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파 크라이 뉴 던 | 출시일 | 2019년 2월 15일 |
개발사 | 유비소프트 몬트리올 | 장르 | 오픈월드 FPS |
기종 | PC, PS4, XONE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PforP |
욥이 여호와께 대답하여 이르되,
주께서는 못 하실 일이 없사오며 무슨 계획이든지 못 이루실 것이 없는 줄 아오니
무지한 말로 이치를 가리는 자가 누구니이까 나는 깨닫지도 못한 일을 말하였고 스스로 알 수도 없고 헤아리기도 어려운 일을 말하였나이다
내가 말하겠사오니 주는 들으시고 내가 주께 묻겠사오니 주여 내게 알게 하옵소서
-욥 42:1-4
*본 리뷰는 파 크라이 5와 뉴 던의 스토리 및 엔딩에 대한 누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파 크라이 뉴 던 (이하 뉴 던)은 파 크라이 5 (이하 5)의 외전이다. 기획 자체는 이상하진 않다. 이미 우리는 3을 기반으로 한 블러드 드래곤과 4를 기반으로 한 프라이멀을 보지 않았는가. 파 크라이 시리즈는 3과 4를 통해 다음 신작이 나올 때까지 외전을 내놓아 신작을 기다리는 팬들을 달래주었다.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호평을 받았던 블러드 드래곤과 호오가 갈리긴 해도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은 프라이멀 모두 일정 이상 퀄리티는 해주었다. 뉴 던의 이상한 점은 이 외전이 기존 외전과 달리 본편과 연계되는 외전이라는 점이다. 어차피 유비소프트도 대놓고 공개하고 있고, 누설을 달았으니 뉴 던의 배경 시점을 공개하겠다. 뉴 던은 파 크라이 5의 저항 엔딩에서 이어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이다. 이 선택은 상당히 당혹스럽다. 파 크라이 5의 표면적인 엔딩 두 개를 보고, 여기서 이어지는 후속작을 기대하거나 나올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파 크라이 5 서사는 많은 이들의 반발감을 샀고, 논란은 게임 디자인의 매력조차도 무색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 엔딩 중에서도 가장 난감한 저항 엔딩에서 이어지는 외전을 내놓겠다고 하니 5를 끝낸 사람들은 대체 뭘 하려고 저러나, 싶었을 것이다.
5를 끝낸 사람들이라면 뉴 던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할 것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세부적인 부분은 바뀌었지만 5라는 큰 틀은 바뀌지 않은 확장팩, 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바뀌지 않은 부분이 바뀐 부분들의 매력을 억누르는듯한 인상도 준다. 달라진 부분들을 살펴보자. 일단 방사능의 여파로 무대가 축소되었다. 전작의 한 구역이 뉴 던의 전체 세계라고 생각하면 좋다. 그 때문에 전작과 달리 스토리 자체도 일직선에 가까워졌고, 본편 분량도 총 3장 (막간이 3개 있다) 스토리 미션 22개 짧은 편이다. 교단 시설 파괴도 사라졌고 전작의 프레퍼 미션인 보물 사냥 미션10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스토리 미션'만' 진행한다면 1~2일 잡으면 금방 클리어할 수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배경 때문에 삭제된 콘텐츠도 있다. 탈 것 중 비행기가 삭제되었고, 헬리콥터만 살아남았다. 수상 비행기가 등장하지만 사실상 배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비행기 자체가 보기 드물어졌기 때문에 용병 역시 전투기나 헬리콥터를 몰고 나타나는 용병들이 사라졌고, 여파로 대공 저지력을 내세웠던 허크 역시 본작에서는 덜 유용해졌다.
용병 역시 두 명이나 데리고 다닐 수 있었던 5와 달리 다시 한 명만 데리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용병 부활 같은 경우, 그냥 기다리면 되었던 5와 달리 채집 및 크래프팅 강화 때문에 채집해둔 재료를 활용해 부활하도록 변경되었다. 용병 라인업 역시 지나 구에라나 카르미나 라이처럼 5에선 없었던 돌격/중화기 용병이 추가되었고, 저격수 나나처럼 그레이스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스킬셋이 달라진 용병이 눈에 띈다. 한편 무기 커스터마이징과 빠른 재장전이 삭제되고, 배경 특성에 맞춰 무기 재장전 속도나 동작도 느릿하고 뻑뻑하게 변화했다. 이외 체력 바 시스텀이 도입되고, 특성 시스템이 재편되었는데 추가된 특성 일부는 스토리랑 밀접한 관련이 있다. 5에서 그렇게 밀어줬던 아케이드 모드도 삭제되었다. 대신 어쌔신 크리드에서 볼 수 있었던, 적 체력 바와 대미지 수치가 추가되었는데 5에서 적의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없어서 감으로 짐작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편해졌다.
아까 스토리 미션'만' 진행한다면, 이라는 언급을 했는데, 뉴 던은 5처럼 무턱대고 중심 이야기를 진행할 수 없도록 만든 게임이다. 유비소프트는 뉴 던을 내놓으면서 RPG적 요소가 추가되었다고 밝혔는데, 그 말 그대로 뉴 던엔 난이도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뉴 던의 난이도는 1/2/3/정예로 총 4단계로 있다. 이 난이도는 미션부터 시작해 적, 무기 등급까지 다양하게 적용된다. 당연하겠지만 현재 속해있는 난이도가 낮으면 상위 난이도의 적을 물리치거나 미션을 진행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원활한 진행하기 위해서는 난이도를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난이도 올리기는 뉴 던의 본거지인 프로스페리티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개발 자체는 유비소프트 오픈월드 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자원 투자를 통해 이뤄지는 본거지 업그레이드 시스템을 생각하면 된다. 일정 수 이상의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지역 곳곳에 숨어있는 프로페셔널을 데려오는 미션을 진행하면 다음 단계 프로스페리티 개발 해금이 가능하다.
게다가 기지 내 시설을 반드시 해금해야 활용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한 예로 뉴 던에서는 전초기지 빠른 이동을 처음부터 할 수 없기 때문에 (초기 상태에서는 본거지로 빠른 이동만 가능하다) 탐험 시설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에탄올이 필요한데 사실상 게임 내 화폐나 다름없다. 다만 에탄올 획득 자체는 전초기지나 수송 트럭을 강탈하거나 떨어지는 보급품을 획득하는 정도인지라 상당히 얻기 어렵다. 무기 같은 경우 커스터마이징이 불가능한 대신, 3등급이 되면 원하는 무기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했다. 다만 강화 수준이 공격력이 5% 오르는 수준이고, 장전 속도는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한 인내심과 끈기 없이는 1등급 무기를 정예 등급 수준까지 올리기 어렵다. 그 때문에 무기 업그레이드보다 등급에 맞는 무기를 해금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이럴 거면 무기 커스터마이징을 살리는 게 나았을 것이다.
이처럼 뉴 던은 많지 않은 콘텐츠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보이는 게임이다. 뉴 던의 이런 효율성은 새로이 도입된 빼앗긴 전초기지 탈환과 탐험 시스템으로도 잘 드러난다. 파 크라이 5에서 빼앗긴 전초기지 탈환은 그렇게까지 깊이 있는 디자인은 아녔다. 원칙상 재탈환을 할 수 있긴 했지만, 그에 따른 보상이 없었기에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뉴 던에서는 전초기지를 재탈환하면 에탄올 추가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상술했듯이 이 에탄올은 지도 해금이나 기지 개발에 중요하게 쓰이기 때문에 게임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크래프팅이나 재료 채집 시스템이 다시 강화되었다. 파 크라이 5는 무대가 미국으로 옮겨졌던 여파로 재료 수집을 비롯한 크래프팅 시스템이라던가 가죽 판매가 많이 칼질당해 많은 비판이 많았다. 뉴 던은 그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다시 재료의 비중이 올라간 편이다. 화폐가 폐기된 데다 무기나 소모품을 만들려면 구매하지 않고, 수집한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회복약이라던가 소모품 같은 경우에도 무기 선택 휠에서 즉석에서 만들 수 있도록 변했다. 다만 가죽 같은 경우 몇몇 정예 무기용 재료로 쓰이는 걸 제외하면 여전히 비중이 작다. 제작진이 5를 제작하면서 의도적으로 가죽 공예 비중을 낮추려고 했던게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당연히 무기를 만들기 위한 재료는 상당히 많이 드는지라,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제작진도 이를 염두에 뒀는지 탐험 미션을 새로 추가했다. 탐현 미션은 어쌔신 크리드나 스플린터 셀 팬들이라면 익숙할, 본편 지역과 독립된 단독 지역으로 구성된 미션이다. 미션을 수주하면 헬기를 타고 적들이 가득한 지역으로 날아가, GPS가 장착된 가방을 챙겨 합류 지점까지 이동해 탈출해야 한다. 대신 성공하면 장비 하나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수급할 수 있는 데다, 특성 포인트도 주기 때문에 게임의 진행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한편 한번 클리어한 모험 미션은 전초기지 재탈환처럼 난이도가 올라가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모험 미션 자체는 무난하게 만들어진 편이다. 지나치게 동선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활로를 구축하려고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의외로 잠입 플레이를 해도 별다른 혜택이 없어서 싹 쓸어가면서도 진행해도 별 무리가 없다. 단 한 번 들키면 적이 무한 생성되는 데다 헬기 도착까지 대기 시간이 따로 있기에 빠른 움직임이 요구되는 부분이 있다. 전반적으로 잠입보다는 지구전에 가까운 디자인이라고 보면 된다. 때문에 뉴 던을 원활하게 플레이하고 싶다면 전초기지 재탈환, 재료 수급, 탐험을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면서 꾸준히 파밍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뉴 던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무기와 특성 시스템에서 제법 과감한 실험을 했다는 점일 것이다. 먼저 무기를 살펴보자. 뉴 던 신규 무기로는 톱날 발사기가 있다. 말 그대로 톱날을 총알로 쓰는 석궁 류 무기인데, 파 크라이 시리즈에서 석궁 류 무기는 그리 흔치 않은 데다, 나아가 유도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는 점에서 여타 게임에서 보기 힘든 무기라 할 수 있다. 결과물은 흥미롭다. 보통 FPS 게임에서 멀티킬은 유폭이 중심이었다. 수류탄이나 유탄발사기, 로켓 런처 같은 무기들이 대표적이다. 뉴 던의 톱날 발사기는 그 점에서 유폭과 반대로 정확하면서도 재빠른 멀티킬의 매력을 보여주는 무기라 할 수 있다. 톱날이 적을 벤 뒤, 다른 적에게 튕겨 나가 쓰러지는 모습은 5편과 차별화되는 뉴 던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괜히 패키지 표지에서 밀어준 게 아니다. 다만 잘 만들어졌고 재미있긴 해도 이런 무기가 본작의 탁 트인 공간과 어울리는가? 라는 점에서는 의문점이 있다. 보통 유도나 튕겨 나가는 발사체 무기들은 좁은 공간에서 위력을 발휘했고 이런 무기를 도입한 게임 역시 무기에 어울리는 공간 디자인과 연출을 시도했다. 반대로 파 크라이 시리즈는 오픈 월드 특유의 넓은 공간감을 중시하는 게임이라, 톱날 발사기로 쓰고 있으면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5나 뉴 던은 탁 트인 도로에서 싸울 일이 많아서 더더욱 그렇다. 뉴 던의 톱날 발사기는 그 자체론 매력적이지만 배경이 되는 공간 디자인과 어긋나는 구석이 있어서 2% 정도 아쉬움을 남긴다.
여기다 뉴 던은 특성 시스템에 초능력 스킬을 도입했다. 이전부터 파 크라이 시리즈는 신비의 힘 같은 요소를 적극적 끌어들이긴 했지만, 이 신비의 힘을 게임 내에서 쓸 수 있는 건 뉴 던이 처음이다. 게임 도중 플레이어는 선악과를 먹고 초능력인 에덴의 선물을 쓸 수 있게 된다. 비록 초능력에 기반한 공격 스킬은 없지만, 뉴 던은 초능력을 핑계로 대며 뻔뻔하게 하이퍼 FPS식 비현실적인 기동과 능력을 게임에 끌어들이고 있다. 먼저 이단 점프 같은 경우 착지할 때 적 머리 위에 내리면, 블러드 드래곤이나 어쌔신 크리드처럼 공중 암살이 가능해진다. 특히 이번 작에서는 전술한 난이도랑 시스템 때문에 정예 난이도 적을 상대할 일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여기다 버튼을 길게 눌러 에덴의 선물 게이지를 사용해 아무도 주인공 눈치를 챌 수 없도록 기척을 숨긴다던가 속도와 근접 공격력 버프를 줄 수 있다. 심지어 제압 후 체력 회복이나 에덴의 선물 게이지 회복도 가능하다. 능력적으로는 재미있긴 하지만 (특히 산악 지대가 많은 게임 특성상 이단 점프가 있으면 상당히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긴 하다) 이게 시리즈가 지향하는 액션 디자인하고 과연 어울리는지는 의문이다. 파 크라이 시리즈가 대체로 '생존'을 기반으로 땀내나는 총격전/육탄전에 기대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솔직히 말해서 DLC 수준의 내용을 4만 9천 원에 판다는 게 좀 많이 그랬다.
블러드 드래곤을 의식한 듯 1980년 싼맛나는 형광 색감을 유지하고 있는데, 기반이 된 5편과 방향성과 잘 맞지 않는다.
이처럼 뉴 던의 최대 약점은 기본 틀에 대한 참신한 해석도 없고, 새로이 도입된 요소 간의 조화 역시 어딘가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 있다. 바뀐 부분에 대한 설명을 죽 늘어놨지만, 처음으로 돌아가 얘기하자면 뉴 던은 결국 5가 보여줄 수 있는 다른 면을 탐구하지 않고, 그냥 그 틀에 안주해버리는 게임이다. 본편 발매 9개월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뉴 던은 블러드 드래곤이나 프라이멀과 달리 지형을 본편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형 우려먹기로 말이 많았던 프라이멀 보다도 더 재탕이 심하다. 전작 존 시드가 지배했던 구역의 지형들이 다소 바뀌어서 나온다고 생각하면 좋다. 그렇다고 비슷한 지형을 쓰는 대신 미적 감각에서 새로운 걸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뉴 던은 미적 감각이라는 면에서는 생각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답지 않은 게임이다. 보통 방사능에 기반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상상하라면 죽어버린 자연과 칙칙한 색감 위주의 방사능에 찌든 기형 생물들로 넘쳐나는 비정상적인 자연을 떠올릴 것이다. 폴아웃 시리즈가 대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뉴 던의 비주얼은 예상과 달리 화사한 편이다. 우선 5에서 보여줬던 몬태나주의 광활한 자연이 그대로 남아있다. 여기다 제작진은 EDM/트랩 음악과 미치광이 폭주족 갱단이 힙합 그라피티와 싼 맛 나는 사이키델릭 문화가 접목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만든다. 분홍색 위주의 형광 색감 같은 부분에서는 블러드 드래곤을 의식한 부분도 보인다. 재미있는 발상이긴 하다. 특히 주 기지인 프로스페리티 같은 경우엔 이런 싼 맛 나는 색감과 반대로 목가적 평온함과 지옥도나 다름없는 바깥 세계와 대조를 이뤄서 흥미롭다. 하지만 뉴 던이 내놓은 미적 감각이 성공적인가에는 부정적으로 답할 수 밖에 없다. 과연 핵 오염이 된 세계가 17년 만에 정상적인 환경이 될 수 있는가, 라는 핍진성에 대한 의문은 그렇다 쳐도 전반적인 결과물이 참신하기보다는 어딘가 목가성과 폭력적이고 현란한 반문화 간의 어색한 잡탕처럼 보인다. 무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어울리는 배경임에도 오히려 삭제했다는 점도 그렇고, 뉴 던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설정에 대해 일관성있게 접근했다기 보다는, 편의적으로 구성한 거 아니냐는 의문을 떨치기 힘들다. 이외 마지막 보스전 같은 경우 스테이지 구성도 그렇고 상당히 엉성하게 만들어져서 뒷심 부족마저 느껴진다.
파 크라이 시리즈에서 은근히 볼 수 있었던 사랑 (정확히는 가족애)에 대한 묘사가 많아졌다.
허크한테 아내와 애가 생기고 샤키가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여주면서) 오촌 조카를 귀여워한다면 믿겠습니까? 믿으세요.
서사로 넘어가 보자. 파 크라이 5는 명백히 묵시록이었다. 주인공이 무엇을 해도 호프 카운티라는 이름과 달리, 절망으로 끝나는 결말이었다. 문명은 멸망해버리고, 살아남은 건 광신도와 소수의 사람이었다. 이 묵시록에서 2010년대 대안 우파와 종교 근본주의, 테러리즘을 비롯해 어두워져 가는 세계에 대한 영미권 리버럴의 절망감을 읽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5는 동시에 그런 묵시록을 메타 게임적인 요소를 통해 보여주는 과정에서 지나친 작위성과 부족한 설득력으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뉴 던은 그 점에서 5의 거울이자 종점 같은 게임이다. 우선 이 게임의 결말은 시리즈 통틀어 부족의 영광을 찾았던 프라이멀만큼 밝은 편이다. 물론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몇몇은 비극으로 끝나긴 한다. 하지만 철저한 패배로 끝났던 5의 주인공과 달리, 뉴 던의 주인공은 끝까지 망가지지 않고 살아남게 된다. 엔딩에 등장하는 모 캐릭터의 대사는 멸망이 지나가더라도 희망을 찾고 싶어 하는 제작진의 간절한 심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희망을 제작진은 사랑에서 찾고 있다. 전작에서도 가족애가 나름대로 비중이 있긴 했지만 뉴 던은 유달리 가족을 이루거나 사랑에서 행복감을 얻는 캐릭터들이 많다. 심지어 여기엔 코믹 캐릭터인 허크와 샤키조차도 포함된다.
반대로 전작에서 편애 의혹까지 받았던 조셉 시드 같은 경우엔 장엄한 단죄와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이를 위해 각본진들이 끌어들이는 작품은 구약 욥기다. 조셉은 욥처럼 무수한 시련 속에서 신에 대한 회의감과 기대감이 섞인 채 인내하지만, 욥과 달리 신의 응답은커녕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이를 묘사하는 과정은 고전적인 그리스 비극에 가깝다. 조셉의 드라마 자체도 전형적이지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으로 내려와서 다른 캐릭터들과 그럭저럭 대조를 이룬다. 그 점에서 뉴 던은 욥기의 사악한 패러디 또는 대답 없는 신에 대한 회의감을 표현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여전히 조셉이 좋은 파 크라이 악당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기엔 조셉은 이전 파 크라이 악당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플레이어를 유혹하는 섬뜩한 요설스러움이 한창 부족하다. 하지만 적어도 본편에선 불완전했던 캐릭터가 뉴 던에서 그나마 확실히 정립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뉴 던이 희망을 구축하는 과정은 어딘가 부족하다. 뉴 던 서사의 문제점은 서사가 지나치게 짧은 데다 의무방어전에 가까운데, 새로이 내놓은 캐릭터들 역시 재미없다는 점에 있다. 나름 중요한 설정에 비해 별 인상도 없이 허무하게 퇴장하는 토마스 러시도 문제가 많지만, 본작의 악당 미키와 루 자매는 뉴 던 서사의 문제를 압축해 보여 주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각본진은 이 자매를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상황에서 그저 생존과 패악질에만 이골 이난 캐릭터로 그리는데, 이런 묘사가 지나쳐 악당으로서 격이 떨어지는. 미키와 루는 조셉이나 프로스페리티랑 강한 대조를 이루기는커녕 불쌍한 사정으로 미쳐버린 껌 씹는 일진 캐릭터로 굴러떨어지게 돼버렸다. 아무리 주인공 탓이라고 윽박질러도, 죄책감보다는 얘들이 또 놀러와서 일진 놀이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5에서 사이비 종교 간부들이 주인공을 비난하는 과정 도중 생긴 작위성에 대한 비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그 결과 나름대로 가능성이 있었던 이 자매의 드라마는 소모되어버린다. 남은 건 성우의 열연뿐인데, 그 열연도 낭비되는 경향이 있다. 후속 외전이라는 위치라는 점 때문에 생긴 장벽도 있다. 몇몇 캐릭터나 게임 내 등장하는 문서들 역시 5를 끝냈다는 가정하에 쓰여 있기 때문에 5를 하지 않았다면 뭔 소리인가, 하고 위키를 뒤져봐야 할 것이다. 뉴 던은 그 점에서 철저히 5에 종속적인 게임이기도 하다. 자기 완결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파 크라이 뉴 던은 결국 파 크라이 5-2나 다름없는 팬서비스용 게임이다. 짧은 발매 간격과 전작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내용과 맵 구성, 이전 외전보다도 훨씬 짧은 플레이 시간에서 알 수 있듯이 상당히 빠르게 만든 티가 난다.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뉴 던은 파 크라이 외전작 중에서는 확실히 처진다. 그나마 5가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재미와 거기에서 파생/변주된 요소들의 신선함이 재미있고 5의 서사가 확실히 종결되었다는 것 빼고는, 다소 일관성 없고 안일한 디자인과 서사로 가치를 깎아 먹기 때문이다. 당연하겠지만 블러드 드래곤이나 프라이멀에서 있었던 '흥미진진한 기획을 만들어뒀던 자원의 재활용으로 경제적으로 해낸다.'는 매력도 없다. DLC로 내놓았어야 할 내용을 인제야 내놨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파 크라이 5의 DLC들이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걸 생각해보면 유비소프트가 파 크라이 5 기획을 구상하면서 어딘가 한창 어긋났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뉴 던은 그 점에서 파 크라이의 새로운 새벽이 되기엔 부족한 게임이다. 할인하거나 5와 뉴 던 합본 팩이 나온다면 그때 사길 추천한다.
P.S. 한국어 번역이 심하게 엉망이다. 자막 싱크도 이상하고 문장 자체가 비문이 많다. 극단적인 경우 한국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IP보기클릭)122.45.***.***
잘 읽었습니다. "할인하거나 5와 뉴 던 합본 팩이 나온다면 그때 사길 추천한다" 마지막 문장이 핵심이네요.
(IP보기클릭)123.109.***.***
딴거 다 떠나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인데 화사한 꽃에 알록달록한 건물들 진짜 무슨 의도로 만든건지 게임에 몰입도 안되고 눈만 아픔
(IP보기클릭)112.151.***.***
레데리2의 에필로그가 DLC로 나올 수준의 볼륨과 완성도였다면 이건 DLC수준을 독립작으로 내 놓은 꼴
(IP보기클릭)58.124.***.***
지금 유플에서 50% 할인 중... 조셉 죽여 버리고 싶은 분은 구매 추천..
(IP보기클릭)223.38.***.***
5의 엔딩이 그지같았다는 유저평을 개발자들도 봤을테니 속편은 그 찜찜함을 해소시키는 스토리겠거니 하고 구입했지만 해보고나니 더 찜찜 해지는 스토리. 개인적으론 설마 그런엔딩은 아니겠지? 그럼 최악인데 하는게 엔딩이였음.
(IP보기클릭)122.45.***.***
잘 읽었습니다. "할인하거나 5와 뉴 던 합본 팩이 나온다면 그때 사길 추천한다" 마지막 문장이 핵심이네요.
(IP보기클릭)211.48.***.***
(IP보기클릭)123.109.***.***
딴거 다 떠나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인데 화사한 꽃에 알록달록한 건물들 진짜 무슨 의도로 만든건지 게임에 몰입도 안되고 눈만 아픔
(IP보기클릭)211.212.***.***
호라이즌 같은 느낌 낼려고 했던거 아닐까요 | 19.03.14 09:44 | |
(IP보기클릭)175.123.***.***
난 오히려 개성있고 좋은데.걍 이가격에 이 볼륨과 플레이타임이라는거부터가 에바임. | 19.03.15 22:23 | |
(IP보기클릭)39.7.***.***
(IP보기클릭)61.99.***.***
이것이 젊음인가 | 19.03.12 23:23 | |
(IP보기클릭)211.108.***.***
(IP보기클릭)112.151.***.***
레데리2의 에필로그가 DLC로 나올 수준의 볼륨과 완성도였다면 이건 DLC수준을 독립작으로 내 놓은 꼴
(IP보기클릭)116.98.***.***
(IP보기클릭)58.124.***.***
지금 유플에서 50% 할인 중... 조셉 죽여 버리고 싶은 분은 구매 추천..
(IP보기클릭)223.38.***.***
5의 엔딩이 그지같았다는 유저평을 개발자들도 봤을테니 속편은 그 찜찜함을 해소시키는 스토리겠거니 하고 구입했지만 해보고나니 더 찜찜 해지는 스토리. 개인적으론 설마 그런엔딩은 아니겠지? 그럼 최악인데 하는게 엔딩이였음.
(IP보기클릭)222.110.***.***
(IP보기클릭)192.180.***.***
(IP보기클릭)223.39.***.***
(IP보기클릭)14.35.***.***
(IP보기클릭)61.79.***.***
(IP보기클릭)114.202.***.***