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외에 갑자기 의식 끊긴 경우가 군생활 하면서 세 번 있었음.
처음이 좀 재미있고 그 다음은 별거 아니어서 다음 것부터 먼저 얘기하고 마지막에 마지막 의식 잃은 이야기 하겠음.
실제 벌어진 의식 잃은 경험 순서는 2, 1, 3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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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자 숙소 내 방에 앉아 있다가 화장실 가서 소변 보려고 일어났음.
양변기 한쪽 붙잡고 서서 소변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하으응~" 하는 귀여운(?) 소리 내면서 의식 잃고 쓰러지면서 변기 옆 세면대에 머리 박음.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몰라도 깨어보니 변기가 옆으로 조금 틀어져 있었음. ;
그 뒤로 또 그런 일이 생길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러지는 않아서 안심. 의식 잃을 것 같으면 얼른 주저앉아서 뇌에 혈액 공급을 해주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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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처음에 의식 잃은 일은 무엇인가 하면,
소위 때 7월 쯤이었음. 인사이동으로 대에 부사관 몇 명 전입 오고 그랬음. 환영회로 일식집에 간부들이 몰려갔음.
방 큰 곳 잡고 간부들 다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음주중인데 나도 소주 네 잔인가 마신 뒤였음. 그런데 몇몇 간부가 담배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음.
나는 담배를 싫어해서 주변에 흡연을 인지하거나 담배 냄새가 나면 호흡을 참고 거기를 벗어나는 습성이 있음.
앉아있다가 일어섰는데 그런데 갑자기 휴대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고 대화를 시작한 거임. 그러면서 호흡은 또 참으려고 했음.
잠시 후에 나는 무슨 꿈 같은 걸 꿨는데 거기에서 깨어나면서 상당히 억제된 비명을 지른 거임.
"으으으으으으으으!"라고 입을 다물고 비명을 질러서 코로 소리가 나갔음. ;
상황인즉 보니까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웅성웅성대고 누군가가 나를 흔들며 말을 걸었음.
내가 음주 상태에서+앉아있다가 갑자기 일어서서+ 숨을 참으면서 전화 통화를 하다보니 의식을 잃고 식탁 쪽으로 쓰러졌고 그러면서 초장 그릇에 머리를 박아서 머리에 초장이 잔뜩 묻어서 일부 사람들이 머리 깨져서 출혈인 줄 알고 119 부르려고 하고 있었음. ;
그런데 다행히도 초장이어서 겉으로 드러나는 외상은 없었으니까 일단 다 닦고 나하고 대장님만 조기 복귀하는 거로 결정났음.
일단 기지 복귀해서 야간이지만 의무대 들어가서 방사선 촬영해보고 뭐 그랬음. 그래도 별 이상 모르겠길래, 의식 잃는 원인이 여러가지 있을 수 있으니 정밀 검사를 받아보기로 하고 다음 날 정상 출근함.
그 당시 전입 온 중사가 나한테 말하기를 잊을 수 없는 환영회식을 만들어주셨다고 함 ;
그리고 그 정밀 검사 받은 건 한 6개월 후였다. ;
초급장교한테 일이 너무 몰려있어서 그렇게 한 일주일 정도 검사 받는다고 입원해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
다행히도(?) 검사 결과 다른 부분은 싹 이상이 없었고
링거로 투약하면서 부하 검사였나, 누운 자세에서 기계로 일어선 자세로 바꿔주는 것 딱 하나 할 때 의식 잃으려고 하더라.
그런데도 원인 못 찾았던 것 같았는데…….
아무튼 한 4년 지나고 전역하고 나서 병원 진료 다시 받다보니까 순환기내과 교수님이 그 때 검사 결과로 부정맥 받았다고 하더라고.
허참.
왜 나는 부정맥 진단 받은 거 기억을 못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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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이제 마지막 의식 잃었던 경험
바야흐로 내 현역 군 생활이 거의 끝난 나의 전역 회식 때였음.
대대 간부들과 부대찌개집에 가서 육수 얼큰한 부대찌개를 잔뜩 먹었는데, 나는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서 의식을 유지하려고 내가 소주를 몇 잔 마시고 있는지 세면서 마시고 있었음. 내가 8잔 마신 것까지는 기억했음. 그리고 8잔 마시고서 한 말도 기억하고 있음.
"내가 지금 소주를 8잔째 마시고 있어."라고 내 후임자가 될 권중위한테 얘기했음.
그리고 나는 숙소에서 정신이 들었지.
"응? 내가 어떻게 왔더라?"
중간에 부대찌개집에서 식사 다 하고 기지 복귀하던 기억이 나고 그런데 숙소에 들어온 기억은 안 났음.
알아 보니까 권중위가 내 방까지 데려와서 침대에 눕혔음 ;
그리고 권중위의 증언으로 알게 된 건데 나는 영원한 8잔을 마셨다고 하더군.
도대체 몇 번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지금 소주를 8잔째 마시고 있어."라는 말을 권 중위에게 몇 번씩 했다고 함 ;
아무튼 그러했다. 아침에 대대장님께서 전화하셔서, 고생했다고 더 쉬다가 오후에 출근하라고 하셨지만 ; 권 중위가 못 미더워서 그냥 오전에 나갔던가? 아무튼 그랬어. ;
* 그리고 권중위는 진짜 못 미더운 인재가 맞았다. ;
권중위와 관련된 얘기는 다른 설에서 풀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