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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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레이드 앤 소울 스토리 총정리 1부 - 현재 페이지 ●- 세계관 및 역사
■ 블레이드 앤 소울 스토리 총정리 2부
- 1막~9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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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들은 예외 없이 갈림길로 인도되었다.
연옥의 판결이 그 길의 이정표였다.
사자(死者)들의 기로 '연옥'
누군가는 현계로 환생했다. 누군가는 선계로 인도되었다. 또 누군가는 지옥으로 떨어졌다. 죽은 자가 처음 머물며 판결을 기다리는 연옥은 지옥과 함께 명계에 속했다.
가끔은 길을 잃고 헤매이는 영혼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모두가 명계의 바다를 건너 제 갈 길을 찾았다. 오직 마계만이 길 없이 격리되어 있었다. 그곳은 본래 인간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종의 이계였다.
누가 언제 세상을 이리 나누어 놓았는지는 모른다. 그저 존재해온 세상의 섭리였다.
<현계, 선계, 명계, 마계>로 나뉘어진 삼라만상
현계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크게 네 종족으로 구분되었다.
전설의 동물 현무의 기운을 타고난 총명한 진족. 용의 기운을 물려받은 강인하고 용맹한 곤족. 봉황의 기운을 타고나 아름답고 우아한 기품을 가진 건족. 기린의 힘을 이어받아 뛰어난 교감과 영적 능력을 지닌 린족.
2000년 전, 네 종족의 왕들은 현계의 사대륙에 나라를 세웠다. 남방 대륙에는 진족이 나류국을, 북방에는 곤족이 불라국을, 서방에는 건족이 서천국을, 마지막으로 동방에는 린족이 동진국을 건국했다. 이는 선계로부터 내려진 천명(天命)에 따른 결과였다.
처음 네 종족의 왕이 천명을 받았던 곳은 남방 대륙의 <건원성도>라는 지역이었다. 천명이 내려진 이후 이 지역의 일부는 하늘로 떠올라 부유하는 땅 <천원도>가 되었다. 그리고 파여진 땅은 <천상분지>라 불렸다. 또한 서방에는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 의해 <세신교>라는 종교가 창시되었다. (※ 불교 모티브) 서천국은 세신교의 총본산이 된다.
천명에 따라 사대륙에 자리잡은 네 종족
1000년 전, 나류국이 사대륙을 제패했다. '법기'라 부르는 기계 병기를 앞세운 덕분이었다.
하지만 뭣보다 큰 공을 세운 것은 나류국의 대장군 천진권이라는 자였다. 뛰어난 문무를 겸비한 그는 영수(靈獸)를 길들여 대륙 정벌에 앞장선 공으로 무신(武神)의 칭호를 얻었다. 이에 따라 천진권의 스승인 왕실 삼원로가 천진권을 수련시켰던 장소는 <무신의 회당>이라 이름 붙여진다.
다만 천진권은 나류국 황실의 서자 출신이었다. 따라서 그의 형제들은 천진권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겼다. 결국 그들은 천진권을 반역자로 몰아 음해를 시도했다. 승전보가 울려 퍼지며 천진권이 전장에서 귀환하던 날, 영웅이었던 무신은 한순간에 역모를 꾀한 대역죄인이 되어 참수 날짜까지 정해진다.
영웅에서 반역자로 추락한 무신
"천하사절이 되거라. 이 역모를 벗을 수 있는 건 그뿐이다."
제자의 감옥을 찾아온 삼원로 적운의 말이었다. 천하사절. 마계를 지배하는 마황이라는 존재가 현계에 간섭하기 시작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선계가 신공을 전수하려는 네 명의 적격자.
나류국은 사대륙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법기 운용의 동력원이 되는 '영석'을 과도하게 채굴하는가 하면 지맥을 타고 흐르는 천하만물의 기운 '용맥'마저 무분별하게 개발하여 차원의 뒤틀림을 불러왔다. 이러한 균열은 결국 마계와 연결되어 세상을 조금씩 탁기(마계의 기운)로 물들이기 시작했고, 균열의 틈은 점점 더 벌어져 마귀들의 습격까지 빈번히 일어났다.
사실 적운, 청운, 백운 세 명의 선사로 이루어진 삼원로는 본래 선계의 신탁을 받아 마황과 맞설 인물을 찾기 위해 현계로 내려온 이들이었다. 나류국의 왕은 이들에게서 지혜를 구하고자 왕실에 머물기를 간청했다. 그 와중에 삼원로가 찾아낸 마지막 적격자가 바로 나류국 왕의 서자 천진권이었다.
마황 강림을 막기 위해 선계에서 내려온 세 명의 선사
천하사절이 되어 신공을 전수받으면 더 높은 경지에 이를뿐만 아니라 불로장생의 몸이 된다. 하지만 천진권은 그 역할의 무거운 책임을 부담스러워했다. 자신의 손에 세상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버거운 일이었다. 마황과의 싸움에서 약점이 되지 않기 위해 걸머진 '인연을 만들지 말라'는 조건도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뭣보다 망설여지는 이유는 자신이 그럴 그릇이나 되는지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격이 없는 게 아니다. 이건 오히려 네가 행해주길 우리가 부탁하고 있는 것이야."
천진권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백운선사가 힘주어 말을 이었다.
"천하사절이 되어 마황과 싸워다오. 부탁하마."
삼원로는 제자가 답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이윽고 제자가 입을 열었다.
"제가 감히 그럴 수 있는 자격이 된다면... 기쁘게 받겠습니다."
어차피 자신은 서자 출신. 권력의 야욕도 없었고, 반역자로 몰린 마당에 목숨도 아까울 것은 없었다. 여인을 만나 가정을 꾸릴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천진권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무신의 결단
"안녕하세요. 비월이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만난 천하사절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입신의 경지에 이른, 절정의 고수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검선 비월. 그녀는 내공을 철저히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에 쥐어진 검은 그 존재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했다. 그것은 차원의 결마저 찢어낼 수 있다는 신묘한 검 귀천검이었다.
귀천검의 주인 비월
"난 익산운일세. 왠지 자네와는 잘 맞을 듯하구먼. 잘 왔네. 잘 왔어."
"홍석근이라 하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선택해주어 고맙소이다."
나머지 두 천하사절은 모두 작은 체구를 가진 린족이었다. 하지만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온갖 술법에 능통하다는 환귀 익산운,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 역왕 홍석근. 천진권은 그들에게 공손히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 같은 천하사절이 되었다고는 하나 학식과 연륜은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자들이었다.
무시무시한 노인네들
넉살 좋은 성격의 익산운은 새로이 함께하게 된 천진권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어느 밤, 그는 마귀들과의 긴 싸움에 지친 무신을 데리고 만월관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곳은 나류국 전체를 통틀어 술이 가장 맛있다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무신은 술보다 다른 존재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만다.
"저희 만월관 최고의 자랑을 소개합니다."
조방꾼의 소개와 함께 한 여인이 방 안에 들어섰다. 순간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주변의 모든 불빛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아니 마치 그런 것만 같았다. 기방의 현란한 장식도, 화려한 보석들도 그녀 앞에선 감히 제 가치를 뽐내지 못했다.
그녀의 이름은 유란. 그것이 그와 그녀의 첫 만남이었다.
유란과 무신의 만남
기녀란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고귀한 존재였다. 춤, 노래, 시조, 화예, 학문 등 수많은 문예와 풍류에 통달한 그녀들 중에서도 유란은 당대 최고의 기녀로 꼽혔다. 그런 그녀였기에 더욱 무신 천진권의 순수한 매력을 한눈에 알아보았으리라. 유란과 천진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강렬히 끌렸다. 천진권은 자신의 운명에 걸린 금기도 상관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는 곧 아이마저 생겼다. 하지만 그 인연은 예정된 비극이었다.
마황이 강림했다.
나류국 왕실의 누군가가 천명제를 치렀다. 천명제란, 현계의 인간들이 선계의 문을 열기 위한 의식이었다. 문을 열고 하늘로부터 '천인'으로 간택 받으면 황제로서의 정통성과 권위를 인정받고 만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의식의 이면에는 매우 위험한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었다.
...대용맥에 천인의 피를 뿌리면 황룡이 깨어나 하늘로 승천하리라. 천명을 받을 자가 하늘의 간택을 받게 되면 선계의 문이 열리고 백룡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어둠의 간택을 받게 되면 마계의 문이 열리고 흑룡을 맞이할 것이다. 경고하노니 하늘에 검은 꽃이 필 때 천명제를 지내지 말지어다. 경고하노니 귀천검이 어둠에 떨어질 때 천명제를 지내지 말지어다. 경고하노니 어둠을 담을 그릇이 있을 때 천명제를 지내지 말지어다. 만약 그때 천명제를 지낸다면, 세상은 흑룡으로 검게 물들고 인간은 어둠의 왕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자격 없는 자가 천명제를 행하면 선계의 문이 아닌 마계의 문을 열게 된다. 어떠한 조건을 충족하면 어둠의 왕을 부를 수도 있었다. 즉 천명제는 마황을 강림시킬 수 있는 의식이기도 했던 것이다.
선계 또는 마계의 문을 여는 의식, 천명제
누가 어떠한 의도로 그것을 행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오래전부터 마황의 부활을 목표로 하는 비밀 조직이 존재한다는 풍문만이 있었을 뿐이다. 나류국이 한때 용맥과 영석을 무리하게 파헤쳐 차원의 균열을 발생시킨 것도 그들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다. 깊고 은밀한 곳에서 누군가는 그들을 <흑룡교>라 불렀다.
마황 강림을 통한 인류 구원을 교리로 내세우는 흑룡교
남방 대륙에 강림한 마황은 그곳을 순식간에 사막화시켰다. 마황에겐 그를 따르는 '마왕'과 '마녀'들도 존재했다. 그들은 하나하나가 강대한 힘을 자랑했지만 현신을 위해선 마황과 마찬가지로 제각각의 '그릇'이 필요했다.
마족의 군세는 나류국의 성지였던 천원도로 밀려들어왔다. 그들의 탁기는 그곳을 지키던 영수와 장군, 법기들을 모두 타락시켰다. 나류국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막지 못했고, 결국 천원도의 요새는 함락되고 만다. 훗날, 성지 천원도는 <파천성도>라 불리게 된다.
탁기에 오염된 부유섬 '파천성도'
천진권은 마황과의 결사항전을 앞두고 급히 삼원로의 도움을 받아 <무신릉>을 만든다. 그는 그곳에 자신의 피를 이은 자만이 자신의 신공을 얻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든 뒤 신공을 봉인했다. 자신과 같은 핏줄을 찾아내는 기능을 가진 도구는 무신반이라 이름 붙였다. 훗날 이 천진권의 신공은 무신의 비보라는 이름으로 구전된다.
무신의 후예만이 무신의 신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마황에 의해 남방 대륙이 사막화됨에 따라 나류국 역시 폐허가 되어 결국 멸망했다. 많은 영수와 법기들이 탁기에 오염되거나, 오염되기 전에 스스로를 봉인했다. 하지만 천하사절만큼은 끝까지 필사의 혈투를 치렀다. 길고 버거운 전쟁이었다. 결국 무신이 마황과 동귀어진을 노려 함께 봉인당하는 것으로 전쟁은 일단락이 지어진다.
멸망해버린 나류국
무신의 실종 소식에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 유란이었다. 하염없이 기다려도 무신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아침, 그녀는 기방을 떠났다. 그녀는 무신의 아이와 함께 새 삶을 살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기방의 보호가 사라지자 곧 기녀 시절의 유란에게 앙금을 품었던 자가 나타나 그녀에게 해를 가하고 만다. 뱃속의 아이를 감싸 안고 차디찬 눈 밭에서 서서히 죽어가던 유란의 귓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매우 탁기 어린 음성이었다.
"복수하고 싶은가?"
유란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저, 그분을 다시 보고 싶을 뿐이었다.
유란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
탁기 낀 목소리는 기꺼이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었다. 귀기스런 탁기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녀는 이제 불로장생할 것이다. 누구도 그녀에게 함부로 해를 가할 수 없을 것이다.
유란은 갈마왕의 그릇이 되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갈망을 이루기 위한 그 어떤 행동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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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이 흘렀다. 한때 위용을 자랑했던 나류궁의 대들보는 사토 속에 고요히 묻혔다. 하늘을 탁기로 물들였던 흑룡의 노여움도 잊힌 지 오래다. 천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대륙을 호령했던 천씨 왕조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나타난 것은 섭씨 왕조였다.
천명제로 새로이 정통성을 확립 받은 그들은 몰락한 고대 나류국의 폐허 옆 건원성도에 터를 잡고 다시 한 번 사대륙에 위세를 떨쳤다. 운국(雲國). 강호인들은 그곳을 그리 불렀다.
남방 대륙 건원성도에 도읍을 정한 운 제국
고대 나류국의 유산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나류국의 왕실 경호대였던 <무영단>은 운국의 통치를 거부하고 비밀조직화되어 무신의 비보를 지켰다. 속세와 떨어져 깨달음을 추구했던 <세신교> 역시 서방의 총본산 주법사를 중심으로 조용히 명맥을 이었다.
무신이 사라진 이후 천하사절의 나머지 세 명은 각자의 삶을 살았다. 검선 비월은 북방 설원 험지에 위치한 비월봉에 자리 잡고 은거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무공을 배우고자 하는 자들이 소문을 듣고 몰려왔고, 그중 몇 수 정도 배운 자들은 <백청파>라는 검술 문파를 만들어 강호에 이름을 떨쳤다.
역왕 홍석근은 속세와 완전히 떨어진 남방 대륙 끝자락 '무일봉'이란 곳에 정착하고 직접 <홍문파>를 만들었다. 첫 제자는 도천풍이라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도탄에 빠진 민초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어느 날 무일봉을 뛰쳐나와버린다.
동방 대륙의 남쪽 수월평원에는 많은 수인족과 원시 부족들이 그들만의 생태계를 이루어 살아갔다. 고대부터 동방에 살았던 동진국의 후예 린족 역시 이곳에 <영린촌>이란 마을을 이루었다. 환귀 익산운은 이 근방에서 계속 향락을 즐기며 살아갔다.
강호에도 많은 문파가 존립했다. 무림 최고의 살수 집단이라 불리는 <흑사문>, 기공술로 명성 높은 <도현문>, 북방의 곤족 역사들로 구성된 <한곤파>, 남방 섬에 위치한 권술 명문 <남도파>, 점괘로 유명한 <명환파>, 격사로 이루어진 <탄포사>, 주술 문파로 알려진 <곤륜파> 등 많은 명문들이 명성을 떨쳤다. 세간에 이들은 <백청파>와 함께 팔대문파로 불렸다. (※ 탄포사는 한참 후에 만들어진다. 자세한 것은 후술.)
크게 정파와 사파로 구분되었던 이들 강호인들은 제각각 무림맹(정파), 혼천교(사파) 두 세력으로 뭉쳐 대립하기도 했다. 주로 수요가 부족한 영석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었다. 강호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문파나 집단이 이 두 세력 중에 하나에 속했기 때문에 무림인들은 그 두 세력을 통틀어 <천하쌍세>라 불렀다.
무림을 양분하는 천하쌍세
운국을 통치하는 황제에게는 몇 명의 적자가 있었다. 그중 첫째 섭무는 서방의 제후를 맡았다. 셋째 섭광은 동방 유주의 제후를 맡았다. 그러나 천명제를 통해 황위를 이어받은 것은 막내 섭환이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첫째 섭무는 서방 대륙에서 직접 천명제를 거행했다. 그리고 당연히 실패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마황은 강림하지 않았지만 서방은 탁기에 물들어 완전히 몰락했다. 이를 수습할 능력이 없었던 운국은 서방에 대한 통치를 포기했고, 이후 그곳은 죽음의 땅 <서락>이라 불린다.
서락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탁기는 북방의 대륙마저 수라도로 만들었다. 피난민들의 일부는 생존을 위해 동방 대륙으로 떠났고, 일부는 서방에 남아 생태계 복구에 힘썼다. 고대부터 서방에 살아왔던 서천국의 후예 건족 역시 천건수(天乾樹)의 힘으로 땅을 일부 정화하여 맥을 이었다.
명계와 가장 가깝게 맞닿은 죽음의 땅 '서락'
동방의 유주 제후 셋째 섭광 역시 비슷한 운명을 맞이했다. 황제로 인정받지 못한 실망감에 술과 향락에 빠져살던 그는 어느 날 나타난 미모의 기녀에게 빠져 그녀가 종용하는 대로 결국 또다시 천명제를 치르고 만다. 천명제에 필요한 천인의 피는 자신의 여동생 섭설 공주를 제물로 바쳤다. 곧, 유주의 수도 고도시에도 마계의 문이 열리고 탁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탁기에 오염되기 시작한 고도시
다만 유주는 서락과 다르게 운국 좌장군 도융이 발 빠른 대처를 하여 피해를 최소화시켰다. 도융 장군은 우선 탁기가 고도시 바깥으로 퍼지지 않도록 모든 문을 폐쇄했다. 이어서 이미 탁기에 물든 주민들을 눈물을 머금고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는 '탁기에 물든 인간은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자신의 아내마저 베어버리는 솔선수범을 보여 병사들로 하여금 학살을 망설이지 않도록 해야 했다.
이때 도융의 아들 도유한은 어머니가 죽는 과정을 지켜보며 깊은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도융을 도우러 왔던 악교족(악어족) 부족장 악교천왕은 자신의 친구 도융을 직접 죽여야 했다. 이 사태를 초래한 제후 섭광은 자신이 죽인 여동생의 시신 곁에서 현실을 부정하며 비참하게 죽는다.
이 모든 비극은 계획된 것이었다. 섭광이 천명제를 치러 마계의 문이 열리도록 종용했던 기녀. 마황의 대리인으로서 흑룡교를 이끄는 그녀의 목적은 바로 무신의 재림이었다.
스산한 피안개 사이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유란은 천 년 만에 만난 낭군을 미소로 맞이했다.
아무나 소화하기 힘들다는 올빽 장발...
마황과 동귀어진 했을 당시 무신은 자신의 몸에 흘러들어오는 마황의 탁기에 저항하지 못했다. 사실 천진권의 마음 깊은 곳엔 어릴 적부터 서자 출신이라 무시받았던 상처들, 형제들에게 음해를 받아 반역자로 몰렸던 때의 분노들이 고스란히 내재되어 있었다. 그러한 심마는 결국 무신을 타락시키는 원인에 일조했다.
다만 무신은 다른 자들과 다르게 탁기를 자신의 마공으로 승화시켜 마공의 극의인 극마지체의 경지에 도달했다. 신공의 절대경지 중 한 축인 홍문오의와는 정반대의 반열이었다. 타락했다고는 하지만 그의 목적 또한 불분명했다. 분명한 건 유란은 그와 뜻을 함께 했다.
표면적으론 마황을, 내심 무신을 우선 따르는 유란
극마지체의 경지에 도달하면 자신의 탁기를 완전하게 숨길 수 있었다. 무신은 마침 귀도시의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달려온 천하사절 비월, 홍석근, 익산운과 재회하여 그들과 함께 마족을 섬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천하사절은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오랜만에 만난 동료의 모습에 특히 익산운은 매우 기뻐했다.
오랜만에 다시 뭉친 천하사절과 고대의 영수들은 십여 일의 싸움 끝에 마물들을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귀문관에 봉인하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역왕 홍석근은 귀문관 뒤편 산 하나에 구멍을 뚫어버린다. 악교족은 더 이상 탁기가 퍼져나가지 않도록 고도시 전체를 포위했다. 이후 몰락한 유주의 고도시는 <귀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이거 실화냐
"이봐, 비월. 어쩔 셈이야? 자네 설마...?"
익산운이 황당한 목소리로 물었다. 천하사절은 조금 전 귀도시의 무너진 잔해 사이에서 한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는 이제 막 탁기에 물들어 괴로워하고 있었다. 익산운은 아이가 마물이 되기 전에 얼른 명계로 보내주자 했지만, 비월은 아이를 가여이 여겨 거두기로 한다. 탁기를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줄 참이었다. 아이가 정신을 차리자 비월이 이름을 물었다. 소녀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힘겹게 답했다.
"진... 서연..."
서연은 본래 서방 대륙 출신이었다. 탁기로 인해 고향이 몰락하자 피난민 사이에 끼어 동방으로 넘어왔던 소녀는 또다시 같은 재앙을 겪어야 했다. 다행히 이제 비월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익산운이 투덜대는 것도 일면 당연했다. 탁기에 물든 진서연을 거둔다는 것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무공을 전수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제자를 두는 것이고, 즉 연(緣)을 만든다는 것이다. 무일봉에 문파를 만든 홍석근에 이어 비월까지. 천하사절에게 걸머져 있는 '인연을 만들지 말라'는 약조는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깊은 인연을 만들 경우, 반드시 비극의 화근이 될 것이라는 선계의 당부는 오래전 모두가 동의했던 바다. 하지만 비월은 기어코 서연을 거두어 비월봉으로 데려간다.
하필이면 겁나 추운 데로 데려간 비월
서연은 비월봉에서 수련 생활을 하며 백청파 검술 사범의 아들 건마, 그리고 운국 판관 진태평의 노비 소양상이라는 소년과 가깝게 지냈다. 건마와는 주변에 또래가 별로 없어 심심해하던 차에 우연히 만나 가깝게 지내게 되었고, 노비 소양상은 그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종종 도와줬던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서연의 배려심 깊고 올곧은 심성은 건마와 소양상 모두에게 깊은 신뢰감을 주었다.
하지만 비월봉 근처에 자리 잡고 살아가던 백청파 문인들은 서연을 곱게 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떠받들던 비월은 아무리 간청해도 지금껏 정식 제자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탁기에 오염된 노비 출신의 여자아이가 나타나 제자가 되었다고 하니 질시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서연과 가깝게 지낸 두 소년
그러나 서연과 비월에게 일어난 비극은 예상치 못한 자의 손에 의해 일어났다. 서연이 소양상의 어려움을 돕다가 해를 당하자 비월이 그녀를 구하고 내공을 주입해주던 도중, 무신이 나타나 기습을 해온 것이다. 무신의 목적은 귀천검이었다.
내공주입 중 공격을 받은 비월은 주화입마에 빠졌다. 뒤늦게 나타난 익산운과 홍석근이 어찌 된 일인지 묻자 무신은 이를 진서연의 소행으로 꾸며서 둘러댔다. 탁기에 잠식된 서연이 비월을 해치고 귀천검을 훔쳐 달아나려 했다는 것이다. 홍석근은 미심쩍어 했지만 평소 서연을 좋지 않게 보았던 익산운은 무신의 말을 냉큼 믿고 서연을 추궁했다. 하지만 서연은 항변조차 하지 못했다. 입을 막으려 한 무신의 공력이 그녀를 향했고, 그 순간 마지막 힘을 짜내 서연의 앞을 막아선 비월이 대신 화를 입은 것이다.
그렇게 천하사절 비월은 명을 다했다. 무신은 서연이 마지막 발악으로 휘두른 귀천검에 의해 얼굴에 흉터를 얻었고, 서연은 절망감과 함께 벼랑 아래 강물로 추락하며 정신을 잃었다. 이후 귀천검은 홍석근이 회수하여 숨겨놓는다.
선계로 돌아간 비월
비극을 맞이한 자는 또 있었다. 애초에 소양상은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한 미끼로 쓰였었다. 소양상을 가두어 일부러 비월의 제자 서연을 유인했던 소양상의 주인 판관 진태평. 그는 사실 흑룡교의 일원이었고, 따라서 무신의 명령대로 행동한 후 소양상의 이용 가치가 떨어지자 그를 내쫓고 그의 친모는 죽여버린 것이다.
며칠을 목놓아 울고 또 울던 소양상은 결국 결심했다. 신분 따위 존재하지 않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노라고. 수십 년 후, 소양상은 거대 산적 집단 <녹림도>의 대두령이 된다.
백청파 문인들은 '서연이 스승을 죽이고 검을 훔치려 했다'는 이야기에 그년이 그럴 줄 알았노라며 혀를 찼다. 검술 사범 건야행을 비롯한 문파원 대부분이 그 사실을 다른 문파에 적극 알리며 진서연을 찾아내어 척결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건마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서연은 절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었다. 적어도 진서연이 백청파에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서방에서부터 귀도시, 비월봉까지 너무나 많은 비극을 겪은 진서연
몇 날 며칠을 표류하다 정신을 잃었던 서연이 눈을 뜬 곳은 남방 대륙 건원성도 부근에 위치한 <곤륜절벽>이라는 곳이었다. 주술 문파로 이름 높은 곤륜파 문주의 딸 손반이라는 어린 소녀가 정신을 잃은 그녀를 발견하고 데려온 것이다. 머나먼 남쪽 대륙이어서인지 아직 비월봉 사건은 곤륜파의 누구도 알지 못했다. 따라서 곤륜파 문주 역시 비월의 제자인 서연을 문파 내에서 마음 놓고 쉴 수 있도록 조처해주었다.
달조차 뜨지 않던 그날 밤, 서연은 절벽 끝에 걸터앉아 어둠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정리되지 않은 채 머리에 웅웅거렸다. 복수를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도망을 쳐야 할까. 간다면 이제는 어디로? 어디인들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며칠 후, 서연은 손반과 함께 다시 절벽에 올랐다. 그날은 어둠 대신 황혼에 비친 절경이 보였다. '주리아'라는 애칭을 가진 손반은 서연을 친언니처럼 따르며 좋아했다.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지 못해 한동안 닫혀있던 서연의 마음을 다시 녹이기 시작한 것도 그녀였다. 복수를 떠올리는 서연이 충동을 억누를 수 있게 해준 것 역시 그녀였다. 한동안 두 소녀는 마치 자매처럼 지냈다.
곤륜파 문주의 외동딸 손반
하지만 비극의 운명은 언제나처럼 집요했다. 비월봉 사건은 결국 곤륜파 문주의 귀에 들어갔고, 이에 분노한 문주는 즉시 서연을 탁기에 물든 마황의 수하라 몰아붙이며 죽이려 들었다. 심지어는 손반이 서연에게 선물했던 가문의 보검도 그녀가 훔친 것으로 간주했다. 서연이 아무리 진실을 말하려 해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끝없이 반복되는 배신과 비극에 서연은 결국 세상에 완전하게 실망하고 말았다. 아무리 극복해보려 발버둥 쳐봐도, 운명은 언제나 잔혹하고 집요하게 그녀를 괴롭혔다. 결국 그녀는 얼마 전부터 자신의 귓가에 끊임없이 속삭여오던 목소리에 마음을 내주고 만다. 그녀는 이제 진실로 마황의 수하가 되었다.
이제 진실로 섹시해졌다.
복수의 길로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우선 차분한 마음으로 눈앞의 곤륜파부터 멸문시켰다. 손반에겐 손대지 않았다. 대신 손반의 눈앞에서 그녀의 아버지를 죽였고, 문파 내에 단 한 명도 남김없이 모조리 살해했다. 백청파에 돌아가서도 마찬가지였다. 건마에겐 손대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모조리 학살했다. 한치의 자비도, 망설임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두 문파에서 벌인 이 살육조차도 그녀가 앞으로 할 일에 비하면 아주 소소한 일이었다. 훗날 그녀가 세상을 서로 가족끼리, 연인끼리 살점을 물고 물어뜯는 지옥도로 만들 때, 누군가는 그녀를 묵화마녀라 불렀다. 그녀는 유란보다도 더 충실하고 강력한, 새로운 마황의 대리인이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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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운 제국은 계속되는 탁기의 재앙으로 인해 국력이 약화되고 있었다. 무일봉을 뛰쳐나왔던 홍석근의 제자 도천풍은 운국의 황실 경호대장이 되었다. 그는 운국의 황후 남설린이 어진 마음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잘 보살펴줄 것이라 판단하고 그녀의 호위무사가 되길 자처했다.
남설린은 원래 군마염이라는 무인과 서로 연모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군마염이 무과에 급제하여 혼인을 이야기하기 전에 남설린은 황후로 간택 받아 궁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군마염은 운국의 대장군이 되어 그녀의 곁을 지켰다.
운국 황후 남설린
어느 날, 운국의 하늘에 문이 열렸다. 그곳에서 내려온 한 명의 여인은 사람들에게 '선계에서 내려온 선녀'라 받아들여졌다. 그녀는 곧 운국 황제 섭환의 귀비가 되었다. 백성들은 경외를 담아 그녀를 악귀비(顎貴妃)라 불렀다. 하지만 그것은 남방 대륙에 시작된 또 하나의 재앙의 전조였다.
악귀비는 천명제와는 또 다른 '제천의식'이라는 행위를 통하면 '내가 있었던 세계'로 갈 수 있다며 황제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의식을 치르게 하였다. 많은 백성들이 제천의식을 통해 현계 너머 어딘가로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들이 선계로 넘어가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악귀비가 말한 '내가 있었던 세계'는 선계가 아닌, 명계였다. 명계는 살아있는 자가 가서는 안되는 금기의 영역. 다만 악귀비는 한 번도 자신의 입으로 직접 선계에서 넘어왔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착각하게 내버려 뒀을 뿐, 그녀가 무얼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저 그녀의 배후에 흑룡교가 암약하고 있다는 것만이 알려진 전부였다.
까불면 턱으로 찌를 기세
운국 대장군 철무괴 역시 제천의식을 믿고 가족을 선계로 보냈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환귀 익산운의 점괘를 통해 가족이 간 곳이 선계가 아닌 명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철무괴는 악귀비에 따져 물으러 갔지만 그녀는 만나 주지조차 않았다. 이미 그녀는 운국 권력의 핵심이 되어 있었고, 환락에 빠진 황제를 비롯해 나라의 관료들조차 그녀의 편이 되어 누구도 귀 기울여주지 않는 상황이었다.
분노한 철무괴는 결국 봉기를 일으켰다. 그는 우선 자신의 군함을 이끌고 나아가 전 해상에 흩어져 있던 해적들을 하나로 통합했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선단을 충각단(衝角團)이라 이름 붙였다.
이러려고 장군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철무괴는 철저히 실력 위주로 조직을 운영했다. 그러자 그간 무의미한 싸움을 반복하는 천하쌍세와 썩어버린 조정에 질린 많은 무인들이 충각단으로 모여들었다. 먼저 동해함대의 함대장을 맡은 건 철무괴와 오래 알고 지냈던 벗 해무진이라는 자였다. 천한 출신성분 때문에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은광일, 은광이, 은광삼 남매는 충각단 남해함대의 지부장 및 간부를 맡았다. 막소보와 태장금 역시 실력만으로 인정받아 보급기지의 주요 요직을 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4대륙 해상의 패권을 장악한다.
충각단으로 모여드는 인재들
한편 악귀비는 운국 황후 남설린과 군마염도 제거하려 들었다. 흑룡교를 위시한 귀비의 세력이 급습해오자 군마염은 남설린을 데리고 서둘러 은신했다. 하지만 악귀비는 남설린을 아예 군마염과 정분이 나 도망친 파렴치한 여자로 몰았고, 군마염은 어느새 역모를 꾀한 반역자가 되어 있었다.
운국 우장군 거거붕은 군마염의 의형제였다. 하지만 그는 남설린과 군마염을 도망치게 한 후 붙잡혀버렸고, 결국 역모죄로 몰려 처형당했다. 이후 거거붕은 흑룡교에 의하여 부활하여 요마왕의 그릇이 된다.
남설린의 호위무사였던 도천풍은 소란통에 황제 섭환과 남설린 사이에 태어났던 갓난아기 섭소유 공주를 먼저 불타는 가옥에서 구출해야 했다. 이후 도천풍은 섭소유를 지키기 위해 아이의 성을 바꾸고 일반인 신분으로 위장한 후 남쪽의 작은 마을 <대나무 마을>에 은거했다. 자신의 어린 아들 도단하와 함께였다.
세 남자의 리즈 시절
한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자 군마염은 아예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을 데리고 동방의 강류시로 넘어가 거병했다. 썩어버린 귀주의 귀족들을 몰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얼마 후 군마염은 그곳에 나라를 세우고 풍국(風國)이라 이름 지었다. 군마염은 그 풍국의 초대 황제가 되었고, 남설린은 그의 황후가 되었다. 곧 그들 사이에도 군마혜라는 어린 딸이 태어난다.
물론 이리 급하게 만든 나라의 앞날이 시작부터 순탄할 리는 당연히 없었다. 운국과 풍국. 이른바 풍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동방 대륙 북쪽의 강류시에 세워진 풍국
얼마 뒤 운국의 섭환 황제가 사망했다. 악귀비의 말에 따르면 병환 때문이라 했지만 이조차 정확히 아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 나라의 대소사가 모두 악귀비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섭환과 자신 사이에서 태어났던 어린 아들을 새로운 황제 자리에 앉힌 뒤 수렴청정을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악태후가 되었다.
풍운 전쟁의 초반 승기는 운국이 우세했다. 아무리 운국이 쇠락했어도 그들에겐 천년 왕국의 뿌리 깊은 국력이 있었다. 하지만 전세는 얼마 가지 않아 바뀌기 시작했다. 풍국에 새로이 나타났다는 한 명의 태사 때문이었다.
태사 진서연.
그녀의 뛰어난 책략과 고강한 마공 앞에 운국은 계속 패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존재로 인해 벌어진 현상은 단순히 전쟁의 승리뿐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지나간 곳은 민간 마을마저 탁기로 물들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수라장이 되는 등 폐해가 심각했다.
진서연이 어찌하여 풍국의 태사가 되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다만 그녀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군마염의 얼굴을 본 자는 없었다. 항상 두터운 투구와 법기를 몸에 두르고 아주 간혹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간혹 수다를 좋아하는 이들 입에선 남설린 황후가 딸 군마혜를 낳고 산고로 죽자 상심한 군마염 황제가 정치에 뜻을 잃었고, 그 틈에 진 태사가 실권을 장악했다는 이야기가 떠돌곤 했다.
권력마저 손에 넣은 진서연은 차근차근히 복수를 진행해 나갔다. 곤륜파와 백청파는 물론, 무신과 손잡아 자신과 사부를 함정에 빠뜨렸던 판관 진태평은 그의 딸 진소아가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그가 머물던 조장원과 그 일가는 모조리 불태워졌다.
본격적인 복수의 길을 밟는 서연
남은 건 무신을 비롯한 천하사절뿐. 그녀는 우선 동방 대륙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익산운을 찾아다녔다. 익산운은 비월봉 사건 당시 무신과 함께 서연을 공격했다가 비월에게 심각한 내상을 입은 후 한동안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사실 당시 익산운은 내상을 치료하지 못하여 수월평원 영린촌 근처에서 쓰러졌었다. 그리고 이를 발견하고 간호해준 것은 영린촌의 주민 구은지였다. 그들은 금세 가까워져 한동안 영린촌에서 부부처럼 지냈다. 익산운마저 천하사절의 금기를 깬 것. 하지만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자신을 추격하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점괘를 통해 알게 된 익산운은 마을에 화를 입히기 전에 영린촌을 떠났고, 구은지는 그대로 마을에 남았다. 사실 구은지는 익산운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지만 이 사실을 숨겼다. 이후 아들을 낳은 구은지는 아이에게 일심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진서연은 마황 강림을 위한 천명제에 사용할 영석을 확보하고 익산운을 찾을 겸 영린촌을 습격했다. 이때 구은지는 끝까지 익산운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고 버티다 사망했다. 살아남은 일심은 그날부터 익산운이라는 자를 자신의 원수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일심이 생각하기에 이 모든 사태는 그 자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 분명했다.
익산운이라는 이름에 사무친 일심
풍운 전쟁의 여파는 비극을 일상화시켰다. 곳곳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목놓아 울었다. 충각단 함대장 해무진이 포화란을 만나게 된 것도 그러한 상황 속에서였다.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언니가 꼭 지켜줄 테니까."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소녀 연화린은 이제 갓난아기의 불과한 자신의 여동생 연화란을 지켜야 했다. 그것이 아버지의 유언이기도 했고, 그녀의 삶의 이유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이 탁기에 물들어 미쳐버린 날, 포대에 쌓인 여동생을 안고 도망치던 연화린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잠시 포대기를 구석진 곳에 숨겨놓았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 그 장소로 돌아왔을 때, 여동생은 그 자리에 없었다. 우연히 그 근처를 지나가던 해무진이 혼자 남겨진 아기를 가여이 여겨 데려가버린 것이다. 이후 연화린은 필사적으로 동생을 찾아다닌다.
해무진이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그는 오래전 병 때문에 죽어가던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흑룡교와의 거래를 고심하다 결국 포기하여 아이를 잃은 기억을 갖고 있는 자였다. 이후 아내도 세상을 떠나고 나자 해무진은 충각단에서 나와 십여 년간을 실의에 빠져 지냈다. 그러던 중 전쟁으로 피폐해진 마을을 지나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데려다 키우기로 한 것이다. 해무진은 포대에 남겨져 있던 '화란'이라는 글자와 아기가 좋아하던 총포 장난감을 고려하여 아기에게 '포화란'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후 해무진은 충각단에 복귀하였고, 포화란은 충각단에서 다른 단원들과 함께 성장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몸이 약해 병으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해무진은 이번만큼은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망설이지 않고 흑룡교와 거래를 하여 포화란을 살려냈다. 거래의 대가는 포화란이 아닌, 해무진 자신의 몸이었다. 이제 그의 몸은 이제 언제든 마족의 의중에 따라 좌우될 운명이 되었다.
흉부를 보면 언니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저 아이, 혼자 살아남았다니까?"
"멀쩡해 보여도 마물이 될 게 틀림없어."
수군대는 사람들의 말대로였다. 설영 역시 탁기로 물들어 괴멸한 마을의 피비린내 사이에서 혼자 살아남은 아이였다. 사람들은 혹여나 탁기에 오염됐을까봐 소년을 멀리했다. 가족과 이웃이 마물로 변하여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니 그럴 법도 했다.
하지만 그런 소년에게 거리낌 없이 손을 뻗어준 또 다른 소년이 있었다.
"우리는 차별하지 않아."
거지들이 모여사는 <하오방>. 그곳에 거주하는 또래의 소년. 하지만 자신의 행색과 별다를 건 없었다. 하긴 전쟁통에 거지 행색이 따로 있을 리 만무했다. 손을 내민 소년은 자신의 이름을 이오락이라 했다.
오늘부터 우리 사귀는 거다.
"영아, 꼭... 기다리고 있어."
오락은 설영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서둘러 방원을 빠져나갔다.
이제 헤어져
홀로 남겨진 설영은 흑룡교도들의 손에 유린당했다. 그들은 설영에게 잠재된 내력을 알아보고 놀라워했다. 찾지 못한 방주 대신 설영을 데려가면 적어도 문책은 당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교도들은 반색을 표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착각이었다.
설영의 내력이 폭발했다.
제어되지 않은 그 충격의 여파는 흑룡교도뿐만 아니라 주변에 쓰러져 있던 하오방 일원들까지 모조리 해를 입혔다. 자신에게 이런 내력이 있었는지 알 리 없는 설영은 그저 저주받았던 자신의 탁기가 폭발한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드디어 마물이 된 것인가? 더 이상 하오방에 남아있을 수 없다고 느낀 설영은 절망감에 눈물을 흘리며 서둘러 방원을 나섰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모두 이오락의 탓이라고. 그가 나를 버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것만큼 아픈 일은 없었다.
그날 이후, 설영은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무천귀(騖天鬼)라는 별호로 강호에 존재를 알린다. 도움을 요청하여 뒤늦게 방원에 다시 돌아왔던 오락은 그저 설영의 시체가 없다는 사실에 그가 살아있다는 것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오방을 떠난 설영
한편 진서연에 의해 아버지와 집을 잃고 간신히 도망쳐 나와야 했던 소녀 진소아는 풍국의 병사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러나 도중 들킬 뻔했고, 그 순간 도움을 준 것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이오락이었다.
이후 오락은 소아가 설인에게 죽을 뻔한 상황에서도 한 번 더 도움을 준다. 소아의 눈앞에서 오락은 능수능란한 총포 기술로 설인을 쓰러뜨리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에 감명을 받은 소아는 어차피 갈 곳 없는 처지였기에 오락을 격사 스승으로 삼기로 했다. 마치 제자가 되어주겠다는 식의 다소 건방진 모습이었지만 오락은 흔쾌히 받아주었다.
하지만 오락과 소아가 함께 지내는 시간도 길지는 않았다. 어느 날 소아는 장총과 쌍권총 한 자루씩 들고 하오방을 떠났다. 꼭 복수만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세상을 떠돌며 견문을 넓히기 위함이기도 했다. 훗날 강호 무림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격사로 이름을 알린 소아가 보물 사냥꾼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오락이 듣게 되는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패션의 혁명을 선도하는 걸크러쉬 술주정꾼
시간이 흘렀다. 장씨 아저씨는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방주 육손도 하오방을 떠났다. 새 방주는 이오락이 되었지만 이 역시 아주 잠시간의 일이었다. 어느 날 오락을 찾아온 한 명의 노인은 오락이 잊고 지냈던 부모에 대한 궁금증을 되살렸다.
노인이 말하길, 자신의 딸이 처음 시집을 갔던 남자는 운국의 병사로 귀도시 사건 때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홀로 남은 딸을 다시 좋은 곳에 시집보내기 위해 노인은 딸이 갓 낳은 아이를 '탁기에 물들어 죽었다'는 거짓말과 함께 강류시 빈민촌에 버렸다. 총을 잘 쏘았던 아비의 특징을 따 '오락(烏落)'이라는 이름을 적은 쪽지와 함께.
눈가에 깊은 주름을 잡고 기침을 토하던 노인은 깊이 후회하고 있는 듯했다. 이후의 딸의 인생도 행복하지 못했기에, 노인은 모든 것이 자신의 업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자신을 용서하지 않아도 좋으니 어미를 한 번만 만나달라고 간청해왔다.
다음날 오락은 노인이 건네준 쪽지에 적힌 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남편이 죽었던 귀도시 근처에 머물며 아픈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오락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여인에게 말을 건넸다. 그녀가 말하길, 자신이 이곳에서 이런 희생을 감내하는 이유는 한 가지라고 했다. 남편과 죽은 아이를 돌보지 못한 것을 대신한다는 이유. 그것을 통해 자신이 위로받으려 하는 것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집으로 돌아온 오락은 곧 자신의 장총과 옷가지를 들고 하오방을 나섰다. 여인이 했던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탁기가 없어질 때까지... 아니면 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곳에 머물고자 합니다. 탁기를 위해 맞서 싸웠던 그 사람의 뜻을 조금이나마 잇고 싶어서요...'
사실 그동안 오락은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좀 달랐다. 좀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락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봇짐을 어깨에 둘러멘 오락은 바득바득 자신을 따라오겠다는 의동생 유희와 함께 얼마 후 <탄포사>라는 새로운 문파를 창설했다. 실력 있는 격사 문파로 순식간에 이름을 알린 탄포사는 멀지 않아 무려 팔대문파에도 어깨를 걸쳤다. 탄포사 문주 신묘(神妙) 이오락. 그 명성이 무천귀의 귀에 들어가는 것 역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장총 한 자루로 강호에 출사표를 던진 이오락
언제부터인가 강호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무천귀가 신묘를 이긴다.'
그럴 법한 이야깃거리였다. 무천귀도 이름난 격사였고, 신묘도 격사였으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좋은 소재였다. 하지만 승부보다도 오락은 확인해야 할 일이 있었다.
'돌아가도 유희에게 죽겠지...'
무천귀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인적 드문 폐가에 발을 디디며 오락은 그녀의 매서운 잔소리를 떠올렸다. 허구언날 문파를 비우고 돌아다니는 통에 문파 살림이며 운영은 다 그녀가 도맡고 있었다. 혹여 무천귀와의 대결에서 살아돌아간들 그녀에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평소처럼 익숙하게 엄습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훌훌 털었다.
인생 뭐 있남
무천귀는 폐가에 앉아 긴 시간 오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찾아올 것이란 예상은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를 다시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할 말이 많을 수도 있고, 전혀 없을 수도 있다. 보자마자 죽이고 싶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정확히 무얼 원하는지도 모른 채, 우선은 기다렸다.
옛 인연을 기다리는 무천귀연인
폐가 곳곳에는 자생적으로 자란 풀잎들이 무성했다. 잎맥을 타고 흐르던 저녁 이슬이 잎사귀 끝에 멈췄다. 그 안에 뒤집힌 세상을 담아 보이며 부풀던 이슬은 마침내 폐가 안의 소란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 아래로 떨어졌다. 이슬 안에 조용하고 격렬하게 그려지던 탄피의 향연도 방울방울 부서졌다. 다음으로 맺힌 이슬에는 대신 정적인 그림이 맺혔다. 무천귀의 총구가 오락의 머리에 겨누어져 있었다.
"소문이 맞았군."
오락은 패배를 인정하며 무천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오래도록 찾아왔던 그 얼굴이 분명했다.
"역시... 살아 있었구나, 설영."
"하하..."
설영은 냉소했다. 죽으라고 내버려 둘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마치 오래 그리워했다는 가식적인 표정이 우스웠다. 하지만 오락은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그날... 수많은 시체 중에 네가 없어 다행이었어. 그것이... 그날 이후로 내 유일한 희망이었다."
설영이 총구를 움켜쥐었다. 이제는 거짓말에 속지 않으리라 생각해온 나날이 한두 해가 아니었다.
"나만 그랬던 건 아니야. 장씨 아저씨도 마찬가지였어. 모두가 널 원망할 때... 아저씨만큼은 널 믿었다. 차라리 심법을 가르치지 않았더라면... 자책하시면서."
"아저씨는... 살아 계신가?"
장씨 아저씨의 언급에 설영이 반응했다. 하지만 오락은 그 질문에는 침묵했다.
"아저씨는 내게 한 가지 부탁을 하셨다."
대답 대신 오락은 준비해온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 안에는 한 쌍의 권총과 탄피가 들어있었다. 설영은 그 탄피에 새겨진 문양을 바로 알아보았다.
"아저씨가 널 위해 만든 총이야. 임종 전까지 너에게 전해줘야 한다며 안타까워하셨지."
설영은 오래전 장씨 아저씨가 두 소년에게 했던 약조를 떠올렸다. 언젠가 최고의 총을 만들어주겠다던 그 약속. 설영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SYSTEM]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설영이 총구를 거두고 상자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기다릴 테니 언제든 돌아오라'는 오락의 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영은 더 이상 만날 일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만을 남기고 폐가 너머로 사라졌다.
오락은 설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계속 기다리겠노라 다짐했다.
안타깝게도 오락은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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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마혜 공주를 따르는 두 명의 남자
한편 고대 나류국 천씨 왕조의 핏줄이자 무신의 마지막 자손이라 불렸던 천무령이 풍운전쟁 중 사망한다. 전장의 선봉에서 맹장으로 평가받았던 그는 적의 손에 의해서가 아닌, 그를 시기한 같은 운국 장군의 계략으로 목숨을 잃어야 했다. 천무령 휘하의 살아남은 몇몇 병사들은 산적 무리에 들어가거나 탁기에 미친 마물이 되었다.
같은 운국 장수의 계략으로 몰살한 병사들
천무령이 죽자 본래 무신의 비보를 지키기 위해 존속되어왔던 비밀조직 무영단의 일부가 비보에 탐을 내며 변절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비보를 얻기 위해 천무령의 아내 예사랑을 해하고 갓 낳은 아이를 빼돌리려 했다. 비보를 얻기 위해선 무신의 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때 우연히 현장을 지나가던 남자가 있었다. 산적 녹림도 두령 소양상. 무영단원들을 쓰러뜨리고 예사랑에게 아이를 부탁받는 그는 아이에게 자신의 성씨를 붙여 소연화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곳엔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소양상과 연화의 만남
수년 후 소양상은 성장한 딸 소연화와 자신의 연인 당여월이 동시에 충각단에 의해 위기에 처했을 때 당여월이 아닌 소연화를 먼저 구했다. 당여월은 이때 한쪽 눈을 잃고 상심한 채로 녹림도를 나와 남방 대륙 대사막에 <오락당>을 창설한다.
가히 천하제일.
예사랑에게는 예하랑이라는 여동생이 있었다. 그녀는 언니와 형부가 모두 죽자 조카를 찾아 팔도를 누비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온갖 무공 비급으로 인해 제법 뛰어난 무공을 갖추게 되었다. 그녀는 곧 남방 대륙의 대사막의 한가운데에 객잔을 만들어 정착했다. 뛰어난 장사 수완과 카리스마로 빠르게 객잔을 키워나간 그녀는 사막을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조카에 대한 정보를 수소문하며 <토문객잔>을 정보의 중심처로 만든다.
사막 한가운데서 성업하는 토문객잔
사막에 위치한 객잔이 커질 수 있었던 이유는 대사막에 숨겨진 무신의 비보에 대한 소문 때문이었다. 황풍단을 비롯한 많은 도굴꾼과 무림인들이 소문을 듣고 비보를 얻기 위해 사막으로 몰려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보인 것은 대사막 주목으로 부임한 운국 우장군 마영강이었다.
마영강은 비보를 찾아 그 힘으로 군마염처럼 자기 나라를 세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매번 병사들을 앞세워 백성들을 탄압하는가 하면, 부패한 운국 관리에게 돈을 받아 환영초(마약의 일종)를 생산하는 것을 눈감아주는 등 악행을 일삼아 평판이 좋지 않은 자였다. 마영강에게 뇌물을 주고 환영초를 키운 운국 관리 귀환은 대사막 서쪽의 토문진 지역에 숨어 <사마교>라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분타주가 되었다. 옛 운국 장군 거거붕의 부관 석삼자는 마영강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가 고문당하고 쫓겨난 후 대사막 북쪽 사지석림 지역에 산적 집단 <복곤패>를 결성했다. 그들은 난을 일으켜 마영강군과 대립했지만 세가 약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그 와중에도 여색을 밝히던 마영강은 사막 마을 <유가촌>에서 유정이라는 여자를 얻기 위해 그녀의 약혼남을 죽이고 강제로 데려왔다가 결국 자결을 하게 만든다. 다음날 이에 원한은 품은 유정의 남동생 유성이 운국 병사 한 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마영강은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유성의 부모까지 죽이고 유골을 일부러 유가촌에 방치했다.
마귀보다 더 마귀같은 인간들로 가득한 세상
유성은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도와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두 남매 때문에 더 살기 어려워졌다며 부모와 누이를 잃은 유성을 비난했다. 마영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소년을 나서서 고발하기까지 했다. 절망감과 분노에 휩싸인 유성은 언젠가 강력한 무공을 얻어 복수할 것을 다짐하며 마을을 떠났다.
얼마 후 소년은 역왕 홍석근이 있는 홍문파의 일원이 된다. 홍석근에게는 이미 영묵이라는 제자가 있었고, 유성 이후로도 몇 명의 제자들이 홍문파에 들어왔지만 유성만큼 무공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진 이는 없었다. 이후 유성은 자신의 이름을 무성으로 고치고 사부에게 인정받기 위해 누구보다 성실히 수련에 열중한다.
마음 깊이 복수심을 품고 홍문파에 들어온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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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까지는 좋았는데 백청 리부트 되고나서 4막부터 스토리를 쭝꿔판으로 바꿔서 그런지 쭝꿔냄새가 너무남.. 황보석 장군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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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야 또 속았...크흡...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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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황... 꽃이 지고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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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블로그 쥔장 분이 루리웹으로 오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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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앤소가 흥하지 못해서 그렇지 스토리는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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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슬기찬양해
그 블로그 쥔장 분이 루리웹으로 오신거 | 18.07.11 06: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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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앤소가 흥하지 못해서 그렇지 스토리는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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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녀 블앤소 흥했어요 3N사중 가장 악랄한 엔씨아니랄까바 돈G랄이 심해서 린저씨같은분들아니면 못해서 그렇지 게임성자체는 훌륭합니다. | 18.07.13 19: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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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흥했다가 말아먹은거... | 18.07.13 22: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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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대체 돈을 얼마나 버셔야 이게 흥한게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18.07.15 16: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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