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대 강화 & 전작 계승, 그 결과는? ‘배틀필드 V’ 체험기
’배틀필드 5’ 오픈 베타 루리웹 플레이 영상
게임을 실행하고 든 첫 느낌은 역시 익숙함이었다. 직전 작품인 ‘배틀필드 1’ 에서 재정립되어 배틀프론트 시리즈에도 영향을 준 배틀필드 시리즈의 UI 와 세련된 그래픽과 아트 스타일은 그대로였다. 익숙하게 메뉴를 헤집어 이것저것 살펴 본 후, 간판으로 내세운 타이드 오브 워를 플레이하고자 했다. 하지만 매치메이킹 문제로 인해 어떤 모드이던 매치메이킹으로 플레이하는건 불가능했고, 직접 서버 목록에서 방을 찾아 플레이했다.
여전히 좋았던 것은 배틀필드 시리즈 최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전장의 느낌이었다. 넒은 공터가 있는 항구인 나르비크 뿐만 아니라 시가전인 로테르담에서 그 느낌이 극대화됐다. 병과는 돌격병, 의무병, 보급병, 정찰병의 4종으로 게임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분대에 배치가 되었다.
게임은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분대 위주의 게임으로 바뀌었는데, 그 방식은 이전처럼 분대 플레이시에 주는 추가 점수 등의 이득은 그대로 둔 채 분대가 아니면 제대로 플레이할 수 없을만큼 개인의 역량을 너프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를테면 돌격병은 리스폰 시 총에 이미 장전 된 총알을 제외하면 단 한 탄창 분량의 여유분을 가졌다. 정찰병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 스팟 기능이 많이 다운그레이드 된 대신 스코프 내의 적이 아군에게 죽으면 보너스를 얻는 식이 되었다. 전반적으로 의무병과 보급병의 역할이 훨씬 더 강조되었다. 그러나 의무병도 예전처럼 주사기로 한 번 찔러주면 아군이 살아나는게 아니라 긴 상호작용을 통해 한 명 한 명 살려내야 했다.
총기의 타격감이나 전투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은 여전히 높았다. 시가전 상황에서 가지고 있는 무기들, 소총, 권총, 총류탄 발사기, 접착 폭탄 등등 모든 장비를 활용해가면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긴박함은 특별했다. 다만 로테르담은 시가전 맵의 특성상 탈 것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았고, 반면에 나르비크는 여전히 전차나 전투기 등의 병기에 의존하는 성격이 짙었다. 개인 중화기도 아직 베타여서인지 대기갑용 무장이 충실하지 않아 더욱 그러했다. 정예병과 시스템이 없어졌고, 대신 병과마다 하위의 다양한 특성화를 통해 전작과의 차별화를 꾀했지만 아쉽게도 베타에서는 그걸 모두 확인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말해, 직전작인 ‘배틀필드 1’ 과의 차이점을 찾는게 어려울 만큼 고스란히 계승한 느낌이었다. 대강 ‘배틀필드 3’ 에서 ‘배틀필드 4’ 로 바뀔 때의 기분이었다. 다만 이번 작품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소재의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게임의 소재 측면에서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은 시기상 수많은 유사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게 ‘배틀필드 1’ 이 처음 나왔을 때나 ‘배틀필드 2142’가 처음 나왔을 때처럼 확연히 다른 느낌은 전혀 없었다. ‘배틀필드 1’ 의 확장팩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때문에 전작인 ‘배틀필드 1’ 에서 호평 받았던 부분들은 거의 대부분 그대로 있다고 존재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은 즉 전작과 크게 차별점을 보이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배틀필드1’이 2016년 10월 출시된 게임인 만큼 정확히 2년 만에 나오는 차기작이다. 물론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FPS 라는 영역을 독보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게임인 만큼 섣부른 변화보다는 기존의 인기 요인인 코어 게이밍을 유지하는게 안전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아예 전작과 차별점을 찾기가 어렵다면 곤란하다. 6만원을 넘게 내고 사야하는 패키지 게임이기 때문이다.
같은 다이스가 만드는 배틀프론트 시리즈의 최신작 ‘배틀프론트 2’ 는 게임 내적인 측면만을 볼 때전작에서 호불호 갈리던 카드 시스템을 폐기하고, 병과별 특색을 보다 강화하면서 길이는 조금 짧아도 훌륭한 퀄리티의 싱글플레이 캠페인을 추가해 ‘스타워즈’ 영화 신 트릴로지의 이야기 줄기를 채워넣는 등 몇몇 훌륭한 시도들로 좋은 변주를 주었던 게임이었다. 비록 루트박스 논란으로 홍역을 앓긴 했지만 게임성 자체는 전작에 비해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배틀필드 5’ 는 그런 새로운 요소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이번 ‘배틀필드 5’ 에서 가장 큰 변주라면 두가지, 중대 시스템을 활용한 병과 및 분대 플레이의 강화, 그리고 신규 배틀 로얄 모드 ‘파이어스톰’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파이어스톰’ 의 정보로는 64명의 플레이어가 4명씩 16개의 분대를 이루어, 배틀필드 시리즈 사상 가장 넓은 전장 위에서 싸워 마지막 1팀이 살아남을 때까지 펼치는 배틀 로얄 모드다.
그러나 이 ‘파이어스톰’ 모드는 발매 2달여를 남긴 지금까지도 그 자세한 세부 내용이나 플레이 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실, 이는 배틀필드 시리즈와 함께 서양 FPS 프랜차이즈의 양대 축이자 라이벌인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최신작 ‘블랙옵스 4’도 마찬가지다. 전작과는 차이점은 미미한 수준이며 두 게임 모두 배틀 로얄 모드를 호기 있게 추가한다 밝혔지만 정작 그 배틀 로얄 모드에 대한 정보가 없다.
이를 떠나 ‘배틀필드 5’의 중심 변화인 분대플레이 강화도 마냥 즐겁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앞서 말했듯 ‘배틀필드 5’ 는 분대가 아닌 개인의 전투력, 전투지속력을 금감시킴으로서 분대플레이를 반강제하고 있다. 돌격병은 분대 없이는 단 두 탄창 밖에 주무기 탄알을 받지 못하며 정찰병은 분대 없이 제 역할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보급병과 의무병은 비록 분대 내에서 역할 비중이 늘기는 했지만 개인의 전투력이나 능력은 그대로이고, 오히려 부활 시간이 훨씬 길어지는 바람에 개인의 역량만 보면 이전보다 못해진 셈이 됐다.
결국 2차 세계대전이라는 소재의 친숙함 외에는 ‘배틀필드 1’ 에 비해서 큰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다만 아직까지 공개된 내용이 부족한 파이어스톰 모드가 얼마나 잘 뽑혀 나오느냐에 앞으로가 달려있다는 생각이다. 보통 멋진 요리 하나를 낼 때 다양한 맛을 담아내면서도 한 번의 강력한 한방(영미권에서 소위 Kick 이라 표현하는)이 있어야 한다. 배틀필드 시리즈는 항상 그 모드와 전장에서 할 수 있는 플레이의 다양함과 광활함이 장점이 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안에 강력한 한방이 없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만약 파이어스톰 모드가 ‘배틀필드 5’가 준비한 강력한 한방이라면, 조금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또한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점점 많은 게임들이 배틀 로얄 모드를 도입해 만들고 있는 중에 여러 신선한 배틀 로얄 게임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밀리터리 슈터에서 ‘포트나이트’ 같은 복합적인 요소, 그리고 심지어는 마법 판타지, 무협 소재까지 배틀 로얄로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배틀필드 5’ 는 맛있지만 익숙한, 그런 식당의 스테디셀러 메뉴 같은 느낌이었다. ‘배틀필드’ 가 언제나 그랬듯 지금만으로도 제 값은 충분히 할만한 게임이지만, 그 이상의 멋진 최고의 게임이 되려면 준비된 한방이 절실하다. 앞으로 공개 될 새로운 정보에서 그 한방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배틀필드 5’ 파이어스톰 및 게임 모드 소개 영상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