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고용노동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에 대한 국산화를 서두르기 위해 연구인력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기로 했다. 한시적으로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노동자 건강이 위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22일 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사태로 보고 필요한 인력에 대해선 한시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화학물질을 제3국에서 대체품으로 수입하는 경우 빨리 테스트를 끝내 양산체제에 활용해야 하고,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경제와 사회를 위해서 긴급히 R&D(연구개발) 분야에 집중근로가 필요함에도 혹시 근로시간 규제로 인해 차질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체에서 해달라고 요구해서 하는 건 아니다”라고도 했다.
정부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레지스트·에칭가스 등 수출규제 3개 품목의 생산과 관련된 업종의 연구 및 연구지원 필수 인력에 한해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장관은 “국민들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하는데 화이트리스트 제외된 것과 관련된 물질 중에 이런 물질이 또 있는지 봐야 한다”며 “지금 확정된 건 3개 물질”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상 자연재해나 사회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을 위해서는 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다. 2015년 개성공단 폐쇄 당시에도 정부는 사회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판단,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바 있다. 일단 허용되면 최장 3개월 기간 동안 주당 연장근로시간(12시간)을 초과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해지고, 3개월 단위로 기간 연장도 신청할 수 있다. 때문에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 허용시 노동자의 건강권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 장관은 “기업체에서도 노동자들이 동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만 운용할 수 있다”며 “제 생각에는 주요 물질을 다루는 업체가 굉장히 적기 때문에 한정된 수의 기업에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노동부는 ‘재량근로제 활용가이드’를 마련해 연구개발 분야 등에 적용키로 했다. 재량근로제가 도입되면 실제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노사가 합의한 시간이 노동시간으로 간주된다.
이 장관은 “R&D 분야는 재량근로제 대상인데, 재량근로제 활용에 대해서 구체적인 해석들이 없어서 현장에서 활용이 덜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재량근로제 활용가이드를 조속한 시간내에 확정해서 배포하겠다”고 했다.
노동계는 제품 연구개발 과정에서 생산라인을 통한 점검이 불가피한만큼 특별연장근로 대상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의 요점은 ‘뭐가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업 요청은 척척 들어주고, 노동자 노동시간은 팍팍 늘려주겠다’가 전부”라며 “아베 정권이 제국주의 정책을 본격화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며 1000개가 넘는 품목에 대한 무역보복조치에 나설 때는 한국 전체 노동자에게 특별 연장 노동을 강제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