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480의 고해상도 그래픽을 앞세워 많은 화제를 몰고 왔던 길티 기어 젝스가 아케이드에 등장한 게 지난 2000년이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현재까지 수많은 후속 시리즈가 유저들에게 선을 보였습니다. 이그젝스, 샤프 리로드, 슬래시, 액센트 코어 등의 마이너 업그레이드 타이틀은 물론 이스카, 더스트 스트라이커즈, 저지먼트, 쁘띠 등의 이색적인 장르까지 아케이드와 DC, PS2는 물론 Wii와 Xbox, PSP, NDS, GBA 그리고 원더스완 까지 지난 8년 동안 거의 모든 기종으로 다양한 전개를 펼쳐왔습니다. 작년에는 X360으로 차세대기 최초의 타이틀이자 정식 후속작인 길티 기어 2 오버츄어가 대전 격투 장르가 아닌 3D 액션 게임으로 등장해서 지지부진하던 스토리를 대폭 진행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 길티 기어 시리즈 최신작인 액센트 코어 플러스가 PS2에 이어 PSP로도 이식되었습니다.
PS2에 이어 PSP로 이식된 길티 기어 이그젝스 액센트 코어 플러스. |
길티 기어 시리즈가 PSP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2005년 9월 29일 샤프 리로드가 이식되었으며 2006년 8월 24일에는 오리지널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 저지먼트가 발매되었습니다. 정식 PSP 타이틀로 치기엔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PSN을 통해 PS1으로 등장했던 초대 길티 기어도 PSP의 에뮬레이트 기능을 이용해 서비스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등장한 액센트 코어 플러스는 2007년 PS2와 Wii로 이식된 액센트 코어를 베이스로 한 타이틀로, 액센트 코어에서 크게 문제시되었던 버그 수정과 함께 클리프와 저스티스를 플레이 캐릭터로 추가하고 이그젝스 시리즈와 길티 기어 2 사이의 스토리를 이어주는 스토리 모드를 추가한 버전입니다.
정식발매로 인해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샤프 리로드. |
저지먼트에는 슬래시를 따로 수록하기도 했다. |
액센트 코어 플러스에서 추가된 클리프와 저스티스. |
스토리 모드도 새로이 추가. |
해상도는 PS2 버전에 비해 조금 낮아졌지만 다양한 특수효과를 비롯한 길티 기어 시리즈 특유의 화려한 느낌은 그대로 살려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일찍이 길티 기어 시리즈가 게이머들에게 유명해진 요인이 다름 아닌 그래픽과 사운드였던 만큼 PSP용으로 이식되었던 길티 기어 시리즈는 그 두 가지 부분에서 모두 흠잡을 부분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오히려 휴대용 게임치고는 과분할 정도의 멋진 그래픽과 사운드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자랑하면서도 로딩은 캐릭터 일러스트가 빠르게 지나가는 연출로도 충분히 커버가 될 정도로 짧으며, 실질적으로 PS2 버전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을 만큼 짧은 편이기 때문에 로딩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PSP로도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감상할 수 있다. |
로딩이 짧아서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 |
원작인 아케이드 버전의 그래픽이 4:3 사이즈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16:9 사이즈인 PSP 버전은 디스플레이 옵션을 통해 4:3 모드와 16:9 모드 중에서 선택해서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4:3 모드는 아케이드와 동일한 화면을 보여주지만 화면 양옆을 레터박스 처리했으며, 16:9 모드는 배경의 아래 위를 잘라서 와이드로 만들고 캐릭터의 크기를 늘려서 화면이 꽉 찬 느낌을 줬기 때문에 상당히 박력 넘치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확대/축소 연출도 충실하게 재현하는 등 시각적인 요소는 PSP라는 하드웨어에 맞게 적절하게 조절해서 매끄러운 게임 진행과 시각적인 만족 모두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습니다. 그래픽 부분은 PSP로 등장했던 이전 시리즈 모두 매우 만족스러운 평을 받았던 만큼 이번 작품 역시 무난하게 원작의 모습을 재현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PSP 디스플레이 사이즈에 맞춘 16:9 와이드 화면. |
아케이드와 동일한 비율인 4:3 사이즈. |
캐릭터 간의 거리에 따른 확대/축소 연출도 구현. |
기존에 휴대용 기기로 등장했던 길티 기어 시리즈에서는 용량의 한계로 인해 사운드 부분이 많이 희생되었는데, 길티 기어 시리즈의 강력한 무기가 멋진 사운드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운드의 희생은 더욱 아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1.8기가라는 휴대용 게임기치고는 대용량의 미디어를 사용하는 PSP이니만큼 상당히 깔끔하고 멋진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스토리 모드에서의 캐릭터의 대사를 풀보이스 처리한 것은 물론 옵션에서 게임의 BGM과 함께 캐릭터들의 음성도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시리즈 대대로 내려오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솔 배드가이의 음성은 이전까지의 이시와타리와 나카다 죠지 두 사람의 목소리 중에서 선택해서 들을 수 있으며 스토리 모드의 음성은 나카다 죠지의 목소리로 통일됩니다.
BGM과 캐릭터 보이스를 감상할 수 있는 사운드 모드. |
솔의 목소리는 설정으로 바꿀 수 있다. |
최초로 제대로 시스템이 정립된 대전을 즐길 수 있었던 스트리트 파이터 2 이후로 대전 격투 게임이 유행하자 서로 다른 게임과는 다른 차별점을 만들어내면서 경쟁적으로 오리지널 시스템을 만들어냈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거의 포화 상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은 다 만들어냈다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최근 등장하는 대전 격투 게임의 새로운 시스템은 기존에 존재했던 시스템을 변형/개량한 시스템이 대부분입니다. 액센트 코어 플러스에서 채용된 시스템 역시 다른 게임에서 한 두 번 쯤은 경험해봤던 시스템이 대부분입니다. 시스템이 너무 많고 조작감이 그리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PSP로 발매되었지만 샤프 리로드 때부터 조작감 자체는 꽤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번 액센트 코어 플러스 역시 PSP로도 상당히 괜찮은 조작감을 보여줍니다.
사실 길티 기어 시리즈는 너무나 많은 시스템의 탑재로 인해 초보자들은 접근하기 힘든, 무수한 시스템이 난무하는 게임이 된 인상도 없잖아 있습니다. 10년 전 PS1으로 처음 등장했던 길티 기어에서부터 다양한 시스템을 채용한데다 매번 후속작이 등장할 때마다 이름조차 생소한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되고 조정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접하기엔 무리가 있는 편입니다. 2단 점프와 하이 점프, 가드 캔슬 어택과 비슷한 데드 앵글 어택과 같은 비교적 대중적인 시스템에서부터 공격을 받고 있던 도중에 무적 상태가 되어 상대를 날려버릴 수 있는 사이크 버스트, 연속 공격 시스템인 개틀링 콤비네이션, 포스 브레이크, 각성 필살기, 일격 필살기, 네거티브 패널티, 폴트리스 디펜스, 직전 가드, 슬래시 백, 로망 캔슬까지 하나의 게임 안에 수많은 시스템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액센트 코어에서 새롭게 추가된 시스템은 잡기에 걸렸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던지기 풀기와 가드 경직을 줄여주는 슬래시 백, 일반 필살기보다 강력하고 각성 필살기보다 텐션 게이지를 적게 소모하는 특수 필살기인 포스 브레이크가 있습니다. 잡기 풀기는 지상이나 공중에서 잡혔을 때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통상 잡기만 풀 수 있습니다. 슬래시 백은 상대의 공격이 닿기 직전 텐션 게이지를 소비해서 발동하게 되며, 슬래시 백에 성공하면 극단적으로 가드 경직을 줄여서 상대에게 카운터 공격을 넣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가드 불능 상태가 되어서 공격을 당하게 됩니다. 포스 브레이크는 스트리트 파이터 3 시리즈의 EX 필살기와 비슷한 성격의 시스템으로, 텐션 게이지를 소비해서 각 캐릭터마다 일반 필살기보다 좀 더 강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흔히 다른 격투 게임에서는 몇 가지 포인트를 잡은 시스템만 골라서 채용하지만 길티 기어 시리즈는 시스템의 종류가 미덕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많은 시스템을 채용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너무 많은 시스템 때문에 게임이 무작정 난잡해진다기보다는 길티 기어 시리즈만의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대전 감각을 연출해냈으며, 10년 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게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길티 기어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정신없는 대전을 즐길 수 있는 대전 격투 게임이 속속 등장하면서 인기를 누리는 것도 이전 대전 격투 게임과는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유저들에게 평가받은 것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시스템이 늘어나는 만큼 처음 길티 기어를 접하는 유저들은 적응하기 힘들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만큼 다양한 시스템이 혼재되어 있다. |
이번에는 3 vs 3 팀배틀도 채용. |
굉장히 화려하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 시리즈지만 단순히 복잡한 시스템을 넘어서서 고도의 순발력을 요구하는 시스템도 많아졌다. |
예전 Xbox 시절 발매된 샤프 리로드 버전부터 네트워크 대전 기능이 추가되었으며, PSP 버전으로 시리즈가 이식되면서 애드혹 대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아쉽게도 Wi-Fi 대전 기능은 지원하지 않지만 애드혹 대전시 랭킹 매치를 지원하며, 로딩 부분이나 네트워크 설정 부분이 신속하게 처리되기 때문에 상당히 쾌적한 대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랭킹 시스템을 새로이 도입하면서 대인전에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거리 대전 방식인 애드혹 대전은 거리에 제한이 없는 Wi-Fi 모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네트워크 대전을 풍족하게 즐길 수 있는 방식이 아닌 만큼 싱글 플레이를 위한 모드도 준비해놓았습니다.
근거리 네트워크 대전 방식으로 통신 대전을 펼칠 수 있다. |
아케이드 모드와는 별도로 각 캐릭터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스토리 모드는 진행 도중 나오는 선택문이나 전투 내용에 따라 분기가 나뉘기도 하며 엔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또한 몇몇 캐릭터의 스토리는 나름 충격적이었던 길티 기어 2의 스토리와도 이어지는 역할을 해줍니다. 스토리 모드 외에도 플레이어의 행동을 제약하는 등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하는 미션 모드와 성장 시스템을 채용한 서바이벌 모드가 준비되어 있으며, M.O.M 모드에서는 마치 포켓 파이터 처럼 상대를 공격할 때마다 다양한 아이템이 나오기도 합니다. 게임 진행에 따라 갤러리 모드에서 감상할 수 있는 CG가 늘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플레이해야 할 모드들이기도 합니다.
분기가 나눠지기도 하는 스토리 모드. |
하이 스코어를 노리는 M.O.M 모드. |
유저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미션 모드. |
게임 진행에 따라 새로운 일러스트가 추가된다. |
사실 이번에 정식발매된 액센트 코어 플러스는 한국 정식발매 시장에서 꽤 의미가 있는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옛날 옛적 한 옛날 YBM 한글화 하던 아련한 시절엔 텍스트는 물론 음성과 BGM까지 완벽하게 현지화가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 덕분에 PS2로 발매되었던 액센트 코어와 액센트 코어 플러스는 두 편 모두 한글화는커녕 정식발매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한국 게이머들은 PS2가 아닌 PSP를 통해서야 비로소 정식 발매 버전의 액센트 코어 플러스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정식발매는 되었지만 한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액센트 코어 플러스에서 추가된 스토리 모드는 은근히 대사가 재미난 구석도 많으며 이전 작품들에 비해 스토리의 진전이 많이 이루어진 편이기 때문에 일본어로만 진행해야 하는 스토리 모드가 너무나 아쉽게 느껴집니다.
상당히 재미난 대사가 많이 등장하는 게임이니만큼 비한글화는 그만큼 아쉬워진다. |
길티 기어 시리즈를 비롯한 최근의 대전 격투 게임의 추세는 느긋하게 상대와의 거리를 재고 타이밍을 겨루는 싸움에서 나아가 유저의 순간적인 반응이 필수인 시스템이 계속 추가되는 듯합니다. 덕분에 눈으로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스피디한 대전이 이루어지면서 처음 게임을 접하는 유저는 물론 대전 격투 게임을 해왔던 유저들에게도 따라가기 힘들다는 인상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전 격투 게임 자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데다 이전까지 플레이해왔던 유저들은 좀 더 화려하면서도 스피디한 게임을 요구하면서 최근의 격투 게임 장르는 어느 정도 그들만의 리그가 된 감도 없잖아 있습니다.
신규 유저 유입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기존의 유저들을 끌고 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며, 이제 와서 길티 기어 시리즈에 신규 유저를 위한 시스템을 추가해달라는 것도 무리한 부탁이란 느낌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기존에 대전 격투 게임을 재미나게 플레이해왔으며 길티 기어 시리즈에 애정을 가진 팬이라면 충실해진 콘텐츠와 만족스러운 이식도, 그리고 빠른 정식발매로 인해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된 길티 기어 액센트 코어 플러스는 갈증을 잊게 해주는 멋진 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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