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제로 던, 6년 간의 결실 즐겨 달라
● PS4의 모든 성능을 끌어낸 듯한데, 개발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게릴라 게임스의 입장에서는 킬존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외부의 개발자들을 영입해서 어려움을 해결했다.
● 이번 작품에서 데시마 엔진 사용이 한층 원숙해진 것 같은데, 같은 엔진을 쓰기로 한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스트랜딩에서도 좋은 그래픽을 기대할 수 있을까?
코지마가 우리 엔진을 사용하기로 한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강력한 엔진을 위해 내부 개발팀을 정비했고, 코지마 프로덕션 역시 그런 노하우에 기반하여 제작하고 있으며, 그들로 인해 우리가 배우는 것도 많다.
●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인상적인데, 기계와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었는지 궁금하다.
자연과 기술의 조화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으며, 서로 대비되는 소재이기에 연구를 많이 했다. 황폐화된 세계를 지배하는 첨단 기술의 결과물인 기계 생물, 그리고 기술을 잃고 지배자의 위치에서 밀려난 인간을 그리고자 했다.
● 게릴라 게임스 최초의 오픈월드 게임인데, 내부에서 시행 착오는 없었는지?
처음에는 킬존 4를 만들던 작은 팀에서 테스트를 했는데,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 기계를 상대로 한 사냥이었기에 기관총으로 사냥하게 해보니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맹수와 싸우는 사냥꾼의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 기계 생물의 습성을 파악한 뒤 활을 이용해 사냥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킬존을 제작하면서 형성된 개발 DNA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액션 RPG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 킬존이 게릴라의 DNA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FPS가 아니라 RPG이다. RPG 장르에 대한 첫 도전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로봇 사냥과 수렵을 통해 획득한 파츠를 이용한 강화가 핵심이라, 대표적인 로봇의 하나인 썬더죠 같은 경우 레고를 이용해 구현한 뒤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데 7-8개월의 시간을 들일 정도로 RPG 요소 구현에 많은 공을 들였다.
● 게임 월드의 넓이는 어느 정도인가?
여기 오기 전 마닐라를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 본사에 알아보니 60-70시간 플레이 한 사람이 85를 완료했다고 하더라. 스피드런을 하면 보다 빨리 클리어 할 수 있겠지만, 다양한 사이드 퀘스트가 숨겨져 있으니 이를 즐겨주셨으면 한다.
● 에일로이를 만드는데 영감을 준 창작물이 있나?
수백 개의 스케치를 작성한 뒤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통해 이를 추렸다. 너무 공주 같다거나 머리 모양이 이럴 수가 있는가 라는 피드백을 받아 들여 강력한 사냥꾼을 만들어 갔고, 옷은 작은 동물의 가죽을 연결해 만들었다. 그리고 수렵에 강한 노라 부족의 특성을 살려 사냥한 기계 로봇의 부품으로 옷을 장식했다.
노라 이외의 부족을 만드는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이를 위해 부족 문화를 많이 연구했으며, 노라 부족은 바이킹이 베이스가 됐고, 이외에도 거주지에 따라 동남아 부족, 에스키모 등을 참고로 했다. 덧붙여 노라 부족은 채집 활동을 위주로 하다 보니 나무집을 사용하고 있다.
● 그렇다면 가상의 모델로 충분했을 텐데, 에일로이의 실제 모델이 해나 혹스트라(Hannah Hoekstra)라고 밝힌 이유는?
에일로이는 많은 요소의 조합이다. 얼굴은 리드 시네마틱 프로듀서가 영화를 보다 발견한 네덜란드 영화 배우를 기반으로 모델링 했지만 성우는 다른 사람이며, 모션은 파쿠르 선수의 것을 채택했다.
아트 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다큐멘터리 영상처럼 자연의 웅대함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죽어 있거나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고, 구름이나 바람의 묘사를 통해 다이나믹한 환경을 구현했으며, 헬리콥터를 타고 촬영한 영상도 활용했다.
● 오픈월드 게임에서는 전투를 피하는 것도 하나의 게임 요소라 할 수 있는데, 밤 시간대를 피하는 것이 가능한가?
특정 시간대에만 수주할 수 있는 퀘스트를 받기 용이하도록 시간이 빨리 가게 할 수 있다.
● 추후 아이템이나 장비 업데이트 혹은 시나리오 확장을 계획하고 있나?
미래의 계획에 대해서는 향후 공유하도록 하겠다.
● 2015년 E3에서 처음 공개된 후 거의 모든 행사에 등장하고 있다. 행사 일정을 맞출 때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오픈월드 게임이다 보니 잘못된 인상을 주지 않도록, 그리고 실제 게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 것 전달하기 위해 신경 썼으며, 작은 행사는 전담하는 팀이 있으나 E3 같은 큰 행사라면 전 스튜디오가 1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 에일로이 못지 않게 기계 짐승도 인상적인데, 이를 디자인 하기 위해 들인 노력을 소개해달라.
킬존에서는 작동성과 같은 기능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기계 짐승은 전혀 다른 디자인에서 출발했다. 기계일지라도 생명을 갖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인류 멸망 후 수 천 년이 흘러 기계가 세계를 지배해온 역사가 있기에, 동물과 같은 유기적인 진화 과정을 떠올리며 콘셉트를 잡았다. 다행히 이러한 기획안이 통과되어 동물의 모습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에도 이를 반영하였고, 로봇이라기보다는 생물처럼 보이게 했다. 그리고 미래의 로봇에 대한 철학을 살펴 보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로봇 공학을 가르치는 교수로부터 로봇과 로봇이 어떤 식으로 협업을 하는 지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 로봇 디자인을 보면서 조이드가 떠올랐는데, 혹시 본 적이 있나?
사무실에서 실제로 조이드를 본 적은 없지만, 개발진이 모두 80년대생이라 잠재 의식 속에 그런 것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 사실 조이드 외에도 맥워리어, 트랜스포머 같은 메카닉 물을 좋아한다.
● 게릴라 게임스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 헬가스트의 디자인인 만큼, 호라이즌 제로 던에도 유사한 적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있다.
에일로이의 세계는 헬가스트 세계관과는 무관하다. 다만 게임을 플레이 하는 도중 유산 같은 힌트를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 DLC나 2회차 플레이를 위해 헬가스트 관련 콘텐츠를 넣어보는 것은 어떤가?
아이디어로 전달해보도록 하겠다.
● 오픈월드 게임인 만큼 다양한 서브 콘텐츠가 존재할 텐데, 이것만큼은 꼭 플레이 해보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강력한 데미지를 자랑하는 소닉 블래스트라는 무기를 주는 퀘스트이다. 가게에서는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서브 퀘스트를 수행해야 얻을 수 있다.
● 기계 짐승의 모습에 따라 서로 다른 공략 방법이 인상적인데, 외형을 디자인 할 때 이를 함께 고려했나? 아니면 별개로 제작했나?
모든 기계 짐승을 디자인 할 때 아티스트와 게임 디자이너, 애니메이터가 공동으로 작업했다. 킬존 때는 독립적으로 운영됐으나,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는 이를 위해 다양한 개발자로 구성된 로봇팀을 따로 두었다.
● 끝으로 국내 게이머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린다.
한국어 버전이 정식으로 발매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6년 동안 게임을 만들면서 많은 애정을 들였으니, 이런 부분을 느끼면서 플레이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럼 즐겁게 사냥하시기 바란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