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골키퍼 아드리안이 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첼시와의 유럽 슈퍼컵에서 승부차기 선방으로 리버풀을 우승으로 이끈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얼마나 놀라운 이야기인가요.”
흥분한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인터뷰를 하러 온 기자의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아드리안~”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 록키가 퉁퉁 부은 눈으로 여자친구 아드리안을 찾는 장면을 흉내낸 것이다. “그는 아폴로에게 지고 난 후의 록키 같았어요. 용기를 잃지 않았습니다.”
리버풀 골키퍼 아드리안(32)은 15일 열린 첼시와의 유럽 슈퍼컵에서 리버풀의 극적인 우승을 이끈 ‘영웅’이었다. 5-4로 앞서던 승부차기에서 첼시의 다섯 번째 키커 태미 에이브러햄이 찬 볼을 발로 막아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역적이 될 뻔한 아찔한 위기도 있었다. 2-1로 앞서던 연장 전반 11분, 문전을 돌파하던 에이브러햄이 아드리안에게 걸려 넘어졌고,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VAR 판독이 진행됐지만 주심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아드리안은 “멈추려고 했지만 에이브러햄과 몸이 닿았다. 그가 영리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실드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승부차기로 패했던 리버풀은 이번 유럽 슈퍼컵마저 승부차기로 내줬다면 팀 분위기가 확 가라앉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아드리안이 결자해지를 하면서 통산 4번째 슈퍼컵을 차지할 수 있었다.
아드리안은 우승 세리머니 때 주장인 조던 헨더슨에 이어 슈퍼컵을 들어올리는 감격을 누렸다. 불과 9일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아드리안은 지난 6월 말 웨스트햄에서 계약 만료와 함께 방출됐다. 지난 시즌 리그컵 3경기, FA컵 2경기 등 총 5경기서 8골을 내준 게 전부였다. 지난 1월 이후에는 아예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웨스트햄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렸지만 불러주는 팀이 없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아드리안은 소셜 미디어에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비디오를 올리는 등 구직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아드리안이 우승을 확정짓는 선방을 하자 클롭 감독과 동료 선수들이 아드리안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The Goalkeepers‘ Union 트위터 제공
그에게 구원의 밧줄이 내려온 게 지난 6일. 주전 골키퍼 알리송에 밀려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던 시몽 미뇰레가 브뤼헤로 이적하자 리버풀이 미뇰레 대체자로 아드리안을 영입한 것이다. 그러나 미뇰레와 달리 아드리안은 기회를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지난 10일 노리치와의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전반 39분 알리송이 갑작스러운 종아리 부상으로 물러났고, 아드리안이 대신 리버풀 골문을 지키게 됐다.
그리고 이날엔 당당히 선발로 나와 프로 선수로서 첫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까지 누리게 된 것이다. 웨스트햄 벤치 멤버에서 리버풀 우승 영웅으로의 극적인 변신. 이 모두가 6일 리버풀에 입단한 후 9일 동안 벌어진 일이다.
아드리안은 “그야말로 미친 일주일이었다”면서 “팀동료들이 있어 골문을 지키는 게 아주 쉬웠다. 리버풀이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어서 정말로 행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