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고스트 오브 쓰시마, 그렇게 사무라이는 유령이 된다
그간 ‘슬라이 쿠퍼’와 ‘인퍼머스’ 시리즈로 입지를 다져온 PS 퍼스트파티 서커펀치 프로덕션이 아주 독특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들의 신작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이제까지 보여준 유쾌한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진중하고 절제된 분위기의 사무라이 액션 활극이다. 특히 국내에선 작중 배경이 1274년 발발한 여몽연합군의 대마도 침공이란 점 때문에 적잖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인 캐릭터로 고려 병사를 베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부분은 앞서 E3 2018 인터뷰(서커 펀치의 꿈을 실현,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통해 부정된 바 있다.
기자는 21일, 도쿄게임쇼 2018를 기하여 진행된 SIE ‘고스트 오브 쓰시마’ 세션에서 서커펀치 프로덕션과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눌 수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는 작품이고, 이번 도쿄게임쇼 빌드 및 트레일러 또한 E3 당시와 대동소이하여 따로 더할 내용이 많지는 않다. 따라서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앞선 E3 기사로 갈음하고, 여기서는 제이슨 코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류헤이 카타미 프로듀서가 밝힌 개발 비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커펀치 프로덕션은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기획하는데 있어서 일본 시대극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에게 큰 영감을 얻었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중세 일본을 게임 속에 구현하고자 개발진이 함께 대마도 답사에 나섰으며, 실제 침략이 이루어졌던 코모다하마 해변과 도검 박물관을 돌아보기도 했다고. 현지에서는 아직도 몽골(원나라)과 격전을 재현하는 축제가 열리고 주민들도 과거 사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3척이나 되는 거합도를 사용하는 천심류(天心流)의 대가를 초빙하여 검술 표현에 대한 조언을 받았으며 그가 직접 모션 캡처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개발자들이 대련에 참여하여 상대와 검을 마주했을 때 공포감을 실감하기도 하고 몽골군이 사용하는 등 게임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역사적 고증에 최선을 다했음을 밝혔다. 다음은 제이슨 코넬 크레이터 디렉터, 류헤이 카타미 프로듀서와 진행한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중세 일본이라도 여러 시대와 사건이 있을 텐데, 작중 시점을 고른 이유가 무엇인가
: 게임 개발자는 아티스트로서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그것을 세계에 선보이길 원한다. 사무라이 게임을 만들고자 일본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간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사건을 고르고 싶었다. 또한 밀려오는 몽골 대군에 맞서 80명의 사무라이가 목숨을 바치는 모습은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게임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위해서는 응당 도전과 저항이 있어야 하기 마련이고.
● 즉 영웅적인 행적을 묘사하기 위해 코모다하마 해변 전투를 택했다는 건가
: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난관이란 반대로 보면 영웅이 탄생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주인공 진이 동료들을 모으고 활로를 모색하는 과정이야말로 이 게임에서 가장 큰 재미를 주는 요소일 것이다. 물론 우리는 역사에서 영감을 얻을 뿐이지 실화 그대로를 옮기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점차 진이 몽골군을 격퇴하는 이야기로 귀결될 것이다.
● E3 트레일러를 보면 UI가 정말 하나도 안 보인다. 웨이포인트나 가이드마커도 없나
: 트레일러에서는 연출을 위해 UI를 모두 삭제했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웨이포인트나 가이드마커가 나올 거다. UI를 최소한도로 사용하여 아름다운 중세 일본을 최대한 넓게 보여주자는 기획은 여전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저가 게임에 몰입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지 길을 잃게 할 의도는 없다.
● 적의 체력 바가 없고, 일격에 베어 죽이는 연출이 나왔는데 실제 게임에서도 가능한가
: 사무라이의 로망 중 하나가 칼을 뽑는 순간 일격에 적을 살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트레일러와 같이 실제 게임에서도 발도와 함께 끝장을 내버리는 액션이 존재한다.
● 주인공 진의 애마가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마상 전투도 구현되어 있나
: 아쉽지만 오늘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E3 트레일러에서 공개된 부분까지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 말은 매우 중요한 존재인만큼 여러가지를 준비하고 있으니 다음 발표를 기다려달라. 한번은 보다 자연스런 승마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 모션 캡처 스튜디오에 말을 끌고 왔을 정도다.
● 전체적인 맵의 면적은 어느정도 되나, 실제 쓰시마 섬과 축적을 비교한다면
: 오픈월드 게임에서 맵의 크기를 결정할 때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섬의 윤곽 자체는 실존했던 모습과 매우 흡사하겠지만 내륙 지역은 최적의 플레이 경험을 위해 각색된 부분도 존재한다.
● 전작 ‘인퍼머스’는 초능력을 테마로 삼았는데, 이번에도 뭔가 비현실적인 능력이 나올까
: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우리의 전작 ‘인퍼머스’와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다. 여타 사무라이물 중에서 비현실적인 요소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최대한 사실적인 묘사로 게임에 독창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일격에 적을 베어버리고 카메라가 흔들리며 피가 튀는 등의 연출도 초능력이라기 보다 사무라이가 어디까지 신체를 단련하는지 나타내는 요소다.
● 정면에서 검격을 주고 받는 사무라이의 싸움 방식 외에 닌자와 같은 암살도 가능할까
: 처음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기획할 때부터 구상한 내용은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긴 사무라이가 점차 암기와 비술을 쓰는 유령이 되어간다는 거다. 게임을 하면서 이런 변화를 실제로 체감하게 될 것이다. 만약 스스로 위대한 사무라이의 긍지를 지키고 싶다면 대문을 박차고 들어가 칼부림을 벌여도 되고, 아니면 조금 더 은밀히 움직이며 하나씩 제거하는 것도 가능하다.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는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렸다.
● 당시 원라나가 일본을 침략하며 화승총과 화약을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게임에도 반영되었나
: 몽골의 매력은 그 당시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던 강력하고 독특한 기술을 보유했다는 거다. 게임의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런 요소를 어떻게 녹여내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 서커펀치의 작품은 늘 유머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게임이 너무 심각해진 것 같다
: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작중 상황 자체가 매우 심각하고 음울하게 돌아간다. 따라서 이제껏 우리가 만든 게임 가운데 가장 어두운 작품이 될 것이다. 다만 그 와중에도 유머와 여유가 존재하는 부분이 있으니 기대해달라.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