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아라 슈퍼보드 애니메이션의 게임의 여왕 에피소드를 게임의 여왕 입장과 방영 당시가 아닌 현재의 관점을 어느 정도 적용해서 재해석, 비평하는 글을 써봤습니다.
혹시나 날아라 슈퍼보드 주인공들의 팬이시거나 애니메이션에서의 게임의 여왕 에피소드의 내용과 교훈이 옳다고 생각하시거나 애니메이션 내용을 다큐처럼 진지하게 보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으시는 분들께는 불편할 수도 있으실텐데, 소수 의견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의견도 있음을 감안하셔도 좋을 거 같고 양해 바랍니다. 원작 왜곡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게임의 여왕에 대한 애니메이션 내용도 원작 만화와는 많이 다르구요.
게임의 여왕은 일하지 않고 게임을 하며 노는 축제를 여는 게임의 왕국의 여왕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빼어난 외모까지 갖췄죠. 그래서 백성들과 여행자들에게 환호를 받습니다.
그러나 게임의 왕국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은 체포하는 법이 있는 모양이고 게임 대회 결선 참가자들과 우승자들을 수족관에 넣고, 이들을 이용해서 전세계를 게임의 왕국으로 건설하려고 하는 계획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런 문제점과 계획을 간파한 미스터 손과 삼장법사를 비롯한 주인공들의 활약에 의해 게임의 왕국은 파괴 되고 게임의 여왕은 요괴로 판명 되어 부적에 봉인 되어 처단 됩니다. 그리고 삼장법사는 노는 것도 좋지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게임의 여왕이 왜 다른 요괴들과 달리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했는데도 처단 당했는지 묻는 미스터 손과 게임의 여왕의 미모를 생각하며 아쉬워 하는 저팔계에게 게임의 여왕처럼 육체가 아니라 정신을 해치는 요괴도 있고 사람은 겉모습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일행들에게 가르쳐줍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에피소드 내용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 뿐만 아니라 이 에피소드를 처음 봤을 때에도 뭔가 아쉽고 슬픈 느낌이 들더라구요. 게임의 여왕의 외모에 의한 부분도 물론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게임의 여왕이 잘못을 한 부분은 확실히 있지만, 그래서 게임의 여왕을 처단하는 내용과 결론이 뭔가 이상하고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런 생각을 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씩 농담 섞어서(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 톰과 제리의 톰, 웨딩 피치의 레인 데빌라가 나중에 보니 편 들어주고 싶었던 것처럼요.) 게임의 여왕은 사람들을 놀게 해주고 외모가 빼어난 캐릭터인데 그녀를 퇴치한 주인공들이 원망스럽다 이런 얘기가 가끔 나오긴 했지만 오히려 게임의 여왕은 잘못한 것이 맞다고 진지하게 논박 당하는 경우도 아주 없지는 않았는데, 날아라 슈퍼보드의 다른 에피소드를 보니깐 게임의 여왕 입장에서는 확실히 억울해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게임의 여왕의 입장도 고려하고, 작중 내용과 연출을 지적, 비판하는 방향으로 진지하게 리뷰해볼까 합니다.(참고로 원작 만화에서는 게임의 여왕이 요괴가 아니고, 오히려 요괴라고 봉인을 시도하다가 주인공들이 게임의 여왕에게 두들겨 맞고 왕궁 및 수족관을 파괴한 죄로 강제 노동에 처해집니다. 물론 미스터 손이 분신술로 겨우 탈출합니다.)
1.게임의 여왕이 악역 및 요괴라는 설정의 허술함
작중에서 주인공들은 봉인해야 할 요괴들을 부적 명단과 지도, 레이더들을 통해 파악합니다.
그러나 다른 요괴들과 달리 게임의 여왕은 이런 부분이 나오지 않고, 요괴라는 복선을 주는 부분은 바로 익명의 팻말인데, 어디까지나 익명으로 쓴 팻말인데다가 게임의 여왕이라고 명확하게 쓴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요괴들 명단이 적힌 부적을 갖고 있는 삼장법사가 게임의 여왕을 처음 보고 공연히 사람을 의심했다고 했는데, 인간으로 둔갑한 요괴도 아니고 인간 모습을 부적에 봉인당할 때도 유지한 게임의 여왕이 부적 명단에 있는데도 그렇게 말하면 업무에 대한 성실성이 의심됩니다.
게임의 여왕이 비겁한 방법으로 게임을 하고, 성격이 나쁜 것처럼 연출 되었지만 사실 게임의 여왕이 만든 시스템이라서 해킹 프로그램 같은 프로그램을 썼다고 보기에는 애매하고, 게임 플레이가 잘 안되면 화 내는 사람들이 현실에도 많은데(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전원이 꺼지자 나온 반응을 생각해보시면 될 겁니다.) 게임의 여왕도 단지 그런 경우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
게임의 여왕은 처음에는 반항했지만(자신의 왕국과 재산이 파괴 되고 군중들 앞에서 자신에게 일갈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지도 모르죠. 게임의 여왕 입장에서 주인공들이 간첩이나 테러리스트처럼 느껴져도 이상한 부분은 아닙니다. 군중들이 스스로 민중 봉기 했으면 모를까, 주인공들에 의해 선동 되었을 가능성도 있구요.) 바로 아래에 나오는 얼굴셋 팔여섯처럼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는데도 부적에 봉인되었는데 이것도 이상한 부분입니다.
사실 게임의 왕국 자체가 황무지에 테마파크 등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었고,(작중에서는 게임의 왕국 때문에 황폐화 되었다고 나오지만 오히려 황폐화 된 지역을 부흥 시키기 위해 게임의 왕국이 건설 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감금 시킨 것도 게임의 여왕이 직접 명령을 내린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애매하고, 게임의 여왕의 또다른 악행인 전세계를 게임의 왕국으로 건설하겠다고 한 부분도 건설하겠다고 했지 전쟁까지 하겠다는 표현은 쓰지 않은 걸 보면 어쩌면 다른 방향으로 확장하겠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도 들더라구요.
2.요괴에 대한 일관성 없는 판결
게임의 여왕보다 더한 악행인 살인과 병원 파괴를 저지른 얼굴셋 팔여섯을 단지 항복했다는 이유로 용서해줍니다. 물론 샘물을 파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그건 용서 받은 이후의 시점입니다. 게임의 여왕도 용서해줬으면 주인공들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는 나무귀신을 쓰러뜨리는 일에 도움을 준 으뜨처럼 다른 요괴들을 퇴치하는 데 게임의 여왕이 도움을 줬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듭니다.
3.주인공들의 내로남불
작중에서 주인공들은 게임의 여왕보다도 더 문제가 있는 행적이 있는 부분들이 나옵니다.
미스터 손의 문제
익룡의 알을 모조리 먹어치우고 어미 익룡을 적반하장으로 때려눕힙니다.
미스터 손은 염라국과 용궁에서 폭행 등 난동을 피우고 생사부를 훔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서 자신을 불사신으로 만둘었습니다.
옥황상제의 새장을 관리하는 일을 맡은 미스터 손은 옥황상제의 부하들이 새 알을 먹는다는 이유로 새들을 무단으로 풀어줍니다. 아까 익룡의 알 부분을 보면 내로남불이 따로 없습니다.
새장의 새들을 풀어준 사건 때문에 옥황상제의 군대가 전투기로 추격해오자 격추 시킵니다.
호랑이로 변장해서 옥황상제의 잔칫상에 있는 음식들을 훔쳐먹습니다. 심지어 천도까지 먹어치웁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천도 나무와 불로장생주를 훔쳐가고, 옥황상제의 부하들이 전투기를 몰고 오자 또 격추시킵니다.
사오정이 자기 우산에 낑겨쓴다고 낭떠러지에 그대로 던집니다.
보안관이 자신의 돈 주머니를 훔치려는 소매치기 소녀에게 즉결처분 하기 위해서 총을 쏘려고 하자 미스터 손이 막습니다. 이것은 미스터 손이 잘 한 행동이긴 합니다만, 아래에 지적하겠지만 정작 게임의 여왕을 즉결처분하는 데에는 고민 없는데 그러니깐 이상합니다.
저팔계의 문제
생필품인 기름을 독점하면서 기존 가격의 두 배 이상을 받는 폭리를 취합니다.
기름 독점판매로 생활이 힘들어진 사람들이 저팔계를 제거할 작전을 세우자 보복한다고 추격해서 여성을 포함한 사람들이 타고 있는 트럭을 바주카포로 쏴버립니다. 심지어 이 상황은 술을 잔뜩 마신 상황이니 음주운전 문제도 있습니다.
미스터 손이 자신의 약혼 대상으로 변장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열받은 저팔계는 호텔에서 바주카포를 쏴댑니다.
사오정의 문제
미스터 손의 슈퍼보드를 눈독 들이면서 훔치려고 합니다. 물론 바로 미스터 손에게 보복 당합니다.
뿅망치로 미스터 손과 저팍계를 가끔 폭행하는데, 이 뿅망치는 나무귀신을 제압할 정도로 만만한 무기가 결코 아닙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구걸하면서 돈을 받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일행들이 돈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구걸도 경범죄에 해당되는 행동입니다.
게임의 여왕의 대회에서 호루라기를 몰래 불며 부정행위를 합니다. 사실 게임의 왕국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과연 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갇힌 사람이거나 게임 대회 결선 참가자들만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렇게 부정행위를 하거나 일반적인 사회에서도 불법에 해당되는 기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게임의 왕국에는 아예 없으리라고 확신하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삼장법사의 문제
가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운전합니다. 물론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경우도 있긴 해서는 연출의 문제이긴 합니다만, 그것도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또한 교통법규를 잘 지켜도 가끔 어기는 사람들도 있기도 하죠.
저팔계가 장가 갈 때 쓰려고 모아둔 돈을 빼앗아서 씁니다.
게임의 여왕에 대한 마녀사냥
그리고 어쩌면 가장 궁극적인 문제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게임의 여왕을 처단하는 부분은 분노한 군중들 앞에서 조리돌림 하는 것도 그렇고 마녀사냥에 가까운 행태인데, 게임의 여왕이 비록 잘못을 하긴 했고, 요괴라고 작중에서는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엄연히 인간의 모습을 했으니 법적인 근거와 절차, 그리고 변호인을 갖춘 법정에서 죄질의 유무를 판단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그런 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극형에 처한 것은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
군중들의 여론에 편승해서 게임의 여왕을 요괴라고 처단하는 것보다는 게임의 여왕을 진정하게 하고 설득하면서 게임의 여왕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일을 하는 것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것이 더 감동적이고 교훈적이었을 겁니다. 첫방영 당시가 1991년 12월 27일로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던 걸 고려하면(설령 이 작품이 불교와 도교 성향이 강했을지라도) 시기에 적절했을 것입니다만 결국 극단적인 처벌로 끝나서 씁쓸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노는 것도 좋지만 일하는 것이 중요하고 외모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건 그 교훈 자체는 훌륭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놀다가 인생을 망친 사람도 있지만 일을 하다가 과로로 쓰러지거나 일중독으로 가정이 불행해지는 경우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 작품이 나오던 당시의 노동 환경이 그다지 좋은 건 아니기도 했구요.
외모 관련 교훈도 게임의 여왕은 작중에서 외모를 가지고 상대를 차별하거나 한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메두사 이야기라던가 경국지색의 경우처럼 외모는 아름다운데 마음은 사악하다라는 결론의 서사는 게임의 여왕 에피소드 이전에도 있었는데, 그것조차도 지금에 와서는 일종의 편견이라는 비판도 있구요.
따라서 지금까지 내용을 요약하고 결론을 내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게임의 여왕은 악행을 하긴 했으나 다른 요괴와 동급으로 처단 해야 할 요괴라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 너무 무리수가 있었다.
2.게임의 여왕보다 더한 악행을 하는 요괴가 있는데도 주인공들은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용서해줬다.
3.게임의 여왕보다 주인공들이 더 문제 있는 행적들을 저질렀다.
4.게임의 여왕의 처벌 방식이 다른 요괴들과 동급으로 놓는 극단적인 방식이고 심지어 법적 절차가 전혀 없고 마녀사냥에 가깝다.
5.교훈 자체는 좋지만 게임의 여왕 관련해서 적용하는 것은 애매했다.
게임의 여왕은 비록 원작 만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에서는 빼어난 외모, 매력과 독특한 성향을 갖췄음에도 당시의 관점에 따라서 요괴로 낙인 찍혀서 처단 당하고 그 후로 날아라 슈퍼보드 어떤 컨텐츠에서도 등장이나 언급되지 않는 비운의 미형 캐릭터가 되었지만,(사실 미국이나 일본 작품에서는 악역이어도 매력이 높거나 캐릭터가 확실하면 재평가가 되어서 다른 모습이나 서사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가끔 있는데 한국에선 그런 것이 조심스럽죠.) 이렇게 새로운 관점에서 재평가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누명이 씻겨지고 앞으로 날아라 슈퍼보드의 새로운 컨텐츠가 나오거나 하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소 말재주가 부족하기도 하고 심심하고 진지한 내용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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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보드 환상서유기도 애니화 됬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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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보드 환상서유기도 애니화 됬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