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맞은 리니지, 그래픽·시스템·콘텐츠 ‘대격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국내 게임 산업의 궤적을 함께 그려온 MMORPG ‘리니지’. 그 서비스 20주년을 맞아 엔씨소프트는 29일, 서울 역삼동 ‘더 라움’에서 특별 미디어 간담회 ‘ONLY ONE’을 개최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공유하는 뭇 게이머 앞에 공개했다.
선단에 오른 김택진 대표는 “유저 여러분의 큰 사랑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 ‘리니지’가 20주년을 맞아 가장 큰 변화를 보여드리고자 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바이지만, 그러면서도 워낙 큰 변화라 여러분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지금도 가슴이 쿵쾅거린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처음 ‘리니지’를 개발하던 때가 자꾸 떠오른다. 프로그램 언어부터 시스템 구조까지 싹 갈아엎고, 동접자 천 명만 들어와도 서버가 죽어서 네트워크 보강하느라 날을 지샜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내 이름이 욕으로 불린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래도 유저 여러분이 재미있게 게임을 즐겨주는 것 자체가 보상 아니겠나”라고 추억을 술회하기도.
사전에 알려진 바와 같이, 이날 행사의 핵심은 ‘리니지: 리마스터’였다. 리마스터란 게임 본연의 콘텐츠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래픽 품질을 다듬고 지원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가리킨다. 아예 바닥부터 새로이 제작하는 리메이크보다는 작은 변화이지만, 그만큼 기존 게임성을 헤치지 않는다는 강점이 크다.
특히 ‘리니지: 리마스터’는 비단 그래픽을 예쁘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전투의 재미를 극대화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1920x1080px FHD 화면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장을 보다 넓게 조망할뿐 아니라, 2배 향상된 프레임과 10배 이상 빨라진 처리 속도로 PvP가 한결 쾌적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각종 기술과 투사체 시각효과도 개선하여 상황을 오판하는 경우도 줄어들 거라고.
‘리니지: 리마스터’와 함께 찾아오는 또다른 변화는 공식적인 자동사냥의 도입이다. PSS(플레이어 서포트 시스템)라고 명명된 자동화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모바일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PC MMORPG인만큼 훨씬 정교한 AI 조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캐릭터는 사람의 도움 없이도 소모품을 구매하고 사냥터로 이동, 몬스터 색적 및 전투, 전리품 회수와 처분, 창고 활용, 위기 상황 시 도주까지 일련의 행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휴대가 거의 불가능한 PC 환경에 발맞춰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 현황을 스트리밍해주는 모바일 뷰어 ‘M-Player’도 출시될 예정이다. 어디까지나 스트리밍 기반이기 때문에 PC가 켜져 있어야 하고 네트워크 환경의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PSS가 잘 작동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다 간단한 조작까지 가능하다. ‘M-Player’는 별도 비용 없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적인 발전 외에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도 준비 중이다. 먼저 과거의 설렘과 성취감이 퇴색되어버린 현 로컬 공성전을 최대 8개 서버가 참전하는 ‘월드 공성전’으로 크게 확대한다. 이를 위하여 최대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02x142셀 전장이 마련되며, 여기서 승리하는 혈맹에게는 36억 아데나(기존 대비 약 40배 증가) 가량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더 큰 전장에서 활약하게 될 영웅들을 위한 새로운 성장 고지, 여덟 가지 ‘히로익 스킬’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발표에서 ‘히로익 스킬’의 정체가 모두 공개되진 않았으나, 대마법사에게 걸맞은 11서클과 기존 4대 정령술을 뛰어넘는 기술이 될 거라고.
끝으로 전사 이후 4년 만에 신규 클래스 ‘검사’가 ‘리니지: 리마스터’와 함께 합류한다. 검사는 이뮨, 앱솔, 카배 등 강력한 방어술로 인하여 고착화된 전투를 뒤엎기 위한 다크호스로, 역대 최고 수준의 DPS를 보여줄 것이다. 쇼크 스턴, 데스페라도에 버금가는 살상 기술을 보유하여 방어 무력화 및 버프와 단숨에 파고드는 궁극기의 연계가 자랑인 승부사다.
검사의 등장으로 그간 양손검에 밀려 빛이 바랐던 한손검의 부활이 이루어진다. 진 레이피어, 포르세의 검, 데스나이트의 불검 등 주요 한손검이 전면 개편된다. 뿐만 아니라 진명황의 집행검을 뛰어넘는 새로운 신화급 무기 ‘아인하사드의 섬광’과 ‘그랑카인의 심판’이 영웅들의 물욕을 자극할 전망이다.
이 모든 것이 담긴 ‘리니지: 리마스터’는 오는 12월 중 업데이트되며 금일부터 진행되는 사전예약 참여 시 ‘TJ’s 쿠폰’이 선물로 지급된다. 다음은 이성구 UNIT장과 서범석 개발실장, 강정수 사업실장, 심승보 CPD가 참석한 QnA 세션을 정리한 것이다.
● 최근 ‘로스트아크’로 MMORPG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 MMORPG는 엔씨소프트의 가장 큰 장점이자, 그럼에도 아직까지 풀지 못한 해답이 무궁무진한 장르다. 명가라 불리우는 우리조차 MMORPG를 더욱 발전시킬 방안을 여전히 찾아가는 와중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도 좋으리라 본다.
● ‘리니지M’이 출시되고 ‘리니지’ 유저가 꽤 많이 빠졌는데, 여전히 자가잠식 우려가 남아있다
: 과거에도 비슷한 질문이 많았는데, 우리는 두 게임의 변별력이 없다고 여기지 않는다. ‘리니지M’이 ‘리니지’와 결별을 선언한 것은 그만큼 서로의 게임성이 다르기 때문이고, 오늘 발표에서 보여줬듯 ‘리니지’도 나름의 고유한 영역을 계속 강화하여 서로가 독자적인 입지를 점하고자 한다.
● 이제와 4K FHD 리마스터는 조금은 철 지난 업데이트란 느낌인데
: 이제 8K까지 나오는 세상에 FHD는 늦었다고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우리도 8K 지원하려면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오브젝트가 지나치게 작아져 버린다. 2D 게임에는 그에 최적화된 해상도가 있는 것이고, 고유한 감성을 유지하려면 1080p가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 ‘M-Player’는 반드시 PC가 켜있어야 하는건가, 그리고 조작은 어디까지 가능한건지
: 스트리밍 기반이므로 PC가 켜있어야 하고, 이동하거나 물약을 먹는 등 기본적인 조작은 다 가능하다. 당장은 ‘리니지: 리마스터’에 먼저 적용하지만 장차 엔씨소프트 게임에 전부 ‘M-Player’를 도입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 그러면 과거에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돌리다가 제재 받은 이들도 무죄 방면이 될까
: 그럴리가. PSS가 도입된다고 운영 정책이 바뀌지는 않는다.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것 외에 비인가 프로그램은 여전히 제재 대상이다. 이건 자동사냥이 되냐 마냐를 떠나 다른 유저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보안 문제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잡아낼 계획이다.
● 그간 꾸준히 작업장 축소를 부르짖었는데 자동사냥 도입은 이를 역행하는 것 아닌가
: 역으로 작업장이 위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는 모든 유저가 동등하게 언제나 사냥을 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 PSS 기능 가운데 ‘위기 시 자동귀환’의 경우, 필드 PK의 재미를 희석시킬까 걱정되는데
: 딱히 PK 양상이 달라지는 일은 없으리라 본다. ‘리니지’를 해봤다면 알겠지만 적의를 갖고 메즈를 걸며 공격해오는 상대에게서 쉽사리 도망칠 수가 없다. 당연히 PSS라고 기존 규칙을 초월하여 귀환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기능은 어디까지나 PvE를 위한 것이다.
● 월드 공성전이 자리를 잡으면 기존 공성전은 어떻게 되는 건지
: 규칙이 약간 변경될 수는 있겠지만 기존 공성전도 일부분 유지할 것이다. 통합 서버의 패자가 있어야하듯 각 서버에도 여전히 대표 혈맹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양쪽 공성전이 적절히 공존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짜는 중이다.
● 월드 공성전의 보상이 굉장히 파격적인데, 이에 따라 기존 경제가 흔들리지 않을까
: ‘리니지’가 20년을 이어온 원동력은 경제 균형과 가치 보전에 있다. 큰 보상은 주는 것은 그래도 괜찮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보아달라. 경제 시스템에 대해 이 자리에서 길게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여러 조건을 충분히 고려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 진명황의 집행검을 뛰어넘는 신화 무기 2종을 공개했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 과거에도 기르타스의 검이라는 진명황의 집행검을 뛰어넘는 무기를 선보인 바 있는데, 현재는 획득이 불가능하게 막혀 있다. 이제 진명황의 집행검도 많이 보급되며 당초 기획했던 것보다 위상이 떨어진 터라, 유저 여러분이 새롭게 목표할 수 있는 최강 무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리마스터를 기하여 복귀하려는 유저에게, 캐릭터 성자이나 장비 강화 같은 장벽이 너무 크다
: 이 자리에서 다 발표하진 않았지만 20주년을 맞아 정말 많은 프로모션과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특히 성장 프로모션이 굉장히 파격적이고, 신규 서버도 여럿 추가하여 공정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 리마스터에도 불구하고 1020 세대에게 ‘리니지’는 여전히 ‘아재 게임’이란 인식이 있다
: 어려운 질문이다. 새로운 유저들을 맞이하는 것도 분명 필요한 일이고 큰 도전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1020 세대에게 굳이 맞추려고 하는게 현재 ‘리니지’를 플레이하는 3040 세대에 대한 배신이 아닐까. 앞서 언급한 성장 프로모션 등으로 어느정도 신세대 진입을 도울 수는 있겠으나, 우리의 큰 방향은 어디까지나 이제껏 ‘리니지’를 사랑해준 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 ‘리니지: 리마스터’를 기하여 BM(수익화 구조)이 강화되리라는 우려도 적잖다
: 그러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특히 ‘리니지M’에서 나온 변신카드가 도입되는거 아니냐는 유저가 많은데, 당장 현재 ‘리니지’ 시스템에 전혀 맞지 않는 콘텐츠다. 우리는 ‘리니지’에게 어울리는 적정 BM을 유지할 것이다.
● 오늘 발표된 ‘리니지: 리마스터’ 관련 업데이트는 모두 12월 중에 만나볼 수 있을지
; 대부분 12월 론칭 스펙에 들어가긴 할 텐데, 워낙 규모가 큰 만큼 주차별로 나눌 수는 있다. 어쨌든 뜬금없이 내년 가을에 뵙겠습니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 ‘리니지’ e스포츠 리그가 상당히 화제였는데 이번 기회에 재개할 계획은 없는지
: 혹자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욕도 하지만 ‘리니지’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제전이었다. 당연히 부활시킬 것이고 곧 좋은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다.
● ‘리니지’는 국산 게임의 역사를 대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껏 대단한 흥행 기록을 세웠지만 그만큼 게임 과몰입, 아이템 현금 거래, 사행성 등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인데. 20주년을 맞아 그래픽만 리마스터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무언가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뿐 아니라 여러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도 통감하고 있다. 현재 회사 차원뿐 아니라 각 IP 차원에서도 개별적으로 고민하는 바가 있으니, 향후 특별한 자리에서 다시금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