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신화 ‘킹스레이드’, 앞으로도 유저가 최우선이다
“유저는 정말 위대하다” 지난해 3월, 이렇다 할 마케팅조차 없이 오롯이 입소문에 힘입어 인기 순위 역주행을 이뤄낸 ‘킹스레이드’ 베스파 김진수 대표가 남긴 소감이다. 당시 ‘킹스레이드’는 ‘리니지 2 레볼루션’과 ‘포켓몬 GO’가 자웅을 겨루고 ‘소녀전선’이 상륙을 앞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꾸준히 20위권을 마크하며 나름의 영역을 구축했다. 대형 퍼블리셔가 돈을 들이붓다시피 해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시장에서 소규모 개발사가 이만한 쾌거를 거둔 데는, 김 대표가 말했듯 유저의 위대한 힘이 작용했을 터이다.
그렇게 무사히 첫 해를 넘긴 ‘킹스레이드’가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초 1주년을 기하여 콘텐츠와 시스템을 일신하는 한편 일본과 대만까지 서비스를 확대하고, 최근에는 제1대 킹스 레이디로 프로듀스 101 출신 아이돌 소혜를 선정하기도 했다. 그저 한때의 역주행 신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건실한 성과를 내며 서비스 중인 ‘킹스레이드’. 과연 그 이면에는 어떤 노력이 숨어있을지 베스파 ‘킹스레이드’ 스튜디오 이신희 기획실장과 션(Sean) 배 사업실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베스파 이신희 기획실장(좌)와 션 배 사업실장(우)
● 반갑다. ‘킹스레이드’ 서비스 1년하고도 4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션: 줄곧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만큼, 우리도 유저 여러분의 기대에 발맞추고자 정신없이 달려왔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챕터와 캐릭터, 시스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일본, 5월에는 대만 서버를 론칭하기도 했다.
● 그러면 개발 및 라이브 조직도 상당히 커졌을 법하다
션: 론칭 시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커졌다. 다만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작업을 모두 소화하기에는 여전히 인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실정이다. 앞으로도 현재 인원의 40~50% 가량을 더 충원하고자 채용을 진행 중이다.
● 해외 서버는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나. 주목할만한 성과가 있다면
션: 일본에서 구글 기준으로 지속적으로 순위가 상승하여 현재 20위 안 쪽이고 대만에서도 구글 기준으로 10위권에 안착했다. 그 외에도 홍콩과 싱가폴에서 종종 1위를 찍으며 최근 들어 아시아권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대규모 마케팅 없이 거둔 성과라 더욱 고무적이다.
● 일본과 대만에서 ‘킹스레이드’가 선전하는 비결이 무엇인가
션: ‘킹스레이드’가 내세운 애니메이션풍 일러스트와 디자인이 이들 국가에서 친근하게 받아들여졌다고 본다. 최근에는 고사양 실사풍 게임이 대세로 떠올랐지만 2D 일러스트는 그만의 고유한 매력이 있으니까. 덕분에 대만의 경우 현지 서버가 열리기 한참 전부터 한국에서 진행하는 팬아트 공모전에 응모하는 등 열성적인 팬들이 많은 편이다.
● 그러면 현재 ‘킹스레이드’가 지원하는 언어는 총 몇 종인가
션: 한글부터 일문, 중문, 영문 등 총 11개 언어로 로컬라이징 중이다.
● 글로벌 원빌드로 이 모든 국가를 챙기다 보면 문제가 생길 법도 한데
션: 각 지역별로 유저 여러분의 감성에 특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아쉬움이 크다. 아무래도 특정 국가에만 있는 명절이나 문화는 챙기기 어려우니까. 또한 저마다 선호하는 BM이 다를 수 있는데 이런 점도 원빌드다 보니 일일이 맞춰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의외로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반응이 비슷하다는 거다. 요즘은 워낙 월드와이드 론칭하는 게임이 많다 보니 유저들의 기준도 점차 균일화되는 것 같다.
신희: 다만 개발하는 입장에서 글로벌 원빌드가 꼭 약점이라 생각치는 않는다. 만약 지역마다 빌드가 갈리고 BM이 상이했다면 지금처럼 발빠른 콘텐츠 업데이트는 불가능했을 터이다. 어느 지역의 유저든 모두가 동등한 콘텐츠로 재미를 느낀다는 것 자체도 의미 있다.
션: 사실 글로벌 원빌드라서 발생하는 문제보다 서비스 인력의 한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더 크다. 가령 일본 유저들은 공지의 문장 하나까지 세심하게 다듬어진 것을 좋아하는 반면 대만은 표현은 그다지 상관없으니 정보를 빠르게 주길 원한다. 한 명의 담당자가 양쪽을 오가며 응대하다 보면 결국 완전히 정신 분열이 온달까(웃음). 소통 창구도 국내는 공식 카페가 활성화된데 반해 일본은 트위터, 서양은 페이스북처럼 구분해서 운영해야 하고.
● 지역별로 유저 성향이나 피드백이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인가
션: 게임 업계에 몸담다 보면 지역별 유저 성향에 대한 일종의 고정 관념이 생긴다. 한국과 대만은 유저들이 경쟁적이고 성취지향적이라거나, 일본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북미는 남성적이고 선 굵은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정작 ‘킹스레이드’를 서비스하다 보니 지역간 차이가 그다지 없다. 캐릭터 선호도를 보더라도 비슷하고 피드백을 받아봐도 원하는 바가 대동소이한 편이다.
신희: 일본 유저가 실시간 경쟁 콘텐츠를 싫어한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어와서 걱정했던 것은 사실이다. ‘킹스레이드’의 중요한 엔드 콘텐츠가 PvP인지라. 그런데 막상 서버를 열고 보니 PvP가 안 돌아가기는커녕 다른 지역별로 활발할 정도다.
● 올해 추가적인 해외 진출 계획이 있는가
션: 일단은 특정 국가를 노리고 있지는 않다. 여기서 더 서비스 범위를 넓히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게 우선이다.
● 최근 업데이트된 8챕터가 호평인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
신희: 빙룡의 마법사 파벨의 부탁으로 드라기아 화산의 이상징후를 조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둠에 조종당하는 고대의 드래곤 테메레르, 그리고 악룡대장군 인피라가 이끄는 마왕군 별동대등, 뜨겁고 숨막히는 화산의 열기 속에서 카셀 일행은 새로운 적, 새로운 위기와 맞부딪히게 된다.
이와 함께 개성 넘치는 영웅들이 대거 등장하며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짐은 물론이다. 드라기아 화산의 꼭대기에 열린 차원의 균열을 막아내기 위한 이 모험에서 캐릭터들은 믾은 성장을 이뤄내고, 최종 흑막이라 할 수 있는 배후에 대한 이야기들도 해소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란다.
● ‘킹스레이드’는 모바일 RPG로는 이례적으로 스토리에 대한 반응이 좋은데
신희: 김진수 대표가 처음 게임을 기획할 당시부터 ‘킹스레이드’는 유저들의 감성적인 부분을 채워줘야 오래 갈 수 있다고 기조를 세웠다. 덕분에 현재 스토리를 담당하는 인력만 다섯 명이 있는데, 우리 같은 중소 규모 게임사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거다. 이들 중에는 책도 몇 권씩 출간했던 전업 작가 출신도 포함됐을 정도로 전문성이 높다. 특히 이번 8챕터는 이전보다 컷신도 2배 가량 많고 캐릭터당 서브 스토리도 800줄에 달하니 재미있게 즐겨주면 좋겠다.
● 8챕터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 내 콘텐츠, 시스템적으로는 무엇이 변했나
신희: 신규 챕터와 더불어 길드 영지 개편 및 길드 토벌전 콘텐츠를 추가했다. 앞서 1주년을 맞아 한 차례 공개한 바 있는 길드 토벌전은 길드원끼리 같이 게임을 즐긴다는 느낌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최대 3인이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다 이 기록을 가지고 다른 길드와도 경쟁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결속력이 강화될 것이다. 아울러 길드원들이 함께 레이드나 토벌전을 뛰며 길드를 발전시키는 형태로 길드 영지를 개편하기도 했다.
이외에 제일 크게 변화한 시스템은 장비 옵션이다. 기존에 중복으로 생성될 수 없었던 옵션을 가능케 하고, 그 종류 또한 대거 추가했습니다. 이처럼 수정을 가한 첫 번째 목표는 공공치치(공격력/공격속도/치명타확률/치명타피해)로 통일되는 옵션 체계 대신 캐릭터의 특성과 유저 취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장비 옵션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것.
실제로 최근 출시한 크로우와 체이스가 그런 경우를 상정하고 만든 캐릭터다. 크로우는 공격 속도 증가 옵션 불가이며 체이스는 흡혈 옵션 불가가 기본 패시브로 있는 대신, 그 반대급부를 주어 취향에 맞춰 세팅을 할 경우 강해지도록 기획했다.
두 번째 목표는 물리 쪽으로 편중된 방어 옵션의 개편이다. 그간 여러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마법 방어 쪽에 취약해 관련 컨텐츠를 내기가 힘들었다. 앞으로는 관련 옵션을 활용한 캐릭터라거나 스테이지 등을 여럿 추가해 새로운 재미를 주고자 한다.
● 최근 제1대 킹스 레이디로 소헤를 선정했다. 무언가 특별한 이유라도
션: 지난해 ‘킹스레이드’가 한창 앱마켓 순위를 역주행할 당시 ‘유희낙락’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우리 게임을 다뤄준 적이 있다. 그때 ‘킹스레이드’를 소개한 것이 리포터 역할을 맡은 소혜였고, 이어진 패널간 PvP에서도 그녀가 우승을 차지했다. 덕분에 유저 여러분도 소혜에 호감을 갖고 기억해주고 있는 만큼 제1대 킹스 레이디에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
● 일반적인 홍보 모델 외에 킹스 레이디로서 특별한 활동이 있을까
션: 우리도 브랜딩 광고가 처음이라 함께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다. 그래도 벌써부터 소혜 본인이 라디오 프로에서 ‘킹스레이드’를 언급하는 등 아무런 요청 없이도 즐겁게 활동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 유저 친화적인 운영으로 뜬 게임인데, 올해 초 BM 개편으로 여론이 악화됐다
션: 당시 매월 초기화되던 루비 1+1 패키지를 삭제하려던 것이 유저 여러분에게 큰 실망감을 드렸다. 이는 명백하게 기존에 누리던 것을 박탈하는 행위였고, 내부적으로 분명한 실수였다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 다른 게임들이 어떻게 하든 ‘킹스레이드’는 ‘킹스레이드’만의 방향이 있는 것인데 잠시 생각을 잘 못 했다. 다만 그래서 루비 1+1 패키지의 경우 실제로 판매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킹스레이드’의, 베스파의 철학을 관철시키자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 그렇다면 이제 다시금 유저들과 원활한 소통을 기대해도 될까
션: 작은 규모로 시작한 게임이 과분한 애정을 받으면서 이에 부응하기가 조금 힘이 부쳤던 것 같다. 우린 약간 가내 수공업이란 느낌인데 공식 카페에서 거론되는 라이벌 게임은 막 ‘세븐나이츠’고(웃음). 다행스럽게도 완전히 그 애정이 꺼지기 전에 조직이 조금씩 단단해지며 여러분이 원하는 게임으로 조금씩 보답할 수 있는 여력을 얻고 있다.
● 끝으로 앞으로 ‘킹스레이드’가 향할 미래에 대해 얘기한다면
신희: 그러면 ‘킹스레이드’ 차기 업데이트 계획을 공개하겠다. 일단 신규 영웅과 서브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은 당연하고, 조만간 멀티플레이 반복 전투, 장비 필터, 장비 저장 슬롯, 모험 알림판 등을 순차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신규 영웅은 릴리아, 자피르, 라우디아, 신규 NPC 영웅은 로만, 서브 스토리는 프리살라와 디마엘, 레피를 만나보게 될 것이다.
션: 김진수 대표가 늘 하는 말이 10년간 개발할 각오해라, 여기다 뼈를 묻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만큼 베스파에게 있어 ‘킹스레이드’는 언제까지고 회사의 중심축이며 메인 프로젝트다. 보통 차기작 만든다고 핵심 인력이 유출되고 하면 개발팀이 와해되는데 우리는 그럴 걱정이 없다.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밑에서부터 꾸준히 올라가는 게임을 만들겠다. 이담에 루리웹과 ‘킹스레이드’ 10주년 인터뷰도 했으면 좋겠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