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몇 년간에 걸친 법공부를 끝내고 어렸을 적 꿈이었던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끝내주게 잘 나가는 대형 로펌은 아니지만, 그래도 운 좋게 많은 선배 변호사님이 많은 중형 펌에 들어가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소송기록을 검토하고 서면 작성하는 일이 뜬구름을 잡는 일과도 같았고, 선배님들도 일을 많이 시키지 않아서 몰랐었는데요. 변호사의 일이란 게 너무 힘듭니다. 요즘 10시에 출근해서 빠르면 10시에 퇴근하거나 늦으면 1시에 퇴근합니다. 매일매일 기일표를 체크하고 재판에 나가야 하고, 자문서를 조금만 늦게 써도 의뢰회사에서 득달같이 전화해서 자기 일부터 처리해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제가 쓰는 서면 한장 한장이 적을 때는 몇만원이고 비쌀 때는 몇십이라는데(비용청구는 비서들이 해서 솔직히 저는 잘 모릅니다) 대체 이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는 통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변호사들이 쓰는 서면이 비싼 이유는 이게 뭔가 창조적인 일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많이 배워서 이게 어디에 적용되는지 알기 때문에만 가능한 완전한 노가다 작업입니다. 사안을 파악하고, 그에 적용되는 법률이나 판례를 현출하고, 결론으로 마무리하는 3단 논법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반복하는 두뇌혹사입니다.
요즘 회사에서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하고, 오늘도 야근하는데 막내인 제가 남아서 자문서 미친 듯이 쓰다가 현타와서 이딴 뻘글이나 쓰고 있네요. 저는 로펌이 첫 직장이라 다른 직장인들도 다 이렇게 업무시간에 5분 쉬는 것도 아깝거나 화장실도 못 가고 일하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평소에 너무 불행하고, 월급날만 엄청나게 행복하고, 곧 다시 지쳐서 늘어집니다. 집에 가서 게임하고 싶은데, 지금 저녁도 못먹고 자문서에 적용될 법령 찾고 있으니 너무 힘듭니다... 법률가가 되었다는 보람도 요즘은 잘 느껴지지 않구요...다들 더 힘든가요...
(IP보기클릭)49.175.***.***
이 글의 포인트는 마지막에 있습니다 [월급날만 "엄청나게" 행복하고] 자 월급날 엄청나게 행복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음 엄청나게...........
(IP보기클릭)121.180.***.***
사짜 직업들이 선생님 소리듣고 사회적으로 대우받는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굴리는거에요 의사쪽에선 병원 처음 들어가서 인턴. 던트 하면 하루 3,4시간자고 그마저도 못자고 욕이란 욕 다먹고 구릅니다. 요즘엔 전공의법으로 전공의들 대우는 좋아졌지만 그 일이 죄다 펠로에게 넘어가서 서울메이저 병원 펠로돌은 '무급'으로 저 노동을 하고있습니다. 법조계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사된 중학교 동기도 집에 못들어가고 법원에서 먹고자고 못빠져나오고 있습니다. 뭐든지 사회적으로 대우해주는건 그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첨부터 그렇게 구를 각오 하고 들어오신거 아닌가요?
(IP보기클릭)107.170.***.***
정확히는 세상 전체에서라기 보단 주류 시스템 안에선 언제나 극단뿐이죠.. 올라서거나 낙오되거나. 또 비주류 자체가 낙오라 여기고. 하지만 업계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주로 비주류로부터 파생되긴 하죠(어렵고 험난하긴 하지만..) 하물며 개인에서야...
(IP보기클릭)1.231.***.***
아니 그러니까 제가 스스로 3분 쉬는 걸 아까워할 정도로 바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부터 구를 각오로 공부하는건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또 실제로 그걸 각오했더라도 스스로 몰아붙이면서 일에 몰입하다보면 갑자기 오늘처럼 허무할때가 있습니다.
(IP보기클릭)121.132.***.***
대부분 직장인들 비슷할 듯
(IP보기클릭)58.121.***.***
(IP보기클릭)1.231.***.***
전혀 창의적이지 않지요. 다만 자율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어서 그게 위안일 따름입니다. 의뢰인을 직접 마주하면 모르되 회사 관련 자문은 이상하게 보람이 없더라구요. 이제 퇴근합니다. 저에게는 반복적인 일이라도 받는 사람에게는 아닐수도 있다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 18.11.12 22:44 | |
(IP보기클릭)115.23.***.***
(IP보기클릭)1.231.***.***
다들 일할때 정말 다 정신없이 일하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시간당 5분의 여유라도 부릴수 있으면 좋겠어요. | 18.11.12 22:45 | |
(IP보기클릭)221.151.***.***
(IP보기클릭)1.231.***.***
ㅠㅠ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다닙니다. | 18.11.12 22:45 | |
(IP보기클릭)182.214.***.***
(IP보기클릭)1.231.***.***
그렇게 말씀하시면 변호사가 목표가 된지는 10년도 넘었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의사들도 모두 사람을 사람을 살리고 싶어서 의사가 된 것은 아닐 것이라 믿습니다. 나의 능력과 목표와 적성을 고려한 결과 법조인을 하면 잘 할것 같아서 그 꿈을 꾸었고,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 살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솔직히 없습니다. 변호사가 재미와 보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을 하면서 조금씩 지쳐가는게 문제인것 같습니다. | 18.11.12 22:49 | |
(IP보기클릭)182.214.***.***
당연하죠 요새 누가 고리타분하게 사람 살리고 싶어서 의사하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도와주고 싶어서 변호사 되겠습니까ㅎㅎ 제 말은 변호사 타이틀로 뭘 하고 싶은 지를 찾으셔야 한다는 겁니다. 변호사 타이틀로 여자를 꼬신다던지, 돈을 쓸어담겠다던지 그런 꿈이 있어야 모든 지 버틸 수 있는 거죠. | 18.11.12 23:42 | |
삭제된 댓글입니다.
(IP보기클릭)1.231.***.***
루리웹-9634319339
붙들고 있는 형사사건이 하나 있는데 배당 받을때 기록이 1만 페이지가 넘어서 밤새서 읽다가 귀가한적 있습니다. 의뢰인과 말씀을 나누어 보았는데 아주 선량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악인은 아니더군요. 법리상은 무죄가 나올수 있는 건으로 보여서 최선을 다해 다투고 있습니다. 최소한 집행유예라도 나온다면 의뢰인 낯은 볼수 있을 것 같은데, 무죄를 받는 다면 돈으로 보상받을 수 없는 보람을 진짜 느껴볼수 있을 것 같습니다:) | 18.11.12 22:54 | |
(IP보기클릭)104.236.***.***
(IP보기클릭)1.231.***.***
말씀이 다 옳은데 세상은 다 양극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는 남을 위해 인권변호사를 할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평범하게 돈도 벌고 그러면서 남도 도와주는 그런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돈을 벌고자 하면 일에 치이게 되고, 보람을 찾게 되면 가난에 치이게 됩니다. 일이 너무 많아서 울 것 같은데, 또 무서워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가지 않으면 낙오될것 같아서 항상 달리는데, 중간은 없는 기분이 듭니다. | 18.11.12 22:58 | |
(IP보기클릭)107.170.***.***
Unwa
정확히는 세상 전체에서라기 보단 주류 시스템 안에선 언제나 극단뿐이죠.. 올라서거나 낙오되거나. 또 비주류 자체가 낙오라 여기고. 하지만 업계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주로 비주류로부터 파생되긴 하죠(어렵고 험난하긴 하지만..) 하물며 개인에서야... | 18.11.12 23:28 | |
(IP보기클릭)112.161.***.***
(IP보기클릭)121.180.***.***
모르면 걍 쓰지마요. 잠잘시간도 없는데 무슨연애? | 18.11.12 22:36 | |
(IP보기클릭)1.231.***.***
저 결혼했습니다; 와이프와 사이도 아주 좋고 행복해요. | 18.11.12 22:59 | |
(IP보기클릭)121.180.***.***
사짜 직업들이 선생님 소리듣고 사회적으로 대우받는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굴리는거에요 의사쪽에선 병원 처음 들어가서 인턴. 던트 하면 하루 3,4시간자고 그마저도 못자고 욕이란 욕 다먹고 구릅니다. 요즘엔 전공의법으로 전공의들 대우는 좋아졌지만 그 일이 죄다 펠로에게 넘어가서 서울메이저 병원 펠로돌은 '무급'으로 저 노동을 하고있습니다. 법조계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사된 중학교 동기도 집에 못들어가고 법원에서 먹고자고 못빠져나오고 있습니다. 뭐든지 사회적으로 대우해주는건 그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첨부터 그렇게 구를 각오 하고 들어오신거 아닌가요?
(IP보기클릭)1.231.***.***
아니 그러니까 제가 스스로 3분 쉬는 걸 아까워할 정도로 바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부터 구를 각오로 공부하는건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또 실제로 그걸 각오했더라도 스스로 몰아붙이면서 일에 몰입하다보면 갑자기 오늘처럼 허무할때가 있습니다. | 18.11.12 23:07 | |
(IP보기클릭)183.104.***.***
제가 대기업 근무하면서 보면 신입사원들 스펙이 다들 엄청났는데 술한잔 하면서 이야기해보면 전부다 피곤에 쩔어서 이럴줄 알앗으면 의대갈걸 그랫다면서 의대를 선망의 대상으로 보더군요 그것도 그럴것이 아침8시 출근에 저녁6시 퇴근인데 거의 매일 야근한다고 보시면되구요 술좋아하는 팀장이라도 만나면 ㄱㅓ의 매일 야근시간부터 나가서 12시1시 까지 어던날은 새벽3시까지 술마시고 다음날 칼출근 해야해서 삼십 초반에 탈모가 온 친구도 봣고 요 그래서 그친구들 주레퍼토리가 이럴줄알았으면 의대 갈걸 법대 갈껄 입니다. 힘내세요 | 18.11.13 11:11 | |
(IP보기클릭)49.175.***.***
이 글의 포인트는 마지막에 있습니다 [월급날만 "엄청나게" 행복하고] 자 월급날 엄청나게 행복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음 엄청나게...........
(IP보기클릭)183.104.***.***
(IP보기클릭)175.195.***.***
(IP보기클릭)211.250.***.***
(IP보기클릭)121.132.***.***
대부분 직장인들 비슷할 듯
(IP보기클릭)203.231.***.***
(IP보기클릭)175.215.***.***
(IP보기클릭)223.131.***.***
(IP보기클릭)125.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