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하세요
스파이 업계에서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괴담 하나가 전해져 온다. 동료를 배신한 어느 냉혈한 에게 내려진 천벌이라고 할까…… 아니면, 계획된 범죄라고 할까.
괴담의 주인공인 ‘젠틀맨’은 20년 전에 동료 ‘와치맨’을 배신해 죽음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주검을 끔찍하게도 공사 중인 자신의 별장 벽면에 숨겨 넣었다. 그 후로 별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완성되었지만, 젠틀맨은 끝까지 별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젠틀맨이 20년 만에 별장을 찾았다. 다름 아니라 일대를 연속적으로 강타한 지진 때문이었다. 지진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왔건만 별장은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 다행이라는 감정은 그에게 복잡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초로의 모습으로 별장을 찾은 그는 어두운 과거와는 완전히 단절된 듯 초연해 보였지만, 사실 그의 모든 감각은 벽 너머를 향해 있었던 것이다.
곧 치명적인 어둠과 함께 망자의 비명이, 아니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벽면을 파고 나오는 어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이에 휘말린 젠틀맨은 금새 공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시계 마니아였던 와치맨이 사망 당시 차고 있던 시계)
“시계 소리야! 이건 그, 그녀석의 시계소리야!”
벽 속에서 들려오는 건 분명한 시계 소리였다. 아득한 곳에서 진군하듯 들려오는 그 소리는 젠틀맨의 얄팍한 정신을 유린했다. 그리고 20년 동안 오로지 자신을 기다린 것처럼 맹렬하게 움직이는 시계바늘은 젠틀맨의 병약한 심장을 깊숙이 파고 들어왔다.
다음날, 젠틀맨은 와치맨이 숨겨진 벽 바로 아래에서 숨을 거둔 채로 발견되었다. 20년 전의 악행에 어울리는 비참한 최후이지만 그 죽음의 원인인 시계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정말 거짓말처럼.
이 괴담 같은 얘기에 대해서는 천벌이라는 권선징악적 해석이 대부분이지만, 앞서 말했듯 치밀한 계획범죄라는 견해도 있다. 분명 어떤 감쪽같은 방법이 동원돼, 차가운 총구 대신 심장병을 갖게 된 은퇴 스파이를 심리적으로 함정에 빠트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는 벽면의 작은 훼손이라든지를 포함해 정말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도 있다. 복합적인 우연의 일치… 그 1%의 가능성을 말이다. 이 가능성이란 것은 대체 무엇일까?
(IP보기클릭)22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