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게임, ‘카트라이더’는 어떻게 부활했나
왜 NDC 강연을 하게 되었나? 하는 이유를 먼저 말해야할 것 같다. 지난해 말부터 카트라이더의 반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곤 했다. 이 반등의 이유가 무엇이냐, 비결이 무엇이냐, 어떤 전략을 사용했나 등등. 이것이 단순히 답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어서 이를 발표로 알리고자 했다. 또 우리가 언론에 어떤 식으로 노출되고 있는지, 우리가 일을 하는 모습은 어떤지 알리고 싶었다.
PM의 일은 무엇인가. 사업 PM, 개발 PM 뿐만 아니라 각 회사와 팀의 업무 특성에 따라 모든 PM 이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처음 카트라이더 라이브 유닛의 PM이 될 때에도 막상 일을 잡을 때까지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도대체 PM의 일은 무엇인가, 하고 검색을 해봤다. 그리고 그 책임과 업무에 대한 이야기, PM 의 업무에는 제약이 없다고 생각한다.
카트라이더 PM으로의 업무는 우선 1년 간의 서비스 전략을 구성하는 일이다. 어떤 아이템ㅇ르 내고, 어떤 ㅐ치를 하고, 또 아이템의 가격까지도 PM이 결정하게 된다. 또 패치를 할 경우 패치 업데이트 노트도 PM이 직접 작성한다. 패치에 들어가는 확률, 보상, 변경점 등등 유저들에게 전달하는 내용을 PM 이 작성하고 패치도 그렇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들, 기획 아이디어들을 개발팀에 전달한다. 항상 데이터를 끼고 사는 직업이고 그만큼 데이터를 잘 알고 있다. 유저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여, 이런저런 새로운 것들이나 변경점을 제안한다. 이렇게 이루어진 것 중 하나가 기다리면 열리는 보물 상자를 열쇠로 바로 열게 하는 것 등이 있다.
유관 부서와의 업무 조율과 협업도 PM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유저를 직접 대응하는 부분도 PM이 우선 진행한다. 그만큼, PM은 거의 모든 것을 한다고 보면 된다.
결론적으로 PM 은 서비스 일선에 있다. 유저와 개발팀의 사이에서 탱커이자 커뮤니케이터로서 의사소통하고 의견을 전달한다.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고, 이런 것을 다 이겨내고 할 수 있다면 좋은 직업인 것 같다.
다음은 가장 중요한, 카트라이더가 어떻게 2018년 하반기에 흥행을 기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다. 먼저 이 그래프는 카트라이더의 출시 직후부터 일정 기간 동안의 그래프다. 보다시피 꾸준한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를 분석해봤다. 먼저 급격한 게임 시장의 변화로 출시 당시 스타크래프트 외엔 많이 없던 경쟁작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그리고 대형 업데이트들이 실패하거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국민게임이라는 인식이 더 이상 없고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다는 것이었다. 제가 카트팀에 들어올 때 아직도 카트라이더가 있어? 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하지만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고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초, 디렉터의 ‘하고 싶은 것 다하세요’ 가 기폭제가 되어 정말 모든걸 다 했다. 그렇게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고, 가속이 붙어 이후의 성과는 여러분이 보시는 대로다.
그렇다면 그 성장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 첫번쨰는 우리 게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SWOT,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을 한번 구체적으로 분석해 정리해보았다. 아직 강점은 많았다. 인지도와 접근성은 충분히 압도적이었다. 모두가 카트를 한 추억이 있고, 지금도 노트북에서도 돌릴 수 있을만큼 가볍고 쉽다. 또 15년간 쌓아온 데이터와 시스템이 있었고, 최적화되어 빠른 대응이 가능한 개발팀의 내부 프로세스였다.
약점은, 제가 커뮤니티를 많이 보는 편인데 그런 말을 많이 보았다. ‘PC방에서 카트를 하는데 창피하다’, ‘카트를 한다고 말을 못하겠다’ 등의 말이 많았다. 어쩌다 이렇게 하면 부끄러운 게임, 초딩이나 하는 게임이 되었을까.
기회라고 하면 게임 시장의 상황이 잘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게임 시장의 상위권이 고착화되어 있었고, 그럼에도 우리 게임과 포지션이 겹치는 라이트한 게임들 중에서는 상위권에 포진한 게임이 없었다. 우리가 가장 높았고 그만큼 기회가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위협 요소는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강점을 이용하고, 약점을 보완한다는 당연한 전략을 짰다.
카트라이더의 유저수는 매우 많지만, 매일 접속하는 유저는 적다. 주 3회 접속 유저가 제일 많고, 매일 접속하는 유저는 10% 미만이다. 그리고 플레이 타임이 매우 짧다. PC방에서 평균 30분대 정도다. 10분 미만으로 플레이하는 유저의 수도 많다. 다른 게임들과 같이 이용하는 교차 이용자 비중도 높았다. 상위 게임이 점검 등의 이슈가 있을 때 우리 게임의 접속자가 급증했다.
그래서 이런 데이터로 보았을 때 우리 게임은 세컨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체적으로 분류를 해서, 메인 게임은 다들 PC 방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게임이 메인 게임이고, 잠깐잠깐 그 빈틈에서 플레이하는게 세컨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래서 그렇게 지속적으로 인식 되어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그래서 바로 모바일 게임처럼 서비스 하기로 했다. 킬링타임에 적합하게, 그렇게 전략을 적용해서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유저들과 개발팀의 생각 차이가 있다. 물론 개발팀의 결과물에 모든 이가 만족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의도한 방향과 너무 달랐다. 그래서 2018년 하반기부터는 조금 다르게 해보자 했다.
그래서 두번째 성장법은 패치였다. 패치는 가장 유저들과 소통하기 좋고, 또 지표에도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다. 패치만큼 중요한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유저처럼 생각해서 재미있는 패치를 추구하고, 패치 내용을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등등 방법을 강구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매일 6시간씩 카트를 했다. 온갖 플레이를 다하면서 정말 많은걸 느꼈는데, 먼저 아이템을 획득하기도 정말 어렵고, 또 유저들이 복합적인 재미를 얻었으면 하고 만든 이벤트는 정말 어렵고 복잡하기만 했다. 그래서 이런 부분부터 하나씩 고쳐나갔다. 내가 매주 하고 싶은 게임으로 만들자는 모토로 패치를 진행했다.
매주 패치에 한가지씩 이슈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유저로서는 아무리 패치를 복잡하게 해도 짜증나기만하고 편한게 중요했다. 그래서 매주 패치마다 한가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대처하도록 간소화하고, 유저들이 패치로 재접속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아이템을 최대 5배 더 잘나오게 하는 등 보다 쉽게 획득하도록 했다. 우리가 매출용으로 만든 콘텐츠도 이벤트로 돌려서 제공했다.
그래서 점점 유저들의 평가도 좋아졌고 지표도 회복했다.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는 보다 이슈화시켜야 했으므로 이 부분에도 많은 것을 준비했다. 먼저 홈페이지 접속을 유도하기 위해서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었다. 키워드 검색에서 이 주기적인 활동이 많은 순위를 올려줬다.
PC방에는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다. 누군가가 PC방에서 카트라이더를 하고 있으면 지나가면서 그 모습을 본 플레이어도 한번 해보게 되고, 또 그걸 본 플레이어가 하게 되고 하는 그런 현상이 있다. 이걸 활용하기로 했고 기존 유저들을 PC방 혜택을 매우 강화시켜서 PC방에서 플레이하도록 유도했다. 어느정도 성공했고 PC 방 순위가 본래 19위 대에서 5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신규 복귀 유저가 쉽게 안착할 수 있도록 보상을 강화하고, 그리고 보상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서 명확한 원칙 하에서 보상의 가치를 보장하면서 제공했다. 이러다보니 또 유저들에게 혜자 이미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지막 방법은 커뮤니케이션이었다. 플레이어와 개발팀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개선하고자 했다. 생각해보면 개발팀에서 유저로의 소통은 단방향이었고, 이를 우리는 양방향으로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쉬지 않고 모니터링하고,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과 공간을 강구하고, 이걸 널리 이슈화했다. 그래서 카트라이더 라이브 유닛의 리더가 유명하게 되었고 일종의 밈으로서 좋은 혜자 이미지가 우리에게 남았다.
결국 이렇게 다 불태웠다. 지표가 계속 오르고, 유저와 소통이 되기 너무나 재미있었다.
이 성공에는 인플루언서의 활약도 있었다. 쌍베, 문호준 선수 등등 유튜브 등 스트리머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우리 게임의 성적과 인플루언서의 지표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보였다.
작년에 재미있는 일 중 하나는 또 로스트아크 런칭이었다. 당시에 PC방에서 이게임을 많이 플레이했는데 대기열이 무척 많이 길게 걸렸고, 그걸 기다리면서 플레이하기에 카트가 최적이었다. 우리가 만들어놓은 전략에 딱 알맞은 상황이었고 엔진에 연료 주입하듯 지표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카트 흥행의 마지막 퍼즐은 이곳의 이웃 회사가 만들어 주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지표가 상승하고, 많은 주목도 다시 받게 되었다. DAU 는 동기 대비 6배 증가했고, e스포츠 성과도 훨씬 높아졌다. 앞으로도 세컨드 게임 전략을 유지하면서 세컨드 게임의 1인자가 되려고 한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