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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에 이른 연출과 연기,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체험기

조회수 32678 | 루리웹 | 입력 2018.04.23 (2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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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프랑스 게임사 퀀틱 드림은 PS3를 위한 테크 데모 ‘카라’를 선보였다. 어느 안드로이드 소녀의 조립 과정을 담은 이 영상은 7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차가운 쇳덩이가 하나의 인격체로 변모하는 과정을 지극히 감성적으로 그려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아를 깨친 카라는 스스로의 존재에 환희를 느끼는가 하면 해체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서리치기도 한다. 비록 이제와 보기에는 다소 투박한 그래픽이지만, 신예 배우 발로리 커리의 호연과 수준 높은 페이셜 캡처 기술 덕분에 화면 가득 풍부한 감정선만큼은 지금도 느낄 수 있다.

 

 

영상 말미에 카라는 엔지니어의 묵인 덕분에 자아를 가진 채로 조정실을 빠져나간다. 과연 그녀가 밖에서 보게 될 세상은 어떤 모습이며 자유롭게 사고하는 안드로이드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이런 궁금증을 품은 것이 기자만은 아니었는지, 퀀틱 드림은 신작을 통해 ‘카라’의 세계관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5월 25일 출시되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으로 말이다. 한글화 정식 발매까지 한 달여가 남은 가운데 SIEK 미디어 간담회에서 약 3시간 가량 게임을 즐겨볼 수 있었다. 잠시나마 둘러본 2038년 디트로이트를 여기서 소개한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앞서 테크 데모로 잘 알려진 카라 외에도 마커스와 코너라는 두 남성 안드로이드가 공동 주연을 맡는다.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되며 저마다 주어진 환경과 역할을 보여주는데, 도입부까지는 서로 특별한 접점이 없었다. 카라는 아버지가 어린 딸을 학대하는 빈민 가정의 가정부이며 마커스는 명망 높은 화가의 조수, 그리고 코너는 안드로이드 이상 행동을 조사하기 위해 제조사 사이버라이프에서 특별히 고안한 신형이라는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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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는 입문자와 경험자로 나뉘며 액션 게임이 아닌 만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게임을 시작하면 먼저 코너가 주연을 맡아, 폭주한 가정용 안드로이드가 인질을 붙잡은 사건에 교섭가로 나서게 된다. 퀀틱 드림의 신작답게 무수한 선택지가 주어지는데 당장 교섭에 나설지 아니면 조금 더 단서를 모을지부터, 하다못해 어항 밖으로 뛰쳐나온 물고리를 살려줄지 말지까지 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플레이어의 선택은 각 에피소드가 종결될 때 집계돼 '순서도'로 보여진다. 이걸 통해 자신이 놓친 선택지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세 주인공은 각기 다른 테마와 OST, 장르 컨셉을 채택했다. 코너 파트는 일종의 수사극으로서 사건 현장을 재구성해 비디오처럼 돌려보는 모습은 ‘배트맨: 아캄’ 시리즈를, 단서 수집 과정은 ‘역전재판’이나 ‘LA느와르’를 연상케 한다. 조사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일수록 안드로이드 폭주 사건의 전말이 드러남과 함께 교섭 시 유용한 대화문 몇 개가 해금된다. 가령 가족 사진첩에서 알아낸 안드로이드의 애칭을 불러주면 자연스레 분위기가 누그러지며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되는 식이다.

 

 

이어지는 마커스의 이야기는 게임의 주제 의식에 보다 직접적으로 다가선다. 마커스가 모시는 늙은 화가 칼은 그를 인간적으로 대하며 계속해서 자유롭게 사고할 것을 종용한다. 여러가지 철학이나 사상이 담긴 서적을 권하기도 하고 직접 그림을 그려보라며 붓을 쥐여주기도 한다. 반면 약에 절어 사는 칼의 망나니 아들은 마커스보다 훨씬 무능하고 저열함에도 인간이란 이유만으로 으스대며 안드로이드를 업신여긴다. 아마도 이러한 일상의 괴리감이 마음 속 깊이 억누른 저항의식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마커스는 장차 안드로이드 해방 운동의 주축으로서 세 주인공 중 가장 강렬한 액션을 보여줄 예정이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 시연해볼 수는 없었다.


 

끝으로 많은 이들이 반가워할 카라는 시궁창스러운 집안에서 가정부 노릇을 하고 있다. 이 집의 가장 토드는 짐승 같은 인간으로 하루 종일 TV나 보며 딸 앨리스에게 폭언을 일삼는데, 이 때문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카라에게도 점차 이상 행동의 징후가 나타난다. 다만 그 기저에는 마커스처럼 인간에 대한 반감이 아닌 앨리스를 지키고자 하는 사랑이 자리했다. 카라 파트의 또다른 재미는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련의 과정을 전부 플레이어가 직접 해야 한다는 것으로, 잠시나마 안드로이드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묘한 부분이다.

 

 

요약하자면 인간 사회에 순응하는 코너 대 체제와 맞서는 마커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공존을 모색하는 카라의 삼각 관계인 셈이다. 사실 어느 날 갑자기 로봇이나 AI가 탈선한다는 전개는 이제껏 수많은 SF 콘텐츠에서 마르고 닳도록 써먹은지라 신선한 맛은 전혀 없었다. 대신 밀도 있게 구축된 세계와 흥미로운 캐릭터, 한 편의 영화 같은 연출 및 연기야말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최대 강점이다. 아무리 흔한 주제라도 이정도로 잘 만들면 이채롭기 마련이니.


퀀틱 드림은 2038년의 디트로이트를 섬세하고 환상적으로 창조해냈다. 미래 도시를 구현한 게임이 이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처럼 그럴싸한 전경은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의 의상부터 전광판 광고, 길가에 설치된 소화전 하나까지 너무 허무맹랑하지도 촌스럽지도 않은, 딱 20년 후 볼법한 디자인이다. 플레이 도중 접하게 되는 각종 간행물 역시 무인 차량, 섹스봇, 안드로이드 스포츠 선수, 특정 생물의 멸종 등 실제로 근미래에 대두될 문제를 담고 있어 몰입감을 높인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선형적인 인터랙티브 무비다 보니 갈 수 있는 곳이 극히 제한된다는 것. 그래도 보여지는 그래픽만큼은 현세대 최고 수준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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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이를 120% 살려낸 페이셜 캡처 기술 또한 칭찬 받아 마땅하다. 인터랙티브 무비란 결국 직접적인 조작보다 감상이 주가 되는 장르다. 따라서 캐릭터들의 감정을 얼마나 생동감 넘치게 묘사하느냐가 게임 전체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이미 ‘헤비 레인’과 ‘비욘드: 투 소울즈’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준 퀀틱 드림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 그간 축적한 노하우를 집대성한 것으로 보인다. 화면 속 존재는 3D 모델에 불과함에도 미세한 표정 변화와 눈동자의 떨림으로 먹먹한 감정이 전해져 온다.


체험기를 쓸 때는 항상 스포일러에 주의하지만, 특히나 인터랙티브 무비는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 간단한 내용조차 앞으로의 전개를 누설하고 플레이 경험을 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3시간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게임의 모든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마침 AI를 둘러싼 세간의 관심이 증대되는 이 시기에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한번쯤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 아닐까. 카라를 다시 만날 기대에 벌써부터 5월 25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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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관련게임정보 목록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기     종

PS4

발 매 일

2018년 5월 25일

장     르

인터랙티브 무비

가     격

59,800원

제 작 사

퀀틱 드림 / SIE

기     타

자막 한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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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갓겜 하나더 추가요
18.04.23 23:13

(IP보기클릭)211.209.***.***

BEST
테크데모 몰입해서 봤네요 카라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엄청 궁금함
18.04.23 23:24

(IP보기클릭)39.116.***.***

BEST
와 이번달 다음달 할게임이 너무 많아서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18.04.23 23:26

(IP보기클릭)211.180.***.***

BEST
이건 대체 무슨..
18.04.24 09:17

(IP보기클릭)58.238.***.***

BEST
신작 진짜 빵빵하다
18.04.23 23:15

(IP보기클릭)125.181.***.***

광고 15초 ...
18.04.23 23:13

(IP보기클릭)114.199.***.***

BEST
갓겜 하나더 추가요
18.04.23 23:13

(IP보기클릭)58.238.***.***

BEST
신작 진짜 빵빵하다
18.04.23 23:15

(IP보기클릭)118.220.***.***

카라 엄청 이뻐졌네
18.04.23 23:21

(IP보기클릭)211.209.***.***

BEST
테크데모 몰입해서 봤네요 카라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엄청 궁금함
18.04.23 23:24

(IP보기클릭)39.116.***.***

BEST
와 이번달 다음달 할게임이 너무 많아서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18.04.23 23:26

(IP보기클릭)175.223.***.***

갓!!! 기다릴 수 없어
18.04.23 23:58

(IP보기클릭)210.221.***.***

진짜 작년도에도 엄청났는데 이번년에도 엄청나네... ㄹㅇ ps3땐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ㄷ
18.04.24 00:14

(IP보기클릭)122.37.***.***

세상에... 이젠 게임인지 영화인지 분간도 안 되는구만... 이게 게임의 미래인가?
18.04.24 00:28

(IP보기클릭)59.16.***.***

광고봐라
18.04.24 01:46

(IP보기클릭)175.223.***.***

올 한해 제일 기대되는 게임?!이네요~
18.04.24 01:57

(IP보기클릭)175.113.***.***

와 정말 미쳤다고밖에는.... 제게는 퀀틱 무조건 필구네요. 정말 곧있으면 실사와 그래픽이 구분 안가겠어요. 영상편집을 잘한건지는 모르겠는데... 몰입감 장난아니네요
18.04.24 02:10

(IP보기클릭)14.138.***.***

100점짜리 모션....
18.04.24 03:24

(IP보기클릭)175.127.***.***

우어 이건 또 뭐여
18.04.24 03:55

(IP보기클릭)125.135.***.***

믿고 구매하는 퀀틱드림
18.04.24 07:06

(IP보기클릭)175.223.***.***

헤비레인 최신판인데???
18.04.24 07:57

(IP보기클릭)117.111.***.***

QTE 방식인가요?
18.04.24 08:25

(IP보기클릭)106.102.***.***

스토리가 본체인 게임인만큼 스트리머들이 방송하는걸 제한두었으면 좋곘어요
18.04.24 08:36

(IP보기클릭)103.10.***.***

크으 지리는구만ㄷㄷ
18.04.24 08:45

(IP보기클릭)211.179.***.***

연출과 연기가 경지에 이르렀는지는 보는사람이 판단하는거지 루리웹에선 자꾸 이런식으로 강요를 하듯 기사제목을 올리시네요? 엑박진영 독점이면 이런 기사제목을 붙일지 의문입니다. 국내 최대 콘솔게이밍 포럼을 자처하는 커뮤니티라면 제발 형평성을 가지고 운영하셨으면..
18.04.24 08:51

(IP보기클릭)211.180.***.***

BEST
재규야 살려줘!
이건 대체 무슨.. | 18.04.24 09:17 | | |

(IP보기클릭)223.62.***.***

재규야 살려줘!
엑박 팬덤 욕 목이려는 지능적 플벌레ㅉㅉ 너무 티난다 얘.. | 18.04.24 09:43 | | |

(IP보기클릭)14.63.***.***

재규야 살려줘!
??? 이 피해의식 뭐지? | 18.04.24 10:40 | | |

(IP보기클릭)61.42.***.***

재규야 살려줘!
이게 지능적 까라는 건가? | 18.04.24 13:15 | | |

(IP보기클릭)223.62.***.***

수수께끼의 도전자
엑봇마저 손절시키는 무시무시한 엑봇력! | 18.04.24 22:00 | | |

(IP보기클릭)125.209.***.***

재규야 살려줘!
스스로 안창피하나 저런댓글 쓰고 | 18.04.25 04:15 | | |

(IP보기클릭)175.203.***.***

재규야 살려줘!
박사모 의식의 흐름같다 ㅋㅋㅋㅋ | 18.04.26 10:02 | | |

(IP보기클릭)59.26.***.***

저 남자 헤비레인 FBI 남자랑 닮았네
18.04.24 09:01

(IP보기클릭)210.91.***.***

저건 테크데모 수준을 넘어서 예술의 경지네요... 그래픽의 투박함은 문제가 안됩니다. 너무 몰입했네요. 영화로도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18.04.24 09:25

(IP보기클릭)59.10.***.***

세상의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장르 자체가 영화 장르입니다. 게임하세요 | 18.04.24 11:04 | | |

(IP보기클릭)210.216.***.***

헤비레인이 떠오르는것은 어쩔수가 없구낭...
18.04.24 09:32

(IP보기클릭)222.107.***.***

레알 앞서가는 갓겜
18.04.24 09:41

(IP보기클릭)125.149.***.***

미치겠다 멀티유저 지만 플4 요즘 대박을 넘어서 정신나간 정도로 게임들 흘러 넘치네요
18.04.24 09:56

(IP보기클릭)14.63.***.***

그냥 선택만 하는 게임인가?
18.04.24 10:40

(IP보기클릭)59.10.***.***

DaisyRidley
게임이라기보단 상호작용이 가능한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 18.04.24 11:05 | | |

(IP보기클릭)14.63.***.***

LaDness
아.... 그렇군요.... | 18.04.24 11:14 | | |

(IP보기클릭)1.255.***.***

이건 게임이 아니라 그냥 웹 드라마구마 시청자가 분기별 선택으로 엔딩바꿀수있는
18.04.24 11:30

(IP보기클릭)222.108.***.***

게임이 아니라 패스
18.04.24 11:55

(IP보기클릭)220.77.***.***

요 몇달간 발매 당일 구입한 게임이 없었는데 간만에 발매 당일 구입할 작품이다.
18.04.24 12:06

(IP보기클릭)116.125.***.***

여기까지 와서 네이버 15초 광고 봐야되나 아오;
18.04.24 12:23

(IP보기클릭)175.223.***.***

제니퍼 로렌스 인줄...
18.04.24 12:24

(IP보기클릭)183.110.***.***

카라? 넘 매력적인데
18.04.24 12:26

(IP보기클릭)220.68.***.***

이것도 기대작
18.04.24 15:29

(IP보기클릭)182.219.***.***

지갑좀 봐줘어
18.04.24 15:32

(IP보기클릭)182.221.***.***

데모 후기가 좋군요.. 개기대
18.04.24 15:54

(IP보기클릭)207.107.***.***

전작인 "비욘드: 투 소울즈" 가 그럭저럭 할만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의 문제점을 개선해서 나온다면 좋겠네요.
18.04.24 16:45

(IP보기클릭)118.33.***.***

재미는 있을꺼 같은데 엄청 제약적이고 꼭두각시 인형이 된 느낌은 안 들었으면 좋겠네
18.04.24 22:18

(IP보기클릭)125.209.***.***

얘네 못지않게, 이장르에서 견줄만한 모델링 기술력 좋은 제작사가... 언틸던 제작사라고 생각하는데.. 얘네도 빨리 차기작 내놧으면..
18.04.25 04:14

(IP보기클릭)222.99.***.***

이거 더빙해서 외화처럼 만들었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다.
18.04.25 07:31

(IP보기클릭)58.226.***.***

일본의 cg영화보다 퀄이 좋은거 같음.
18.04.25 18:16

(IP보기클릭)61.74.***.***

저런 최첨단 안드로이드가 돌아다니는 시대에 배경은 너무 옛날느낌이라 이질감이....
18.04.2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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