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크랙다운 3 | 출시일 | 2019년 2월 15일 |
개발사 | 스모 디지털 | 장르 | 오픈월드 TPS |
기종 | PC, XONE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비한국어화 | 작성자 | Eclaire |
요즘 비디오 게임 뉴스를 보다 보면 자주 눈에 띄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클라우드’입니다. 소니의 ‘PS NOW’와 닌텐도 스위치로 플레이 가능한 ‘바이오하자드 7’ 클라우드 버전 등, 아직은 크게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클라우드 게임의 상용화 사례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세계의 유수한 기업들도 앞다퉈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콘솔이나 PC의 성능은 큰 의미가 없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레이턴시 등 당면한 여러 기술적 난제 때문에 클라우드 게임의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역사가 증명했듯이 과거는 결국 지나가는 것이고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죠.
그런데 몇 년 전, 오늘날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이전에 클라우드라는 단어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성능 격차와 갖가지 이슈로 인해 출시 전부터 소니의 PS4에 판정패를 당한 Xbox One의 구원자로서 말입니다. 2014년 E3에서 처음 공개된 ‘크랙다운 3’는 부족한 기기의 성능을 클라우드 연산으로 극복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세운 작품이었습니다. 2015년 게임스컴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오브젝트가 산산이 부서지는 알파 빌드를 선보였는데, 탄흔 모양 그대로 지형을 도려내는 장면은 특히 많은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기술력 자랑일 뿐, 실제 게임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식 버전 ‘크랙다운 3’에서는 정교하고 화려한 파괴 효과의 상당 부분이 축소되고 말았습니다. 과장된 기술적 퍼포먼스라도 보여줘야 했을 정도로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상황은 절박했던 것이죠. 지금에 와서는 전술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프로젝트 X클라우드’를 전폭적으로 밀고 있는 상황이니, ‘크랙다운 3’에 적용된 부분적인 클라우드 연산의 우선순위는 다소 뒤로 밀렸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사실 ‘크랙다운 3’는 개발진이 계속 교체되고 발매일이 지지부진 밀리는 등 출시 전까지 난항이 많았는데, 처음 공개될 때의 원대한 계획이 점차 사그라지면서 게임의 개발방향이 표류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한때 최첨단의 기술력을 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총아로서 기대받았던 ‘크랙다운 3’는 지금에 와서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실제 게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크랙다운 3’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가 콘솔 상에서 아예 별개의 게임으로 실행됩니다. 그만큼 두 모드에는 차이점이 많은데, 일단 싱글플레이 파트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클라우드 연산은 멀티플레이 전용 기술인만큼 싱글플레이의 경우 전통적인 비디오 게임의 공식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메인 미션과 서브 미션이 다수 존재하는, 성장요소와 수집요소가 강한 오픈 월드 게임이죠. 좋게 말하면 익숙한 방식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양산형 게임으로 보입니다. 일단 비주얼적으로는 상당히 깔끔한 만화적인 그래픽인데, 미술적인 관점에서 별다른 개성이 없고 모션이나 환경 디자인이 너무 구시대적입니다. 약간 과장을 섞어서 말하자면 Xbox360 시절 그래픽에 해상도만 올린 느낌입니다. 도시 하나가 구현되어 있기는 한데 건물로서 제대로 기능하는 곳은 없으며 돌아다니는 시민들은 그냥 병풍에 가깝습니다. 맵에 널린 수많은 오브젝트는 파괴 가능한가, 수집 가능한가, 아니면 그냥 장식인가 하는 3가지 기준에 따라서만 분류됩니다. 그만큼 세계관에 생동감이 없고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이 미약하다는 말입니다.
게임 방식은 여타 오픈 월드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목표 지점에 가서 나쁜 놈을 때려잡든지 아니면 이것저것 다 박살 내면 됩니다. ‘고스트 리콘: 와일드랜드’처럼 메인 미션을 진행하다 보면 순차적으로 중간 보스를 거쳐 최종 보스에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문제는, 무수히 마련된 미션의 숫자가 무색하게도 플레이 방식은 죄다 천편일률적이라는 겁니다. 사격, 파괴, 버튼 누르기라는 일정한 패턴에서 벗어나는 일이 절대 없고 결국 어떤 미션이든 총질과 점프 누르기만 반복하다 보면 클리어 가능합니다. 보스전도 일반 미션의 과정을 길게 늘여놓은 수준에 불과하며, 최종 단계에 가까워지면 정말 지겨울 정도로 많은 적들을 때려잡아야 하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반복적인 게임플레이는 ‘크랙다운 3’만의 결점은 아닙니다. 세계관과 주인공 사이의 상호작용보다는 달성률 공략에 더 중점을 두는 현세대 오픈 월드 게임이라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딜레마에 가깝죠. 하지만 본작의 문제가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반복의 지루함을 상쇄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들이 너무 허술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빵만 있고 생크림과 데코레이션은 없는 케이크 같다고나 할까요. 더욱이 ‘크랙다운 3’는 그래픽이 빼어나 눈이 즐거운 게임도 아니고, 스토리가 매력적이지도 않습니다. 테리 크루스라는 나름 유명인을 모델링해놓고도 정작 본작의 주인공인 ‘에이전트’는 프롤로그를 거치고 나면 심부름꾼으로 전락해버린 채 주변 인물들이 사건을 이끌어갑니다. 애초에 게임 시스템적으로 에이전트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니 주인공 자체가 소모품으로 취급되는 것이죠. 이러니 캐릭터에 애착이 생길 리가 없습니다.
온종일 총질만 하는 게임인데도 슈팅 플레이에 깊이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자동으로 타겟을 락온해서 총을 쏘는 본작의 전투는 에임 조절의 손맛과 긴장감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습니다. 우측 아날로그를 움직여서 공격할 부위를 바꾸는 것 정도는 가능한데, 직접적인 에임 조작의 재미에 비견될 바는 아닙니다. 필자의 경우 ‘크랙다운’ 1편과 2편을 플레이해보진 않았지만, 락온 시스템이 시리즈의 전통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적을 자동으로 조준해주는 대신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니는 플랫포밍이 강조된 게임인 것이죠. 하지만 그러한 ‘크랙다운’의 플레이방식은 현세대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PS4 / Xbox One 세대에 들어 아날로그 스틱의 민감도가 향상되면서 콘솔 슈터 장르도 미세한 에임 조준이 게임의 재미 요소 중 하나로 부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젠 세분화된 에임 세팅과 데드존 옵션까지 제공하는 게임을 찾아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시대입니다. 결국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크랙다운 3’ 역시 자동조준을 포기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플레이 방식을 고안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실 플랫포밍이 ‘크랙다운’ 시리즈의 전통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것이, ‘세인츠 로우’나 ‘선셋 오버드라이브’, ‘프로토타입’, ‘인퍼머스’ 등, 같은 장르 내에서 비슷한 플레이 방식을 추구하는 예시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술한 작품들은 게임의 템포를 늦추는 등의 방식으로 구성요소들 사이의 균형을 추구해왔고 결과적으로 슈팅과 플랫포밍의 재미를 양쪽 다 잡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 ‘크랙다운 3’는 에임 조준의 손맛을 포기했음에도 다른 부분에서 별다른 이득을 취하지 못했습니다. 다소 붕 뜨는 물리 엔진 때문에 점프의 아귀가 잘 맞지 않고, 무기의 종류가 많거나 개성적인 것도 아니어서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손에 맞는 무기만을 주구장창 쓰게 됩니다. 자동차, 근접 공격, 던질 수 있는 오브젝트 등 부차적인 공격 수단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반복적인 전투에 양념을 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자동조준으로 인해 단순해진 게임성에 다양성과 변수를 부여하는데 실패한 것입니다.
난이도를 조절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게임이 너무 쉬워지는 것을 우려한 것인지 본작에는 히트스캔 판정으로 총을 쏴대는 적들이 엄청나게 많이 쏟아집니다. 심지어 ‘GTA’ 시리즈처럼 교전을 오래 끌다 보면 경보 등급이 올라 자연히 상대해야 하는 적도 늘어납니다. 개발진의 의도는 자유로운 무빙으로 적들의 포화를 피하면서 총을 난사하라는 거겠지만, 빨리 움직인다고 해서 히트스캔 총알이 플레이어를 무시하진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이것저것 집어 던지는 대형 적과 싸울 때를 제외하면 현란한 움직임이 가능한 게임의 특색이 무색해집니다. 그래도 초·중반까지는 그럭저럭 전투의 밸런스가 맞는 편이지만, 물량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나는 후반에는 적들의 공세가 슬슬 짜증나기 시작합니다. 최종 보스전에 도달하면 이 문제가 극대화되는데, 보스 얼굴을 보기도 전에 1시간 가까이 잡졸들만 상대해야 할 정도입니다. 질보다는 양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상당히 저급한 방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크랙다운 3’에서 그나마 장점을 찾자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물 흐르듯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술했듯이 미션 조건이 상당히 단순하고 현지화되지 않은 게임임에도 진행이 막힌 적이 없을 정도로 플레이 방식이 직관적입니다. 여타 오픈 월드 게임과 달리 미션의 진행 순서가 강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미션만 플레이하면 됩니다. 전체 월드맵은 원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여기저기 들쑤시며 돌아다닐 필요 없이 한 바퀴 돌고 나면 자연스레 엔딩에 가까워집니다. 적을 죽인만큼 체력과 실드가 채워지는 방식이라 많이 날뛸수록 교전의 지속력이 유지되는 것도 장점입니다. 캐릭터의 능력치는 미션 보상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부여되는데, 이를테면 총을 많이 쏘면 슈팅 능력이 향상되고 근접공격을 많이 하면 새로운 타입의 공격 스킬이 언락되는 식입니다. 따라서 귀찮은 서브 미션은 패스해도 아무 지장이 없고 그냥 여기저기서 싸움만 하고 다녀도 자연스레 캐릭터가 육성됩니다. 예외로 점프 능력만큼은 맵 도처에 숨겨진 오브를 얻거나 프로파간다 타워 공략을 통해서만 올릴 수 있는데,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지역탐색 및 이동에 그나마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입니다.
결국 ‘크랙다운 3’의 장점과 단점은 모두 단순한 게임성에서 비롯됩니다. 다만 냉정한 시각으로 보면 득보다는 실이 많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이것저것 때려 부수면서 시간 때우기엔 나쁘지 않은 게임이지만, 창의적인 경험의 부재는 게임플레이를 공허하게 만듭니다. 명색이 플랫포밍이 중요한 게임인데도 심도 있는 공략이나 퍼즐 요소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점프로 풀어나가는 프로파간다 타워 공략 미션의 경우 그냥 눈에 보이는 발판을 따라 계속 올라가는 게 전부이고 보스 공략 단계에서도 복잡한 택틱 같은 것은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전술한 원형의 맵 디자인은 게임플레이를 편하게 만들어 줄지는 몰라도 다르게 생각하면 도시적 기능의 유기적인 배치나 정교한 스토리텔링 같은 요소들은 아예 포기해버렸다는 뜻도 됩니다. 현세대 게임계가 월드와 캐릭터 사이의 상호작용,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유기적인 레벨 디자인 등의 복잡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것을 감안하면, ‘크랙다운 3’가 추구하는 단순함은 현재로썬 시대착오적으로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클라우드 연산이 적용된 멀티플레이는 어떨까요? 일단 ‘크랙다운 3’의 멀티플레이는 싱글플레이와는 별개의 개발사에서 맡아 제작한 만큼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게임 방식이나 조작감 등은 거의 동일하지만 그래픽 콘셉트가 미묘하게 다르고 멀티플레이의 경우 존재하는 대부분의 지형지물을 박살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멀티플레이의 첫인상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싱글플레이도 그래픽이 딱히 만족스럽진 않았는데, 멀티플레이는 그보다 한술 더 떠서 마치 미완성된 게임 같은 인상을 줍니다. 낮은 퀄리티의 모델링, 어색한 모션, 자동조준에서 비롯되는 손맛의 부재, 생각보다 작은 스케일 등 이 게임을 구성하는 면면을 보면 정말로 AAA급 자본이 들어간 결과물이 맞는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2015년에 보여주었던, 총알로 지형을 도려내는 수준의 정교한 파괴 효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냥 폭발무기를 쏘면 벽이 박살나는 정도로만 구현되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일정한 패턴대로만 부서지는 ‘배틀필드’ 시리즈보다 정교한 물리효과이지만, 정작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차라리 전장의 현장감이 더 잘 살아 있는 ‘배틀필드’ 시리즈가 게임으로 즐기기엔 더 낫죠.
멀티플레이에는 총 두 개의 모드가 있지만 하나는 일반적인 팀 데스매치고 다른 하나는 점령전이라 승리 조건을 제외하면 게임 방식이 크게 차이 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리뷰에서도 하나로 묶어서 평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멀티플레이에 등장하는 에이전트들은 기동성 능력치가 풀 업그레이드 된 상태라 한 번에 총 세 번의 점프와 두 번의 공중 대시가 가능합니다. 여기에 적을 자동으로 락온해주는 게임의 시스템이 더해져 이동과 사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스피디한 교전 양상을 띠게 됩니다. 싱글플레이와 달리 멀티플레이는 두 개의 무기만을 쓸 수 있는데, 두 번째 슬롯에는 반드시 폭발무기가 배정되어 지형지물의 철거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적을 만나면 지형을 끼고 싸우면서 파괴를 일삼는 것이 주된 패턴이 됩니다. 나중에 가면 모든 것이 박살 나 남아나는 것이 없는, 속된 말로 개판 오 분 전의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애초에 멀티플레이의 이름이 ‘레킹존’인 것만 봐도 이는 명백히 개발진이 의도한 교전 양상입니다.
하지만 이런 매커니즘이 게임의 재미로 직결되진 않습니다. 여기서도 문제의 근원은 락온 시스템입니다. 에임 조준의 재미를 앗아가는 것도 있지만, 자동조준+히트스캔 판정이 ‘크랙다운 3’ 특유의 스피디한 무빙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지형지물을 끼고 싸운다고 해도, 첫 번째 슬롯에는 반드시 히트스캔 판정의 무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적을 쏘려고 몸을 드러내면 결국 총알에 맞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빠른 무빙을 필두로 한 견제와 파괴 플레이는 의미를 잃고 선공을 한 쪽이나 다수로 소수를 찍어 누르는 구도를 만드는 팀이 이기게 됩니다. 무빙과 사격으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해내는 여타 슈터 게임의 변수가 ‘크랙다운 3’에서는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실력이 승패를 좌우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게임에 깊이가 없다는 뜻이며, 오래 즐길 이유도 없다는 뜻입니다.
싱글플레이 파트에서도 한 이야기지만, 차라리 락온 시스템이 없었다면 ‘크랙다운 3’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게임이 되었을 겁니다, 모든 지형지물이 박살나는 본작의 멀티플레이는 분명 유니크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점프대를 딛고 날아다니면서 싸우던 ‘퀘이크 3’ 시절처럼, 콘솔 슈터로서는 보기 드문 난전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이죠. 하지만 현재로써는 클라우드 연산이라는 기술 구현에만 집착한 탓인지 슈터 게임으로서 기본기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형 이동에 전략성이 부여되어 있지 않아 플랫포밍의 재미를 느끼기도 어렵고, 락온 시스템 때문에 에임 조절의 손맛도 없으며, 그렇다고 무기가 개성적이거나 색다른 룰이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레벨이나 로드아웃 언락, 랭킹전 같은 부차적인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더욱 게임플레이에 동기부여가 되질 않습니다.
짧게 정리하자면, 한마디로 ‘크랙다운 3’는 못 만든 게임입니다. 기본적인 틀만 있고 내용을 풍성하게 꾸며줄 장식이 부족합니다. 만화적인 그래픽이라는 콘셉트만 있을 뿐 정작 미술적으로 차별화되는 개성이 없고, 플랫포밍 조작은 있으되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만한 레벨 디자인과 퍼즐적인 요소가 전무하며, 쏟아지는 적들과 난무하는 탄환 속에서도 교전의 재미와 긴장감은 애매합니다. 멀티플레이는 이것저것 다 박살나는 파괴의 양상 속에서도 플레이어에게 창조적인 재미를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사실 오픈 월드 슈터는 현세대 게임들 중에서도 가장 대중화된 장르입니다. 그만큼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들이 많았는데도, ‘크랙다운 3’가 보여준 완성도는 안일하다는 표현 이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시리즈 고유의 게임성을 현세대에 걸맞은 방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것도 아니고요.
‘크랙다운 3’의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은 모든 면이 과거지향적이라는 것입니다. 클라우드 연산이라는 최첨단의 기술력을 앞세웠음에도 기획적인 측면에서는 10년도 더 된 구닥다리 발상만이 가득합니다. 이왕 실험적인 게임으로 만들 요량이었다면 기술적인 도전을 넘어 게임플레이와 콘텐츠의 측면에서도 과감한 시도를 가득 넣어보는 건 어땠을까요? 이미 ‘씨 오브 시브스’와 같은 작품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멀티플레이를 추구한 바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인데(비록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현재 ‘크랙다운 3’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Xbox360 초창기 수준의 미숙함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술은 미래로, 발상은 과거를 향하고 있는 현재의 아이러니를 어떤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지 저로서는 감을 잡기 어렵군요. 그저 지금 이룬 기술적 성과가 다음엔 더 좋은 결과로 나타나길 바랄 뿐입니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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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나왔다고 해도 믿을만한, 심지어 욕먹을만한 구시대적인 발상과 기술력,게임성으로 만들어진 칭찬할구석이 단 하나도없는 희대의 망작 이게 무려 5년이상을 개발해서 2019년에 나온 마소의 AAA급 독점작이라는게 믿기지않는다... 이걸 할바엔 2009년작 프로토타입을 하는게 몇배는 더 재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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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빠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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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박스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만든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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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망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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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먹고 와서 그런데 이거 psp 게임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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