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A와 POP/STARS 탄생 비하인드, 패트릭 모랄레스 인터뷰
지난해 열린 롤드컵 시기에 맞춰 공개된 이 영상은 굉장한 퀄리티와 폭발하는 멋짐으로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과 인기를 얻어, 하루만에 1천만 뷰를 달성했고 반년 가량이 지난 지금은 2.2억이 넘는 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LoL 이라는 게임 문화와 K-POP 이라는 또다른 현대 주류 문화의 융합이라고 볼 수 있었던 이 뮤직 비디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루어질 수 있었는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근 반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그 궁금증을 해소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에서 K/DA 프로젝트의 리드를 맡았던 패트릭 모랄레스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라이엇 게임즈 본사에 들러 자리를 잡고 패트릭과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자신에게도 굉장히 중요했고 또 기념비적인 일이었던 만큼, 패트릭의 자세는 사뭇 진지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 패트릭 모랄레스 프로젝트 리드.
배경은 김정기 화백의 작품이다.
● K/DA와 POP/STARS는 요즘 우리가 즐기는 모든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본 조회수가 2.2억회더군요. 아직도 몇 번 씩 보러 왔다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반응들, 그리고 지금도 유튜브 추천으로 POP/STARS 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어떤 기분인가요?
패트릭 : 계속 저를 겸손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우리 중 누구도 K/DA 와 POP/STARS가 어떤 결과물을 내고 어떤 반응을 받게 될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으니 말이죠.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알다시피, 라이엇은 그동안 많은 음악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작업은 매우 팝 컬쳐와 K-POP 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프로젝트였고 많은 이들이 그 영향을 받고 있는 장르죠. 그래서 단순히 비슷한게 아니라 정말 그 장르의 물건이 되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K/DA 가 롤드컵을 개최하는 한국이 보내는 전세계에 러브레터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롤드컵을 개최한 나라였고, K-POP으로 이 롤드컵이 열리는 나라, 문화에 초대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에 맞춰 뭔가 정말 특별한걸 만들고 싶었고, 그 결과물로 이렇게 K/DA 와 POP/STARS 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 POP/STARS 프로젝트 자체도 굉장히 거대했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의 인원이 얼마나 오랜 기간 작업했는지 궁금합니다. 또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을 것이고 처음부터 이런 결과물을 예측하고 모든걸 해내기 정말 어려웠을텐데, 이 프로젝트가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과정상에서 어려웠던 일들이 무엇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패트릭 : 재미있는게, POP/STARS 의 시작은 사실 매우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킨을 만들고, 노래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것이었죠. 처음에는 그런 보통의 프로젝트처럼 시작되었지만 점점 중요도가 커지고 프로젝트의 규모도 커지더니 어느새 거의 100명 정도 되는 이들이 이 팀에 투입됐습니다. 스킨을 만드는 아티스트들,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이 적합한 작업물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고, 뮤직비디오를 위해서 애니메이터, 디렉터, 모델러 등의 인력도 많이 투입됐죠. 파리의 애니메이션 협력사들, 그리고 한국의 큐브 엔터테인먼트 같은 음악 엔터테인먼트 및 매니지먼트사도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이건 매우 도전적인 일이었고 이 분야에서 전에 없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마다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가고 있는건지 고민해야 했고 어떤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이걸 할 수 있었는지 좀 알 것 같지만,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이 있었고 정말 수많은 협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K/DA 프로젝트에는 소연, 지연, 메디슨 베어, 자이라 번스까지 네명의 다국적 아티스트가 참여했는데, 굉장히 유니크한 조합입니다. 이들이 가진 매력이 무엇이었는지, 또 각각의 멤버에 주목하고 K/DA 에 합류시킨 이유는 무엇인가요?
패트릭 : 우리 뮤직팀은 단순히 업계에 있는 뮤지션을 찾는 것 뿐만 아니라, 챔피언의 캐릭터에 맞는 보컬을 낼 수 있는 뮤지션, 그리고 뮤지션으로서의 재능이 특별한 아티스트들을 찾고자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선택은 홈런이라고 할 수 있었죠. 특히 (여자)아이들 은 그런 면에서 매우 좋은 뮤지션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가수로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고, 아칼리와 아리의 캐릭터 디자인에서 그들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티스트가 이런 캐릭터와 매우 잘 들어맞았고, 이런 부분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재미있었던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 이런 기존의 음악 아티스트들을 게임 프로젝트에 끌어들이는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패트릭 : 이 네명의 아티스트들을 프로젝트에 들이는데 어려웠던 것은 이들을 LoL 팬들에게 소개하고, 또 이들에게 LoL 의 세계를 이해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 아티스트가 모두 헤비 게이머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게 어떤 세계이고 어떤 게임인지 알려주고 팬들에 대해서도 알려줘야 했죠. 이 프로젝트가 어떤 기회인지, 무엇을 선보이고자 하는지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뮤직비디오나 오프라인 공연에서나 3D 캐릭터가 나오고, 아티스트들이 이를 직접 연기하기도 했는데, 이걸 적응 시키고 연기 하는게 필요했죠.
저는 우리가 함께 한 아티스트들에 대해 매우 만족합니다. 무조건 가장 유명하고 이름이 알려진 아티스트를 고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보다 한국적인 K-POP 을 하는, 우리 프로젝트에 더 잘 들어맞는 아티스트를 선택하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아주 좋았죠.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아주 만족하고 행복합니다.
● 독립된 판타지 세계관을 가진 캐릭터들을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세계로 끌어냈는데, 그 작업의 결과물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각 캐릭터가 가진 특징을 현대에 맞게 잘 비튼 것 같아요. 각 캐릭터들의 컨셉, 매력은 어떻게 잡았고, 또 어떤 레퍼런스를 상정했는지?
패트릭 : 우리가 K/DA 의 캐릭터를 만들 때, 첫번째로 한 일은 이 챔피언들이 어떤 이들인가를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설정에 적혀있는 이야기들, 특징들을 보고, 각자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이해하고, 그들의 핵심을 보고자 했습니다. 아칼리는 젋고, 활기차고, 혁명의 에너지를 가진 캐릭터죠. 이 캐릭터를 어떻게 현실에, K-POP 에 가져올 것인가, 어떤 이미지를 투영할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어떤 역할을 가질지, 아티스트로서 무엇이 이 캐릭터의 핵심 이미지인지.
우리는 분명 현실 세계에 있는 캐릭터나 각종 요소들에 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는 모두 제각각 섞였고 어느 하나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캐릭터 안에서 잘 구체화된 다양한 이미지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블린은 흔히 말하는 여성 디바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고, 무대에서나 게임에서나 강렬한 악마성을 발휘하는 캐릭터입니다. 이런 것이 모두 음악에서 표현되지는 않지만 그런 이미지를 베이스로 뮤직비디오의 퍼포먼스나 음악 파트가 설정되고 팬들은 그걸 보고 이 이미지를 충분히 느끼고 어떤 캐릭터인가를 짐작할 수 있죠.
● 이번 K/DA 와 POP/STARS 의 성공은 유튜브라는 채널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이들이 이제 유튜브를 통해 서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는데요, POP/STARS 뮤직비디오의 경우 K-POP, 미국의 팝 그룹들 등 다양한 문화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죠. 제작자로서 이런 채널들을 통해 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보는건 어떤 기분인가요?
패트릭 : 정말 놀랍고 대단하다고 밖에 말 할 수 없어요. 우리는 서로 다른 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인터넷 덕분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퍼져 나갑니다. 이런 영향력 덕분에 더 많이 퍼져나가는걸 기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소셜 미디어와 함께 자라왔으니까. 이건 라디오나 TV 시절보다 더 강력하고, 채널, 시간의 제약이나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퍼져나가고 원본이 무엇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각각이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저는 이런 인터넷,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K-POP 을 대중화하는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K-POP 의 성장을 이런 인터넷 공간에서 느꼈어요. 한국에 딱 한 번 가봤지만, 유튜브를 통해서 정말 많은 K-POP 비디오를 봤고 그것이 내게 많은 도움이 됐죠. 현대 기술과 플랫폼, 통신의 강력함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고, 소셜 미디어 덕분에 우리가 이런 대단한 것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 이제 LoL 의 문화적 파급력은 하나의 온라인 게임 팬층을 넘어서서 매우 대중적이고 강력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K/DA 의 지속적인 활동이나 혹은 또다른 LoL과 팝 컬처를 융합한 프로젝트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패트릭 : 알다시피, 우리가 이처럼 노래와 게임, 영상을 융합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서 여러분에게 선보이는 작업들은 계속 되어왔고 이번이 처음도 마지막도 아닐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알려줄 수 있는게 없지만, 항상 우리가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리그 오브 레전드가 10년 이상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문화적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패트릭 : 게임은 사람들마다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데, 예로 들면 저는 격투게임을 정말 많이 해왔습니다. 오락실에 가서 매일 격투 게임을 하면서 즐겼죠. 리그 오브 레전드는 베타부터 하게 되었고, 지금도 하고 있고요. 제가 이런 좋아하는 게임들을 계속 하는 이유는, 매 플레이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마치 e 스포츠에서처럼,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고 이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새로운 도전이 되어줍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프랜차이즈, IP는 계속 성장해왔습니다. 다음 10년 후에도 우리는 계속 확장하고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찾고 많은 이들에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선보일 것입니다. 게임, 관련 상품이 되었든 간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만들고 제공할 겁니다. 바로 K/DA 가 매우 좋은 예시가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 핵심적인 답을 하자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게임을 얼마나 오래 플레이하든 게임은 항상 변화하고 또 우리가 새로움을 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들에게 한마디 전하자면.
패트릭 : 우리가 K-POP 의 일부분으로서 만들어낸 것들을 잘 받아들이고 인정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반응을 받을 때마다 더더욱 겸손해지고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것, 플레이어들에게 재미있는 것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더 좋은 걸 많이 선보일 수 있을 테니 기대해주길 바랍니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