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젤다를 이제야 만나서 너무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입니다.
일단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젤다의 참 재미를 못 느끼고 지나치는 유저분들에게 전해드리는 글 겸 젤다라는 게임에 대한, 젤다라는 게임을 제작한 제작사들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상당히 난잡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가 많습니다. 그냥 흘려들어주세요 ㅠㅠ
여러분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라는 게임을 한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신가요?
탐험? 전투? 수집? 초록 옷=젤다? 뭐 다 맞는 말(?)입니다. 자기 경험에 비춰 각자가 느끼는 재미의 포인트가 다 다르니까요.
그런데 저는 이 게임을 제목에 나온 대로 '야생'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자 그럼 이제 제목을 볼까요? 왜 제작진은 이번 젤다 시리즈의 제목을 야생의 숨결이라고 작명했을까요?
여러분은 '야생'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예전 1박2일에서 강호동 씨가 외치던 야생? 베어 그릴스? 밀림과 맹수들? 여러 가지가 있겠죠.
제가 플레이해 본 바로는 생존이라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일단 처음에는 으레 다른 게임처럼 별 볼 일 없는 링크입니다. 우리의 링크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그러다 웬 노인을 만납니다. 그런데 이 노인은 행글라이더를 자랑하더니 ‘갖고 싶니? 그럼 사당 4개 클리어해’라고 합니다.
이제 와서 생각을 해 보면 이 노인은 참으로 친절한 노인이었어요. 우리의 링크는 사당을 클리어하러 떠납니다.
하지만 불쌍한 우리의 링크는 잡 못하나 쉽게 제압하지 못하고 뚜드려 맞고 극 초반 지역임에도 가디언까지 만납니다.
이게 끝일까요? 아니죠. 사당 깨러 표시된 지역에 가보니 이제는 설산입니다.
우리의 링크는 너무 추워서 죽기 일보 직전입니다.
자, 위에 상황만 보면 우리의 링크가 100년 전 하이날을 수호하던 위대한 영웅인가요?
사당 4개까지 여차여차 깼다면 이제 초회 차 유저들의 가장 공감되는 난관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난 누구? 여긴 어디? 뭘 해야 함?’입니다.
저도 이 부분에서 도저히 재미를 찾지 못하고 게임 매각, 넘어서 스위치 기기 자체를 매각할 생각했습니다.
(젤다가 아니면 할 게임이 없다고 생각해서요 ㅠㅠ)
자. 초회 차 여러분. 잠시 게임 얘기를 접어두고 우리 가상의 세계로 떠나봅시다.
여러분이 만일 배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불의의 사고로 이름 모를 섬에 불시착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어떤가요? 막막하겠죠? 생존자는 나만 남은 것인가. 이 섬은 도대체 어디인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이곳을 탈출할 것인가.
아니 앞으로가 아니라 당장 오늘 밤은 어떻게 보낼 것인가.
흠..... 이것을 보아하니 이름 모를 섬에 불시착한 여러분과 우리의 링크가 비슷한 상황 아닌가요?
네. 저는 이 게임의 참 재미를 야생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링크의 처절한 생존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링크는 지금 과거의 기억마저 잃어버리고 전혀 알 수 없는 세상에 던져진 나약한 존재입니다.
어려 분은 링크가 되어서 이 세상에서 살아남고 이 세상에 주어진 시련을 해결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가나요? 그럼 다시 가상의 세계로 돌아가 봅시다.
여러분은 불시착한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을 해야 합니다. 그곳은 스마트폰도 없으며 여러분이 가진 것이라고는 입고 있던 옷, 그 옷의 호주머니에 있던 동전이나 열쇠 따위의 하등 쓸모없는 것 들 뿐입니다.
그런데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어떤 사람을 만났습니다! 아주 다행히도 이 사람과는 언어가 통하고 보아하니 경계는 하지만 적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운이 좋습니다!
그럼 여러분은 이 분과 뭘 해야 할까요? 저라면은 지금 현재 제가 있는 곳의 정보를 묻고 앞으로 당장에 탈출 가능성을 알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방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쉽게도 작은 소수 부족이 살아가는 야생에 가까운 섬이라는 대답이군요.
자. 그럼 여러분은 구조대의 손길이 오기 전까지 이 섬에서 철저히 안전하며 건강하게 기다려야 합니다.
야생동물의 습격에도 대비를 해야 하며, 매 시각 안정적인 식사를 통해서 허기도 채워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운이 좋게도 무시무시한 가디언과 라이넬을 만날 일은 없습니다!
다시 게임으로 돌아와서, 이제 우리의 링크는 이 알 수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야 할 운명인 듯싶네요.
그럼 뭘 해야 할까요? 네. 맞습니다. 여러분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다 만져보세요.
우리의 링크는 최종 목표인 가논을 없애고 공주님을 구하기 위해서 끝까지 살아남고 강해져야 합니다.
체력이 부족하면 들판에 있는 버섯과 나무에 열린 사과를 먹어야 합니다.
몬스터를 만나면 무기를 들고 싸우며 무기가 없다면 도망치거나 죽음을 무릅쓰고 적의 무기를 빼앗아야 합니다.
비 오는 날에는 등산은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낙뢰도 조심해야 합니다.
추우면 껴입고 더우면 벗어야 합니다. 어떤지역은 극한의 더위와 추위를 견뎌야 합니다.
먹고 살기도 벅찬데 눈치 없는 주변인들은 자꾸 링크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퀘스트를 받거나 npc들과 대화할 때 스킵하지 마세요! 그 들의 대사에 모든 힌트가 있어요!)
그리고 이 하이랄이라는 세계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며 조금씩 정복해 나가는 것입니다.
저는 젤다의 또 다른 재미 포인트를 ‘시뮬레이션’에 두고 싶습니다.
시뮬레이션이 뭘까요? 지식백과에서는 ‘사건이나 현상을 모형을 통해 축소해서 실행 및 결과를 보는 것’이라고 서술되어 있군요.
‘엥? 젤다 하는데 무슨 시뮬레이션이야 ㅋㅋ’ 라고 하실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젤다 관련 게시글이나 리플을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이 아마도 ‘디테일’이라는 표현이 아닐까라고 짐작합니다.
루리웹에 한 유저는 다음과 같은 글을 게시합니다.
https://m.ruliweb.com/game/nin/84291/board/read/9410771
저는 이 글을 읽고 진짜 감탄했습니다. ‘참으로 현실성 있게 만들었구나.’ 라구요.
자 그럼 좀 재미없는 얘기일지라도 게임에서의 시뮬레이션을 살펴볼까요?
저는 다양한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입니다.
레이싱 게임을 예로 들면, 시뮬레이션 성격이 강한 아세토 코르사를 좋아하고 아케이드성이 강한 니드 포 스피드도 좋아합니다.
두 개가 적절하게 섞인 호라이즌도 좋아합니다. 레이싱 게임을 해 본 유저라면 알겠지만 우리는 게임이 현실에 가까워질수록 재를 느낍니다. 키보드 버튼을 누르면서 운전을 하는 것보다는 패드를 잡고 운전하면 더 재미있죠.
왜 그럴까요? 패드의 트리거가 실제 자동차의 페달을 연상시키고 차량이 벽에 충돌하면 즉각적인 진동으로 키보드보다는 현실성을 더 살려줍니다. 그럼 레이싱 게임용 핸들은 어떨까요? 핸들은 더 재미있습니다. 실제 운전하듯이 휠을 돌리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차가 나갑니다. 하지만 코어 유저가 아니라면 딱 이 정도까지의 시뮬레이션 성격을 선호할 것입니다.
바퀴와 접지면의 마찰력까지 고려하며 레이싱 게임을 하고 싶지는 않죠. 그냥 대충 이쁘면서 차 잘 나가면 그만입니다.
마치 ‘불쾌한 골짜기’와 같은 원리랄까요?
인간과 닮을수록 호감이 들지만 어느 순간을 넘어서면서 불쾌함을 느낍니다.
제가 느낀 젤다는 ‘미친 디테일’이라고 불리는 적절한 시뮬레이션 (정확히는 현실성)을 지향하며 적절한 아케이드성을 제공하여 유저들에게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그럼 앞에서 말한 탐험과 합쳐보면
젤다는 적절한 현실성을 가진 탐험이다.
라고 결론을 지을 수 있겠네요.
젤다의 전설이라는 게임을 제작한 미야모토 시게루는 젤다라는 게임을 어릴 적 집 근처 동굴에서 뛰어놀고 탐험하던 때를 회상하며 만들었다고 합니다.
수 십 년 전 소년 미야모토가 그랬 던 것처럼 설렘과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드넓은 하이랄 세계를 탐험하러 갑시다!
게임에 지름길은 있지만 정석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충족시킬 창의력으로 게임을 즐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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