는걸."
"훗, 필요해? 글쎄, 싫은걸. 우리에게 그런 사연이 중요한가? 난 당장 그 마카리아를 처형 시키는게 최우선..."
"아 좀 입다물어, 안된다니까 그러네. 난 아트몬님이 내게 직접 속삭이셨어. 수많은 사람과 이 세상을 그분께 바치면 우리를 위대한 존재로 승천시키겠다고. 그 강대한 힘과 아트몬님의 야망에 반해서 들어왔지."
"맞아, 세라피스하고 나, 디스, 스틱스. 이렇게 넷이서 애프터라이프를 설립한 것이 시초였지. 미리 지상에 강림했던 아트몬님의 의지와 함께 신도들을 대량으로 만들어두었고. 멜리노에와 오르쿠스, 자그레우스와 아무튼 기타 한명은 얼마 안있어서 들어왔어. 마지막으로 들어온게 마카리아고. 그녀는 이 세상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했었어. 그야말로 어둠에 잠식당한 그 모습, 아트몬님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이였는데."
뭐 무슨 사연으로 애프터라이프가 생겨났는지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듯해 보이지만 아무튼 옛날 회상은 좋은지 애프터라이프의 멤버들끼리 지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썩어가고 있고 또 고통받고 있다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이는듯 하다고. 명계의 신들도 그 점은 괜찮게 생각하고 있었고(아니 이쪽은 아예 다른 사연이 있었지만)
"반역을 저지르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꼬라지.... 정말이지 몇번을 봐도 꼴보기가 싫군...."
아무튼 명계의 신들에게 끌려가면서도 악담을 남기지 않는 세라피스를 끝으로 이 곳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와 생각과는 다르게 마카리아를 포함한 이승에 살아가는 사람들, 적어도 이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애프터라이프와 아트몬이 아닌 어쩌면 이 이상한 세상과 아케루스와 같은 이 세상의 질서와 빛의 뜻 같은거에 반역의 뜻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월이 지나고 여러 사연있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운명을 탐탁치 않는 분위기가 나돌고 있기도 하고.
물론 아트몬과 애프터라이프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리는 없다. 그 사람들은 아트몬에 대해서라면 아주 질색을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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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이야기했던 텅빈 공간, 지루하게 가만히 있는게 형벌일지도 모르는 이 곳에서 어느 여인이 세라피스가 남긴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외부 소식을 접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 곳을 감시하는 사신들은 뒷목을 잡을 분위기였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승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도 않고, 다른 죄수들처럼 난동을 피우지도 않는데 뭐라할 이유가 없으니까 구경하는 수 밖에.
세라피스가 누군가의 애프터라이프에 대한 반역, 그리고 자신처럼 고통받아야 한다는 악담에 대해서 이 사람은 짧은 말을 남겼다.
"...... 재미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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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제목이 바뀌게 생긴 외전이 돌아왔습니다. 슬슬 이야기가 잡혀가고 있으니 다행.... 이겠죠? 어짜피 애프터라이프들은 엑스트라니까 저기 가만히 짱 박혀있으라 하고 뭐....
지금은 간접적으로 언급이 될 뿐이지만(그리고 앞으로도?) 김철수의 가치관과 성격에 크게 영향을 끼친건 맞아서 앞으로도 종종 이야기에서 등장할 인물에 대해서 다뤄봤습니다. 시즌 1에서 짧게 등장하다 가서 아쉬운 느낌이기도 하고, 묘사하고 싶은 캐릭터성이 있기도 하고요. 뭐 어떻게 생각하든 다 맞을거에요. 반응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는데, 어느정도는 제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느낌.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고민하면서 밥먹으러 가보겠습니다. 그럼 바이바이!
여담 : 만약 다음화 제목이 바뀐다면 초반에 생각해두었던 다음화 제목은 뒤로 미뤄서 나중에 등장하게 될겁니다. 막간 느낌으로 총집현을 낼까 고민중이라서요. 무슨 제목이였냐고요? 레드 데드 리뎀션 2. 이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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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종종 이야기에서 간접적으로 언급이 될 예정이예요. 몇번정도는요 | 23.09.23 19:4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