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남산국과 여산국이 부부가 되어 함께 살고 있었는데 마흔이 되도록 자식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쪽 산 넘어 가면 있는 동개남 상주절에 시주를 하고 그 절에 모셔져 있는 부처님께 공을 드리기를 석달 열흘 동안 정성스럽게 빌자 딸을 낳게 되었습니다.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지장아기라 지어서 불렀고, 지장 아기는 무럭무럭 건강히 잘 자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남부러울 것 없이 잘 지내었습니다.
그런데 지장아기가 다섯살 되어서 액운이 끼인 것인지 재앙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이뻐하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모두 돌아가셨고, 다시 여섯 살이 되자, 이번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었으며,
일곱 살이 되던 때에는 의지하였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말았던 것입니다.
결국 지장아기는 외삼촌 집에 얹혀 살다시피 하며 머물렀으나 외삼촌 외숙모가 구박하면서
걸핏하면 네 팔자가 사납고도 모질어서 할아버지 할머니 네 아버지 어머니까지 네가 모두 죽게 했다는 식으로 대하니 지장아기는 슬픈 나머지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외삼촌에게 쫓겨나게 되자 여기저기 방황하다시피 하면서 떠돌았지만 밤에 부엉이가 내려와서 커다란 날개로 덮어주니 얼어죽지 않고 살았다고 합니다.
어느덧 그렇게 정처없이 떠돌던 지장아기도 꽃다운 나이 열여섯이 되었으며 비록 구걸하다시피 얻어 먹고 사는 처지였으나 그 마음씨가 착하고 고와서
어른에게는 공손하고 아이들을 잘 돌보았으므로 오나 가나 지장아기를 칭찬하는 소리가 자자했다고 합니다.
이 소문이 이웃집 마을 부자선비인 서수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니 지장아기를 며느리로 맞아들이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지장아기는 혼인하여서 지장부인이 되었고, 시아버지 시어머니 낭군 모두 사랑하면서 잘 살았으며
다음 해에는 떡두꺼비 같이 건강하고 잘생긴 사내아이를 낳아서 집안에 웃음꽃이 떠날 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몰라도, 좋은 일이 있는 것이 삼년도 되기 전에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그 뒤를 이어서 시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낭군을 의지하며 살아야 되겠다 했는데 지장부인이 스물이 되자 낭군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얼마 뒤에는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마저도 세상을 떠나고 마니 과부가 되어 의지할 곳 없는 지장부인은 시누이 집에 들어가 얹혀 살았습니다.
못된 시누이는 말끝마다 어디서 복도 없고 팔자 사나운 게 들어와서 우리 아버지 어머니 오라버니를 네가 다 잡아먹었다고 사납게 톡톡 쏘아대며
지장부인의 아픈 가슴을 콕콕 찔러 대기만 하였던 것입니다.
견디다 못한 지장부인은 시누이 집을 나와서 사람이라고는 흔적도 없는 서천강 어귀에 가서
억새, 속새를 베어서 움막을 만들고는 거기에서 머물며 살았습니다.
그곳에 머물며 명진국 할머니에게 지성을 다하여 빌었는데
정성을 보고 감동받았던 것인지 명진국 할머니가 꿈에 나타나 누에 치고 명주 길쌈하는 것을 전부 가르쳐 주었던 것이었습니다.
지장부인은 꿈에서 깨어 뽕나무 씨를 뿌리고 누에를 치고 명주 열 필을 짠 다음 제사를 올렸는데,
친정할아버지, 친정할머니, 친정아버지, 친정어머니에게 각 한필씩 올리고 시아버지, 시어머니, 낭군, 아이한테도 한필씩 올리고 나서
남은 두 필의 명주로는 굴장삼(회색승복을 말하는 듯 하다.)을 지었고
고깔(스님들이 머리에 쓰는 것으로 나비춤을 출 때 쓴다.)을 만들었으며 바랑까지 만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면서 시주받은 벼로 시루떡, 도래떡 열말씩 쪄서 제를 올리는데,
옥황상제, 염라대왕, 초공왕, 이공왕, 삼공왕, 명진국 할머니, 저승차사 해원맥, 이덕춘, 강림도령에게 올렸으며 나머지 떡은 이승저승을 떠도는 객신客神들에게 올렸습니다.
그러다가 지장스님은 죽어서 새가 되었는데 이승에서 살아 있었을 때 하도 고생을 하고 그래서 안 아픈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 지장새가 집안 사람에게 들면 병이 생기게 된다고 하는데, 본래 살아 생전에 마음이 착했던 지장신은
지성껏 빌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병을 없애주면서 집안에 드는 액(사나운 재앙)도 막아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장신은 액을 막아주는 액막이신으로 받들어졌으며 이 지장아기씨 이야기는 제주도에서 심방들이 부르는 지장본풀이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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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참 신산하고 서글프기 그지없는 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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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참 신산하고 서글프기 그지없는 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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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지만 한국의 신들은 다 각기 기구한 사연 하나씩은 있습니다. 조왕신도 살아 생전에 노일자대에게 죽음을 당했다가 막내아들이 효자라서 구해내었지요. 그 이전까지는 시체가 물속에서 있어야 할 정도로 기구했습니다. | 17.04.23 19: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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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보살은 아니고 이 이야기는 새가 된 지장신에 대한 내력을 노래한 거죠. 액막이신으로서의 측면이 강한 겁니다. | 17.06.12 10: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