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마다 한 명, 선거를 통해 추방하는 '추방선거'
오는 12일, 인트라게임즈를 통해 발매 예정인 타이틀 '추방선거'는
12명의 캐릭터가 생사를 두고 겨루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기본 골자와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을 보면 스파이크 춘소프트의 '단간론파' 시리즈와 비슷한 성격의 데스 게임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4월 PS4와 PS Vita 양 기종으로
발매되었지만 국내에는 PS4 버전만 한글화 작업을 거쳐서 정식 발매될 예정입니다.
한글화
작업을 마치고 12일 발매를 기다리고 있는 추방선거.
게임이
시작되면, 어느 유원지 광장에서 선 채로 깨어나게 됩니다. 플레이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수십 명의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당황하는 사이, 누군가가 괴물에게
잡아먹히고 싶지 않으면 약을 삼키라고 합니다. 곧이어 나타나 사람들을 잡아먹기
시작하는 괴물들. 결국 약을 먹고 12명의 사람이 살아남지만, 어쩔
수 없이 삼켜야 했던 약은 사실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기 위한 약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들 멤버 중에는 누군가를 죽인 적이 있는 살인범도 최소 1명 이상
존재합니다. 심지어 이들에게는 다른 비밀 또한 존재하지요.
얼굴만
따로 두고 보면 귀여워 보이지만 사람 잡아먹는 괴물들이다.
유원지 내의 호텔은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유원지
밖은 위험합니다. 사람은 물론 무기질까지 먹어치우는 정체 불명의 괴물이 밖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으며, 하늘을 날기도 합니다. 게다가 호텔 안에 무사히 도착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등장 캐릭터들은 목숨을 담보로 잡힌 상태로 30일
동안 3일에 한 번씩 강제적으로 추방선거에 참여해야 하며, 선거에 진 한 명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유원지 밖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일단은
호텔 안은 안전하다. 일단은.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해가며
우정, 혹은 사랑을 쌓아가며 추방선거에 맞서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극초반부터 주인공 카나메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 사건 때문에 몇몇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 9명의 사람에게
카나메는 극도로 증오를 느끼게 되고, 이후부터 카나메는 9명을 살해 대상으로
두고 적극적으로 추방선거에 임하게 됩니다.
금방이라도
안대에서 풍수 엔진이 빛날 것 같은 표정.
주인공 카나메와 더불어 본 작품의 또 하나의 핵심 캐릭터는
'앨리스입니다. 누가
조작하는 건지, 혹은 복수의 사람이 조작하는 건지 모를 앨리스는 유원지 '앨리스
랜드'의 관리자이자 최종 보스 격인 캐릭터로, 동물처럼 생긴 로봇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그 모습 그대로 홀로그램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식사를 운반해오거나 카드를
캐릭터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등장 캐릭터들에게 데스 게임의 룰을 가르쳐주고 추방선거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 게임의 곰돌이처럼 앨리스에게 물리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추방선거를
이끌어나가는, 본 작품의 보스 격 캐릭터인 앨리스.
지난 8월 PS4용 타이틀 '뉴 단간론파 V3'의 등급 거부로
인해 SIEK가 결국 국내 정식 발매를 포기한 것 때문에 추방선거 역시 정식 발매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유저들도 적지 않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폭력적인 장면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히 잔혹할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직접적인 묘사는 없으며,
추방 이후의 연출 역시 마치 동화책처럼 꾸몄습니다.
끝!!
주인공을 포함한 12명의 캐릭터는 크게 3종류의 그룹으로
분류되며, 플레이어는 이들 그룹 중에 어느 쪽을 먼저 추방할지, 그 후에는 그룹
안에서는 누구를 먼저 추방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포함해서 마지막으로 누구를
추방할 것인지, 그리고 앨리스 랜드 안을 이동할 때의 선택에 따라서도 내용이 조금씩
변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순서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순서와 대화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선거를
하지 않을 때는 앨리스 랜드를 돌아다니면서 캐릭터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상당히 방대한 텍스트가 준비된 만큼 플레이 편의를 위한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잘 갖추어두었습니다. 자동 플레이와 자동 진행 속도,
스킵 기능과 안 읽은 대사에서 자동 멈추기, 놓친 음성을 다시 듣는 기능과 퀵 세이브
및 원하는 구간으로 바로 점프하기 등의 기능은 충실히 준비되어 있습니다. 물론
모든 텍스트가 현지화되어 있다는 것이 국내 유저들에게는 가장 마음에 드는 편의
기능이겠지요. 게다가 번역 품질 또한 매우 좋은 편입니다.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에서 편의를 도와주는 시스템은 대부분 준비되어 있다.
본 작품의 특징 중 하나로는, 다른 사람이 진실을 말하는지
혹은 거짓을 말하는지를 주인공이 알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대사를
포함해서 붙잡힌 캐릭터들과 앨리스에 이르기까지 말하는 사람이 거짓인 것을 자각한
상태에서 말하는 대사는 붉게 표기되어서 바로 캐치해낼 수 있습니다. 다만, 명백히
거짓 내용이라 하더라도 말하는 대상이 거짓인 줄 모르고 진실이라고 의식하는 상황에서
말하는 것은 붉은 색으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선거
도중에도 상대방의 거짓은 붉은 색으로 표시된다.
이러한 주인공의 특수 능력은 단순히 대사를 읽어내려가면서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해내는 용도뿐만 아니라 캐릭터들 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용도로도 활용되며 앞으로 발생할 사건에 대해, 그리고 과거에 발생했던 사건에
대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용도로도 활용되면서 대사를 읽는 재미를 끌어올려줍니다.
선거
전후로 유원지를 돌아다니면서 캐릭터들과 교류할 수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특정 기술 덕분에 초반부 플레이에 소소한
반전이 생기고 이 특정 기술의 존재로 인해 마지막까지 플레이를 이어가는 동안
추방선거라는 전체적인 룰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짓말을 캐치해낼 수 있는 주인공의 특수 능력과 함께 이 특정 기술은 플레이
초반에는 그리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는 편의주의적인 요소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너무 편리하게 들어맞아서 의아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능-력
발동.
내용 누설 위험 때문에 정확하게 묘사하기는 힘들지만, 이러한
몇 가지 편의주의적인 요소 중 하나이자 게임을 진행하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캐릭터들보다 유리하게 적용되는 설정이 존재합니다. 물론 그것이 정말로
유리하게 작용하는가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조금씩 의심스러워지긴 하지만요.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와는 다른 규칙을 적용받게
된다.
본 작품에는 꽤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 편입니다.
그들 모두 평범한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하고 주인공과 심상찮은 대화를 나눕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나마니에(生煮え)가 담당한 캐릭터 디자인은 이러한 등장 캐릭터들의
매력을 잘 살려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주인공의 특수한 능력으로
인해 캐릭터들과 그냥 대화하는 재미도 상당한 편입니다. 상대방은 모르지만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캐치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캐릭터들 간의 일그러진
관계를 제삼자의 입장에서 되씹어보는 맛이 있습니다.
귀엽긴
한데... 저 사슬이... 엄...
다른
캐릭터들과 교류도 하고 대략적인 파악이 끝났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추방선거를
할 차례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플레이어는 먼저 친분이나 가족 등 캐릭터들끼리의
관계에 따라 구분된 A/B/C 세 개의 그룹 중에서 한 명을 고른 다음, 그 안에서 어느
캐릭터를 대립 후보로 내세울지도 골라야 합니다.
그래,
얘부터 먼저 보내버리자.
이렇게
대립 후보가 된 캐릭터는 플레이어와 토론을 하게 되는데, 이때의 토론 주제는 입후보
순서와는 상관없이 해당 캐릭터와 관련된 내용의 주제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사실
플레이를 하다 보면 완벽한 논리로 무장해서 상대를 압도하기보다는 결국 대립 후보의
과거나 진심을 폭로해서 승리를 따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3명씩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서 먼저 추방할 캐릭터를 고르게 된다.
선거는 총 3 페이즈로 나누어서 진행되며, 하나의 페이즈가
끝날 때마다 투표를 실시해서 다른 캐릭터들이 누구를 지지하고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대강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즈에서 최종 투표를 해서 진
캐릭터는 앨리스 랜드에서 추방되어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선거 도중에는 저장할
수 없지만 추방선거 과정 자체가 그렇게 머리를 굴려야 하거나 뛰어난 순발력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뭔가
제대로 토론을 해서 이긴다기보다는 상대의 속마음을 끄집어내서 자폭하게 만드는
인상이 강하지만.
대립 후보와의 이야기 중 키워드 문장이 뜨면 총 3개까지
△ 버튼으로 저장해서 대립 후보의 주장에 맞설 때 선택해서 반박할 수 있습니다.
페이즈 진행 도중 나오는 선택문을 총 3번 잘못 선택하면 플레이어가 추방되면서
게임 오버가 되지만, 진행하던 페이즈로 복귀해서 다시 진행 가능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캐릭터는 서로가 누구인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동물 아이콘으로만
표시되고, 특정인임을 표시하는 말은 검열 처리됩니다.
세
번 실수하면 게임 오버지만 마지막 페이즈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앨리스는 추방선거와는 별도로 퀴즈를 준비해서 등장
캐릭터들로 하여금 유원지 시설을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12명 중에는 살인범이
있으며, 누가 살인범인지를 맞추면 그에 맞는 보상을 준다고 앨리스는 설명합니다.
매일 앨리스에게서 한 장씩 받을 수 있는 카드를 자료실에서 조회해서 그 카드에
적힌 특정 캐릭터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게임 내의 특수한 설정 덕분에
카나메는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불리한 입장입니다.
카드
내용 중에는 이렇게 코코로가 뿅뿅하는 내용도 들어 있기도.
발매 전 공개된 정보와는 달리, 추방선거는 단간론파 시리즈와는
꽤 많이 다른 게임입니다. 추방선거라는 제목과 몇몇 데스 게임의 존재 때문에 선거
과정 자체에 무게중심이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실제 플레이를 할 때는 그 외의 부분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느낌입니다. 빽빽한 대화 속에서 진실과 거짓, 그리고 특수
능력의 허점을 노린 이야기는 제법 흡입력이 있으며, 이 모든 문장이 자연스럽게
한글화가 된 것도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입니다.
^ㅅ^)
이상원 기자 petlabor@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