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몽키킹, 동양인이 동양 문화로 만든 게임으로 봐주길
구름을 타며 거대한 여의봉으로 요괴들을 때려잡는 제천대선 손오공. 우리에게는 일찍이 ‘날아라 슈퍼보드’로 매우 친숙한 캐릭터지만, 최근에는 서양에까지 Monkey King(원숭이 왕)이란 이름으로 자주 언급될 만큼 이제는 어느덧 동양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손오공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은 매년 서유기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이 쏟아질 정도로 그를 향한 대중의 사랑이 뜨겁다.
3D 애니메이션 영화 ‘몽키킹: 히어로 이즈 백(국내 개봉 ‘신서유기: 몽키킹의 부활’)’은 이러한 수많은 서유기 관련 콘텐츠 가운데서 특기할 만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중국 내 관객 동원만 3,000만 명을 넘겼으며 총 상영 횟수는 80만 회, 여기서 발생한 흥행 수익은 약 1,820억 원에 달한다. 이에 중국 진출을 타진하던 일본 게임사가 ‘몽키킹: 히어로 이즈 백’을 동명의 게임으로 만들었으니, 도쿄게임쇼 2018이 한창인 마쿠하리 멧세에서 헥사드라이브 타츠야 하토리 디렉터와 SIE 타츠히로 키타가와 프로듀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SIE에서 중국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키타가와 프로듀서는 PS4가 중국 콘솔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로컬 콘텐츠가 필수적이라 봤다.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게임 주도 콘텐츠(Game Driven Content)로 중국 현지 개발자가 PS4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SIE가 중국 내에서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 그리고 또 한가지는 해외 개발자가 중국 IP를 가지고 게임을 만드는 IP 주도 콘텐츠(IP Driven Contet)로 ‘몽키킹’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게임 ‘몽키킹: 히어로 이즈 백’은 원작자 옥토버미디어의 검수 아래 일본 게임사 헥사드라이브가 제작 중이다. 장르는 3인칭 액션 어드벤처이며 1시간 반짜리 영화 내용에 여러 오리지널 콘텐츠를 10시간 이상의 게임 플레이로 풀어냈다고. 이에 따라 천계에서 난동을 피우다 오행산에 봉인된 손오공이 소년 강류아에 의해 500년 만에 봉인에서 풀려난다는 도입부 설정은 원작과 동일하지만, 향후 전개는 극장판과는 평행 세계에 가깝게 만들어졌다.
헥사드라이브는 손오공 특유의 여유가 넘치면서도 힘있는 권법을 표현하고자 원작에서 장력(掌力)이라 불리는 힘에 집중했으며, 덕분에 일본 만화에서 볼 법한 과장되고 호쾌한 액션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주변 환경 중국 문화를 제대로 담아내고자 상해미술관과 만리장성을 답사하기도 하고 중국 음향 제작사인 뱅가드 사운드에 의뢰하여 전통적인 색채가 강한 OST를 뽑아냈다. 끝으로 엔딩 테마를 toku가 작곡 및 편곡한 이유도 그가 중국에서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앞서 8월 열린 차이나조이 2018에서 SIE ‘몽키킹’ 부스는 엄청난 인파를 끌었으며 스테이지 이벤트 PV 수는 약 5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몽키킹’을 선보인 PS 컨퍼런스의 경우 최대 480만 명이 라이브 스트리밍을 동시 시청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SIE와 헥사드라이브의 안배는 이러한 열기가 중국을 넘어 동양권, 그리고 서양에까지 퍼져나가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현장에서 진행된 일문일답에서 확인 가능하다.
● 현지에서의 인기 외에 ‘몽키킹’이란 IP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 물론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봤을 때 굉장히 게임화하기 적합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액션이나 코믹한 연출이 게임으로 만들었을 때 굉장히 매력적일 것 같았고 폭넓은 연렁대에 어필할 수 있다고 보았다.
● 중국 외에 지역에서는 아무래도 서유기라는 소재가 생경하지 않겠나
: 맞다. 중국에서는 원작이 워낙 유명해서 별도로 설명이 필요 없지만, 다른 나라에는 어떠한 매력으로 다가가야 좋을지 고민했다. 이 작품의 액션은 80년대 홍콩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는데, 성룡의 액션을 보면 멋지고 화려하면서도 한편으로 매우 웃기지 않나. 바로 그런 매력을 ‘몽키킹’에 녹여내고자 했다. 또한 현지 답사를 통해 수준 높게 고증한 동양적인 매력도 해외 게이머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가리라 본다.
● 개발을 헥사드라이브가 도맡았다면 원작사인 옥토버미디어는 어떤 도움을 줬나
: 게임 자체는 헥사드라이브의 작품이지만 세계관이나 캐릭터 디자인 같은 부분에서 옥토버미디어가 검수를 해주고 있다. 이를 위해 의사소통에 굉장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전문 통역사를 사이에 두어 서로가 자신의 언어로 정보를 전달하면 곧바로 번역되는 개발 공정을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두 달에 한번은 중국에 넘어가 거의 싸우다시피 할 정도로 치열하게 협업 중이다.
● 한국 개발사들은 일본 IP로 게임을 만들 때 검수가 참 어렵다고들 하는데, 중국 IP와는 어땠는지
: 그것 참 미안하다(웃음). 실제로 오리지널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일본의 감각으로 멋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만들면 중국측에서 이건 서유기스럽지 않다, 당나라 시대의 고증과 맞지 않는다고 반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시대 고증을 잘 살리면서도 보다 멋있는 묘사를 위해 양측이 무진 애를 쓰며 작업했다.
● 총 플레이 타임이 10시간 내외라고 했는데 AAA급 콘솔 게임으로서는 조금 짧은 감이 있다
: 10시간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메인 스토리만 따라갔을 때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다양한 파고들기 요소가 마련돼 있으므로 기대해달라.
● 오직 손오공만 조작 가능한가, 팔계나 강류아가 주인공인 구간도 있으면 좋겠다
: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제천대성이 되어 겪는 모험담이다. 팔계와 강류아는 어디까지나 여행에 동행하는 이들이니 서로가 함께 풀어가는 이야기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 고맙다. 마지막으로 한국 게이머에게 남기고픈 말이 있는지
: 일본 게임사가 중국 IP로 만드는 형태가 되었지만 우리는 일본이나 중국이란 특별한 의식은 하지 않았다. ‘몽키킹’은 어디까지나 서유기라는 고전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인 하이 판타지 액션 게임이다. 그러니 중국풍이 강하다고 주저하지 말고 한번쯤 즐겨주면 좋겠다.
중국 IP로 게임을 만들다 보니 생각보다 서로 문화적 차이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화를 하다 보면 우리는 똑같은 동양인이구나 실감하기도 한다. 그러니 동양에 살고 있는 우리가 동양 문화를 가지고 직접 만드는 게임이란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