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변이종이야. 그놈이 쫓아오는 상황에 둘 다 살긴 어려워. 흩어지자. 그럼 둘 중 하나는 살겠지.”
테오는 올빼미의 말에 반응하지 않은 채 통로 쪽에 비치되어있는 소화기 쪽으로 갔다. 올빼미는 이미 도
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테오는 소화기를 호스를 물고 올빼미 쪽으로 갔다.
“잠깐 기다려.”
“왜? 빨리 도망가야 해!”
“놈과 싸우자.”
테오가 말했다.
“뭐라고..? 제정신이야? 죽으려면 너 혼자 죽으라고!”
올빼미는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러자 테오도 덩달아 흥분해서 말했다.
“지금, 저 밖으로 나가자고?! 사방이 탁 트인 지상에 나가서 어떻게 도망치게? 주변 건물? 하늘? 하늘에
서 저 빠른 놈을 따돌릴 자신 있어? 그리고 아까 화장실에서 보니까 후각도 뛰어나서 건물로 숨어도 소용
없어. 나가면, 목숨을 겨우 몇 시간 연장하는 정도야. 더 도망치는 것은 의미 없어”
올빼미는 테오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는 전에 매 변이종에게 하늘에서 쫓긴 적이 있었고 하늘로 도
망치면 잡힌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보다 후각이 뛰어나서 건물에 숨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았다. 전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테오의 제안은 두려웠다.
“뭘 어쩌려고... 고작 너랑 나 둘이서 저놈을 어떻게...?”
테오는 발밑의 소화기를 올빼미에게 보였다.
“이거 뭔지 알아? 이걸 누르면 이 호스로 하얀 것이 튀어나와. 꽤 유용할 거야.”
올빼미는 말없이 소화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테오는 말을 이었다.
“냄새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고 있어, 놈이 분명 다른 곳으로 돌아서 오고 있을 거야. 금방 오겠지.
빨리! 다른 방법이 없잖아? 너는 이 호스를 들어 앞쪽을 겨냥하도록 해, 난 손잡이를 물어서 쏠게.”
테오가 말을 마치자 올빼미는 소화기 호스를 잡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테오는 안전핀을 입으로 물어서
뺐다. 그들은 소화기를 발사할 준비를 마쳤다.
“우리 준비가 된 건가? 이대로 기다리면 되는 거야?”
“아니,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 이걸로 놈을 죽일 수는 없어. 놈이 스스로 죽게 해야 해.”
“스스로 죽다니...?”
“놈의 속도를 이용하는 거야. 놈이 우리 쪽으로 빠르게 날아올 때, 옆쪽 통로로 피해서 소화기를 쏘는 거
야. 그럼 놈은 균형을 잃고 벽이나 바닥에 부딫히겠지. 속도가 엄청 빠르면, 그 충격이 상당할 거야.”
올빼미는 테오의 전략을 마냥 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로 끝
에 그것이 나타났다. 이윽고 그것은 테오와 올빼미를 발견한 뒤, 통로 쪽으로 날아왔다. 테오와 올빼미는
옆쪽 통로로 피했다. 그것은 속도를 높였다. 테오는 그것의 냄새가 가까워지자 손잡이를 힘껏 물었다. 테
오와 올빼미가 있는 통로는 높이가 낮고 연기차단 경계벽도 있어서, 그것은 고도를 최대한 낮춰서 비행
했다. 그 덕에 그들은 소화기를 높게 들지 못했어도, 그것을 맞출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것은
앞으로 날아가다 균형을 잃고 땅에 떨어져 뒹굴었다. 속도가 워낙 빨랐던 탓에, 그것은 통로 끝의 지상으
로 이어진 계단까지 굴러갔다. 성공이었다. 올빼미와 테오는 소화기를 든 채 앞으로 나갔다. 통로 끝쪽에
그것이 날개가 꺾인 채 쓰러져 있었다.
“주.. 죽었나?”
올빼미가 그것을 쳐다보며 말했다. 테오와 올빼미는 그것에게 가까이 갔다. 그것은 입에 검붉은 피를 흘
리고 있었고 움직임이 없었다. 그 모습에 테오는 말없이 손잡이를 놓았다. 그러자 올빼미도 소화기를 내
려놓았다. 그리고 땅에 등을 대고 날개를 쭉 편 채 누웠다. 그의 시선은 테오 쪽으로 향했다.
“우리가 해냈어! 네 말 듣길 잘했다.”
테오는 시선을 그것 쪽으로 향한 채 올빼미의 말에 대답했다.
“일어나. 아직 안심하긴 일러.”
테오는 지하철역 내부로 향하는 통로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올빼미도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카아악!
그들의 등 뒤로 그것의 날카로운 소리가 날아왔다. 테오와 올빼미는 뒤를 돌아봤다. 그것이 부러진듯한
날개를 허공에 휘저으며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테오와 올빼미는 바로 도망쳤다.
탕!
그것의 소리보다 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소리에 놀라 다시 뒤를 돌아봤다. 그것이 조용히
땅에 쓰러져 있었다. 이윽고 그 소리가 몇 번 더 났다.
“뭐해! 도망가자!”
올빼미는 날개를 펴서 바로 도망가려 했지만, 테오는 가만히 있었다.
“사람... 사람들의 냄새가 나.”
올빼미는 날개를 접고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테오와 똑같은 쪽을 바라보았다. 테오는 그것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올빼미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것의 거대한 몸뚱이 뒤로 4명의 사람이 나타
났다. 테오는 그들을 발견하자 마구 짖었다.
“여기 개도 있는데요?”
총을 가진 남자가 말했다.
“어? 테오? 테오 맞구나!”
안경을 쓴 남자가 테오를 보고 말했다. 그는 영진의 아버지였다.
“아는 개인가요?”
“네, 제 아들이 기르던 개에요. 여기서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영진의 아버지는 테오를 안고 몸을 살폈다. 테오는 검붉은 피로 샤워를 한 듯 붉게 물들어 있었고, 온몸
구석구석에 크고 작은 상처가 있었다. 테오는 주인의 아버지를 알아보고 짖었다.
“테오야... 너는 무사했구나.. 영진이랑 영진 엄마, 어떻게 됐는지 아니? 아니다. 알아도 말 못 하겠지...
너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구나.”
영진의 아버지는 테오를 안고서 흐느꼈다.
“저.. 저기.. 감염체랑 가까이 있었던 동물이라 그렇게 접촉하면 위험할 것 같은데요...?”
“아.. 네”
영진의 아버지는 테오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한 사람이 테오를 자세히 살폈다.
“지금으로 봐서는 딱히 변이 형상을 일으키진 않았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심해서 데려가도록 하
죠.”
“네”
영진의 아버지가 테오를 살짝 들어서 데려갔다. 그 모습을 본 올빼미도 그들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
들 중 한 명이 올빼미도 발견했다.
“올빼미도 있네요? 겉으로 봐선 감염체는 아닌 것 같은데... 팀장님, 얘도 데려갈까요?”
“그래요, 데려가도록 해요.”
올빼미와 테오는 사람들을 따라 지하 대피소로 갔다. 대피소는 테오와 올빼미가 있던 지하철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일 전, 붉은빛이 지상의 모든 인간을 사라지게 했다. 그리고 극소수는 괴물이 되었다. 그
당시 지하철에 있던 사람들은 운 좋게 목숨을 건졌다. 영진의 아버지는 평소보다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그때 지하철에 있었다. 야근이 영진의 아버지를 살린 셈이었다. 영진의 어머니는 빛을 쐬고 괴물이 되었
으나, 완벽하게 변하기까지 약 10분 동안 정신이 온전했다. 그리고 사라진 영진을 찾아 집 밖으로 뛰쳐
나왔다. 그러다가 그곳까지 가게 되었다. 대부분의 정부 인사들은 첫날에 전부 사라졌고, 사회는 완전히
멈춰버렸다. 그 어떤 재난경보도 방송도 없었다. 생존자들은 지하철 선로 주변에 대피소를 만들었다. 그
리고 지하철에 갖춰진 무선 네트워크로 다른 지역 사람들과 연락하여 정보를 교환했다. 다른 지역이라고
해봐야 수도권 주변 지하철역에 한정되어 있었다. 지하철역이 없는 지역의 사람들은 거의 전원이 사망했
다. 생존자들은 그 빛이 무엇인지. 왜 나타났는지 몰랐다. 그들에게 진실은 너무 먼 곳에 있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빛이 잠깐 사라진 틈을 타서 지상에 올라와 물품을 챙기는 정도였다. 그마저도 재빨리
지하로 도망칠 수 있는 지역에 한정되었다. 영진의 아버지는 가족을 찾기 위해 지상으로 나가는 사람들
과 합류했었다. 그들은 역 주변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 먹을 것을 챙기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 과정에
변종된 매와 테오 일행을 발견한 것이다.
임시대피소 내부 바닥에 누워있던 테오는 희미하게 눈을 떴다. 테오 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테오야,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죽으면 안 돼. 꼭 살아야 해. 그래야 나랑 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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