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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첫 날인 24일, 판교에 위치한 경기창조혁신센터 B2 국제회의장에서 캡콤의 사운드 디자이너 미야타 쇼헤이와 오디오 프로그래머 키노시타 유스케가 참석한 가운데 ‘The new generation of horror game experience “The sound of Resident Evil 2”’라는 제목으로 강연이 진행됐다.
왼쪽이 미야타 쇼헤이, 오른쪽이 키노시타 요스케
1월 25일 발매 후 전 세계 400만을 돌파한 바이오하자드 RE:2의 트레일러 상영 후 미야타 디자이너는 사운드 플레이스먼트(코히시브 사운드)와 사운드 디자인(호러 사운드)이라는 2개의 축을 언급한 후, 먼저 호러 사운드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유기적으로 몰입감을 높이는 오거닉 이머시브 사운드가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소리는 느끼는 것, 호러 게임은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피가 흐르는 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폴리(Foley) 레코딩에 집중했으며, 외부의 폴리 아티스트를 섭외하여 불쾌한 사운드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예를 들면 양배추로 살점이 떨어지는 소리를, 피망으로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샐러리로 좀비가 물어 뜯는 소리를 만들었다.
호러 사운드를 위한 두 번째 요소는 실시간 바이노럴의 적용이었는데, 입체 음향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을 쓰려 했으나 2KHz 이상의 음질이 떨어졌고, 실제보다 멀게 느껴진다는 문제도 발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바이노럴 마이크를 사용하게 됐지만, 게임처럼 인터랙티브 하게 음원의 방향이 바뀌는 경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분리해서 녹음하는 방식을 도입하게 됐으며,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자유롭게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또 위상이나 정위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무향실과 동축 스피커를 사용했고, 30명의 인원을 모아 테스트 한 결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미야타 디자이너는 실시간 바이노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조건(동시 오디오 재생과 게임 내 파라미터를 이용한 동시 오디오 애셋의 믹싱 밸런스 조절)도 언급했다.
오거닉 이머시브 사운드를 위한 또 하나의 도전은 돌비 애트모스였다. 유저의 주위를 둘러싸는 사운드를 생성하기 위해 사운드 이펙트에는 리얼타임 바이노럴, 배경 음악에는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했으며, 윈도우의 소닉 플러그인을 활용했다.
돌비 애트모스 적용 시 주의할 점은 OS에 처리 부하가 걸린다는 것, 그리고 크로스 플랫폼 대응 시 플랫폼에 따라 이용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는 이펙트를 바이패스 한다던가 플러그인을 추가하는 식으로 옵션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코히시브 사운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벤트나 사건 사이를 연결하는 코히시브 사운드는 청취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음악이나 효과를 인터랙티브하면서도 다이나믹하게 믹싱 해야 하며, 다양한 방 환경에 걸맞는 IR 레코딩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선 TSP(타임 스트레치드 펄스) 시그널이 필요한데, TSP 시그널이란 임펄스에 위상 전환 필터를 적용한 것이고, 이를 녹음한 뒤 역 필터를 걸면 임펄스 리스폰스(IR)가 만들어진다. 또 TSP 시그널은 녹음 장소의 잔향 시간에 맞춰 길이를 바꿔야 하기에, 이 작업을 위한 툴을 별도로 만들었다.
TSP 시그널 생성에는 줌 H6 마이크, 제네렉 8020A 스피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기자재로 사용했다. 또 보다 큰 장소에 대해서는 제네렉 스피커 3개, 젠하이저 AMBEO VR 마이크, 맥북 프로, 줌 F8을 동원했다..
녹음 장소 섭외 시에는 게임 내 장소와 유사한 곳을 찾아야 하며, TSP 신호를 큰 소리로 재생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관리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 녹음 중의 돌발 노이즈는 처리할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흘러 나오는 베이스 노이즈는 거를 수 없으므로 이 부분도 확인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사건과 사건 사이에 불안감을 주거나 정적을 더하는 인터랙티브 디스턴스 뮤직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벽 너머에서 좀비가 기다리는 상황이라면 레온이 벽을 돌아가서 문을 열어야만 이벤트가 발생한다.
그래서 각 방이 연결된 장소와 복도 등에 대한 정보를 이용해서 꺾은 선으로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값이 커지는 식으로 계산하고, 일정 지점을 지나면 소리가 갑자기 커지는 식으로도 설정 가능하다.
미야타 디자이너는 “호러 게임에서 사운드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RE:2에서는 하드웨어의 스펙이나 개발 시간 때문에 도전하지 못 했던 부분도 있기 때문에 또 다른 타이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생각이고, 그 결과를 다시 NDC에서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아래는 이후 진행된 질의 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 앰비언스의 바이노럴 사운드화는 어떻게 하나?
바이노럴화 한다고 해서 플레이어와 적의 소리 등 모든 소리를 바이노럴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창 밖의 빗소리 등에 대해선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 바이노럴 사운드를 적용했지만, 모든 앰비언스를 바이노럴로 만들 필요는 없다.
● IR 파형을 게임에 어떤 식으로 적용하는가?
파형을 녹음해서 그대로 사용하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캡콤의 스튜디오 엔지니어가 IR 파형을 조정해 홈, 룸, 스타디움 등 공간의 크기에 맞춰 프리셋을 제작했다. 또 해당 엔지니어가 직접 게임 내 공간을 살펴 보면서 어떤 프리셋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추천했다.
● 코히시브 사운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코히시브 사운드는 사운드 세션 안에서 세운 목표이다. 사전에 연출이 발생하는 지점, 플레이어가 진행하는 루트 등을 미리 살펴 보면서 포인트와 포인트 사이를 어떻게 처리할 지 정의하게 된다. 그 세션 안에서 사운드를 완결시키는 것이 코히시브 사운드이다.
● 바이노럴이나 IR을 사용할 때 CPU나 메모리에 걸리는 부하는?
바이노럴은 복수의 방향에서 녹음해 동시에 재생하게 되기 때문에 블랜드 해서 재생하는 숫자만큼 증가한다. IR의 경우 RE:2에서는 실시간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CPU에 부하가 걸리지만 메모리 부하는 크지 않다. 참고로 IR의 CPU 부하는 방과 방 사이의 경계 면에 있을 때 앞 방에서의 처리가 남은 상태에서 다음 방의 처리가 발생하면 많이 올라가니 주의가 필요하다.
● 방과 방 사이의 패스는 어떻게 처리했는가?
RE:2에서는 각 에리어에 ID를 부여했으며 모든 방이 꺾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모두 계산 가능하다.
● 불쾌한 소리를 만들 때의 포인트가 있다면?
좀비나 크리쳐의 소리에는 일부러 과도한 이펙트를 주지 않았다. 기존에는 좀비라고 하면 과장된 소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RE:2의 좀비는 인간이 변한 것이기 때문에 배우가 내는 소리에서 크게 바꾸지 않는 식으로 인간다움을 살렸다. 그 편이 더 무서울 것 같기도 하고.
한편, 질의 응답 종료 후 미야타 디자이너는 캡콤의 게임 사운드와 관련한 사이트 홍보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