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코나미 부스에 집결한 사람들의 목적, '러브플러스 에브리'
각종 하드웨어로 이식되면서 한때 콘솔용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대표 타이틀이었던 두근두근 메모리얼, 그리고 두근두근 메모리얼의 뒤를 이은
러브플러스는 그야말로 코나미의 연애 시뮬레이션 타이틀의 정점을 찍었던 타이틀이었습니다.
비록 그 마지막은 달콤한 액정 필터 맛이 아닌 씁쓸한 스위치 카트릿지 같은 맛이
났지만, 여전히 러브플러스를 기억하고 있는 유저들은 적지 않고 후속 타이틀을 기대하는
유저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워낙 마지막이 안 좋은데다 최근 들어
코나미가 보여준 행보 덕분에 러브플러스는 과거의 추억으로 남으면서 그 후속작은 절대로
나오지 않으리라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짜잔! '절대'란 건 없군요.
지난 8월 코나미는 새로운 러브플러스 타이틀을 공개했습니다. 바로 모바일용 타이틀 러브플러스
에브리였습니다. 그리고 재빠르게 이번 TGS 2017 코나미 부스에서 러브플러스 에브리
시연까지 진행되기에 이릅니다.
러브플러스
에브리를 해보려고 모였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TGS 2017에서 체험해볼 수 있었던 내용은
매우 짧고 단순했습니다. 비슷한 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는 섬머 레슨에서 즐길 수
있었던 데모보다도 더 짧아서 어떤 게임이라고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코나미 부스의 최고 인기 코너는 러브플러스 에브리 코너였고, 행사장 시작
직후 바로 코나미 부스로 뛰어가서 도착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는
바람에 대기 제한이 걸릴 정도였습니다.
대기
제한이 언제 풀리나요? /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많이 오셔서...
게임의 콘셉트를 잘 살려서 러브플러스 에브리 시연 코너는
학교 같은 디자인이었으며, 그 안으로 들어가면 혼자 들어가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교실처럼 꾸며진 방과 학교 책상 및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VR 게임이라는
특성에 맞게 어느 정도 독립된 공간을 마련했으며,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의자에 앉아서
하는 방식입니다.
시간과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시연하고 싶을 때, 게이머는 잠시 제멋대로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도 신경쓰지 않으며 게임을 하는 고독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게이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 행위라 할 수 있다.
가상의 그녀와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시연을 시작하려고
하자 진행 도우미는 간단한 설명만 남기고 교실에서 나가주는 매너도 잊지 않았습니다.
러브플러스가 어떤 게임인지, 러브플러스를 시연하러 온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는 코나미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시연 코너에서는 본격적인
VR 기기가 사용된 것이 아니라 갤럭시S8과 러브플러스 에브리의 일러스트가 인쇄된
간이형 카드보드 VR을 이용해서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시연은 VR 파트만 해볼
수 있었지만 본 작품은 완전 VR 게임은 아니며,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고 VR 파트도 존재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연
코너에 들어가면 이런 느낌.
처음에는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히로인 캐릭터가 등장해서
말을 걸어오는데,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쳐다보니 얼핏 2D 일러스트 한 장만
딸랑 서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무늬만 VR이고 캐릭터는 전부 일러스트 한 장으로
때우나... 생각하는 순간 제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정도로 미노 타로 특유의
일러스트 느낌이 제대로 살아 있는 모델링이었고, 최소한 일러스트와의 괴리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절대적인
그래픽 퀄리티가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캐릭터를 제외한 모든 부분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임을 감안해도 너무 배경이 휑한 느낌이었고 프레임도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그야말로 캐릭터 모델링 하나에 모든 힘을 쏟은, 선택과 집중을 VR로 표현한 것이
무엇인지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파트를 VR로 진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VR 전용 게임이 아니라 VR 대응 게임.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현재
버전에서는 제대로 된 VR 기기와 각종 주변기기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 카드보드 VR과
갤럭시S8 하나로 모든 것을 구현하다 보니 그래픽 외에도 다른 VR 게임에서 지원하는
기능도 빠져 있었습니다. 방향 전환 정도는 인식하지만 복잡한 동작은 인식이
되지 않으며, 선택지가 화면에 뜨고 원하는 쪽을 응시하면 선택지를 고르는 방식입니다.
별도의 컨트롤러가 없어도 충분한 방식이지요.
모든 대사가 화면에 이쁨 돋는
폰트로 나오기 때문에 현지화에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아직 코나미에서 공식적으로
한글화에 대해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혹시 현지화 작업을 할 때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어 보였습니다.
VR
파트는 아주 간단하게 조작해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시연 버전의 내용은 시리즈 전통의 히로인 3명 중 1명을
선택한 다음 교실에서 만나 짧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부입니다. 어떤 VR 게임이
생각나실 텐데, 실제로 러브플러스 에브리의 VR 파트는 그 게임의 포맷 그대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움직이는 게 힘들기 때문에 히로인 쉴 새 없이
말을 걸고 여기저기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플레이어는 그저 적당한
선택지를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다가 장난을 잘 치는 히로인의 요-망한 행동이
아슬아슬하게 저지되고, 매우 묵직한 여운을 남기며 시연은 끝이 납니다.
시연을 끝내고 나면 진행 도우미가 와서 플레이에 사용한 카드보드 VR을 가져가라고
이쁜 봉지를 줍니다. 그렇게 그녀와의 짧은 만남은 저의 콧기름이 묻은 카드보드 VR
하나를 남기고 끝이 났습니다. 러브플러스 에브리는 일본 지역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 버전과
애플 앱 스토어 버전 모두 겨울 발매 예정입니다.
고이
접어서 한국으로 들고 왔습니다.
이상원 기자 petlabor@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