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간 건대 롯데스타시티를 다녀왔습니다.
영화도 보고 저녁도 먹을 심산으로 가게됐죠.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아웃백이 떠오르더라고요.
패밀리 레스토랑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진 때가 있었습니다.
치열한 전투에서 패배한 수 많은 프렌차이즈가 문을 닫았죠.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하나가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입니다.
물론 아웃백도 많은 위기가 있었습니다.
비싼데 식상한 음식, 본전 생각나는 높지 않은 퀄리티 등 패밀리 레스토랑이 주는 이미지가 있죠.
아웃백도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해 한때 30프로 매장이 폐업했다고 합니다.
위기를 직감하고 스테이크와 파스타 전문성을 살리려는 체질 개선을 시도했고
절치부심한 결과 드라마틱한 영업실적을 이뤄내 현재까지 아웃백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의외로 호주식 스테이크하우스를 표방하고 있는 아웃백은 호주와 1도 관련이 없는 곳입니다.
그저 테마를 호주로 잡은 음식점일 뿐 호주 전통음식이나 그쪽 레시피를 따른 흔적도 없다고 합니다.
OUTBACK이 도시와 떨어진 사막 같은 걸 의미하는데 미국과 호주 둘다 내륙에 그런 사막들이 있으니...
뭐 닮은 느낌이긴 해요.
저는 친구와 둘이 갔고 메뉴는 블랙라벨 셰프 커플세트를 주문했습니다.
오랜만에 오는 곳이기에 파스타만 먹고 오기엔 아쉽고
고기까지 시켜서 먹기엔 가격도 음식도 좀 헤비한 느낌이 듭니다.
그나마 고기를 먹는 선에서 제일 합리적인(?) 느낌의 커플세트를 주문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파스타+고기+샐러드 구성의 저렴한 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메뉴를 주문하니 바로 스프와 시그니처 빵이 나옵니다.
스프는 본사에서 나오는 완제품을 데워서 내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여느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는 양송이 스프맛.
근데 저는 이 스프를 참 좋아해요.
싸구려 경양식당에서 나오는 스프도 참 맛있잖아요.
솔직히 군대에서 나오는 스프까지 잘 먹었을 정도면 말 다 했죠.
이 스프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뻔하지만 맛있는 뻔한맛 ㅎ
한그릇 뚝딱 비워내고 리필 여부를 물었는데
스프 리필은 안 되고 새 스프를 주문해야 한다기에 말았습니다.
어차피 대량으로 데우고 있는 스프 떠주기만 하는 건데 돈을 더 주고 먹기엔 아깝죠.
세트에는 에이드 두 잔이 제공되는데 맥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맥주를 다 마시면 당연히 리필은 안 되지만
사이다나 콜라 같은 에이드는 계속 제공된다고 하더군요.
맥주는 테라.
시원하게 마시니 좀 살겠어요.
시그니처 아웃백 빵입니다.
부시맨 빵 혹은 브라운브레드로 불리는 빵이죠.
학창시절 이 빵이 제법 센세이셔널했어요.
아웃백이랑 TGIF만 이 빵을 줬던 것 같은데 비싼 저녁의 전유물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약간 잘 사는 친구들의 상징 같기도 했고요.
저는 많이 먹어보진 못했습니다만… ㅎㅎ
음 근데 이게 예전에 먹던 맛은 아닌 거 같아요.
워낙 오래된 기억이긴 합니다만, 굉장히 고소하고 달달하고 특유의 향이 존재했던 것 같은데요.
이번에 먹은 빵은 은은하게 베리류(?) 풍미가 났고, 약간의 쇠맛(?) 같은 게 나더라고요.
그렇다고 맛이 없다?는 아닌데 원래 이런 맛이었나? 싶은 개인적인 소감.
오랜 시간 지나면서 빵이 리뉴얼 됐을 수도 있고 제 입맛이 리뉴얼 됐을 수도 있겠죠 ㅎㅎㅎ
배불러서 반도 못 먹었네요.
패밀리 레스토랑의 순기능이지 않을까요.
가족들이 화목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걸 보면 괜히 뿌듯합니다.
(제가 보태준 건 없습니다만...)
메인 메뉴 등장입니다.
립아이 스테이크 미디엄레어, 투움바 파스타, 매쉬드포테이토&양송이를 주문했습니다.
우선 사이드 선택이었던 매쉬드포테이토&양송이.
치즈포테이토보트를 시키고 싶었는데
스테이크랑 조합하기 이게 더 나을 거 같아서 주문했습니다.
부드럽게 갈려서 맛있더라고요.
버터향이 쨍하게 나는 존재감 있는 맛은 아니에요.
스테이크에 소스처럼 발라서 먹으니 은은하게 괜찮았습니다.
양송이는 생물을 직접 구운거 같진 않고 통조림이나 완제품을 살짝 익혀 준 느낌입니다.
그리고 밑간이 엄청 쎄요.
밑간이 약하면 퀄리티가 좋지 않은 양송이의 단점이 쉽게 드러날 수 있기에
의도적으로 간을 쎄게 한 느낌이에요.
신선한 양송이를 구웠을 때의 장점들은 없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맛.
이날 투움바 먹으러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아웃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투움바거든요.
스테이크는 잘하는 곳도 많고 집에서도 해먹을 수 있는데다
아웃백 스테이크만의 특별함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투움바는 아웃백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다보니
상징성을 갖는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후추와 파프리카 파우더가 적절하게 조화하여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아 떨어지는 거 같습니다.
(오죽하면 투움바 떡볶이나 투움바 치킨 등도 나오잖아요.)
*참고로 투움바는 호주의 도시 이름인데
아마 호주식 스테이크하우스를 표방하고 있기에 별 뜻 없이 지은 거 같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건 이 투움바 파스타였어요.
예전에 그 꾸덕 꾸덕함이 많이 사라졌더라고요.
크림과 치즈의 깊은 풍미 위에 양파,마늘 파우더 향이 때려주는 맛도 상당히 줄어들었어요.
예전에 먹던 투움바라기 보단 그냥 평범한 크림 파스타 같은 느낌이 나더라고요.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맛은 있는데 과거에 먹던 그 눅진하고 깊은 느낌의 투움바만의 존재감이 사라진 느낌.
아웃백 기존 주인 회사가 BHC로 인수되면서 레시피에 이것저것 손을 댔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제 입맛이 변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인상 깊은 맛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같이 간 친구도 예전 맛이 아니라고 하니 일단 객관성을 +1 확보했습니다.. 후후)
다음은 스테이크. 꽃등심 부위로 새우와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가니쉬가 나옵니다.
스테이크는 언제 봐도 먹음직스러워요.
단백질에 대한 무한한 열망...
미디엄 레어로 주문하였는데 제대로 구우셨더라고요.
예전에 워크맨에서 고기 굽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숙련된 분들이 일일이 체크하며 구워주시더라고요.
제가 원하는 굽기로 잘 나왔습니다.
간도 딱 좋았고요.
호주산 고기인줄 알았는데 미국산 고기입니다.
아마도 초이스나 셀렉트 등급이 아닐까 싶어요.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느껴지는 한우랑은 다른 느낌의 녀석입니다.
육향보단 버터와 후추가 멱살잡고 케리하는.
그래도 맛있죠 ㅎㅎㅎ
정말 오랜만에 패밀리 레스토랑에 다녀와 본 것 같아요.
적어도 7년은 넘은 거 같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을 기피했던 것은
메뉴의 퀄리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데 가격은 오히려 비싸니까
그 돈으로 더 전문적인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데요.
이번에도 10만원 넘은 돈을 주고 먹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밝은 얼굴로 식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음식보다는 함께 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이 맛있겠죠. (아 물론 맛도 있죠 ㅎㅎ)
패밀리 레스토랑이 주는 기분 좋음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223.62.***.***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테이크 굽기 괜찮았습니다! ㅎㅎ
99.167.***.***
사진상으로는 괴기구워진정도가 딱 제취향이네요ㅎㅎ
121.160.***.***
스프 리필 안되는 이유가 저거 한그릇에 4~5천원 할거예요 아마..
99.167.***.***
사진상으로는 괴기구워진정도가 딱 제취향이네요ㅎㅎ
211.217.***.***
숙련된 조교의 쿠킹 스킬이었습니다. ㅎㅎㅎ | 23.03.28 10:57 | |
121.160.***.***
스프 리필 안되는 이유가 저거 한그릇에 4~5천원 할거예요 아마..
211.217.***.***
맞아요 그렇더라고요... 저 돈 주고 한그릇 더 먹긴 왠지 돈 아깝더라고요 ㅠㅠ ㅎㅎㅎ | 23.03.28 13:28 | |
211.196.***.***
223.62.***.***
37594497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테이크 굽기 괜찮았습니다! ㅎㅎ | 23.03.28 15:42 | |
14.6.***.***
211.217.***.***
아.. 아직 경험이 없어... 곧... 알게 되겠죠? 갓웃백... ㅎㅎㅎ | 23.03.29 09:11 | |
221.138.***.***
211.217.***.***
빠다 시키는 것도 추가 요금을 내는 건가요? 아님 그냥 주문하면 제공되는 건가요? | 23.03.29 09:12 | |
223.131.***.***
211.217.***.***
오랜만에 한 번쯤 갈만하더라고요 ㅎㅎ | 23.03.29 09: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