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들이 세상을 구한다!’ 지난 2016년 극장가를 강타했던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캐치프라이즈다. 윌 스미스가 호연한 비정한 저격수 데드샷부터 뭇 남성 관객을 홀린 마고 로비의 할리 퀸까지, 개성적인 악당들이 잔뜩 등장하는 이 영화는 개봉 당시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특히 이후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가 흥행에 죽을 쑤면서 DC 영화는 어째 영웅보다 악당이 더 잘 나가는 다소 묘한 그림이 나와버렸다.

이러한 정황 때문일까? 그간 ‘레고 배트맨’이나 ‘레고 어벤져스’처럼 슈퍼 히어로를 조명해온 TT 게임스가 뜻밖에 신작 ‘레고 DC 슈퍼 빌런’을 선보였다. 반물질 우주에서 넘어온 저스티스 리그의 악당 버전인 크라임 신디케이트가 영웅들을 쓰러트리자, 꿩 대신 닭이라고 악당들이 나서서 사태를 수습한다는 이야기. 도대체 어쩌다 이런 전개가 되어버렸는지, 국제게임쇼 E3 2018 워너브라더스 부스에서 게임을 직접 시연하고 개발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게임을 켜면 우선 자신만의 슈퍼 빌런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렉스 루터나 조커 같은 기존 악당을 조종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에 개입하는 셈이다. 슈퍼 빌런 커스터마이징은 성별, 인종, 체모, 흉터, 각종 소품과 장비, 주무기, 초능력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채로운 옵션을 제공한다. 기자는 붉은 기계 갑옷을 걸치고 빔을 발사하는 하이테크 악당 쏘니 트타크(Sony Ttark)를 만들어 본격적인 플레이에 돌입했다.

현장에 마련된 시연 데모는 총 15개 레벨 충 초반 스테이지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교도관을 변장한 치타가 렉스 루터를 탈옥시키며 시작된다. 자신의 강화복을 되찾은 렉스 루터와 강력한 체술 능력자 치타, 그리고 얼결에 동행하게 된 쏘니 트타크는 앞을 막아서는 경찰들을 차례로 쓰러트리며 지하에 감금된 조커를 찾아간다. 그렇게 범죄계 광태자와 손을 잡은 메트로폴리스의 어두운 지배자는 어쩐지 진작에 나타났어야 할 영웅들이 보이지 않음을 깨닫는다.

15분 가량 짧은 시연이였음에도 ‘레고 DC 슈퍼 빌런’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매우 익숙한 게임이었다. 이야기를 따라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적들을 때려잡고 블록을 재조립해 원하는 구조물을 만드는가 하면, 특정 능력을 지닌 캐릭터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도 나온다. 사실 이건 TT 게임스가 만들어온 거의 모든 레고 게임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태생적으로 캐릭터 게임에다 대상 연령층도 낮은지라 무언가 급격히 바꿀 필요성을 못 느끼는 시리즈인 것.

어쨌든 이런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귀여운 레고로 돌아다니는 걸 보는데 있으니, 굳이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하며 열을 낼 필요는 없지 싶다. 아래는 TT게임스 아서 파슨스(Arthur Parsons) 헤드 디자이너와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멋드러진 영웅이 아닌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가 궁금하다

아서: 이제까지 해본 적 없는 흥분되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DC 코믹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악당이다. 영웅보다 악당 캐릭터의 수가 훨씬 많다. 우리 게임의 포스터에서 보듯 악당들은 총천연색의 개성을 지니고 있고 많은 독자가 그들을 사랑한다.

● 악당들이 주인공을 맡았을 때 영웅과는 다른 재미있는 상황이 나올 법하다

아서: 이전 작품들을 떠올려보라. 배트맨은 너무 진지하고 슈퍼맨은 또 지나치게 정직하고 착실하다. 반면 악당들은 반쯤 미쳤거나 굉장히 바보 같은 짓을 하고, 팀을 이루고서도 서로 다투는 그런 매력이 있다. ‘레고 DC 슈퍼 빌런’에서 악당들은 나름대로 좋은 일을 하려하지만 그 방식은 매우 괴상할 것이다.

● 그러면 ‘레고 DC 슈퍼 빌런’에서는 총 몇 종의 악당을 만나볼 수 있나

아서: 150여 명 이상이 게임에 구현되어 있다.

● 여러 악당들 중 스토리 모드의 주역이라 할 만한 캐릭터를 꼽는다면

아서: 역시 렉스 루터겠지. 그는 만화에서도 종종 악당들을 소집해 리더 역할을 맡는다.

● 만화에서 최종 보스격인 다크사이드도 조종할 수 있는 캐릭터인가

아서: 스토리 모드에서는 안된다. 게임에서도 다크사이드가 최종 보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대신 언락을 할 경우 프리 플레이 모드에서 조종해볼 순 있다.

● 그러면 슈퍼 히어로의 역할은 어느 정도인가. 게임에 나오긴 하나

아서: 물론이다.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직접 조종할 수 있다. 중반까지는 악당들이 크라임 신디케이트에게 붙잡힌 영웅을 구해줘야 하지만, 마지막 싸움은 서로 힘을 합쳐야만 이겨낼 수 있다.

● 그러면 크라임 신디케이트도 직접 조종해볼 수 있을까

아서: 다크사이드와 마찬가지로 프리 플레이 모드라면 가능하다.

● 전체적으로 만화 속 ‘포에버 이블’ 이벤트와 유사한데 이것이 원작인가

아서: ‘포에버 이블’에서 큰 영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나리오는 완전한 창작이다. 가령 크라임 신디케이트가 다크사이드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만화와는 다른 내용이다.

● 기존 악당뿐 아니라 플레이어를 위한 오리지널 슈퍼 빌런을 만들 수 있다

아서: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것을 직접 만들고 싶어하니까. 오리지널 슈퍼 빌런은 그저 게임에 참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된다.

● 끝으로 정식 한국어화를 기념해 루리웹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아서: 오, 물론이다. 일단 ‘레고 DC 슈퍼 빌런’을 많이 사주기 바란다(웃음). 언젠가 한국에 초대해준다면 꼭 한번 방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