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수 게임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게임쇼에서 국산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여러모로 벅찬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인트라게임즈가 B2C 3홀에 단독 부스를 설치하여 다양한 신작을 선보였고, 이 가운데 앞서 PS 아레나와 BIC에서 호평을 받은 ‘울트라 에이지’가 전세계 게이머들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울트라 에이지’는 지구가 황폐화된 먼 미래, 우주로 떠난 인류의 후예 에이지가 귀환하여 예상치 못한 위험과 맞닥뜨린다는 내용의 SF 액션 게임이다. 숙련된 전사인 에이지는 총 여덟 종의 검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폭주한 로봇이나 괴생명체들과 싸워 나가는데, 무기에는 내구도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장비를 공수해야 한다.

듀얼쇼크 기준 △와 □ 버튼을 조합하여 손쉽게 다양한 검술 연계가 가능하며 점프, 대시, 와이어 스내치 등 다양한 동작을 가미하여 속도감 있는 액션을 펼칠 수 있다. 이는 지난 3월 PS 아레나 빌드와 비교하여 가장 크게 발전한 부분으로, 이제는 모션과 이펙트에 있어서 어지간한 콘솔 액션 게임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에이지가 지닌 또다른 특수 능력은 바로 시간 빨리 감기다. ‘울트라 에이지’에는 낮과 밤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특정 몬스터가 출현하거나 강화되기도 하는데, 에이지는 임의로 낮밤을 바꿔가며 유리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가령 물탱크 밸브를 열어놓고 시간을 빨리 감아 방이 침수되도록 하거나 제 3의 세력이 올때까지 기다려 어부지리를 취하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들 수 있다.

국산이, 그것도 열 명도 안되는 소규모 독립 개발사가 콘솔로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러한 기대와 우려 속에서도 매번 만날 때마다 한 발짝 성큼 나아가 있는 ‘울트라 에이지’. 과연 도쿄게임쇼라는 세계 무대에 선 소감은 어떨지 넥스트 스테이지 강현우 대표와 잠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 오랜만이다. 처음 보는 독자들을 위해 우선 자기 소개를 해달라

: 넥스트 스테이지 대표 겸 메인 프로그래머인 강현우다. 우리는 콘솔 게임을 참 좋아하는 친구 셋이 부산을 거점으로 2015년 창업한 독립 개발사로, 현재는 인원을 확충해 다섯 명이 함께 ‘울트라 에이지’를 만들고 있다.

● 소규모 독립 개발사가 콘솔 액션 게임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 처음에는 모바일 게임에서 콘솔과 같은 재미를 주려고 해봤다. 그런데 스타일리쉬한 액션 장르를 추구하다 보니 2D로는 한계가 있었고, 3D로 작업하려니 자연스레 고품질 그래픽이 받쳐줘야 한다는 수순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래픽 전문 업체 비주얼다트와 협업하여 콘솔 액션 게임 ‘울트라 에이지’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 외부 그래픽 전문 업체와 협업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어쩌다 함께하게 됐나

: 우리는 어떻게든 고품질 3D를 구현하고자 했고, 비주얼 다트도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차에 우연하게 연락이 닿았다. 우리가 먼저 기획 자료를 넘기면 비주얼 다트에서 아트의 방향성을 정해주고 최종적으로 절충이 되면 모델링 작업이 이루어진다. 원활한 협업을 위해 쉼없이 소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양사가 함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 액션의 완성도가 놀라울 정도다. 국내외 콘솔 게임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나

: 앞서 말했듯 팀원들이 친구 사이인데 모두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의 열혈 팬이다. 이외에 ‘니어: 오토마타’도 재미있게 즐겼고 ‘다크 소울’과 ‘블러드 본’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아, 시간을 빨리 감는 요소는 ‘젤다의 전설’을 하며 낮밤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며 떠올리게 됐다.

● 울트라 에이지에는 총 여덟 종의 검이 나온다고 했는데,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 여덟 종의 검은 저마다 생김새도 쓰임새도 달라 전황과 취향에 맞춰 사용하면 된다. 뭉툭하고 단단한 중검은 메카닉을 박살낼 때 유용하며 길고 날카로운 태도는 생명체에게 잘 든다. 이외에도 전기 충격을 가해 적을 마비시키는 라이트닝 소드, 에너지를 모아 단숨에 방출하는 차징 블레이드 등이 있으니 기대해달라.

● 이 게임은 액션이자 로그라이크인데, 요즘 인디씬에서 경쟁자가 많은 장르다

: ‘울트라 에이지’는 7할이 액션, 3할이 로그라이크로 만들어졌다. 게임 구성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평범한 액션 게임처럼 진행되다 로그라이크 요소가 조금씩 붙는 형태다. 그만큼 로그라이크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자연스레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혹은 아예 액션 게임으로 받아들이더라도 충분히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러고 보면 주인공 이름이 에이지인데,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인가

: 그렇다. ‘울트라 에이지’는 우리 게임을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그만큼 거칠고 과격한 세계이면서 굉장히 먼 미래라는 의미도 있고, 주인공 에이지의 성격을 나타내기도 한다.

● 멀티플레이 요소는 없나. 다인 CO-OP이나 PvP가 있다면 재미있을 텐데

: 현재로서는 어려운 부분이다. 가능하다면 DLC나 차기작에선 구현하고 싶다.

● 콘솔 게임하면 역시 도전 과제인데, 무언가 재미있는 조건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 검을 몇 번 부숴 먹었느냐에 따른 것도 있고, 시간을 엄청 많이 돌려야 딸 수 있는 과제도 있다. 다만 이런 것은 직접 찾아야 재미있는 법이니 본편에서 확이해달라.

● 현재까지 개발 진척도는 어느 정도이며 언제쯤 정식으로 만나볼 수 있을까

: 이제까지 1년 3개월 가량 개발해왔고 완성도는 60% 정도다. 내년 상반기 중에 PS4로 출시하고 성과에 따라 PC 등 다른 플랫폼도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총 플레이 타임은 얼마나 될까, 그에 따른 가격 책정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가 있는지

: 메인 스토리만 따라간다면 7~8시간 정도. 여기에 보스 도전이나 수집 요소를 챙기다 보면 5시간은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은 인트라게임즈와 조율 중이며 최대한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결정하려 한다. 풀 프라이스는 절대 아닐 거다.

● 본편이 잘 된다면 DLC가 나올 수도 있을 텐데, 구상적인 추가 콘텐츠가 있다면

: 에이지 외에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추가한다거나 몬스터, 장비 등 로그라이크를 풍부하게 해줄 여러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추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라니 말이지만 주인공이 남자라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 우리가 추구하는 박력 있는 액션을 표현하기에 남자가 좋으리라 판단했다. DLC나 차기작에서는 여성 플레이어블 캐릭터도 꼭 넣겠다. 일단 가장 유력한 후보자는 중간 보스로 등장하는 에스더다.

● 국내 개발자들이 콘솔 특유의 세밀한 QA를 많이 어려워한다. 이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 중이라 에픽게임즈에서 굉장히 신경을 써줬다. 다 만들고 QA를 넘기면 뜯어고칠 것이 너무 많아지니 처음부터 QA 체크를 하며 진행하라고 조언해주기도. 그래서 기획자가 매번 QA 시트를 확인하여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그제야 개발에 들어간다.

● ‘울트라 에이지’로 세계적인 무대 도쿄게임쇼에 출전했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 인트라게임즈의 크나큰 지원 덕분에 인생 목표 중 하나를 이뤄냈다.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굉장히 떨리면서도 이곳에서 더 많은 피드백을 받을 생각에 기대도 된다.

● PS 아레나, BIC 그리고 이번에는 도쿄게임쇼다.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

: PS 아레나는 알파 빌드로 시연한 터라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호평해주어 의욕을 다질 수 있었다. 또한 주인공의 매력이 떨어진다거나 배경이 허전하다는 피드백을 받아 이런 부분을 수정하기도 했다. 이후 베타 버전을 들고나간 BIC에서는 애니메이션과 조작감에 대한 조금 더 깊이 있는 피드백이 있었다. 이번 도쿄게임쇼는 BIC와 동일한 빌드인데 또 어떤 피드백을 받을지 기대된다.

● 모바일과 비교하여 콘솔 게임 개발의 매력이 무엇인지 어필해달라

: 모바일게임 개발을 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수많은 기기를 테스트하는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스펙 제한 때문에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포기해야 하는 제약이 콘솔에서는 거의 해제된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인 작업이다. 그리고 소니와 에픽게임즈, 인트라게임즈 등 생각보다 지원해주는 분들이 많으니 꼭 한번 도전해보기 바란다. 생각보다 그렇게 가시밭길만은 아니다.

● 국내 콘솔 게이머의 기준이 워낙 높은 만큼 앞으로 쓴소리도 많이 들을 텐데

: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콘솔 게임을 처음으로 개발하며 시행착오가 많은데, 이에 대해 유저분들이 쓴소리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드백을 열심히 받아서 조금이라도 더 멋있고, 더 즐길만한 게임이 되고자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