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애명월도, 무협이 낡았다는 것은 선입견
이 자리에는 오로라 스튜디오의 케이터 양 디렉터와 브루스 팡 글로벌 프로젝트 책임자, 가수 진치일과 코스튬 플레이어 음지가 참석해 국내 미디어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왼쪽부터 김용대, 브루스 팡, 케이터 양, 소파 취, 진치일, 음지]
케 :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2015년 초기화 없는 OBT를 시작한 이래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 제1회 천애국풍가년화의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
케 : 론칭 후 이용자들이 코스프레를 하거나 영상, 음악 등에 관한 커뮤니티가 활발했다. 이러한 수요를 감안하여 2017년 1월 1일 낮에는 동인 행사, 밤에는 첫 번째 음악회를 열었는데, 낮에는 1만 명, 밤에는 4-5천 명 가량이 방문했다. ‘국풍’ 자체는 민속 음악이지만, 이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관련 창작물을 많이 만들고 있어서 이를 기반으로 음악회를 진행하게 됐으며, 만리장성 등 유명 장소에서 수 차례 행사를 열었다. 오프라인 행사는 장소에 따라 인원 수가 제한을 받게 되다 보니, 올림픽 경기장의 경우 4만 명까지 들어 왔고, 이번 음악회가 열리는 인민대회당은 장소가 협소하여 이보다는 적을 듯하다.
● 인민대회당에서 게임 음악 행사가 개최되는 사례가 흔한가?
케 : 이번 음악회는 공익 음악회이자 유명 가수들이 참가하는 행사이다. 천애명월도 작곡가들 중 유명 음악가가 많은데, 이들을 통해 청년들 사이에 국풍 문화를 만들어가려 한다. 그리고 인민대회당에서 게임 음악 행사가 진행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으며, 이번 음악회는 공익적인 측면이 강하다.
[2010년 천애명월도 프로젝트에 합류, 디렉터로서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케이터 양]
케 : 개발 과정에서 힘들었던 것은 중국 명소의 풍경 및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존 엔진을 쓰는 대신 새로운 엔진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개발팀 자체적인 방식으로 지형의 높낮이, 소소한 오브젝트 등을 만들어냈고, 기후와 동작 등에서도 타 게임보다 무협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본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무협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을 설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게임 내에 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무술 감독을 초빙해 함께 캐릭터의 무술 동작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오픈 후 많은 유저들이 호평을 보내 주었고,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도 진행될 수 있었다.
● 유명 음악가가 행사에 참여했다고 했는데, 이처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무엇이라 보는가?
진 : 천애명월도 음악 제작에 참여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국풍 장르의 영화 음악을 제작하다 개발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참가하게 됐으며, 서양 악기에 국풍을 어우러지게 만드는 시도를 해보았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져 사랑 받고 있는 것 같다.
[중국 버전의 일부 맵에서 들을 수 있는 배경 음악을 만든 작곡가 겸 가수 진치일]
● 테스트 과정에서 느낀 한국 유저와 중국 유저의 차이점이라면?
케 :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중국과 한국 유저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MMORPG 유저는 국가를 불문하고 게임을 열정적으로 즐기는 성향이 있다고 본다.
● 한국 유저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이라 보는가?
케 : 얼마 전 한국에서 론칭 쇼를 진행했는데, 당시 유저 분들의 호응이 감동적이었으며, CBT 수치도 괜찮다고 판단하고 있다. 인내심을 갖고 천애명월도를 기다려주시는 팬 분들께 감사 드린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문화적 차이점이나 게임 환경의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중국에서 선행 공개된 소녀 캐릭터에게 한국 유저들의 요청이 많았던 헤어를 추가하자 중국 유저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서, 고무적이었다.
김 : 한국 유저들이 개발팀에 원하는 것은 다양하다. 한국산 MMORPG의 그래픽이나 캐릭터 표현, 모션 등이 워낙 압도적이기에 이런 부분에 일말의 아쉬움을 표현하는 분들이 계신데, 자연스러운 무협 액션을 보여주다 보니 타격감이 약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 체형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불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부분 중에는 게임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으나, 요즘 중국 버전을 보면 개선된 부분이 꽤 있는데, 향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한국 유저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넥슨이 게임 운영을 잘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넥슨의 김용대 본부장]
김 : 국내에서의 테스트 수치 및 웹 상의 지표를 살펴 보면 천애명월도에 대한 반응은 30대 후반이 20대와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래도 게임은 선호하는 장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라 인위적으로 그런 부분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대신 그런 콘텐츠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며, 시네마틱 영상이나 웹툰을 만든 것도 그런 시도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케 : 무협 자체가 올드 하다기 보다 이전에 제작된 영화 및 게임에 대한 선입견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보다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으며, 중국에서 서비스 된 2년 동안의 수치를 보면 18-25세의 비중이 가장 높다.
● 천애명월도 IP를 추후 다른 플랫폼에서 활용할 생각이 있는지?
김 : 다른 플랫폼으로의 확장은 개발팀 내부에서 R&D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단히 훌륭한 게임이 나올 것 같지만 아직은 자세히 언급하기 어렵다.
케 :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개발팀은 현재 PC에 가장 집중하고 있으며, 한국 서비스 역시 이에 포함된다. 2019년을 목표로 한 영화 및 드라마도 여전히 제작 중이며, 다른 플랫폼으로 선보이는 부분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밝히기는 어려우나 추후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한국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또 아시아권 문화가 아닌 지역에 진출할 계획도 있나?
브 : 천애명월도는 개성이 강한 게임이다. 국풍이란 장르를 추구하고 있지만 글로벌로 서비스 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미국이나 동남아 유저가 접속해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단은 한국에서 먼저 기초를 쌓은 뒤 도전하게 될 것이다.
[2010년 천애명월도 팀에 합류, 글로벌 프로젝트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브루스 팡]
소 : 영상의 수준이 높고, 캐릭터나 배경 표현이 뛰어났다. 중국 유저 입장에서는 국풍이란 장르에선 좀 벗어난 것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좋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케 : 개발팀 내부의 반응은 물론 뜨거웠으며, 한국에서 공개된 후 곧바로 중국 유저가 자막을 달아 영상을 올렸는데 며칠 만에 수 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아트 디렉터가 이야기했던 부분은 연남비라는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한국 버전의 배경 음악은 어떻게 되는가? 그대로 쓰는 것인가?
김 : 천애명월도에서는 길드가 방파로, 친구가 인연/인맥이란 용어로 표현되는데, 고민 끝에 대중성이나 편의성보다는 원작의 묘를 살리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BGM 역시 개발사가 OST나 음악 작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다 글로벌적인 시도도 많이 하고 있어서 그대로 가도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실 BGM을 몇 곡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기술적 측면에서 사운드 엔지니어가 음악을 통합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았으며, 현 상태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판단, 실제 게임에는 넣지 않았다.
● 천애명월도 아트는 정통 무협? 아니면 퓨전 무협?
소 : 처음에는 정통 무협을 추구했으나, 레이스를 추가하거나 해적과 관련한 코스튬을 만드는 등 점차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천애명월도 개발팀의 메인 아트 디렉터 소파 취]
● 천애명월도의 코스프레를 하면서 아트 적 측면에서 발견한 특징이 있다면?
음 : 천애명월도 이전에는 주로 일본 캐릭터를 코스프레 했는데, 서로 많이 다른 느낌이며, 천애명월도의 경우 국풍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
● 한 사람의 유저로서 천애명월도가 제공하는 가장 큰 재미는? 그리고 한국 유저에게 어필 하고 싶은 요소는?
음 : 천애명월도를 2년 정도 플레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PVP보다 PVE를 즐기고 있어서… 던전 내에서의 플레이와 보스 공략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한국 유저 분들께도 이를 추천하고 싶다. 생동감 있는 동작이 매력적이다.
[2016년부터 천애명월도를 즐기면서 12벌의 코스튬을 제작한 코스튬 플레이어 음지]
김 :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유저들의 평가라면… 경공, 그리고 스토리의 양과 디테일이 천애명월도가 뛰어나며, 저사양 PC에서 잘 동작하고, PVP 및 RVR 최적화가 잘 되어 있다… 고 하는 평을 커뮤니티에서 보았다.
● 무협이란 장르를 걷어냈을 때, 천애명월도가 갖는 MMORPG로서의 장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케 : 신선함과 스토리가 강점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외에도 방파나 던전 등 콘텐츠를 통해 만들어지는 커뮤니티의 형성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중국에서는 커뮤니티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주택이나 항해 같은 신선한 콘텐츠로 접근함으로써 유저들이 보다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선순환을 추구하고 있다.
김 : 나 자신이 유저 입장에서 평가하자면, 천애명월도는 미묘한 타협점을 잘 찾은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접속을 했을 때 느낀 조작감과 타격감은 논타겟팅 게임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피로도가 덜하고, 일반적인 타겟팅 게임에 비해선 액션성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는데, 마찬가지로 레벨링을 위한 사냥이나 생활형 콘텐츠 등에 있어서도 밸런스를 잘 잡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 국풍이란 것이 한국으로 치면 판소리 같은 전통 음악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게 실제로 현재 중국에서 인기 있는 것인지? 아니면 천애명월도 덕분에 다시 부각된 것인지 궁금하다.
진 : 국풍이란 장르 자체에도 고정 팬이 있었으나, 게임을 통해 팬이 확대되어 이번에 음악회를 열 수 있었다.
케 : 전통 음악이다 보니 원래는 팬들의 연령대가 높았는데,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음악을 재해석했으며, 이런 노력 덕분인지 유저들이 천애명월도를 플레이 하면서 관련 음악을 찾아보게 되었고, 개발팀도 책임감을 갖게 됐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