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플레이에 대한 고민, 패스 오브 엑자일
리그 오브 레전드, 도타, 카운터 스크라이크 처럼 오랫동안 플레이되는 게임을 생각해보면 대부분 PVP 게임이다. 그 자체가 콘텐츠이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있고, PVE 에서 이런 콘텐츠를 준비하려면 상당히 어렵다. 많은 PVE 게임들이 그런 콘텐츠 소모 속도를 따라가려다 퀄리티를 놓치는 함정에 빠지고, PoE 도 그 함정에 빠질 뻔했다.
PoE 의 이용률 지표를 보면 초반에 상승 후 다시 소폭하락하다가 반등하기 시작하여 꾸준히 성장을 이루었다. 우리 게임은 쿼터뷰 액션 게임이고 수많은 스킬트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빅 팬이었다. 그런 게임들을 매우 재미있게 했고 어떻게 팬들이 그 매력에 빠지고 계속 하게 되는지 생각해왔다. 디아블로2 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디아블로2 는 플레이어를 계속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었다.
디아블로2 의 5가지 성공 요인을 생각해보면, 먼저 강렬한 액션 전부, 자동 생성 랜덤 맵, 그리고 마찬가지로 랜덤 아이템들, 일정 틀 안에서 보호되는 게임 경제, 깊고 넓은 캐릭터 성장, 커스터마이제이션이었다. 우리는 이 부분들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저들이 아이템을 거래하는 게임의 경제가 매우 중요하고, 또 이를 안전하도록 지켜야 한다. 또 플레이어들이 아이템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파밍 욕심을 내고, 깊이 있는 캐릭터 발전을 위해 반복 플레이하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디아블로2 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먼저 주마다 추가되는 새로운 콘텐츠였다.
우리가 게임을 출시했을 때 첫날 동시접속자가 7만명이었는데, 우리는 1만명만 되어도 수익을 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나 이 지표를 보고 매우 흥분 되었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플레이어 풀이 계속 줄기 시작했고, 우리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주간 콘텐츠도 그걸 막지 못했다. 물론, 우리가 동접자 1만명이라는 베이스라인은 유지하기는 했으나 저하되는 실적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 시스템을 리셋하고 다시금 설계했다. 플레이어들은 이 바뀐 경제 시스템을 통해서 보다 자기 발전의 욕구를 느낄 수 있었다. 게임 시스템 면에서도 온슬러트 등 리그를 추가해서 더 많은 할 콘텐츠를 분화시켰다. 그리고 주간 콘텐츠라는 기조를 포기하고, 3주에 한 번 콘텐츠 추가를 하기로 바꾸었다.
이는 효과가 있었으나 단기적인 효과 이후에는 다시 또 떨어지기 시작했고, 동접자 1만명 선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또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새로운 직업, 새로운 지역 등 대규모 추가를 했다. 역시 그 효과는 나타나서 유저는 반등했지만 역시 다시 떨어졌다.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확장팩을 만들고 경제를 다시 리셋하고, 또 플레이어가 유입되면서 우리는 결국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이 플레이어를 유입시키고 복귀시키는 방법이라는 확심을 얻게 됐다. 주기적인 콘텐츠 추가만이 답이었던 것이다. 점점 콘텐츠 주기 대비 플레이어 상승 폭의 효율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다음 시도는 독립적인 리그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토멘트 앤 블러드를 통해서 경제를 다시 리셋하고 또다시 반등을 이루었지만 이전 확장팩 만큼 효과가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 리셋의 최적 주기와 효과를 알게 되었고 한달 주기로 경제 리셋을 할 경우 최적의 성과를 냈다. 이후, 우리는 10개월 간 특별한 확장팩 없이 경제 리셋과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서 지표를 개선했고 이전의 2번의 확장팩보다도 더 좋은 성과를 냈다.
결국, 우리의 결론은 경제 리셋은 효과가 있으나 3주 단위의 소규모 콘텐츠 패치는 이 시점에서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업데이트는 마케팅 효과를 이루어냈고 그런 마케팅 효과를 위한 업데이트는 매주 단위에서는 별 효과가 없었다. 마케팅 만큼 유의미한 변화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콘텐츠 패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패치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가장 큰 교훈은 플레이어 1명이 우리에게 이야기해주었던 것인데, 자기가 스트리밍을 할 때 매일 같은 시각에 스트리밍을 하는데, 그런 정해진 시간이 아닌 때에 스트리밍을 하면 시청자들이 불만을 갖고 이탈했다는 것이었다. 이를 복구하는건 지난한 긴 노력이 필요했다. 결국 사람들은 자기 일상 패턴에 맞춰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거기에 맞춰 콘텐츠가 주어지지 않으면 다른 것을 하러 가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플레이어들도 언제 신규 콘텐츠가 추가되는지 알 수 없었으니 이탈하게 되었다. 그래서 당시의 중구난방인 스캐줄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정해진 패턴의 패치를 구축했다. 13주마다 크고 작은 패치를 진행하는 주기를 만들었다.
플레이어들은 콘텐츠가 소비된 게임을 더 하지 않는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들이 우리의 게임을 그만두더라도 그게 영원한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플레이하고 쉬고 하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는 매 패치마다 플레이어들이 한 달 씩 우리의 새 콘텐츠를 플레이하도록 계획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주기적으로 플레이어의 최대 숫자를 늘려간 것을 볼 수 있다. 동접자의 피크는 더 높아지고 하한치는 일정 수준으로 유지됐다.
그래서 다음은 업데이트 전략 뿐만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업데이트 하고, 마케팅을 하는가에 대해서다.
우리는 확장팩마다 우리 게임의 줄거리를 전달한다. 물론 새 아이템, 맵도 중요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새 확장팩에서 공통되게 이야기할 화두가 필요하다. 그래서 유저들이 파밍 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관심거리를 주고, 또 플레이어에게 확장팩마다 목표를 주고 목적의식을 가지도록 제싷나다. 이는 게임 안의 게임을 만드는 느낌이다.
보스 파이트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하는 콘텐츠가 아니다. 1% 만이 플레이하는 콘텐츠를 위해서 게임 개발의 상당 부분을 소모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는 플레이어들에게 나도 해보고 싶다는 목적의식을 주고, 또 이런 플레이를 스트리밍하는 상위 1% 게이머들이 이걸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전파하고 게임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주도록 한다.
어떤 사람들은 게임의 경제성, 거래에만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결코 적지 않은데 게임을 다 깨기보다는 다른 플레이어보다 경제적 우위에 서길 원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 리셋은 중요하다. 또 게임의 밸런스, 리밸런싱 작업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게임은 서서히 망가져가게 된다.
플레이어들이 나는 이러한 스타일을 모두 해보았으니 더 이상 이 게임에서 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스킬 등을 계속 제공하여야 한다.
그래서, 과연 어떻게 13주마다 이 루틴을 달성할 수 있는가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먼저 첫주에는 앞서 적용한 확장팩의 문제점을 고치는데 소비하게 된다. 그리고 그 확장팩의 결과를 살피고 컨셉 디자인을 먼저 진행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직접 개발에 남은 기간은 9주 정도이고, 여기서도 패치 3주 전에는 발표를 하고 마케팅을 진행하며, 또 그 2주 전에는 언론 대응을 해야한다는걸 생각하면 실질적인 개발 기간은 4주만이 남는다.
이 시간 동안 개발이 가능한 것은 먼저 빠른 프로토타이핑이 주효하다. 우리가 그동안 수많은 확장팩을 진행하며 쌓아온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항상 어려움과 난관이 있기 마련이고 프로토타입이 늦게 나오게 되면 게임 자체가 늦어지고, 퀄리티도 저하된다.
또 절차적 레벨 생성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새로운 레벨, 지역을 디자인하는데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단순히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것만으로 새 맵이 생성된다. 이 절차 생성 엔진은 다리나 나무, 각종 타일 등을 자동으로 배치하고 자연스러운 레벨을 생성한다. 그리고 이 레벨 안에서 상당히 많은 변수가 있으며 많은 일이 일어난다. 이런 레벨을 디자인하는데 2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레벨 디자이너의 시간이 단축되고 더 많은 다양성을 쉽게 구현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이 레벨에서 100시간 정도를 보내게 짜여져 있다.
인카운터를 개발할 때, 10개 버전으로 디자인을 했더라도 계속 반복적으로 나오면 플레이어는 충분하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걸 숫자를 단순히 늘린다고 해서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거다. 그래서 이 인카운터 개수를 늘리기보다는 그 안에서 다양한 변수를 조합하는 것이다. 한 인카운터 타입에서 10종의 몬스터와 10종의 몬스터 특성이 랜덤하게 하나씩 골라지게 되어있다면 그 조합의 다양성은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몬스터의 종류, 타입, 생성 밀도 등등 다양한 변수에 모두 적용된다.
다음은 어셋을 재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게임 개발에서 흔한 일이지만 우리가 상당히 잘 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만든 암석지대를 조금 손보아서 빙하지대로 만드는 등 조명, 그래픽 기법 등으로 조금씩 차이를 주어 다양하게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콘텐츠의 재사용도 이루어지는데 어셋의 재사용과 조금 결이 다르다. 그러니까 기존의 콘텐츠가 새 콘텐츠의 레퍼런스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번 사용했던 균열 리그를 다시금 사용하여 다른 콘텐츠의 보상으로서 도입했다. 완전히 같은 것이 아니라, 새롭게 변주를 주어 지겨운 재탕이 아니라 반가운 부분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작업 시간과 퀄리티의 그래프는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때문에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빠르지만 완벽을 기하는건 너무나 오래걸린다. 그래서 이를 테면 90% 의 완성도를 추구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콘텐츠를 빠르게 선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게 플레이어들에게는 마냥 좋지 않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퀄리티이면서도 개발 과정에 부하가 걸리지 않는 정도를 찾는 것을 많이 간과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과도한 릴리징 스캐줄의 파이프라인화는 오히려 이런 능률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기간이 넉넉하다면 유용할 수도 있으나 빠른 결과물이 필요한 경우에는 너무 긴 플랜을 짜거나 한참 전에 어떤 플랜을 갖고 있는 것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대응과 대처에서 유연성을 떨어트린다. 어떤 것이 게임에 필요하고 좋다고 생각하면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
그런 단발적인 아이디어에서 항상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영감은 생기기 마련이다. 유명 카드게임 매직 더 개더링이 지금까지도 확장팩을 내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형태에서 영감을 받는다. 이미 준비되어있던 목적과 과정에 맞춰 만들어진 것들을 순간에 바꾸고 다시 해야할 수도 있다. 이 덕분에 우리는 지금까지의 확장을 할 수 있었고, 그런 명확한 계획의 흐름이 없어도 이런 지속 가능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플레이어들이 지금 게임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다시 이 게임에 돌아오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 비해서 웹사이트를 확인하고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의 감소폭은 더 적다.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새 정보를 계속 확인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새 콘텐츠가 나오면 게임에 복귀할 것이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내는 이유다.
Q&A
●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게 되는 이유들의 리스트가 있는데 그 모두가 게임에 어떤 매력을 줄 수 있는가를 판단하고, 게임 플레이를 하면서 새롭고 신선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F2P 게임에서는 유저 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최대한 많은 이들의 아이디어를 듣게 된다. 그중 99% 는 별로라고 평가받게 되지만 그걸 한 번쯤 다시 살펴보고 아이디어를 결합하고 바꾸어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새로 떠오르곤 한다.
● 게임에 경매장이 없는 이유는?
게임 내 거래가 너무 쉬워지면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항상 있다, 실제로 그런 게임들이 많았고. 물론 우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것을 게임에 넣을 수도 있겠지만, 경매장 같은 것은 신중하게 고려할 사안이다. 게임의 경제를 너무 크게 흔들게 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 경제 리셋을 자주 실시하는 이유는?
물론 경제 리셋을 하지 않는 게임들도 있는데, 이런 게임들은 플레이어에게 그 캐릭터를 다시금 플레이하도록 하는 방법이 없다. 우리가 디아블로2 를 하면서 이 캐릭터를 다시금 키우고 플레이하게 되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 게임의 확장팩을 플레이할 때, 모두가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하게 되고 플레이어들이 계속 이 게임 반복을 하게 만드는 의욕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 한국 서비스 런칭을 하면서 준비하는 부분은?
서구 시장 만큼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생각하며, 그래서 한국 시장에는 모든 콘텐츠를 전세계와 동시에 로컬라이징하여 제공할 계획이고 그에 맞는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다른 시장에서는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고 동일하게 제공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같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