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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입원 중이라는 글을 올렸었는데 오랜 금식으로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아서 수술을 안 하고 구정 직전에 퇴원했습니다.
헌데 결국 안 될 일이었는지 보름이 채 안되어 재발하더라고요. 결국 2월 8일에 입원해서 어제 퇴원했습니다. 61일 만에 돌아왔으니 이번이 제일 오랫동안 병원에 있었네요.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따지고 보면 보름 정도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올 해 내내 병원에서 살았군요.
수술 자체는 입원 후 일주일 만에 이루어졌는데, 회복이 잘 안돼서 이후로 거의 한 달을 금식 유지하며 지냈습니다. 저번 입원 때보다 금식 기간은 훨씬 긴데도 이번에는 나름 버틸 만하더군요. 저번에는 일주일쯤 지나니까 자다가 먹는 꿈 꾸고 깜짝 놀라서 일어나는 경험을 자주 했는데 이번에는 꿈에서까지 나타날 정도로 절실하지는 않더라고요. 적응이 된 건지 어떤지... 오랫동안 병원에 있어서 입원 중에 수술 상처는 다 아물었고 지금은 저잔사 식단만 유지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총선 전에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 거소투표를 하려다가 기간을 까먹어서 신청을 못 했는데 그래도 그 전에 퇴원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오늘 오전에 투표하고 돌아왔네요. 코로나 유행 전에 입원한지라 바깥 소식에 많이 당혹스러웠는데 얼마 전에는 제가 머문 아산병원 입원동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식사 외의 시간은 자는 시간을 포함하여 항상 마스크를 쓰고 지냈습니다. 확진자가 나온 병동은 제가 있던 병동과는 다른 어린이 병동이라던데, 거기도 참 걱정되더라고요...
이번 수술로 소장을 또 20cm 잘라내서 이제는 장이 160cm 밖에 안 남게 되었습니다. 빈 속에 계란찜 같이 부드럽고 미끄러운 음식을 먹으면 10분 이내로 형태도 무너지지 않고 나오더군요. 이미 십이지장도 음식이 통과하지 않도록 분리해놓았고, 대장 직장 항문은 진작에 도려냈으니 이제는 정말 마지막 같습니다.
앞으로 만약 수술을 다시 하게 되면 아마 단장증후군이 생길 테고 그리 되면 영양실조나 감염증으로 죽게 되겠죠. 몸이 건강할 수 있다면 군대를 남 대신 세 번이고 몇 번이고 갈 수 있을 거라는 의미없는 생각도 하고, 한 편으로는 이번에 오랫동안 다인실에 머물면서 저는 결국 경험할 수 없었던 현역들의 고달픔도 단편 적으로나마 이해 갈 듯도 한 60여일간이었습니다.
여러모로 최근 5년은 그저 매일 같이 죽고 싶고 고통스러운 나날 뿐인데, 그래도 머리를 비우고 쓸데없는 생각 없이 지내면 반동으로나마 어떻게든 하루하루 넘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현실이 너무 힘들때 꼭 직시하는 것만이 답은 아닌 것 같아요.
여러분도 아프지 말고 건강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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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꽃길만 걷는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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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생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20.04.10 19: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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