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토요일인가 일요일에 근처 역 앞에서 만나기로 해서 아침 일찍 준비함
사실 남자새끼 만나는데 치장까지는 필요 없었는데
그때까지도 머리 길고 이쁘장한 프사만 보고 남잔지 여잔지 긴가민가한 상태라 나름 빡세게 꾸미고 나갔음
5분 일찍 도착했는데 걔가 나보다 먼저 나 도착함 이라고 카톡을 하더라?
그래서 어디 있는지 찾는데 약국 앞에서 핸드폰 보고 서 있는 쪼끄만 놈 하나가 있어서
슬쩍 가까이 가보니까 걔가 맞더라
가까이가서 아..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니까 고개를 들어서 나를 쳐다보는데
얘는 무슨 피부가 이렇게 하얗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음
내가 다가가자 걔도 어색하게 웃으면서 네 안녕하세요 하고 대답하더라
카톡할 때는 서로 반말하고 욕도 하고 드립도 치고 했었는데 막상 실제로 만나니 서로 어색해서 존댓말함ㅋㅋ
목소리 들으니까 확실히 남자는 맞더라
그렇게 인사 하고 찾아봤던 맛집으로 걸어가면서 얘기 좀 나눴음
학교 때문에 지방에서 올라와서 근처에서 자취한다더라
아직 어린데 대단하네요 하면서 맞장구 치면서 동네 지리 궁금할 땐 언제든 물어보라고 대충 예의를 차렸음
가게에 도착해서 떡튀순 세트를 주문했는데
여기서 개웃겼던 게 걔가 떡볶이를 한 입 먹어보지도 않고 먼저 물에 씻어먹더라 ㅋㅋ
그걸 보고 내가 이거 별로 안 매운데.. 라고 하니까 아 그래요..? 불안한 표정으로 날 보더니
두번째는 안 씻어서 입에 넣어보는데 잠시 후에 진짜 말 그대로 발을 동동 구르면서
매..맵자나요.. 하면서 얼굴이 진짜 딸기처럼 빨개지더라
이마에 땀이 송글 맺히면서 긴 머리카락이 관자놀이즈음에 달라붙는데 그것이 거슬리는지
손가락으로 쓸어 귀 뒤로 넘기는 모습이 굉장히 여성스러웠음
나는 시뻘개진 그놈 얼굴을 보고 빵 터졌고 엌ㅋㅋㅋ귀엽네여ㅋㅋ 하고 말해버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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