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제공
카타르를 향한 첫 출항에 나선 벤투호의 ‘황태자’는 누구일까.
역대 한국 축구에선 박지성(38·이상 은퇴)과 박주영(34·서울), 기성용(30·뉴캐슬), 이정협(28·부산) 등 나이에 상관없이 탁월한 기량과 재능으로 사랑받는 선수들이 있었다.
박지성은 막내로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에 힘을 보탰고, 기성용도 거침없는 플레이로 2010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젊고 재기발랄한 선수들을 발굴해 얼마나 기회를 주는지에 따라 한국 축구의 성패가 갈린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얘기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0)도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은지 1년이 흐른 요즈음 ‘감별안’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8월 대표팀을 맡을 당시에는 한국 축구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자신의 축구 철학을 설파하는데 주력했지만, 이젠 자신에게 꼭 필요한 선수에게 힘을 실어줄 시기다. 2022 카타르월드컵의 첫 관문인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은 그 향방을 가늠할 좋은 기회다.
사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황태자로 남태희(28·알 사드)를 눈여겨 봤다. 남태희는 뛰어난 개인기로 좁은 공간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재주가 탁월할 뿐만 아니라 연계 플레이로 뛰어난 선수다. 그러나 남태희는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십자인대 파열로 쓰러지면서 후보군에서 밀려났고, 이번 소집을 앞두고 가벼운 부상이 겹치면서 대표팀에서 사실상 제외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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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희의 빈 자리를 노리는 선수들로는 황희찬(23·잘츠부르크), 황인범(23·밴쿠버), 백승호(22·지로나), 이강인(18·발렌시아)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황희찬은 어린 나이에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이름을 알린 뒤 2018 러시아월드컵과 2019 카타르아시안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진 선수다. 골잡이 황희찬은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와 달리 다소 무딘 골 결정력이 약점으로 손꼽혔지만, 이번 시즌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4경기에서 1골·5도움을 기록할 정도로 기량을 뽐내고 있다.
미드필더 황인범도 벤투호 중원의 한 자리를 꿰차면서 황태자 후보에선 빠지지 않는다. 황인범은 전방으로 공을 연결하는 빌드업이 뛰어난 선수로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른 A매치 16경기에 모두 출전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황인범은 미국프로축구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진출한 뒤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 발전된 면모를 보여줘야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백승호는 벤투호의 새 얼굴에서 황태자를 넘보는 사례다. 백승호는 지난 6월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깜짝 선발로 출격해 안정적인 볼 키핑과 패싱 게임 그리고 빌드업까지 선보이면서 호평을 받았다. 백승호는 자신을 둘러싼 이란 수비수들을 손쉽게 제치는 개인기까지 선보였다. 백승호는 아직 1군 무대에서 보여준 활약상이 많지 않은 게 흠이지만 실력 만큼은 부족하지 않다.
이강인이 지난 6월 20세 이하(U-20) 폴란드월드컵 준우승의 기세를 타고 벤투 감독의 총애를 받을지도 관심사다. 2007년 국내의 한 예능 프로그램인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익숙한 그는 스페인에서 갈고 닦은 개인기와 절묘한 택배 패스가 강점이다. 이강인은 지난 3월 백승호와 처음 대표팀에 소집됐을 당시에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이번 9월 소집에선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