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사운드·시스템까지 레벨 업! ‘검은사막’ 리마스터
한때 ‘R2’, ‘C9’을 만든 김대일 사단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 ‘검은사막’이 어느덧 4년차 중견 MMORPG로 성장했다. 그간 갖은 난항과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끊임없이 게임을 다듬고 확장하며 국내는 물론 북미와 유럽에서까지 인정받는 김대일 의장과 펄어비스의 대표작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게임이 그렇듯 보다 발전된 기술이 적용된 신흥 경쟁자들에 빌려 점차 출시 초기의 장점이 점차 빛바래는 실정. 이에 펄어비스는 11일(토), 롯데월드몰 롯데시네마에서 ‘검은사막 리마스터 쇼케이스’를 열고 완전히 일신된 게임의 모습을 최초 공개했다.
이날 발표는 가장 먼저 류휘만 오디오 감독이 선단에 올라 오디오 리마스터링에 대해 소개했다. 리마스터라면 흔히 리텍스처나 해상도 확장 등 그래픽을 개선하는 작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펄어비스는 이번 기회에 ‘검은사막’ 사운드를 전부 갈아엎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소규모로 게임을 처음 개발하던 시절에는 눈에 보이는 부분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사운드가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 따라서 새로운 사운드는 부족함 없는 투자를 통해 유럽 3개국에서 오케스트라로 녹음한 것이 특징이다.
펄어비스 류휘만 오디오 감독
환경음의 경우 유저가 최대한 실감나는 세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 가까이서 지저귀는 새와 저 멀리 울려퍼지는 늑대 울음 소리, 오솔길에서 무심코 발에 치인 조약돌이 구르는 소리와 시냇물이 졸졸 흘러가는 소리까지 온갖 다채로운 소리를 풍부하게 담았다. 또한 개선된 환경음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필드 음악은 한번만 출력되도록 변경된다.
서비스 초기 유저 반응이 상당히 좋지 못했던 캐릭터 음성도 교체된다. 당초 펄어비스가 의도한 연기 방향은 ‘검은사막’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를 살려 모두가 조용하고 음울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연기자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없도록 억제했을뿐더러 유저들에게도 “NPC들이 단체로 우울증 걸렸느냐”는 핀잔을 들어야했다. 반면 새로운 캐릭터 음성은 유명 성우들을 기용하여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주문했으며 중복 출연 또한 없도록 하였다.
게임 전반을 관통하는 음악도 전면 리마스터링된다. ‘검은사막’의 기존 음악은 중세 느와르풍에 입각하여 음악적으로 흑백에 가까운 느낌을 줬다. 이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저에게까지 “This is perfect music for studying and relaxing(공부하거나 명상할 때 들으면 딱이네)”라는 혹평 아닌 혹평을 들어야 했다. 이에 새로운 음악에서는 다양하고 화려한 편곡을 지향했으며 상술했듯 유럽 3개국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한 컬러풀한 음색이 깃들었다. 총 220곡으로 660분을 훨씬 초과하는 블록버스터 음악들이다.
이번 음악 리마스터링의 또다른 성과는 오디오 리전의 제작이다. 이제까지 ‘검은사막’은 게임 개발을 위해 구획이 구분된 게임 리전에 오디오가 종속된 입장이었다. 그래서 방금 전까지 사냥터 구획에서 싸우며 흥분되는 음악을 듣다가도 도로로 이동하면 뜬끔없이 평화로운 음악이 나오곤 했다. 반면 오디오 리전은 게임 리전과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어디서 어떤 음악이 나올지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액션이 주가 되는 게임임에도 지나치게 빈약하던 액션 음악을 대거 추가하여 지루함을 덜어냈고, 승마 시 뜬금없이 음악이 바뀌는 문제도 제거해버렸다.
현실에서 동양과 서양, 북구와 남반구 문화와 향유하는 음색이 다르듯 ‘검은사막’도 대륙별로 각기 다른 테마를 부여하고 이를 12개 스타일로 편곡했다. 12개 스타일이란 거대한 전장을 표현하는 ‘BATTLE OF WARRIORS’, 강력한 보스과의 대결을 의미하는 ‘BATTLE OF SHADOW’, 평화로운 길가를 걸을 때 들리는 ‘ON THE PATH’, 마을과 같은 거점 음악 ‘BASE’ 등이다. 즉 같은 ‘BATTLE OF WARRIORS’라도 발렌시아인지 세렌디아인지에 따라 편곡 방식은 같지만 테마가 다르므로 전혀 별개의 음색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검은사막’ 오디오 리마스터링은 현재도 여전히 녹음이 진행 중으로 일단 발레노스, 세렌디아, 칼페온 3개 대륙만 8월 23일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메디아 이후 대륙 또한 연내에는 모두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펄어비스는 이날 리마스터 쇼케이스 현장에서 리마스터된 ‘검은사막’ OST를 현악사중주로 깜짝 공연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고광현 리드 그래픽 프로그래머가 ‘검은사막’ 그래픽 리마스터링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그래픽 개선 작업은 단순히 텍스처를 건드는 수준을 넘어서 물리 기반 렌더링과 라이팅(빛 표현), 볼륨감 있는 구름과 같은 향상된 기상 표현, 자연스러운 바다 표현, 옷감 시뮬레이션, 그리고 무엇보다 최적화를 중점적으로 작업했다고. 이를 통해 기존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질감과 아름다운 광원, 자연스러운 음영, 비 내린 지면의 촉촉함을 확인할 수 있다. 망토나 옷깃도 더는 부자연스럽게 굳어 있지 않고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레 펄럭인다.
펄어비스 고광현 리드 그래픽 프로그래머
다만 최적화를 위한 펄어비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만큼 어느정도 요구사양이 증가하는 것이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기존 그래픽 옵션 ‘높음’ 위에 ‘울트라’가 더해지며 기기 스펙이 상당히 받쳐줘야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해당 그래픽 옵션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양이 부담된다면 기존과 같이 즐기더라도 무방하다.
마지막 순서로 김재희 리드 프로듀서가 ‘검은사막’ 차기 업데이트 콘텐츠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다. 우선 전체적인 UI가 일신된다. 또한 ‘흑정령의 분노’ 기술이 10%, 25%, 50%에서도 발동되도록 확장된다. 일례로 워리어는 10%에서 분쇄, 25%에서 무자비, 50%에서 망자 가르기가 흑정령 기술로 추가되며 각각 타격수와 범위 등이 강화된다. 또한 스토리 및 성장 동선을 재설계하여 하이델을 통과하는 시점에서 기존처럼 칼페온으로 향하지 않더라도 색다른 임무나 사냥터에 방문할 수 있도록 유저를 이끈다. 필드 몬스터 역시도 너무 쉽다는 피드백을 받아들여 전반적인 난이도 상승이 이루어진다.
펄어비스 김재희 리드 프로듀서
또한 내년에는 신규 지역 ‘오딜리타’가 추가될 예정이다. 밤이 길고 빛이 들지 않는 어둠의 땅 ‘오딜리타’는 소를 닮은 수인 투로족과 웅대한 숲의 거상이 지키는 장소다. 숲의 거상은 한 마리씩 유인한 뒤 파티원들이 협력해 사냥하는 일종의 필드 레이드로 기획됐으며 투로족은 친구나 길드원과 2인 1조로 부담없이 사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외에도 쇠뇌와 마법 장갑으로 느리지만 묵직한 한방을 지닌 신규 직업 ‘남자 레인저’가 올 겨울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원거리에서 사격 부위와 호흡을 고려해야 하는 수렵 콘텐츠 ‘저격’, 여분 캐릭터나 용병을 활용해 몬스터를 사냥하고 전리품을 챙기는 ‘부대토벌’, 궁극적으로 모바일 사용까지 고려한 새로운 ‘거래소’, 적을 불태워버리는 호전적인 환상마 ‘둠(DOOM)’ 등 크고 작은 업데이트가 향후 순차적으로 ‘검은사막’ 본 서버에 적용될 예정이다.
끝으로 펄어비스 함영철 사업실장은 “그간 ‘검은사막 모바일’과 미발표 신작 등 여러 프로덕트를 진행하고 여러 국가에 서비스하며 정신없이 달려왔다. 그럼에도 우리의 원 프로덕트인 ‘검은사막 온라인’에 계속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보여주고 싶었다. 유저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