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광현. 이석우 기자
SK 좌완 에이스 김광현(31)이 9년 만에 15승 문턱을 넘으면서 개인 최고성적 경신을 위한 호기를 맞았다. SK가 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직행을 노리고 있어 김광현이 커리어하이와 우승 반지를 모두 거머쥘 가능성 역시 무르익고 있다.
김광현은 20일 문학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 시즌 15승(3패)째를 올렸다. 2.44였던 평균자책은 2.34로 떨어졌다. 15승 고지에 오른 것은 2010년 이후 9년 만이고, 평균자책 역시 2010년 이후 최저다. 김광현은 2010년 31경기에서 17승7패, 평균자책 2.37을 기록하고 다승 1위, 평균자책 2위를 차지했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김광현은 이듬해 다승·탈삼진 1위, 최우수선수(MVP), 골든글러브를 휩쓸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지만 탄탄대로는 2010년까지였다. 컨디션 난조와 어깨 부상 등에 시달리며 2011년 4승(6패), 2012년 8승(5패)을 챙기는 데 그쳤다.
2013년 10승(9패)을 거둬 두 자릿수 승수를 회복하긴 했지만 정규시즌 막바지 불펜으로 전환되는 ‘사건’을 겪기도 했다. 2016 시즌 종료 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아 1년을 재활에 바쳤던 김광현은 지난해 복귀 시즌을 무사히 보내고 SK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부활했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던 김광현은 올해 투심 패스트볼성 스플리터와 커브를 장착하며 상대하기 더 까다로운 투수로 진화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김광현을 눈여겨보고 있다. 20일 롯데전에선 시카고 컵스와 뉴욕 메츠, 애리조나, LA 에인절스, 디트로이트, 캔자스시티 등 6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가 현장에서 김광현의 투구를 지켜봤다.
SK 김광현이 2010년 10월19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삼성과의 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선수 본인도 미국 진출 의사가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은 2년 후 취득하지만 SK가 올 시즌 종료 후 김광현의 해외 무대 도전을 허락한다면 김광현의 KBO 리그 커리어는 중단된다. 김광현이 올해 찾아온 개인 최고성적 경신의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이유다.
때마침 SK는 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향하고 있다. 2010년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SK는 삼성에 시리즈 전적 4승 무패 완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시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이었던 김광현은 4차전 8회 1사 후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2이닝을 책임지고 팀의 4-2 승리를 지켰다.
이날 김광현의 세리머니는 남달랐다. 김광현은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우승을 확정한 뒤 여느 투수들처럼 곧바로 환호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이끌어준 포수 박경완에게 모자를 벗고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한 후에야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베테랑 포수에게 젊은 에이스가 경의를 표하는 장면은 팬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한 김광현이 올 시즌 새로운 기록과 가을의 감동을 또 한 번 써내려가기를 팬들은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