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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주선 청운지’ 스토리 총정리 1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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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0 02 44 33.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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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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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의 광활한 영토는 천 년간 정파와 마교의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풍수에 능했던 청운자는, 자신이 가장 상서로운 곳이라 판단한 산맥에 자신의 이름을 따 청운산이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 그곳에 <청운문>이라는 문파를 창설했다.


청운문은 청엽이라는 대단한 재능을 가진 제자에 의해 중원무림에서 알아주는 3대 명문 정파 중 하나로 성장했다. <청운문><천음각><분향곡>. 강호에서 이들 문파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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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산 일곱 봉우리에 자리잡은 <청운문>



그들에 맞서는 마교의 5대 교단은 <귀왕종><연혈당><만독문><장생당><합환파>였다. 


이들이 가장 강한 위세를 떨쳤던 때는 천년 전 십만대산에서 수신을 부활시켰을 때로, 마교는 수신의 절대적 힘을 앞세워 천하를 떨게 만들었다. 많은 영웅들의 희생이 있고 나서야 수신은 다시 봉인될 수 있었다. 마교는 다시 수신을 부활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진법인 천서가 5권으로 나뉘어 사라져버린 탓에 그들은 예전의 위세를 되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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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로 나뉘어 세상에 흩어진 천서



800년 전, 연혈당의 장로 흑심노인은 천서를 한 권 되찾는데 성공했다. 또한 마교의 법보 서혈주를 정련해 정파를 위협했다. 서혈주는 어떤 생명체든 정기를 빨아 죽일 수 있는 흉물이었다. 흑심노인은 이를 이용해 무수한 정파 고수를 쓰러뜨렸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는 천서와 함께 사라져 더 이상 세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서혈주 역시 종적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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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심노인과 함께 사라진 서혈주



100년 전, 마교가 본격적으로 중원을 침범했을 때 정파는 혼신의 힘으로 그들을 상대했다.


이른바 '정마 대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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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에 침입한 마교의 무리들



천하에 상대할 자 몇 없다는 귀왕종 종주 귀왕의 뛰어난 전략 아래 뭉친 마교는 수신의 힘 없이도 정파를 크게 위협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교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결정적인 승패를 가른 것은 청운 문주 천성자가 사용한 비기 <주선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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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주선검



주선검. 상고 시대부터 존재해왔다는 신묘한 비보. 그 힘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귀왕은 주선검의 가공할 위세에 큰 부상을 입고 목숨만 겨우 부지했다. 천성자 역시 주선검을 사용한 대가로 기력이 다하여 숨을 거두었지만 덕분에 정파는 마교로부터 대승을 거두었고, 마교는 대부분 궤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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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상자를 낸 정마 대전



하지만 마교는 결코 중원 정복의 꿈을 접지 않았다. 그들은 천서와 서혈주를 되찾아야 했다. 그것만이 자신들의 숙원을 이뤄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것은 어딘가에 여전히, 그리고 분명히 존재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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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산 바로 아래 위치한 <초묘촌>은 비록 작지만 활기를 띤 산골 마을이었다. 벌레 문 작은 새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마을 아이들은 이미 길을 쏘다니며 뛰놀곤 했다. 이제 13살이 된 소년 장소범과 임경우 역시 그랬다. 두 소년은 뛰노는 아이들의 선봉에서 그들만의 작은 전쟁을 이끌었다. 해가 중천에서 좀 기울어질 무렵이면 또한 마을을 오가는 봇짐장수들로도 시끌했다. 그때쯤이면 아이들은 각자의 집에서 주린 배를 채우고 다시 뛰어나와 장난기를 더욱 발산했다. 해지기 전까지 아이들을 얽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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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산 아래 위치한 초묘촌의 일상



하루는 소범이 마을 인근의 어느 동굴 깊은 곳에 한 소녀가 쓰러져 있음을 알게 된다. 너무 어두워 내려갈 수가 없었던 소범은 소녀에게 당장 기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먹을 것을 던져주고 다시 구하러 오겠다고 약속을 한 뒤, 날이 밝은 후 다시 왔다. 하지만 이미 소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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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소녀의 인연



서늘한 달이 산마루에 걸렸다. 그날따라 바람이 서슬찼다. 아버지 심부름으로 밤길을 걷던 소범은 이날 뜻밖의 광경을 목격한다. 흑의를 입은 자가 자신의 친구인 임경우를 들쳐메고 마을 인근의 폐가로 뛰어가고 있던 것이다. 경황 없이 이를 뒤쫓은 소범이 폐가에 도착했을 때, 흑의를 입은 자는 이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얼마 전부터 폐가에 기거하던 한 '남자'가 정신을 잃은 임경우를 급히 치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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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공에 중독된 임경우



남자가 경우의 독을 빼내는 동안, 흑의를 입은 자가 다시 나타나 두 아이와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볼모로 어떤 '물건'을 내놓으라 겁박했다. 잠시 후 치료를 마친 남자는 폐가 밖으로 나가 놀라운 무공으로 흑의인을 직접 상대했다. 남자의 정체는 <천음각>의 제일 고수 보혜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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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름은...;; 모바일 게임 '주선'에선 보혜로 바뀌었다.



보혜 대사는 어떤 경로로 가지게 된 건지는 몰라도, 서혈주를 갖고 있었다. 마교의 술법을 쓰는 흑의인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일단의 전투 후, 서혈주의 위력에 밀린 흑의인은 결국 도망쳤지만 대사 역시 피를 토하며 자신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사실 보혜 대사는 마교의 세력이 날로 커지는 것을 걱정하여 청운파의 장문인을 찾아왔었다. 불교의 천음 무공. 도교의 청운 무공. 불(佛)과 도(道)를 기반으로 한 서로의 무공을 합쳐 생사의 비밀과 장생의 문제를 풀고 마교에 대비하자는 제안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청운파 장문 도현진인은 이를 거부했고, 내려오는 길에 보혜는 이미 흑의인에게 한차례 기습을 당하여 극독에 중독된 상태였다.


보혜 대사는 고민 끝에 중대한 결심을 한다. 조금 전 우연한 인연으로 만난 두 아이 중 한 명에게 자신의 천음 무공 '대범반야(大梵般若)'를 전수하고 청운으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천음과 청운의 결합. 그렇게 하면 그나마 자신의 숙원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보혜 대사는 한눈에 두 아이 중 뛰어난 무공의 재능을 가진 녀석을 알아보았다. 임경우였다. 경우는 실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한 인재였다. 하지만 보혜 대사는 경우가 아닌, 소범에게 무공을 전수해주었다. 이후 두 아이가 청운문에 들어가게 되면, 경우는 너무나 뛰어난 재능 때문에 천음 무공을 전수받은 사실이 쉽게 탄로날 수 있고, 또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소범의 인성이 매우 올곧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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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음 무공을 전수받는 소범



 "죽기 전에 제자가 생길 줄은 몰랐구나..."

기력이 다한 채 미소를 머금은 보혜 대사가 품 속에서 붉은 구슬을 꺼내들었다. 보혜 대사는 소범에게 세 가지 당부를 했다. 첫째는 오늘의 일을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 둘째는 전수받은 무공을 생사가 걸린 상황이 아니면 함부로 쓰지 말 것, 셋째는 서혈주를 맡길 테니 없애버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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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맛이다...



무공 전수를 마친 보혜 대사는 곧 소범을 정신을 잃게 한 뒤, 초묘촌을 떠나갔다. 한참 뒤 소범과 경우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마을로 돌아왔을 때, 두 소년을 반기는 자는 없었다. 초묘촌의 사람들이 모두 몰살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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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떼죽음을 당한 초묘촌



소범은 부모의 시신을 목도하고 오열했다. 이 끔찍한 학살극에서 살아남은 것은 두 소년 뿐이었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내려온 청운문 사람들은 두 생존자를 청운문으로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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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로 깊은 트라우마를 갖게 된 소범



곧 두 소년은 청운문 본당으로 안내되어 청운문의 일곱 수좌를 만난다. 


이후 소범과 경우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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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문 본당이 위치한 청운산 통천봉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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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범과 경우가 만난 청운문의 일곱 수좌는 7개로 나뉜 청운문의 봉우리에서 각각 자신의 소문파를 이끄는 장문들이었다. 이들은 두 소년의 딱한 사정을 듣고 청운문의 새 제자로 거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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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맥 넘버링은 가독성 편의상 임의로 붙였다.



일곱 수좌들의 대사형이자 청운파를 총괄하는 대 장문인 도현진인은 귀왕에 필적하는 현존 최고수 중 한 명이었지만 자상하고 사려 깊어 화를 내는 일이 거의 없는 신중한 성품을 가진 자였다. 그에게는 소일재라는 수제자가 있었다.


제2맥 용수봉의 수좌 창송도인은 문파에서 가장 무서운 인물로 청운파의 계율 확립과 형벌을 주관했다. 그에게는 제호라는 수제자가 있었지만 실력이 특별히 뛰어나지는 않았다.


제3맥 소죽봉 수좌 수월대사는 여성의 몸으로 많은 여성 제자들을 거느렸다. 그녀의 수제자는 육설기라는 여성이었다.


제4맥 풍회봉 수좌 증숙상은 청운문의 보물과 법보들을 보관하고 연구하는 역할을 주관했다. 그에겐 증서서라는 아들이 곧 수제자였다.


제5맥 수좌와 제6맥 수좌 역시 많은 제자들을 가졌지만 특별히 두각을 보이는 인재는 없었다. 특히 제7맥 대죽봉의 수좌 전불역의 제자들이 그랬다. 전불역에게는 자신의 딸 전령아를 포함해 제자가 7명 밖에 없었다. 200명이 넘는 제자를 가진 6맥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규모였고 게다가 인재도 없었다. 얼마 없는 제자들을 매우 아끼면서도 동시에 체면을 중시하는 성격의 전불역은 그 점을 늘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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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문 칠맥 수좌



곧 수좌들 사이에서 어떤 아이를 자신의 제자로 거둘지 논쟁이 벌어졌다. 한눈에 딱 봐도 두 아이의 재능의 차이가 현격했기 때문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임경우는 설전 끝에 제2맥 수좌 창송도인의 제자가 되었다. 하지만 장소범의 사부가 되기를 나서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도현진인의 제안으로 소범은 제7맥 수좌 전불역의 제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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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떨어져 생활하게 된 소범과 경우



대죽봉의 여섯 사형들은 매우 밝고 유쾌한 성격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들은 소범을 매우 환영했다. 수좌의 딸 전령아 역시 소범에게 누구보다 친절했다. 사부 전불역은 처음엔 재능이 없어 보이는 소범을 탐탁지 않아 했으나 소범이 보여준 요리의 재능에서 신세계를 맛본 뒤로는 태도를 일면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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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소범이 지내게 될 청운산 대죽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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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 이 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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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범의 요리에 뻑간 전령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소년의 실력 차이는 확연히 드러났다. 청운문 수련은 제1층부터 숙련한 뒤 단계를 높여가는 식이었는데, 임경우는 남들이 최소 2년 이상 걸릴 첫 단계 수련을 불과 반년도 되지 않아 마스터했다. 반면 소범은 1단계를 수련하는데 무려 3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다시 5년째가 되었지만 2단계인 법술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청운문 계율상 최소 4단계 숙련이 되기 전까지는 함부로 청운산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어디 가서 청운문 문하생이라고 보이기도 부끄러운 실력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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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박 받으며 어느덧 만 18세가 된 소범



소범은 검술은 평범한 수준으로 익혔다. 하지만 특히 청운의 '법술'을 전혀 사용하지 못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소범의 안에 내재된 천음의 내공과 새로 배우는 청운의 법술이 충돌을 일으켜 융합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알 리 없는 사부 전불역은 소범을 한심하게 여기어 매일 잔소리를 하곤 했다. 물론 소범 본인도 이유를 잘 몰랐다. 그저 자신의 자질과 수행이 부족함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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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을 거부하는 천음 무공(금빛)과 청운 무공(푸른빛)



하루는 소범이 대죽봉 뒷산 골짜기에서 만난 원숭이를 쫓다가 어느 작은 호숫가에 다다른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소범은 자신이 그동안 보혜 대사의 유품으로 여기어 갖고 있었던 서혈주가 웬 검은 부지깽이와 결합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호숫가 깊은 곳에서 떠오른 검은 막대는 사실 마교의 2대 사물(邪物) 중 하나인 '섭혼'이었다. 청운산 골짜기는 과거 정마 대전의 전장 중 하나였기에 마교의 법보가 호수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결합된 서혈주와 섭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소범은 그저 그것을 자신과 인연이 닿은 '법보'라 여기고 자신의 주무기로 삼는다. 청운문의 제자들은 각자 제각각의 법보를 구해 사용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소범만은 아직 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범의 법보 '서혼곤'을 본 사형들은 부엌에서 웬 부지깽이를 갖고 나왔냐며 놀려댔지만 소범은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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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혼곤'으로 결합된 서혈주와 섭혼



소범은 어느 날 전령아의 손에 이끌려 몰래 청운산 아래 교역 도시 <하양성>으로 내려간다. 약초를 팔아 용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5년 만의 첫 외출이었다. 전령아가 잠시 다른 곳을 둘러보는 사이, 혼자 약초를 팔던 소범은 자신에게 사기를 치고 달아나려는 두건 쓴 어떤 여성과 우연히 마주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벽요


오래전 소범이 동굴 깊은 곳에서 구해주었던 마교 귀왕종 종주의 딸.


이것이 실로 운명의 만남이라는 것을 이때 두 남녀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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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요와 소범의 첫 만남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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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소범이 만난 인연은 또 있었다. 길에서 우연히 동문 사제 증서서와 만나 음란 서적을 파는 책방에 억지로 끌려온 소범은, 그곳에서 육설기를 처음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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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소범의 절친이 되는 한량 증서서



제4맥 수좌의 아들인 증서서는 박학다식하고 법술의 재능이 어느 정도 있기는 했으나 무공 수련보다는 자유로이 놀러 다니며 무언가를 만들고 발명하는 일에 몰두하는 괴짜였다. 항상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다니는 통에 아버지에게 늘 혼나곤 했지만 증서서는 기죽지 않고 더 열심히 자신의 취미에 몰두했다.


제3맥 수좌의 수제자 육설기는 얼음처럼 차가운 성격을 가진 여성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뛰어난 미모와 실력도 함께 갖춘 절세의 인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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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서적(?)에 심취한 절세미인 육설기



이날 소범은 몰래 하산한데다 음란 서적방까지 간 일을 결국 계율당에게 들켜 사부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받는다. (※ 계율당 : 제2맥 소문파. 청운문의 선도부 역할.) 다행히 소범은 계율당으로부터 직접 엄벌은 피한다. 이에 도움을 준 것은 계율당원이 된 친구 임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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얜 아역이 더 나았어...



그날 저녁, 소범은 흑의인으로부터 또다시 습격을 받는다. 이때 소범을 구해준 자는 청운문의 검술을 사용하는 백의을 입은 어떤 남자였다. 소범은 그가 누군지 알지 못했지만 그의 검술 실력만큼은 가히 경이로웠다. 결국 버티지 못한 흑의인은 다시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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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액션 개멋있다.. 각 쩔어;



청운문 수좌들은 이 습격을 마교 <연혈당>의 소행으로 여겼다. 흑의인이 사용한 마공이 연혈당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이 서혈주를 노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연혈당 현 당주 연노대는 서혈주를 찾기 위해 5년 간이나 청운산 아래 하양에서 잠복해왔다. 얼마 전 소범이 들렀던 책방을 운영하는 주인이 바로 그 자였다. 소범이 다시 산에서 내려오지 않자, 연노대는 급기야 대신 전령아를 납치해 소범을 비롯한 청운문의 제자들을 자신의 본거지 '벽화천빙호'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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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혈주를 노리는 연혈당



소범 일행이 연노대의 함정에 빠져 위기에 처했을 때, 뜻밖의 인물이 나타나 그들을 돕는다. 얼마 전 소범이 하양에서 만났던 여인 벽요였다. 귀왕종 소주인 그녀의 목표는 의외로 같은 마교인 연노대를 죽이는 것이었다. 벽요는 연노대가 자신의 어머니의 원수라 했다.


5년 전 마교 사이에 내분이 일어났었다. 한때 마교 총타 <만황 신전>에서 귀왕의 아래 뭉쳤던 마교 분파들은 정마 대전 패배 이후 세가 약해지고 골이 깊어지면서 제각각 갈라섰다. 이때 연노대는 마차를 타고 피신하는 귀왕의 가족을 습격했다. 이 때문에 청운 산자락 인근의 동굴 깊은 곳에 떨어진 귀왕의 아내 소치와 딸 벽요는 아버지가 구하러 오기만을 기다리며 버텼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굶어죽게 될 상황에 이르자, 소치는 딸에게 고깃 조각을 하나씩 먹여주기 시작했다. 또한 벽요는 희미한 의식 속에서 한 소년이 자신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는 모습을 기억한다. 그날 밤 귀왕이 동굴에 도착했을 때, 아내 소치는 피범벅이 된 채 싸늘한 시체로 변해있었다. 자신의 살점을 잘라 딸에게 먹였던 것이다. 이날의 비극은 귀왕과 벽요 모두에게 깊은 상처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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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있었던 비극



물론 벽요는 자신의 사연을 구구절절 설명하지는 않았다. 일단 목적만큼은 어느 정도 같음을 확인한 소범과 벽요는 함께 연노대의 본거지로 잠입해 그들을 물리치고 전령아와 인질들을 구하는데 성공한다. 연노대는 자신이 기르던 거대 물고기 괴물에게 잡혀먹는 최후를 맞이했다. 이후 연혈당은 2인자였던 들개를 필두로 하여 귀왕종에 종속된다.


이때 벽요는 자신의 어머니가 죽은 날, 자신을 구해주었던 초묘촌 소년이 소범이 아닌 임경우라고 착각하고 그에게 호의를 보인다. 하지만 고지식한 성격의 임경우는 벽요가 마교의 인물임을 알고 냉정한 얼굴로 거리를 둔다.


사실 이즈음 소범은 동문 사저인 전령아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전령아 역시 연혈당에 납치됐을 때 자신을 직접 구해준 것이 소범이 아닌 제2맥 용수봉의 제자 '제호'라고 착각하고 그와 사랑에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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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좋은 일은 다 소범이 하고 =,.=



얼마 후, <청운 7맥 비무 대회>가 열렸다. 오래전 청엽 조사가 처음 개최했던 이 비무 대회는 무려 1,200년간이나 유지되어온 청운의 오랜 전통이었다. 60년만에 열린 이번 대회는 특별히 보상도 빵빵했다. 4강에 든 네 명의 제자들에게는 청운문의 보물인 '건곤구의정'의 무공을 전수해줄 것이라 약조했기 때문이다. 건곤구의정은 과거 청엽 조사가 직접 청운문의 최상층 내공 심법을 담아 만든 것으로, 주선검과 함께 청운문의 양대 보물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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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곤구의정을 걸고 개최되는 제20회 칠맥 비무 대회



소범도 이 대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그에게 승리를 기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부는 물론, 사형들과 사저도 모두 웃고는 있지만 내심 소범을 '당연히 버리는 패'처럼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회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과 달랐다. 결전 중에 소범의 피를 머금은 그의 법보 서혼곤은 소범에게 놀라운 힘을 가져다주었다. 아직 완전히 피의 힘에 눈뜨지는 않았지만, 서혼곤에서 뿜어져 나온 법술에 당한 상대들은 모두 깊은 내상을 입었다. 


마침내 4강까지 오른 소범은 준결승에서 육설기와 만났고, 이때 소범은 결국 마음 깊은 곳에 잠재되있던 심마에 빠지고 만다. 그동안 무시받았던 나날, 상처입은 연모의 감정, 그리고 무엇보다 초묘촌이 몰살되던 날의 트라우마... 육설기는 소범과 칼을 나누며 소범의 마음 속에서 그가 심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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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가 다른 건 몰라도 확실히 액션만큼은 한드를 훨씬 상회한다. 특히 여배우들 움직임이..



육설기의 도움으로 소범은 다행히 심마에 더 깊이 빠지지 않고 정신을 잃는다. 육설기 역시 함께 정신을 잃었다. 청운문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소범이 사용한 술법이 청운의 것이 아닌, 사악한 마교의 사술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발칵 뒤집힌 청운문의 일곱 수좌는 당장 소범을 본당 내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진법을 통해 그가 사기를 가진 자가 아닌지 시험했다. 조사 결과 사기는 없었지만, 제2맥 수좌 창송도인은 소범이 마교의 첩자일 수 있다며 당장 처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들은 소범의 사부 전불역은 강하게 반발했다. 평소 소범을 누구보다 엄하게 나무라던 그는 필사적으로 소범을 변호했다. 서혼곤은 그저 우연히 얻은 법보일 뿐, 소범은 평소 누구보다 성실하고 올곧은 인물이라며 제자의 결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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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 싸부.. ㅠㅠ



제3맥 수좌 수월 사매와 제4맥 수좌 증숙상 역시 전불역의 의견에 동조해주면서 결국 장문 도현진인은 소범을 선처하기로 결정한다. 4강에 든 자에게 약속했던 구의정도 예정대로 하사하기로 했다. 다만 서혼곤만큼은 회수하여 좀 더 조사해보기로 한다. 조사는 법보 연구에 능통한 4맥 수좌 증숙상이 맡았다.


며칠 후, 칠맥 비무 대회의 4강 멤버인 장소범과 육설기, 임경우, 증서서는 약속대로 건곤구의정의 신공을 전수받는다. 이때 소범은 그동안 융합되지 않았던 청음 무공과 청운 무공이 비로소 섞여 활용이 가능하게 됐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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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강해진 소범



그 시각 제1맥 도현진인의 수제자 소일재는 마교에 잠입해 첩자로써 초묘촌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는 연혈당에 관한 정보 외에도 마교가 천서의 위치를 알아냈다는 정보를 일곱 수좌들에게 가져왔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유도성 인근 공상산 어딘가에 있을 <만복고굴>에 천서가 있을 것이라 했다. 이는 청운문으로써는 가만 두고 볼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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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에 잠입해 첩자 일을 하고 있었던 소일재



마침 도현진인은 같은 정파인 분향곡에서 온 밀서를 통해 마교 <만독문>과 <합환파>가 유도성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정보를 들은 참이었다. 일곱 수좌는 마교의 준동을 조사하고 실전 수행을 쌓게 할겸, 이번 칠맥 대회에서 4강에 올라 구의정 신공을 전수받은 네 명의 제자들을 유도성 공상산으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며칠 후, 소범은 마침내 증서서와 함께 청운산 밖의 세상으로 첫 모험을 떠난다. 증서서가 발명한 새의 형상을 한 비행 기구를 타고서였다. 소범의 품속에는 증서서가 아버지로부터 다시 받아다 준 서혼곤도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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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락이 가득한 속세로 ㄱㄱ!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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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우와 육설기가 공상산을 먼저 조사하러 간 사이, 소범과 증서서는 <유도성>에 먼저 들렀다. 유도성의 성주가 증서서의 외할아버지였기에 인사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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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에 도착한 소범 일행



덕이 높아 백성들로부터 신뢰가 높은 성주 위경은 그러나 나이를 많이 먹은 탓에 이제 그만 후계자를 찾고 싶어 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외손자 증서서, 그리고 증서서의 사촌형이자 명문 정파 <분향곡>의 문하인 이손이 그 후보였다. 한량 기질이 있는 증서서는 당연히 할 일이 산더미 같은 성주 자리를 맡기 싫어했지만, 오만한 성격의 사촌 이순이 성주를 맡는 것도 별로 탐탁지 않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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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기만 하면 투닥대는 두 손자를 항상 흐뭇이 바라보는 성주 위경



위경은 두 손자 중 한 명이 성주가 되면 자신의 오랜 벗인 주일선의 손녀 소환에게 장가 보내고 싶어 했다. 주일선은 강호를 누비며 점술을 본다며 사기나 치고 다니는 시정잡배였지만, 왜인지 위경은 그와 친분이 매우 두터웠고 그의 손녀 또한 매우 아꼈다. 소환은 실제로 천리안 능력을 약간이나마 갖고 있었다. 하지만 소환은 어릴 적부터 봐온 소꿉친구 증서서와도, 이순과도 맺어지길 적극적으로 거부했다. 대신 그녀는 증서서와 함께 나타난 청운문 문하 장소범에게 흠뻑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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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모를 노인 '주일선'과 수다쟁이 손녀 '소환'



이 시기 유도에는 분향곡과 청운문 외에도 다양한 분파들이 모여 있었다. 유도에서 자수 공방을 운영하는 금수방 방주 금병아는 본래 마교 <합환파>의 소주였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마교와 연을 끊고 갈 곳 없는 고아나 여성들을 보살피며 유도성 성주와 가깝게 지내왔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성주가 유도를 출신 성분에 대한 편견 없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천음각> 대제자 아상이 오랜만에 고향 유도로 귀향하여 처음으로 찾아간 곳 역시 금수방이었다. 그곳에 아상의 어릴 적 약혼녀가 있었다. 멋지게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옛 연인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그러나 금병아는 아상을 그저 자신이 보살피는 여성들에게 '행패를 부리려는 명문가 자제'로 오해하고 쫓아내는데, 이 과정에서 소범과 증서서가 아상에게 도움을 주고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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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와 정파가 공존하는 유도



이즈음 유도 인근의 강과 땅이 정체 모를 독에 오염되기 시작한다. 소범 일행은 마교의 소행일 것이라 판단하고 이를 조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마교 출신인 금병아가 의심을 받게 된다. 


그동안 증서서와 이순은 유도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이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 결국 단순 과격한 이순의 방법보다는 증서서가 발명한 놀라운 발명품으로 독을 정화하는 해결법이 제시됐다. 다만 문제는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자금이었다. 그동안 성주는 백성들에게 너무나 많이 베푼 탓에 성 안에 남은 돈이 거의 없었다. 소범 일행은 이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곧 다가오는 중추절을 이용해 모금을 하기로 한다. 그들이 준비한 것은 연극이었다.



"창운문의 제자 검일은, 마도를 없애기 위해 세상을 유랑했습니다. 어느 날 검일은 미모의 마교 여인을 상대하게 되는데...!"

소범 일행이 준비한 연극 대본은 어디선가 들어본 뻔한 내용이었다. 정파와 마교 간에 사적인 감정이 마음을 어지럽혔으나, 결국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명예롭게 신조를 지킨다는 것. 이때 마교 여인 역할을 맡은 소환은 한동안 소범과 연극 연습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중추절 당일, 마침내 공연 무대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소환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혈당 잔당인 들개가 연극을 망치기 위해 소환을 납치했던 것. 결국 소환은 꾀를 부려 자력으로 탈출했지만 그동안 이미 시작되어버린 연극을 땜빵하기 위해 소범과 증서서는 급하게 다른 여인에게 여주 역할을 맡긴다. 얼마 전부터 유도에 나타나 일행 근처에서 얼쩡거리던 벽요였다.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었다. 소범과 벽요는 간간이 대사도 까먹으며 어설픈 연기력을 보였지만 관객들은 그래도 좋다고 박수치고 웃고 울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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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 심취한 유도 백성들



소범은 차근히 연습한 대로 연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갑자기 벽요가 표정을 굳히며 준비한 대사를 읊지 않았다. 증서서와 소범이 눈치를 줬지만 벽요는 뭔가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급기야 벽요는 자기 차례가 다 끝난 후에도 무대에 다시 나타나 준비되지 않은 대사를 읊기 시작했다.



"정말로 나랑 안 갈 거예요?"

당황한 소범은 벽요에게 계속 눈치를 줬다. 그런데 관객들은 오히려 환호하기 시작했다. 마교 여인의 말대로 함께 떠나라는 반응이었다. 벽요는 계속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데, 왜 함께할 수 없죠? 정파는 뭐고, 마교는 뭔데요?"


"맞아! 함께 해라! 같이 떠나!"

사실 먹고 살기나 바쁜 백성들은 정파니 마교니, 신조니 명예니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좋은 게 좋은, 행복한 결말이었다. 신이 난 벽요는 계속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갔다.


"저들이 당신을 죽이겠다면, 모든 걸 포기하고 당신과 함께 죽겠어요!"

이때 무대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증서서는 임기응변으로 폭죽을 터뜨리고 소범과 벽요를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둘이 함께 떠나는 장면을 이야기의 결말로 새롭게 꾸미기 위해서였다. 어느새 산더미처럼 늘어난 관객들은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었다. 연극은 대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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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반응이 더 좋은 벽요 버젼 엔딩



연극이 끝나고, 중추절의 밤이 깊었다. 이날 소범과 벽요를 비롯한 일행 모두는 강가에 연꽃 등롱을 띄우며 서로의 신분을 잊은 채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었다. 이날 밤은 훗날 그들이 추억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된다. 그들에게 이와 같은 날은 다시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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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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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위경이 원인 모를 독에 중독되어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다. 의원의 말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침식된 독성 때문이라 했다. 성주의 치안을 담당하는 호위대장은 범인으로 금병아를 지목한다. 그녀가 오랫동안 성주에게 보약을 달여 바쳐왔기 때문이다. 금수방은 즉각 반발했고, 설상가상 유도를 정화하기 위한 자금으로 모았던 돈마저 실종되어 유도는 마교와 정파 간의 감정 대립이 급격히 심화된다.


하지만 소범 일행은 조사 끝에 마침내 유도에서 벌어진 모든 일의 배후를 찾아냈다. 바로 <만독문>이었다. 성주의 충신이었던 호위대장 진무염의 정체 역시 만독문의 독공자라 불리는 자였다. 그가 유도성 안을 맡아 일을 꾸미는 사이, 만독문 문주 독신을 비롯한 나머지 교인들은 유도성 인근 공상산 깊은 곳에 은밀히 임시 거처를 짓고 만복고굴의 입구를 찾아왔다. 그들이 찾는 천서는 유도성 바로 아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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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히 간계를 꾸며온 만독문



장소범은 홀로 만독문 거처로 잠입했다가 들켜 독신에 의해 극독에 중독된다. 벽요는 소범을 데리고 탈출하려 했으나 추격자들에 의해 수세에 몰렸고, 결국 마지막 순간에 소범이 벽요를 보호하면서 치명상을 입고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그들이 추락한 곳은 절벽 아래 수백 년간 결계로 가려져 있던 부유도 <관성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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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관성애



"낭자, 환자는 극독에 중독되고 전신 경맥이 끊어져 독이 오장 육부로 퍼졌소. 대라금선이 고친다 해도 못 살려요. 죽음은 일종의 해탈이니 너무 슬퍼 마시오."

관성애 곡주는 사뭇 안타까운 얼굴로 소범에게 사실상 죽음을 선고했다. 하지만 벽요는 납득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목숨을 던진 소범을 반드시 살려야 했다. 이를 위해 그녀가 주목한 것은 관성애에 있는 '천체명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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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경계에 이른 소범



관성애는 유도성과 공상산의 영기 발원지였다. 수백 년 전, 우연히 공상산 골짜기에서 천체명석을 발견한 몇몇 인간들은 신석에서 무한히 뿜어져 나오는 영력을 이용해 작은 부유섬을 만든 후 결계를 치고 조용히 불멸의 삶을 누렸다. 유도성이 약초 산업으로 번성한 것도 공상산의 천체명석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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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영기를 머금은 천체명석



벽요는 천체명석을 이용해 소범을 살리기를 원했다. 하지만 관성애 곡주는 그럴 경우 신석의 영력의 약화되어 결계가 사라지고, 공상산을 뒤지고 있는 만독문에게 금방 들키게 될 것이라며 곤란해했다. 이에 벽요는 위험을 무릅쓰고 홀로 만독문에 잠입한다. 그리고 때마침 나타난 육설기와 임경우의 도움으로 독신을 공상산에서 쫓아내고 마침내 천체명석을 이용해 소범을 되살리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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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기로에서 다시 눈을 뜬 소범



공상산의 만독문은 물러갔지만 아직 유도성에는 독공자 진무염이 남아있었다. 그는 독충을 이용해 성주의 정신을 잠식하여 유도성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벽요는 성주의 상태를 되돌리기 위해 만병에 능통하다는 귀 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는 마교의 인물로, 자신을 귀왕의 오랜 벗이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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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도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귀 선생



육설기와 임경우는 자꾸 마교와 엮이는 것을 꺼려했으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들을 믿는 소범을 믿어보기로 한다. 그동안 소범은 상당히 지혜롭고 결단력 있는 모습으로 어느샌가 동료들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귀 선생은 성주 위경이 상태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후 진무염의 세력을 상대하는데 힘을 보탰다. 이로써 청운문, 합환파, 귀왕종은 함께 유도에서 만독문의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는데 성공한다. 위기에 몰린 진무염은 만복고굴 안으로 달아나 버렸고, 소범 일행 역시 따라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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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마 연합 전선으로 패퇴하는 만독문



만복고굴은 수백 년 전 흑심노인이 만든 일종의 지하궁이었다. 수많은 함정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소범과 벽요는 일행과 따로 떨어져 길을 헤매다 흑심노인의 유골이 놓인 적혈동에 들어가 그에게 얽힌 사연을 알게 된다.


800년 전, 흑심노인은 천서를 하나 찾아냈었다. 또한 서혈주도 직접 정련하여 그 힘으로 정파를 위협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대업을 이룰 길이 없자, 그는 자신의 본거지인 만복고굴 안에서 천서 한 권만으로 수신을 부활시키려는 무리한 행동을 저지르고 만다.


결과는 물론 실패였다. 일부 영체만이 부활한 수신은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자신을 소환한 흑심노인부터 제물로 삼으려 했다. 다행히 흑심노인의 연인인 합환파 문주 '금령부인'이 자신을 희생하는 치정주를 읊음으로써 수신의 영체 폭주는 잠재우는데 성공했지만 이 때문에 흑심과 금령은 그 자리에서 함께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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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궁에 묻혔던 흑심과 금령의 사연



이후 사람들은 흑심의 사악한 법보가 가득한 만복고굴을 봉인하고 그 위의 터에 <유도성>을 세웠다. 이때 흑심노인은 죽기 전 남은 마지막 힘으로 자신이 가진 가장 사악한 물건인 서혈주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며 누군가가 자신의 유지를 잇기를 바랐다. 하지만 서혈주의 새로운 주인이 된 소범은 그의 유지를 이을 생각이 없었다. 사실 그동안 소범이 서혈주를 갖고 다니면서도 마도에 빠지지 않은 것은, 소범의 곧은 천성이 법보의 사기를 억눌러왔기 때문이었다.


한편 벽요는 금령부인의 유골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합환령이라는 유물을 얻게 된다. 소범이 가진 서혈주와 벽요의 합환령은 그 주인들이 가진 사연답게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을 때 소리가 울리며 빛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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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담긴 합환령과 서혈주(서혼곤)



이날 벽요는 적혈동 안에서 5년 전 이와 비슷한 동굴 속에서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소범에게 들려주었다. 그렇게 서로의 사연을 나누고,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소범과 벽요는 점차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게 된다.


하지만 두 남녀의 오붓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뒤이어 따라온 귀 선생은 육설기와 임경우, 증서서를 따돌리고 적혈동에 강제로 침입하여 본색을 드러냈다. 그의 목적은 귀왕의 명령을 받들어 장소범을 수신 부활의 제물로 바치는 것. 그동안 귀 선생이 소범 일행을 도운 것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벽요와 나머지 일행은 귀 선생을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소범은 흑심노인의 유골 안에 들어있던 천서를 흡수한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도 무색하게 수신의 영체는 만복고굴 밖으로 뛰쳐나가 세상에 모습을 보인다. 아직 불완전했던 수신은 우선 유도 백성 전체를 제물로 삼으려 들었다.


이때 수신의 영체를 다시 봉인한 것은 뜻밖에도 유도 성주인 위경이었다. 그는 유도성이 지어진 것이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며 오래전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왔던 봉인의 주문을 시전했다. 성 전체가 진동하며 커다란 폭풍이 수신의 영체를 둘러쌌다. 얼마 후, 마침내 수신의 영체는 사라졌다. 하지만 위경 역시 그 자리에서 돌로 굳어버리고 만다. 이를 목도한 증서서는 허망한 표정으로 외조부의 돌상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며칠을 일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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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희생하여 유도를 구한 위경



한편 귀 선생은 적혈동이 무너지기 전에 그곳을 탈출해 귀왕종의 본거지인 호기산으로 돌아갔다. 귀 선생은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다. 그러나 귀왕은 귀 선생에게 어차피 연혈당의 사혈지술로 수신을 부활시켜도 통제가 안됐을 거라며 그보다 소범이 가져간 천서에 주목했다. 


천서는 수신 부활 재료임과 동시에 각 권마다 수련자에게 엄청난 힘을 부여하는 비술이기도 했다. 하지만 잘못 배웠다간 감당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이로써 소범은 불(佛)과 도(道)의 무공을 익히고 마교의 법보와 천서까지 얻게 되었다. 이때부터 귀왕은 장소범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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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산에 위치한 귀왕종 본거지



한동안 실의에 빠져 지냈던 증서서는 할아버지의 유지를 잇기 위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새 성주가 되어 유도를 정비해나가기 시작했다. 만독문에 의해 오염되었던 수원과 토지를 정화하고, 부서진 민가들을 수리하고, 재정을 안정시키고, 민심을 수습하는 등 증서서와 그를 돕는 소환은 한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야 했다.


그동안 천서의 존재가 실재함을 확인한 청운문 7맥 수좌는 도현진인의 수제자 소일재를 추가로 파견하여 마교의 움직임과 두 번째 천서의 행적을 조사하도록 조처했다. 오랜 기간 마교의 첩자로써 활동해온 그였기에 마교의 행적을 누구보다 잘 파악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에 따라 유도로 내려온 소일재는, 마교들과 가까이 한 소범 일행부터 크게 나무랐다. 물론 마지막에 배신한 마교도는 귀 선생 하나였을 뿐이지만 보수적인 정파인이었던 소일재는 마교 요녀 벽요를 포함해 그 어떤 마교와도 앞으로 다시는 가까이 하지 않도록 소범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몸을 다친 육설기는 요양을 위해 청운산으로 돌아갔다. 증서서는 물론 유도에 남았다. 그사이 소범과 경우는 두 번째 천서가 있을 것이라 추측되는 동해 지역의 <정해산장>으로 향했다. 물론 소일재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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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 위치한 정해산장



산장으로 향하는 동안 소일재는 소범의 몸 안에 천서가 있는 것을 눈치채고 몰래 이를 빼내려 한다. 그는 사실 마교의 첩자였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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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범의 몸 안에서 천서를 빼내려는 소일재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기력을 무리하게 사용하다 소일재의 몸이 괴수로 변할 뻔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귀왕으로부터 힘을 얻는 대가로 '수신의 피'라는 것을 복용했는데, 그 부작용으로 한 번씩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의 모습으로 변모하곤 했다. 섣불리 그런 모습을 주변인에게 들켰다간 청운문에서 쫓겨나거나 바로 사살될 수 있었기에 소일재는 억제제를 가진 귀왕의 말을 고분고분 들어야 했다. 그는 언젠가 청운문의 장문이 될 꿈을 꾸는 자였다. 따라서 항상 전화위복의 기회만을 엿보며 처신을 은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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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 때문에 인생 망한 소일재



이후로도 소일재는 소범을 어찌하지 못한다. 귀왕의 명을 받은 청룡 성사가 나타나 그에게 소범을 건드리지 말 것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귀왕은 천서를 당분간 소범의 몸에 담아두고 상황을 지켜보길 원했다.


<4대 성사> 중 두 명인 청룡 성사와 주작 성사는 오래전부터 마교 귀왕종에게 협력해왔다. 이 중 주작 성사는 귀왕의 아내였던 소치의 여동생으로, 인간이 아닌 <천호 일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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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왕에게 협력하는 두 성사



천호족은 한마디로 여우 요괴였다. 과거 천년 여우 한 명이 십만대산에서 수신 부활의 그릇(육신)으로 쓰였고, 그의 아내인 소백은 수신이 사라진 이후 지금까지 분향곡에게 사로잡혀 감금되어 있었다. 


소백의 여동생인 소치는 귀왕에게 시집을 갔으나 지금은 고인이 되었으며, 막내 유희는 주작 성사가 되어 귀왕에게 협력했다. 따라서 소치와 귀왕 사이에서 태어난 벽요는 반인반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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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족 세 자매.



분향곡에 감금되어 있는 구미천호 소백에게는 여섯 개의 꼬리를 가진 육미백호라는 아들이 있었다. 족보상 육미는 귀왕과 친척 관계였다. 하지만 육미는 마교와도, 정파와도 관계를 끊고 산속에서 자신이 거둔 어린 들여우 소칠과 함께 조용히 지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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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족 두 형제



어느 이른 아침, 임경우는 육미를 찾아갔다. 소일재가 무리하게 천서를 빼내려 한 탓에 소범이 의식불명에 상태에 빠졌는데 마침 근처에 신묘한 의선으로 알려진 육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육미는 소범을 치료하는 조건으로 누군가에게 붙잡혀 간 동생 소칠을 구해줄 것을 요구했다. 소칠과 육미가 여우 요괴라는 것을 몰랐던 임경우는 그의 말에 따르려 했으나, 알고 보니 소칠을 붙잡고 있던 자는 같은 정파인인 천음각 보공 대사였다. 이때 왜인지 보공 대사는 소범의 이름을 잘 알고 있는 듯한 눈치를 보인다. 이후 육미와 보공의 도움으로 소범은 기력을 회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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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음각 사대신승(보홍, 보방, 보공, 보혜) 중 한 명인 보공 대사.



며칠 후 장소범, 임경우, 소일재는 정해산장에 도착한다. 산장의 장주는 예전 마교의 <장생당> 당주였던 옥양자였다. 그는 현재 마교와 연을 끊고 산장의 백성들을 돌보는 데에만 신경을 쏟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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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했다고 주장하는 장생당 옥양자



하지만 그의 말은 거짓이었다. 그는 정해산장 어딘가에 있을 천서를 손에 넣기 위해 산장의 본래 주인이었던 소장주 '사도소'를 유폐하고 7년이나 가짜 장주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사도소의 옛 연인이었던 '운서(바다의 일족)' 덕분에 소범 일행은 진실을 알아내고 사도소를 구출한다. 소범을 돕기 위해 다시 찾아온 벽요 역시 함께였다. 이때 벽요는 소범과 또다시 생사고락을 같이 하면서 마침내 어릴 적 자신을 구해준 소년이 장소범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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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님 이거 운명 맞져? 그져? 그렇다고 해라.



두 번째 천서를 찾는 단서인 '정해주'는 산장의 장주들에게 조상 대대로 은밀히 전해져 내려왔다. 7년의 고문에도 사도소는 그 정해주의 위치를 옥양자에게 말하지 않았으나, 소범 일행의 도움으로 산장을 다시 되찾은 후로는 산장의 평화를 위해 차라리 정해주를 자신의 은인인 소범과 벽요에게 줘버리기로 결심한다.


얼마 후 소범과 벽요는 옥양자의 계략으로 산장 호수인 유성호 밑바닥에 가라앉아 버렸고, 그곳에서 마침내 두 번째 천서까지 얻게 된다. 이때 두 번째 천서는 벽요가 자신의 법보인 '상심화' 안에 봉인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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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요에게 전해진 두 번째 천서



이후 소범과 벽요 사이의 감정은 더욱 깊어졌다. 그들은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서로를 그리워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청운문의 사제들은 계속해서 소범에게 마교와 가까이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결국 두 번째 천서가 귀왕에게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사실 벽요가 천서를 귀왕에게 직접 건넨 것은 아니었다. 유도 사건 이후 자신의 본거지 <독사골>로 돌아갔던 만독문의 독공자 '진무염'은 다시 나타나 벽요로부터 상심화를 훔친 뒤 귀왕에게 건넸다. 그는 현재 부상을 입은 독신을 대신해 만독문과 귀왕종의 동맹을 원했다.


이즈음 인재를 아끼는 귀왕은 장소범을 귀왕종으로 들어오도록 회유하고 싶어 했다. 그가 가진 내력도 흥미로웠지만, 딸 벽요가 너무도 사랑하는 남자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귀왕은 딸을 진심으로 아꼈다. 소범 역시 그동안 여러 일들을 겪으며 마교의 사람이라고 해서 꼭 악한 것만은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소범은 그들과 함께할 생각은 없었다. 그들이 목표하는 것이 결국 천서를 모아 수신을 부활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소범의 마음 깊은 곳에는 마교의 소행으로 보이는 초묘촌 학살 사건이 상처로 깊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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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



소범과 벽요는 상심화를 훔쳐간 자를 찾기 위해 호기산 방향으로 향했다. 이때 소범은 산자락에서 한 귀인을 만난다. 정자에 앉아 가만히 책을 읽고 있던 중년의 남자는 소범을 보고는 잠시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눌 것을 청했다. 소범은 왜인지 그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끌리듯 정자에 앉은 소범은 그가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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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야 되는 거 아니죠...? ㅡㅡ




"보아하니 보통 강호인은 아닌 것 같은데, 자네 이름이 뭔가?"


"청운문 제자, 장소범입니다. 선생은 누구십니까?"


"성은 만, 자는 인왕일세."


"만인왕..."


소범은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남자는 소범이 청운문의 제자라는 사실에 짐짓 흥미로워하며 말을 이었다.




"청운은 천하제일의 문파로 역사가 깊고 법술이 뛰어나 세인의 존경을 받고 있지. 어린 나이에 명문의 제자라니 장래가 아주 밝겠군."


"과찬이십니다. 청운문엔 인재가 많지만 저는 능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너무 겸손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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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사실 주인공이에요. 존나 쎄죠 ㅎㅎ




"바삐 길을 오신 모양인데 어디로 가십니까?"


"세상이 끝없이 넓으니, 산과 호수를 유람하며 정처 없이 떠돌고 있네."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우니 참 부럽습니다."


소범의 응수에 조용히 미소를 띄운 중년의 남자는, 이번엔 표정을 조금 바꾸어 말을 건네왔다.




"자네가 청운 제자라니,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겠는가?"


"말씀하십시오."


"난 수십 년간 선인들의 보물을 보는 게 꿈이었다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자네가 들고 있는 그 물건을 잠시 구경해보아도 되겠나?"


소범은 망설였다. 서혼곤의 모양새가 볼품 없어서만은 아니었다. 서혼곤은 한때 청운문의 수좌들도 내력을 알 길이 없어 조사를 포기한 기묘한 물건이었다. 자랑스레 보일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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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왜 보여달래...




"보여드리기 싫은 건 아니지만... 제 법보가 너무 변변치 않아서요."


"선인의 물건이 어찌 변변치 않을 수 있겠나?"


"제 동문들도 종종 비웃습니다."


서혼곤을 건넨 소범은 말을 이으면서도 자신이 왜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말까지 하는지 묘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동안 남자는 소범의 법보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매우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선생,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난 선인의 물건에 관심이 많아서 책을 많이 읽었는데,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저 법보에 혹시 자네의 정혈이 들어 있나?"


생각지 못한 남자의 질문에 소범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던 어느 기억들을 떠올렸다. 청운문 7맥 비무 대회 당시 소범은 처음으로 서혼곤이 자신이 흘린 피를 머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후로도 그런 느낌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소범은 애써 무시해왔다.




"이 물건은 보물 두 개가 합쳐진 것이네. 거기 들어 있는 구슬이 마교의 성물인 걸 아는가?"


"...뭐라고요?"


"그 구슬은 800년 전 마교 조사 흑심노인의 유물이네. 이름은... 서혈주지."


소범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만복고굴 적혈동에서 흑심노인의 과거가 담긴 환상을 볼 당시, 흑심은 마지막으로 서혈주라는 이름의 물건을 박쥐떼를 이용해 밖으로 내보냈었다.




"구슬의 내력은 아는 것 같고, 그럼 저 검은색 막대기는 무엇인지 아는가?"


"가르쳐 주십시오."


"저 막대기는 살기가 엄청나고 검은 빛이 감도는데, 본래 사람이 3장 안으로 접근하면 기혈이 역류해 죽게 되지."


"솔직히... 처음 이 물건을 봤을 때 멀리서도 몸이 무겁고 구역질이 나서 거의 기절할 뻔했습니다."


"정말 이상하군... 그런데 왜 안 죽었지?"


"예?"


"저 막대기는 본디 아주 흉한 물건일세. 이름은 '섭혼'이지."


소범은 이번엔 청운산 골짜기에서 막대기를 처음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남자는 설명을 계속 이었다.




"고서의 기록에 의하면, 섭혼은 흑철에서 태어나 천년에 걸쳐 모습을 이뤘으며 저승의 귀화와 사악한 혼백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네. 천년간 피를 보고 모습을 갖추며 귀신의 기를 모으고 혼백을 빨아들였네. 이런 흉악한 물건은 수백 년간 나타난 적이 없지. 그저 고서에 기록이 남아있을 뿐인데... 자네가 복이 많아 이런 귀한 보물을 두 개나 얻었군."


설명을 듣는 소범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갔다. 

무언가 의문이 풀리는 경험이 꼭 좋은 기분일 수는 없다는 것을 소범은 새삼 절감했다.




"이보게, 왜 그러나?"


"이럴 수가... 청운 제자가... 이런 사악한 물건을 사용하다니..."


"사악한 물건? 사악한 게 대체 무엇인가?"


"이 막대기가 수많은 생명을 죽였는데, 사악한 게 아닙니까?"


"죽인 사람이 많으면 사악한 건가?"


"예."


"사자와 호랑이도 양과 토끼를 잡아먹는데, 그럼 그들도 사악한가?"


"그건..."


"물론 자네에게 정과 사는 사람에 대한 거겠지?"


"...예."


"이보게, 자네 사문인 청운에 '주선검'이란 보물이 있는 걸 아는가?"


"선생이 그걸 어떻게 압니까?"


"주선검이 천년 전 정마 대전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였는지 아는가? 이 세상 모든 보물 중 가장 많은 목숨을 죽인 것이 바로 자네들이 신성하다 떠받드는 주선검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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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나? 난 만인왕일세. 세상을 주유하는 보통 사람일 뿐이지."


"보통 사람이 어떻게 이 많은 걸 알죠? 마교 사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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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에게는 정마의 구분이 그리 중요한가? 그렇다면... 왜 아직도 마교의 그 사악한 물건을 쓰려 하나?"


"사악한 물건이라도, 악을 없애는데 쓰면 바른 것이 됩니다. 난 떳떳해요. 문중의 주선검도 마찬가지죠."


"그런 생각을 하다니 정말 훌륭하군. 훌륭해... 그런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청운의 모든 사람보다 훌륭하네."


"당신은 대체 누구죠?"



이때, 옆자리에서 참다 못한 벽요가 결국 끼어들었다. 

그녀는 이미 많이 참았다는 듯한 매우 불만 섞인 표정이었다.




"아버지, 그만하고 가요."


귀왕은 딸의 칭얼거림에 마지 못해 일어섰다. 여긴 왜 왔냐는 딸의 뾰족한 물음에 귀왕은 여느 아비처럼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상심화를 꺼내보이며 딸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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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왕. 귀왕의 본래 이름이다.




이후 소범은 한동안 호기산에 머문다. 


마교의 장을 만난 소범은, 무엇보다 초묘촌 학살 사건의 의문을 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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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나를 만나서~♬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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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4
1


(3860122)

121.139.***.***

BEST
10편까지 보고 안봤었는데 이거도 게임으로 나오나보네 또 겁나게 경공이 경공했네로 끝날꺼같다
18.10.22 11:40
(3043408)

218.54.***.***

BEST
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 게임들 많이 나옴....
18.10.23 15:07
(741605)

49.161.***.***

BEST
정말 중국적 내용이네요 이게 게임으로 나오나보네요 잘 읽었습니다
18.10.20 14:17
(741605)

49.161.***.***

BEST
정말 중국적 내용이네요 이게 게임으로 나오나보네요 잘 읽었습니다
18.10.20 14:17
(3860122)

121.139.***.***

BEST
10편까지 보고 안봤었는데 이거도 게임으로 나오나보네 또 겁나게 경공이 경공했네로 끝날꺼같다
18.10.22 11:40
(2624417)

124.61.***.***

드라마 홍보임? 게임 홍보인줄 알았네
18.10.22 22:17
(3043408)

218.54.***.***

BEST
네코마루
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 게임들 많이 나옴.... | 18.10.23 15:0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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