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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포토다큐]'피해자의 단계'라는 게, 우리를 더 숨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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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영숙씨가 서울 화곡동 자택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2008년 숨을 쉴 수 없어 병원에 간 뒤 11년째 투병중이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청을 했다.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를 따진 판정결과는 3단계(가능성 낮음)였다. 정부지원의 ‘구제급여’는 1·2단계 피해자가 대상이다. 3·4단계 피해자들은 기업 기금으로 조성된 ‘특별구제계정’ 지원 대상이다. /강윤중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영숙씨가 서울 화곡동 자택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2008년 숨을 쉴 수 없어 병원에 간 뒤 11년째 투병중이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청을 했다.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를 따진 판정결과는 3단계(가능성 낮음)였다. 정부지원의 ‘구제급여’는 1·2단계 피해자가 대상이다. 3·4단계 피해자들은 기업 기금으로 조성된 ‘특별구제계정’ 지원 대상이다. /강윤중 기자

박영숙씨(59)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다. 지난 3일 서울 화곡동 자택에서 만난 그는 거실 가운데 놓인 병상에서 기자를 맞았다. 침대 맡엔 몸 속 가래나 고름을 빼내는 석션기, 인공호흡기, 산소발생기 등 의료기와 약품들이 가득했다. 육중한 산소통과 연결된 줄이 위태한 생명이 기대고 있는 가느다란 희망 같았다.

박영숙씨의 남편 김태종씨가 석션기로 아내의 가래와 염증을 뽑아낸 뒤 등을 쓸어주고 있다. 거실에는 육중한 산소통 등 의료기기들이 차지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박영숙씨의 남편 김태종씨가 석션기로 아내의 가래와 염증을 뽑아낸 뒤 등을 쓸어주고 있다. 거실에는 육중한 산소통 등 의료기기들이 차지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말할 기운조차 없는 박씨를 대신해 남편 김태종씨(64)와 마주앉았다. 김씨는 꼼꼼히 정리한 엑셀파일을 열어 아내의 11년 투병을 설명했다. “2008년 7월 아내가 숨을 쉴 수 없다고 해 병원에 갔어요. 폐가 망가져 있었죠. 의사는 죽는다고 했어요.”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 진단한 의사도 이유를 몰랐다. 아내를 돌보면서 제법 잘 되던 교육사업도 접었다. 그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기사를 보고 피해인정 신청서를 냈다. 3년 뒤,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를 따진 판정결과는 ‘3단계(가능성 낮음)’였다. 재심사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는 정부가 지원하는 ‘구제급여’(1·2단계)와 살균제 제조·판매사 조성기금인 ‘특별구제계정’(3·4단계) 지원 대상으로 나뉜다. 1·2단계만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피해자인 셈이다.

김씨가 가습기 살균제 구입내역이 찍혀있는 2007년 마트 영수증을 모니터에 띄워서 설명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김씨가 가습기 살균제 구입내역이 찍혀있는 2007년 마트 영수증을 모니터에 띄워서 설명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김태종씨가 2007년 구입해서 쓰다 남은 가습기 살균제를 들어보이고 있다. SK에서 원료를 공급하고 애경에서 만들어 이마트에서 팔았다. /강윤중 기자

김태종씨가 2007년 구입해서 쓰다 남은 가습기 살균제를 들어보이고 있다. SK에서 원료를 공급하고 애경에서 만들어 이마트에서 팔았다. /강윤중 기자

김씨는 가습기 살균제 구입내역이 찍힌 2007년도 마트 영수증을 보여줬다. 그리고 쓰다 남은 가습기 살균제를 들어보였다. “보세요. SK(케미칼)에서 원료를 공급하고 애경에서 제조한 PB상품을 이마트에서 팔았습니다. 이걸 제 손으로 샀어요.” 표정에 분노와 후회가 밀려들었다. 아내 박씨는 특별구제계정 지원 대상이지만 합병증으로 인한 치료비, 의료기기 구입비 등은 ‘관련이 없다’며 지급이 거절된다고 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7개월째 입원 중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안은주씨는 두 번째 폐 이식 신청을 하고 폐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배구선수 출신의 안씨는 2010년 기침이 나고 근육에 힘이 빠지며 주저앉았다. /강윤중 기자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7개월째 입원 중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안은주씨는 두 번째 폐 이식 신청을 하고 폐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배구선수 출신의 안씨는 2010년 기침이 나고 근육에 힘이 빠지며 주저앉았다. /강윤중 기자

배구선수 출신의 안은주씨(51)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7개월째 입원 중이다. “숨을 잘 못 쉬니 밖에 나갈 수가 없어요.” 가쁜 숨이 목소리에 끼어든다. 2015년 1차 폐 이식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몸이 폐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안씨는 두 번째 폐 이식을 신청해놓고 언제 나타날지 모를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

오랜 투병으로 인한 가족의 고생과 정부의 피해자 구제 지원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던 안씨가 잠시 눈을 감고 있다. /강윤중 기자

오랜 투병으로 인한 가족의 고생과 정부의 피해자 구제 지원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던 안씨가 잠시 눈을 감고 있다. /강윤중 기자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정도를 따진 피해 판정결과 3단계를 받은 안씨는 특별구제계정 지급 대상이다. /강윤중 기자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정도를 따진 피해 판정결과 3단계를 받은 안씨는 특별구제계정 지급 대상이다. /강윤중 기자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생활체육 지도자와 심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안씨다. “2010년에 기침이 계속되고 근육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어요.” 안씨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썼다. 2011년 피해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3단계였다. “왜 3단계인지 구체적 설명도 없었죠.” 폐가 망가진 후 기관지염, 우울증, 전신성경화증, 혈전색전증 등이 따라왔다. 안씨는 한 뭉치의 각기 다른 진료과목 진단서를 침대 위에 펼쳐보였다. “생활고로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성금을 받았더니 구제계정에서 공제합디다.” 치료를 위해 오간 교통비도 지원대상이 아니다. 그는 “빚만 지고 있다”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가 애경 본사 앞에서 열린 피해자와 가족들의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잘 되던 사업체마저 접어야 한 그는 하루에 먹는 알약만 100알이 넘는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일에 열심이다. /강윤중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가 애경 본사 앞에서 열린 피해자와 가족들의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잘 되던 사업체마저 접어야 한 그는 하루에 먹는 알약만 100알이 넘는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일에 열심이다. /강윤중 기자

조순미씨(50)는 서울 동교동 애경 본사 앞에서 지난 5일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10kg에 가까운 산소호흡기를 멘 조씨가 말했다. “폐기능이 27% 남았어요. 가족을 위해, 자식을 위해 구입한 살균제였어요. 억울해서 나왔습니다.” 발언을 마치자마자 조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쏟았다.

가해기업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조씨가 발언을 마치자마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윤중 기자

가해기업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조씨가 발언을 마치자마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윤중 기자

그는 2007~2008년 애경과 옥시 제품을 사용했다. 2009년 기침이 계속됐고 주위에선 “왜 자꾸 한숨을 쉬냐”고 했다. “숨이 모자랐던 거였어요.” 1년에 6~7개월씩 병원신세를 지다보니 운영하던 사업도 접었다. 흉선종, 근무력증, 면역결핍 등 알 수 없는 질환들이 생겼다. 하루 먹는 약만 100알이 넘는다. 그럼에도 조씨는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일에 열심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그는 “환경참사나 재난 피해자 심리상담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가 지난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전신질환 인정·판정기준 완화, 피해단계 구분 철폐, 대통령과의 면담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습기넷 김기태 공동운영위원장은 피해자들의 호소를 알리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국토 종단에 나섰다. /강윤중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가 지난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전신질환 인정·판정기준 완화, 피해단계 구분 철폐, 대통령과의 면담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습기넷 김기태 공동운영위원장은 피해자들의 호소를 알리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국토 종단에 나섰다. /강윤중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선 피해자들은 피해 인정질환의 확대, 피해단계 구분의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사건 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의 소극적이고 불합리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이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인 미상의 폐질환 사망사건에 대한 역학조사로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2011년이다. 8년이 지나도록 이를 제조·판매한 기업에 대한 처벌은 미진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6461명, 이 중 사망자는 1415명(7월 5일 기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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