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 아카데미 1/72 USMC F-4J 'VMFA-232 Red Devils', D-Corporation 1/72 ROKAF F-4E '17th Fighter Wing', KA Models 1/72 F-4E/F/G/J/EJ/S Ge Exhaust Nozzle & After Burner Set 등
도료: Gsi Creos 및 IPP 락카, 타미야 아크릴, 유화 등
저는 스포츠 보는 걸 크게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냥 잘 하면 좋고 안 되면 그렇구나 하고 넘기죠.
하지만 월드컵이 시작되니 주변의 인터넷 커뮤니티든 유명인의 발언이든 ㅈ문가 친구 놈이든 한국 팀을 이상하게 까내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런저런 부분이 부족해서 쉽지 않을 거다.' 같은 태도가 아니라 결과나 과정도 안 보고 '한국 선수들과 감독진은 능력 없고 협회는 썩었으며 한국 체육계는 망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원색적으로 까는 사람 말입니다. 특히 이상하게 일본하고 비교하면서 국까를 시전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참 이상하다 생각되고 기분도 상했었습니다.
사실 저 스스로도 그렇게 전망이 밝진 않아 보였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프라모델을 만들며 인방으로 스트리머의 반응만 라디오로 들었는데, 동점 골을 넣은 걸 듣게 되자 참을 수가 없어 중계 방송을 켰습니다. 그 뒤론 고조된 마음으로 인해 몸을 떨며 경기를 보며 응원했습니다. 결국 후반전 연장 시간에 역전 골을 넣고, 혼자 기쁨 소리를 질렀습니다. 곧 경기가 끝나고 뒤이은 가나와 아르헨티나 전에 가나가 선전해서, 우리나라가 조 2위로 16강에 올라가게 됐습니다. 저는 팔을 휘두르며 기쁨의 소리를 질렀습니다. 16강 진출이 결정된 후에도 한동안 흥분이 가시지 않아 작업을 접을 정도였죠.
이렇게 기쁨과 전율을 선사해 준 붉은 악마 전사들에 대한 감사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기리기 위해 관련 모형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관련 있는 키트들을 찾아보니 미 해병대 VMFA-232의 별명이 "Red Devils"로 축구 국가대표팀의 "붉은 악마"란 병명과 똑같고 부대의 역사도 유구하여 이 부대 기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이 부대의 F/A-18C를 만들려 했고 또 어느 정도 진행을 했는데, 최신 기체를 만들기엔 데칼 등 부족한 부분이 많아 F-4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키트 원형인 J형을 만들까 하다가 힙스터 기질이 도져서 특이한 F-4S형을 만들기로 합니다. S형은 J형과 큰 차이가 없고 좀 더 신형 기체라 무척 끌렸습니다. J는 일본스러우니까... 그럼 S는 South Korea?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위 이미지의 기체(일련 번호 157307)가 유명하고 자료가 좀 있길래 이걸로 정했습니다. 해당 기체는 원래 J형이었고 후에 S로 개수된 기체인데, 여러 나라에 파견되어 많은 임무를 수행했으며 1972년엔 VF-31 소속으로 Mig-21 한 대를 격추한 전공이 있어 특별 도장이 들어간 기체입니다. 또한 지금도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 우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 직접 가서 보고 싶네요.
언제나처럼 서문이 길었습니다.
아래부터 완성 사진 올립니다.
제작기에 베이스 글 쓰는 걸 잊어먹었는데, 나무 쟁반을 도색하고 위에 종이 인쇄한 바다 물결+'중꺾마'를 영어 글귀로 붙여 넣었습니다.
해병대이니 바다 위를 나는 일이 많았을 거라 생각해서 바다 물결로 했습니다.
당연히(?) 비행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장을 잘 보이게 하고 역동적인 느낌도 내며 보관 공간도 줄이기 위해 기체를 40도 정도 기울게 만들었습니다.
AIM-9L 4발, AIM-7M 4발, MK.82 18발, SUU-23 20mm 건포드까지 포함된 흉포한 무장이 잘 보여서 무척 마음에 듭니다!
공들였던 부분들의 근접 사진입니다. 달리 말하면 하나하나 저를 괴롭힌 부분들입니다. ㅠㅜ)
그래도 중꺽마를 되뇌며 계속 작업했습니다.
여전히 사진 찍는 스킬이 부족해서 좋고 나쁜 점이 있습니다.
좋은 점은 주익 끝부분에 다른 키트 부품을 쓰다 보니 실제로 보면 약간 괴리감이 있는데 사진에선 잘 안 보입니다.
나쁜 점은 열심히 작업한 배기구의 여러 색들이 서로 묻혀서 단순하게 보이네요.
자작 데칼의 인쇄 품질이 떨어지고 두께가 좀 있어서 깔끔하게 만들기는 안 됐습니다.
참고로 마지막 사진에 보이는 좌측 인테이크 앞의 붉은 별 하나는 앞서 적은 Mig-21을 격추해서 단 별입니다.
RIO가 경례하네요. 필승필승 <(^ㅡ^
전에 만든 F-15K와 편대비행하는 모습도 찍어봅니다.
둘 다 대형 전투기고 폭장량도 많아 보는 맛이 있습니다.
지금 달린 폭탄 수는 F-4가 더 많지만 F-15는 더 신형이라 적은 무장을 정확하게 떨어트려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하겠죠.
마지막으로 허접한 포토샵질로 스탠드를 지운 이미지 올리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새로운 것도 많이 시도했고 중간중간 고치고 다시 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만큼 실력에 도움이 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겨울에 열린 월드컵이 진작 끝나고 이제 봄이 올 정도로 오래 걸렸으니, 다음엔 머리 비우고 쭉쭉 진행할 수 있는 키트를 만들고 싶네요. 니 성격에?
긴 글 봐주신 분들 모두 (좋은 쪽으로) 꺾이지 않는 강한 마음 간직하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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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4 내용 추가
오른쪽 베스트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갑자기 알림이 오길래 봤더니 글 쓴지 한달 쯤 지난 글이 베스트가 됐네요.ㅋㅋㅋ
굵은 글씨가 아닌 것이 약간 아쉽지만 올리는 글마다 오른쪽에 보내주시니 햄볶습니다~
기념으로 제작하는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 올려봅니다.
단일 부분 중에선 가장 많은 공을 들였던 배기구 주변부입니다.
순서는 "다른 부분 마스킹→실버 도색→일부 마스킹→아이언 도색→노랑, 파랑 클리어 도색→줄무늬 마스킹→건메탈 도색→마스킹 벗기기→건메탈 부분 도색→부족한 색 보충 도색→애나멜 흰색 도색→시너 묻힌 면봉으로 부분 닦아내기"로 진행했습니다.
허접이라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었는데...
이런 쓰레기들아! 으아--!!!
정말 저런 식으로 책상을 치며 분노에 찬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마 손이나 어딘가에 묻은 시너가 모형에 닿으면서 저렇게 녹아내린 것 같습니다.
멘붕이 왔고...
며칠을 미루다가 '내 잘못인 걸 어떡하냐'란 생각과 이 모형을 만든 이유인 "중꺾마!"를 되뇌며 겨우 마음을 잡았습니다.
망가진 부분을 순접으로 메꾸고 갈아내고 패널 라인, 리벳 파주고 마스킹 하고 처음부터 다시 도색해 줬습니다.
'난 괜찮다...난 괜찮아...'
제가 불민하여 전체적으로 힘든 과정이 많았지만 이 부분이 가장 좌절스러웠네요.
그래도 어떻게 완성해서 베스트까지 올라가고 여러분이 좋게 봐주시니 다행입니다.
우리 인생 화이팅-!!
59.10.***.***
14.34.***.***
강렬한 빨강과 악마 앰블럼이 참 매력인 기체인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23.03.21 14:41 | |
175.207.***.***
14.34.***.***
눈썰미가 있으시네요. 실제 기체는 캐노피 프레임도 동체와 같은 광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저는 동체와 캐노피를 따로 도색했고, 동체는 너무 광이 나는 것 같아 한번 무광을 뿌렸다가 다시 되돌리려 그 위에 반광을 뿌린거라 광이 약간 죽었습니다. 예리하신 분의 칭찬 감사합니다. | 23.03.22 13:33 | |
218.48.***.***
14.34.***.***
쏴나이라면 대형기! 폭장! 아니겠습니까? ㅎㅎ All_Black_Cat님의 스크랩에 들어가서 영광입니다. | 23.03.23 16:06 | |
59.0.***.***
14.34.***.***
ㅇㄷ가 뭘까요? 엄한 생각만 나네요 ㅎㅎ | 23.04.14 19:18 | |
14.138.***.***
14.34.***.***
붉은 캐노피와 수직미익이 이 기체의 포인트라 할 수 있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23.04.14 19:19 | |
59.26.***.***
14.34.***.***
팬텀 너무 섹시하죠! 듬직한 등짝에 반전 매력 꼬리 스마일까지! | 23.04.14 19:28 | |
59.26.***.***
전 꼬리에 스마일이 없는 제품이네요 ㅜㅜ 오근장 출퇴근할때 이륙소리 참 많이 들었는데 그립네요 | 23.04.14 19:54 | |
14.34.***.***
엥? 웃는 얼굴 없는 버전도 있던가요? 후기형에 RWR이 수직미익으로 옮겨졌어도 비슷하게 생긴 다른 장비가 들어찬걸로 아는데요. 무슨 키트를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 23.04.15 08:11 | |
59.26.***.***
McDonnell F-4G Phantom II Tamiya 1:72 | 23.04.16 02:16 | |
14.42.***.***
14.34.***.***
F-4, F-15, A-10이 끝판왕이죠. 근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애들은 되려 스마트 폭탄을 단다고 폭장을 적게 하는 슬픈일이 ㅜㅠ)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3.04.15 08:13 | |
125.177.***.***
14.34.***.***
네. 황동봉으로 자작했습니다. 아카데미 키트가 잘 만들다가 이렇게 하나둘씩 빼먹죠... | 23.04.16 23:5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