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학업과 꿈을 병행하기 힘들다고 징징댔던 대학생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문과였는데 교차지원해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공학과에 들어오게 된 학생입니다. 소설가를 하고 싶어서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고요.
공모전은 이번달 29일 마감인데... 초고가 이제야 완성 직전이라 퇴고를 많이 못할 거 같네요.
이상한 데로 빠진 거 같은데, 핵심만 말씀드리자면 제가 소설이나 교차지원을 변명삼아 학업을 소홀히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물리나 수학, 전자공학 같은 건 제가 문과출신이라 동기들에 비해 불리한 시작점을 가진 건 맞죠. 근데 그게 변명이 돼선 안 될 거 같아요...
거기다 제 노력부족 탓에 수업을 못 따라가는 건데도 그런 생각이 들면 바로 소설 집필에 몰입하는 식으로, 소설을 한낱 도피수단으로 여기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교차지원을 하면 내게 어느정도 디메리트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으면서도 여기에 지원했고, 그러면서도 소설도 쓰고 싶으면 둘 다 적절히 병행하면서 내 선택에 내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학업은 뒷전, 가끔 힘들거나 귀찮으면 다른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무의미하게 소모합니다.
그러고는 21년 동안 그래왔듯, 후회만 거듭하고 곧바로 잊어버리는 거죠. 일단 국립대학이라 학비는 싸지만 등록금을 대주는 가족들에게 굉장히 미안합니다. 전공서적이나 통학버스 같이 학업에 필요한 거라면 군말없이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고, 용돈도 다른 친구들이나 동기들과 다름없이 받습니다. 솔직히 제가 이런 지원을 받을 자격이나 있는지 자괴감만 드네요.
결국 스스로를 바꿔야만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앞서 말했듯 저는 21년간 이렇게 살았습니다... 그나마 고3 때는 학교에서 잡아뒀던 데다 학업 분위기가 좋아서 '다들 공부해야 하는 시기라 열심히 하는데, 내가 남들만큼도 못하면 진짜 나중에 아무것도 못하겠지.'란 생각이 들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거 같네요.
여튼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뀔리가 없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뼈저리게 알게 돼서 천천히 바꿔나가야할 거 같은데 뭐부터 하면 좋을까요?
일단 시험이 끝나면 공모전에 투고할 원고를 완성하고, 공모전이 끝나면 미뤄뒀던 독서를 해치우고(주로 철학서 위주로 읽을 생각입니다.) 바로 다음 공모전에 대비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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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군대 가셔서 머리 좀 식히시는 게 답인 듯 합니다. 군대간 경험이 소설 쓰는데 도움이 많이 되니 꼭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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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서 상상과 하고싶은건 많은데 능력이 못 따라 주는것같아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내 한계에 대해 인정해가게 되고 능력이 안된다는것에 실망하는게 익숙해 질겁니다. 이것때문에 저걸 포기하고, 저것 때문에 이걸 놓아주고는 지금 달리지 않으면서 42.195km를 어떻게 완주하지? 가는 중간에 숨도 찰꺼고, 목도 마를테고 다리도 아플텐데... 라는 걱정을 하는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할 수 있는걸 안하고 아마 하고싶은것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계실겁니다. 저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그랬으니까요. 근데 지금 눈 앞에 놓인 해야 하는걸 해야 하는만큼 하세요. 눈 앞에 놓인것들을 처리하다 보면 내가 언제 산을 이만큼 올라왔나 하고 뒤돌아 보게 될 시간도 올겁니다. 이런 고민이 있다는것 자체는 상당히 좋지만 이런 고민이 생겨서 주춤 한다는거 자체가 아직은 전력투구 해서 시간이 모자르질 않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저도 전공과 하고싶은것에 대해 고민도 많았고 시간낭비도 많이 했어요. 고등학교때까지 운동하다가 훈련중에 부상으로 아예 은퇴. 초등학교때부터 준비하고 이쪽으로 진로를 정했었는데 대학도 못간상태에서 고3때 이렇게 되버리니까 뭐 그냥 붕 뜨더라구요. 재활 이런것도 안되고 공익가게 될 수준으로 망가졌었어요. 그렇게 10대 후반부터 20대 초중반까지 일일알바하고 계약직 일 하다가, 도저히 이렇게 못살겠다 싶어서 영어공부하고 영국대학 준비해서(영국은 대학이 3년제가 1년 세이브) 지금은 와서 졸업하고 인턴도하고 이제 또 새로운 필드로 가고싶어서 준비중이에요. 고민게시판에 이렇게 길게 댓글을 남겨본적이 없는것 같은데 갑자기 이렇게 남기는 이유가, 제가 수능을 예전에 한 평균 8등급 맞았거든요 ㅋㅋ. 근데 얼마전에 수능 시험이 신문에 있길래 영어시험지를 한번 풀어봤는데 술술 읽히더라구요. 저는 이 때 느낀것같아요. 아까 말한 아 많이 올라왔구나...하는. 지금 고민 많이 되실거고, 정말 주변에 이 길을 간 사람이 없어서 막막하실거에요. 물어볼 곳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것같아요. 지금 당장 오늘 해야할거, 그리고 1주일 뒤까지 해야할것, 그리고 한달 뒤 1년뒤에 해야할것. 최종적으로 10년뒤에 내가 서있고, 가지고 있고, 누구와 있고 어떻게 있을것인지 써보거나 생각할것. 그리고 일단 고민말고 한 반년정도는 그 방향으로 가볼것. 그러고나서 그 이후에 내가 잘못왔다 싶으면 방향을 틀면 될거에요. 반년간 고민하는것보다는 일단 가서 고민해보는게 큰 도움이 되실겁니다. 화이팅이에요. 잘 하실거에요. 그리고 힘들고 외롭고 지칠겁니다. 기댈 수 있는 자신이 되세요. 내 밖에 기댈 사람은 없습니다 부모님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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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머리 아프게 살지 마세요. 일단은 하고 싶은 거 하세요. 그런 다음에 노는 걸 좀 줄여서라도 학업을 따라가면 됩니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이 확실히 뭔가요? 취직이 우선인가요? 아님 공모전인가요? 학업을 못따라가겠다면 휴학하세요. 한 학기 정도 휴학하면서 좋아하는 소설도 쓰시고 마음을 잡는 게 더 중요할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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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현재는 소설에 더욱 집중하고 싶습니다. 시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시기는 얼마 없을 테니... 1학년 때,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좋겠지요. 제가 정말로 걱정하는 것은 시험이 끝나고 방학에 이르고, 휴학까지 낸다면 그 소설조차 놓아버리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스스로의 의지박약은 잘 알고 있어서... 꾸준히 노력하는 법을 배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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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변명을 하자면 문예창작 같은 전공은 제 점수에 비해 극단적으로 낮은 학과거나 높은 학과여서 주변의 눈치, 제 고집 같은 게 뒤섞여서 이런 지원을 하게 된 거 같네요. 물론 원서는 제가 냈으니 제가 책임을 져야겠죠. 이도저도 아니면 망한다는 말이 와닿는 게, 들어오기 전에는 시간이 많은 1학년 때 공모전에 투고하고, 가능하면 군대에서도 어느정도의 자기계발을 한 다음 1년 정도 휴학내고 더 해보고 안 되면 전공에나 집중해서 취업하자란 마인드였는데 이게 좀 얼척 없는 생각이었네요. 그래서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원하는 학과에 지원을 해야 했다며 여러 차례 후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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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머리 아프게 살지 마세요. 일단은 하고 싶은 거 하세요. 그런 다음에 노는 걸 좀 줄여서라도 학업을 따라가면 됩니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이 확실히 뭔가요? 취직이 우선인가요? 아님 공모전인가요? 학업을 못따라가겠다면 휴학하세요. 한 학기 정도 휴학하면서 좋아하는 소설도 쓰시고 마음을 잡는 게 더 중요할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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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현재는 소설에 더욱 집중하고 싶습니다. 시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시기는 얼마 없을 테니... 1학년 때,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좋겠지요. 제가 정말로 걱정하는 것은 시험이 끝나고 방학에 이르고, 휴학까지 낸다면 그 소설조차 놓아버리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스스로의 의지박약은 잘 알고 있어서... 꾸준히 노력하는 법을 배우고 싶네요 | 17.12.11 11:44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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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데라 코사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근데 공모전도 군대 가기 전 마지막 기회라서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크네요. 당장은 기말고사에 전념하자고 생각해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절로 조바심이 생깁니다. 그래도 일단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공모전에 매달리는 것 보단 적잖은 돈까지 투자한 학업에 성의라도 보이는 게 옳겠죠 | 17.12.11 11: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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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변명을 하자면 문예창작 같은 전공은 제 점수에 비해 극단적으로 낮은 학과거나 높은 학과여서 주변의 눈치, 제 고집 같은 게 뒤섞여서 이런 지원을 하게 된 거 같네요. 물론 원서는 제가 냈으니 제가 책임을 져야겠죠. 이도저도 아니면 망한다는 말이 와닿는 게, 들어오기 전에는 시간이 많은 1학년 때 공모전에 투고하고, 가능하면 군대에서도 어느정도의 자기계발을 한 다음 1년 정도 휴학내고 더 해보고 안 되면 전공에나 집중해서 취업하자란 마인드였는데 이게 좀 얼척 없는 생각이었네요. 그래서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원하는 학과에 지원을 해야 했다며 여러 차례 후회했습니다. | 17.12.11 11: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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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군대 가셔서 머리 좀 식히시는 게 답인 듯 합니다. 군대간 경험이 소설 쓰는데 도움이 많이 되니 꼭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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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거 쓸려고 했음 | 17.12.11 12: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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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가기 싫어도 가게 되겠죠ㅋㅋㅋ 기능사 자격증 따서 공군 갈 생각하고 있습니다 | 17.12.11 12: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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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서 상상과 하고싶은건 많은데 능력이 못 따라 주는것같아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내 한계에 대해 인정해가게 되고 능력이 안된다는것에 실망하는게 익숙해 질겁니다. 이것때문에 저걸 포기하고, 저것 때문에 이걸 놓아주고는 지금 달리지 않으면서 42.195km를 어떻게 완주하지? 가는 중간에 숨도 찰꺼고, 목도 마를테고 다리도 아플텐데... 라는 걱정을 하는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할 수 있는걸 안하고 아마 하고싶은것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계실겁니다. 저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그랬으니까요. 근데 지금 눈 앞에 놓인 해야 하는걸 해야 하는만큼 하세요. 눈 앞에 놓인것들을 처리하다 보면 내가 언제 산을 이만큼 올라왔나 하고 뒤돌아 보게 될 시간도 올겁니다. 이런 고민이 있다는것 자체는 상당히 좋지만 이런 고민이 생겨서 주춤 한다는거 자체가 아직은 전력투구 해서 시간이 모자르질 않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저도 전공과 하고싶은것에 대해 고민도 많았고 시간낭비도 많이 했어요. 고등학교때까지 운동하다가 훈련중에 부상으로 아예 은퇴. 초등학교때부터 준비하고 이쪽으로 진로를 정했었는데 대학도 못간상태에서 고3때 이렇게 되버리니까 뭐 그냥 붕 뜨더라구요. 재활 이런것도 안되고 공익가게 될 수준으로 망가졌었어요. 그렇게 10대 후반부터 20대 초중반까지 일일알바하고 계약직 일 하다가, 도저히 이렇게 못살겠다 싶어서 영어공부하고 영국대학 준비해서(영국은 대학이 3년제가 1년 세이브) 지금은 와서 졸업하고 인턴도하고 이제 또 새로운 필드로 가고싶어서 준비중이에요. 고민게시판에 이렇게 길게 댓글을 남겨본적이 없는것 같은데 갑자기 이렇게 남기는 이유가, 제가 수능을 예전에 한 평균 8등급 맞았거든요 ㅋㅋ. 근데 얼마전에 수능 시험이 신문에 있길래 영어시험지를 한번 풀어봤는데 술술 읽히더라구요. 저는 이 때 느낀것같아요. 아까 말한 아 많이 올라왔구나...하는. 지금 고민 많이 되실거고, 정말 주변에 이 길을 간 사람이 없어서 막막하실거에요. 물어볼 곳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것같아요. 지금 당장 오늘 해야할거, 그리고 1주일 뒤까지 해야할것, 그리고 한달 뒤 1년뒤에 해야할것. 최종적으로 10년뒤에 내가 서있고, 가지고 있고, 누구와 있고 어떻게 있을것인지 써보거나 생각할것. 그리고 일단 고민말고 한 반년정도는 그 방향으로 가볼것. 그러고나서 그 이후에 내가 잘못왔다 싶으면 방향을 틀면 될거에요. 반년간 고민하는것보다는 일단 가서 고민해보는게 큰 도움이 되실겁니다. 화이팅이에요. 잘 하실거에요. 그리고 힘들고 외롭고 지칠겁니다. 기댈 수 있는 자신이 되세요. 내 밖에 기댈 사람은 없습니다 부모님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